▲3~4세기, 간다라, 파키스탄 페샤와르박물관 부처님의 일대기에서 특히 중요시 되는 몇 장면이 있는데, 잠부 나무 아래에서 첫 선정에 잠긴 사건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부처님의 탄생지인 룸비니는 주로 벼농사를 짓는 농경 사회였던 것 같다. 봄이 되면 파종에 앞서 올리는 농경제(農耕祭)는 한 해 살림살이를 결정짓는 행사였는데, 싯다르타 태자는 아버지 정반왕과 함께 그 행사에 참석했다. 농경제에 참석한 싯다르타 태자는 잠부 나무[閻浮樹] 아래에 앉아서 밭갈이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흙덩이가 부서지면서 벌레가 나오자 까마귀가 벌레를 쪼아 먹고, 또 지렁이가 나오자 개구리가 지렁이를, 뱀이 개구리를, 공작이 뱀을, 매가 공작을, 독수리가 매를 잡아먹는 광경을 태
▲ 2~3세기, 간다라, 파키스탄 카라치박물관 싯닷타 태자의 청년기 모습은 학문 연마와 무예 겨루기가 대표적이다. ‘과거현재인과경’에 따르면 싯닷타 태자는 7세때 글을 익히기 시작했고 10세때 무예를 닦기 시작했다고 한다. 태자의 무예 실력은 ‘활쏘기’에 관한 이야기에 잘 담겨 있다. 열 살이 되자 정반왕은 태자에게 활쏘기를 가르치기 위해 나라 안에서 활 잘 쏘는 이를 초청해 궁전의 뒷뜰에서 쇠로 된 북을 쏘게 했다. 스승이 작은 활을 태자에게 주자 태자는 웃음을 머금고 “이것을 제게 주어서 무엇을 시키려 합니까?”하고 묻자, 스승은 “쇠북을 쏘십시오”라고 말했다. 태자는 스승이 가져다 준 일곱 개의 활 가운데 한 개의 화살을 쏘아
▲북인도, 간다라, 2~3세기, 국립뉴델리박물관 싯다르타 태자 역시 요즘처럼 조기 교육을 받았을까. 경전에 의하면 태자는 7세가 되자 정반왕이 ‘태자가 벌써 컸으니 학문을 하게 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나라 안에서 글과 재주가 뛰어난 총명한 바라문을 두루 찾았다(‘과거현재인과경’)고 한다. 싯다르타 태자의 스승은 누구였을까. 명망과 학덕을 갖춘 바라문으로 웨다와 우빠니샤드에 정통한 위슈와미뜨라(Viśvāmitra), 병법과 무예를 가르칠 스승 끄산띠데와(Ksntideva), 수학을 가르칠 스승 아르주나(Arjuna), 언어학자이자 문법학자인 스승 삽바밋따(Sabbamitta)가 초청되었다. 싯다르타 태자는 이 스승들로부터 정
▲ 2~3세기, Peshawar Museum, Pakistan 인도에는 아이가 태어나면 선인(仙人)으로 하여금 아이의 타고난 외모를 살펴 앞으로 전개될 아이의 운명을 살피는 관상법이 있었다. 아버지 숫도다나왕은 싯다르타 태자를 당시 유명한 아시따(Asita) 선인에게 보여, 태자의 운명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물었다. 이 주제는 간다라에서 즐겨 표현되는 불전 장면의 하나로 ‘싯다르타 태자의 관상(觀相)을 보는 아시따 선인’이다. 숫도다나왕의 스승이었던 아시따 선인은 싯다르타 태자의 상호를 살피다가 눈물을 흘렸다. 깜짝 놀란 숫도다나왕이 그 이유를 묻자 “왕자님은 가장 높은 분, 인간 가운데 가장 뛰어난 분입니다. 왕자님은 최상의
▲Barikot 출토, 간다라, 1~2세기, Peshawar Museum, Pakistan 부처님은 태어나자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걷고 “나는 천상과 천하를 구원해 건지고, 천상과 인간에서 가장 고귀한 이가 되며, 나고 죽는 고통을 끊고 일체 중생들을 언제나 편안케 하리라”(‘보요경’)고 하셨다. 탄생게(誕生偈)에는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의 불교 이념이 잘 담겨 있다. 우리나라 부처님 오신 날의 가장 큰 의식은 아기 부처님의 머리 위에 물을 부어 목욕시키는 관욕식이다. 불전 경전에는 탄생게를 외친 다음 “사천왕은 곧 하늘의 비단으로 태자의 몸을 감싸 보배에 놓았다. 그러자 제석천이 손에 보배 일산을 가지고 왔다.
▲2~3세기, 간다라, 파키스탄 라호르박물관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생은 원시 경전 이래로 성도·초전법륜·열반과 함께 부처님 생애의 가장 중요한 큰 사건인 4대사(四大事) 가운데 하나이다. 부처님의 생애를 다룬 불전미술의 도상은 대부분 간다라에서 창안된 것으로, 각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간다라의 기본형은 답습되었다. 간다라 탄생 도상의 특징은 나무 아래 다리를 교차시키고 서 있는 마야 왕비, 오른쪽 옆구리로 탄생하는 싯다르타 태자, 태자를 받는 제석천, 마야 왕비를 부축하는 여인, 찬탄하는 천신, 천상의 음악을 연주하는 장면과 악기를 표현한 것 등이다. 간다라 ‘탄생’ 장면에는 마야 왕비의 오른쪽 옆구리로 태어나는 싯다르타
▲1~2세기, 간다라, The British Museum, London 석가모니 부처님이 도솔천에서 이 세상에 오실 때 흰코끼리의 모습으로 마야왕비의 태 속에 들었다는 태몽을 표현한 것이 ‘도솔래의(兜率來儀)’이다. 부처님 일대기를 여덟장면으로 요약해 그린 조선시대 팔상도의 첫 부분을 장식하는 이야기이다. 부처님의 일대기는 도솔천에서 내려오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데 이것은 초기경전에서부터 등장한다. ‘흰코끼리가 코로 하얀 연꽃을 들고 북쪽에서 내려와 마야왕비가 누워있는 침상 주위를 세 번 돌고 나서 오른쪽 옆구리에 구멍을 내어 자궁으로 들어가는 꿈을 꾸었다’는 것은, 5세기 경 붓다고사(Buddhagosa)가 정리한 ‘니다나카타
▲2~3세기, Amaravati 출토, 인도 캘커타박물관. 석가모니 부처님은 이 세상에 오시기 전, 보살로서 하늘나라 도솔천에서 신들의 찬탄을 받으며 지냈다. 그곳에서 천신들에게 설법을 하고 지상으로 내려오기 전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 ‘하늘나라 도솔천의 보살’ 불전도이다. 도솔천은 선행을 많이 닦은 이들이 태어나는 세계로 그곳 사람들은 인간세계의 사백 년이 하루인 사천 년의 수명을 누리며 평화롭게 살았다. 내원(內院) 한 가운데는 마니주가 밤을 낮처럼 밝히는 화려한 강당과 높은 사자좌가 마련되어 있었다. 보살은 사자좌에 앉아 사천년 동안 천인들을 교화했으나 그에게도 늙음은 찾아왔다. 천인들은 보살이 도솔천을 떠날 날이 멀지
▲1~2세기, 시크리 출토, 파키스탄 라호르박물관 소장 ‘연등불수기’는 과거 연등불(Dīpaṃkara) 시대에 석가모니불의 전생인 수메다(Sumedha)가 연등불께 꽃 공양을 올린 후, 연등불로부터 장차 성불해 석가모니불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받은 이야기이다. ‘연등불수기’는 발생지가 간다라 지역으로 그곳에서 즐겨 표현된 이야기 가운데 하나이다. 전생의 석가모니불은 바라문의 청년 수행자였다. 어느 날 연등불이 마을에 나타나자 수메다는 꽃 공양을 올리려 했으나, 마을에 있던 꽃은 이미 국왕이 다 사 버린 후였다. 마침 연꽃을 가지고 있는 고삐라는 처녀를 만났는데, 그녀는 수메다에게 꽃을 파는 조건으로 그에게 결혼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기원전 2세기 경, Bharhut 대탑, 인도 캘커타박물관 소장 황금사슴 루루(Ruru) 이야기는 부처님께서 죽림정사에 계실 때 데와닷따가 부처님의 은혜를 깨닫지 못하자, 전생에도 그의 목숨을 구해주었지만 부처님의 덕을 알지 못했다고 하시면서 설한 것이다. 옛날 바라나시의 한 재산가는 마하다나카라는 아들을 두었다. 그는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모든 재산을 탕진하고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자, 죽기로 마음먹고 강가강 속으로 뛰어들었다. 마침 그때 전생의 부처님인 황금빛이 나는 사슴 루루는 격류에 떠내려가는 그를 구해주었다. 루루는 황금색 사슴이 있다는 말을 누구에게도 하지 말 것을 마하다나카에게 당부했다. 그러나 마하다나카가 바라나시로 돌아온 바로 그
▲기원전 2세기 경, 인도 캘커타박물관 소장 먼 옛날 전생에 부처님은 원숭이로 태어나 많은 무리의 원숭이들을 거느리며 히말라야 근처에 살고 있었다. 그곳 강가에는 향과 맛이 뛰어난 망고 나무가 있었는데, 원숭이 왕이었던 그는 그의 무리와 함께 망고를 먹으면서 “이 가운데 물 속으로 늘어진 몇 개의 열매 때문에 우리에게 좋지 못한 일이 일어날 것이다”라고 생각해 그 가지의 열매를 없애 버렸다. 그러나 이 일을 어쩔 것인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망고는 강으로 떨어져 바라나시 왕에게 전달되고 말았다. 망고의 맛을 처음 경험한 왕은 히말라야 근처의 망고나무를 찾아와 망고를 맛있게 먹다가 잠들었다. 잠에서 깬 왕은 왕이 잠자는 사이에 몰래 와서 망고를 먹고 있
▲2~3세기, 간다라, 영국박물관 소장. 먼 옛날 전생에 부처님은 큰 나라 왕이 되었는데 이름이 시비(尸毘)였다. 시비왕의 보시 이야기는 초기 불교미술에서 즐겨 표현하던 주제였는데, 동국대학교 박물관에 소장 중인 고려시대의 보협인탑에도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보시하기를 좋아하는 시비왕에게 어느 날 한 사건이 일어났다. 시비왕의 보시에 대한 마음을 시험하기 위해 제석천은 매로 변장하고 변방의 왕은 비둘기로 변해서 시비왕을 찾았다. 매가 말했다. “그것은 내 밥인데 왕 곁에 와 있습니다. 빨리 내게 돌려주십시오. 나는 매우 굶주려 있습니다.”이에 시비왕이 말하기를 “내 본래의 서원은 일체 중생을 제도하는 일이다. 이것은 내게 와서 의지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