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서울 인사동 동산방 화랑에서는 이색적인 전시회가 열렸다. 세로 365.5cm, 가로 160cm의 대형 작품 단 한 점이 전시장에 걸렸다. ‘그날의 화엄’이라는 이 그림 앞에 사람들은 연신 탄성을 자아냈다. 성철 스님의 다비식 광경을 묘사한 이 그림에는 다비식의 전 과정이 서사적인 구조를 이루며 거대한 만다라를 이루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에는 제각각 엄숙함과 아쉬움, 슬픔과 기대가 배어있었다. 일감 스님은 당시 이 그림을 보고 “피로 혈서를 쓰듯 손끝을 갈아 피로 쓴 화엄경 변상도”라고 찬탄하기도 했다. 국내 인물
중국 소설 ‘삼국지’를 읽을 때마다 드는 오래된 의문이 있다. 주인공이 누구일까에 대한 것이다. 유비일까, 제갈공명일까. 그도 아니면 관우일까. 그들이 세운 촉한이라는 나라의 실질적인 권력은 또 누구에게 있었을까. 황제인 유비에게 있었을까, 유비의 신하지만 유비가 스승처럼 모셨던 제갈공명에게 있었을까.이처럼 역사는 다면적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주인공은 여럿일 수 있고 전혀 다른 인물일 수도 있다. 유비가 살았던 시대가 ‘삼국지’가 아닌 짧은 단문 몇 개로만 남았더라면 중국 중원을 놓고 벌였던 그 치열했던 시대적 상황과 인물들은 사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道業)을 이루고자 공양을 받습니다.”(공양게)공양게는 오관게서 유래깨달음 이루겠다는 다짐음식에 대한 감사 담겨공양게 하면 과식 않고건강 유지에도 큰 도움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이수영(47)씨는 식사 때면 꼭 합장을 하고 공양게를 왼다. 가정에서는 물론이고 일가친척들이 모일 때나 직장동료들과 밥을 먹을 때도 공양게를 잊지 않는다. 요즈음은 부득이 참여한 술좌석에서도 공양게를 빠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공양게를 하는
올해 11월17일 시행되는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한국사가 절대평가 방식의 필수과목으로 지정된다. 역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고구려와 발해를 자국의 역사에 포함시키려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고대 일본이 한반도 남부지역을 지배했다는 주장에 맞서 우리의 역사관을 새롭게 다지자는 취지가 강하다.사실 역사왜곡이 꼭 외부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 불교계도 자유롭지는 못하다. 그 중 양무제(464~549)에 대한 왜곡과 폄하는 지나치다. 최근 출간되는 선 관련 책들에서도 양무제에 대한 얘기들은 천편일률적이다.
“수필은 인생을 표현하기에 가장 좋은 문학 장르입니다. 수필로 사람과의 관계를 맺고, 사물을 관조하고, 자신을 성찰할 수 있습니다. 하전수필문학교실은 글쓰기의 즐거움을 배우고 나누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하전(夏田) 김대원(71) 에세이문학작가회장은 2004년 ‘수필과 비평’에 늦깎이로 등단했다. 늦은 출발과 달리 온갖 인생 경험이 녹아 있는 그의 글은 여운과 메시지도 깊었다. 한국 수필문학계 원로인 맹난자 선생을 비롯한 기성작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그는 제13회 탐미문학상, 제3회 월파문학상 등을 잇따라 수상하면서 중진 수필작가로
불교는 숲의 종교다. 부처님의 탄생, 수도, 정각, 설법, 입적이 모두 숲에서 이뤄졌다. 수행자는 ‘숲에 살고 나무 아래에 앉는다’고 할 정도로 숲은 사색과 명상의 공간이다. 우리나라에서 그 관계는 더욱 깊다. 경전에서 사찰의 입지 조건을 ‘수풀이 우거진 동산’으로 기술하고 있는 것처럼 숲이 없는 한국의 사찰은 상상하기 어렵다.실제로 전국 사찰이 보유하고 있는 사찰숲은 3억여 평에 이른다. 국립공원과 도립공원, 군립공원의 산림 면적 중 사찰숲이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8.3%, 15.5%, 13.6%에 달한다. 심지어 내장산 국립공원
국회의원 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나라의 운명을 가름할 중요한 선거지만 언론에서 인물 됨됨이나 정책에 대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여야 모두 이해관계에 얽혀 연일 불협화음이 끊이질 않는다.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에게 공천 여부와 비례대표 순번은 초미의 관심사다. 그렇더라도 정치철학이나 비전 제시 없이 줄서기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건 대한민국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최근 출간된 ‘녹색평론’ 3·4월호(통권 147호)에 소개된 우촌(牛村) 전진한(錢鎭漢, 1901~1972) 거사는 국회의원들의 사표가 되기에 충분하다. 김종철 ‘녹색
불교의례를 그저 형식으로 취급하면 무지하다고 비판받기 십상이다. 의례에는 교리, 수행, 신행, 역사, 문화가 총체적으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한국불교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쉽게 이해하고 되새길 수 있는 의례문이 선행돼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이 책은 부처님의 원음에 근거한 초기불교 의식문이자 포괄적인 수행 지침서다. 현행 남방불교권에서 사용하는 각종 예불문과 지송경전을 참고해 출재가자가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내용을 초기경전에서 발췌해 번역하고 새롭게 윤문했다.‘예경지송’ 원문은 팔리어 특유의 운율적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이 책은 천안 평심사 주지 정원 스님이 기존 ‘천자문’ 형식을 빌려 1000자의 한자 중 단 1자도 중복되지 않게 4언4구 62.5행을 게송으로 서술한 선종의 역사서다. 그런 만큼 중국적인 세계관을 깔고 있는 일반 ‘천자문’과는 달리 전형적인 불교의 세계관을 표방한다.‘世尊捻花 迦攝微笑(세존념화 가섭미소: 세존이 꽃을 드시매 가섭이 미소하고)’로 시작하는 ‘선종천자문’은 ‘欲識助辭 焉哉乎也(욕식조사 언재호야: 조사를 알고자 한다면 언제호야니라)’로 끝마친다. 정원 스님은 1000개의 글자로 인도, 중국, 한국의 저명한 선종인물과 그
불교에서는 부모자식 관계를 가장 깊은 인연으로 본다. 누군가는 전생에 아주 절친했거나 원수였던 인연이 현생에 부모자식으로 만난다고 말한다. 요즘 언론에서 부모가 어린 자식을 모질게 학대해 살해했다거나 거꾸로 자식이 늙은 부모에게 패륜을 저지른 보도를 접할 때면 정말 그런가 싶기도 하다.한국일보(3월16일자)에 보도된 ‘총경 딸 키운 40년 촛불기도’ 기사는 그래서 더 눈길이 간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지극한 사랑이 보편적임을 새삼 확인시켜주기 때문이다. 기사에 따르면 며칠 전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단독주택에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주지 유곡 스님 원력․불광 제작…역사, 인물, 문화재 등 수록 한국의 대표적인 비구니강원인 계룡산 동학사를 소개하는 새로운 개념의 안내서가 발간됐다. 특히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사찰 안내서의 모범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공주 동학사(주지 유곡 스님)는 최근 150여쪽 분량의 ‘동학사’를 펴냈다. 이 책은 주지 유곡 스님이 새롭게 변모한 동학사를 제대로 알리고자 취지에서 비롯됐다. 2012년 주지로 취임한 스님은 그동안 도량정비 등 지속적인 불사를 진행해왔다. 특히 스님은 4월22일 비구니스님들의
조계종과 선학원 조치 다르다 주장…회장은 “(전달 내용) 숙지 못했다” 한국불교언론인협회가 법보신문에 언론탄압을 자행하는 선학원 측에 출입금지 조치 해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선학원의 조치는 조계종이 자행하는 언론탄압 조치와는 사뭇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을 뿐 아니라 회장조차 전달 내용을 정확히 숙지하지 못한 상태여서 논란을 빚고 있다.한국불교언론인협회(회장 이재우)는 3월14일 선학원 재단 사무국에 법보신문 출입금지 조치 해제를 요청했다. 이 협회는 요청서에서 “조계종이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에 대해 유례없는
원로불교학자인 한기두 원광대 명예교수가 3월6일 노환으로 세연을 접었다.한 교수는 원광대 교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석사학위를, 원광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59년 원광대 원불교학과 교수로 취임한 뒤 한국불교학회 부회장, 원광대 대학원장, 원광대 국제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또 원불교 사상뿐 아니라 선종사 연구에도 큰 기여를 했으며, ‘한국불교사상연구’ ‘선과 무심선의 연구’ ‘한국선사상연구’ ‘선과 인격수련’ 등 많은 저술을 남겼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335호 / 2016년 3월 16일자 / 법
‘육조단경’은 선종 제6조 혜능 스님이 설법한 법어를 기록한 법문집으로 선어록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그런 만큼 ‘육조단경’에 대한 해설서도 상당수에 이른다. 그러나 대부분 본문 해설 위주로 돼 있어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까다로웠다.이 책은 혜능 스님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불교를 모르는 일반인들도 소설처럼 술술 읽을 수 있다. 일자무식 나무꾼 출신의 행자 혜능 스님이 조계종의 창시자가 되기까지의 파란만장한 구도 역정과 또 다른 경쟁자 신수 스님과의 돈점 대결, 그리고 역경과 시련을 이겨내고 남종선을 중국 대표 종파로 화려하게
‘맛지마니까야’는 열반이라는 불교수행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그곳에 이르는 중도 수행법을 자세히 설한 초기불교 경전 모음집이다. 2600년 전 실존했던 부처님이 설한 내용들로 수행법이 체계적으로 서술된 ‘불교수행 안내서’다.중간 크기의 경전 152개를 3편으로 나눠 수록하고 있는 ‘맛지마니까야’는 방대한 분량으로 인해 그동안 일반 독자들이 다가서기가 쉽지 않았다. 저자는 기존의 ‘맛지마니까야’에서 핵심적인 내용이라 판단한 70개의 경전을 가려 뽑아 번역과 주석을 달았다. 편과 장의 구분 없이 순서대로 배열하고 각 경전의 서두에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라는 이세돌 9단. 그가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잇따라 패배했다. 바둑은 경우의 수가 우주의 원자보다 많고 고도의 집중력과 총체적인 판단력이 필요한 까닭에 기계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이 무참히 지면서 언론들이 온통 이 얘기로 떠들썩하다.일간지는 ‘인공지능, 인간을 이기다’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에 인간이 졌다’ ‘2살 인공지능, 5000년 인간 바둑을 넘다’ 등 이세돌 9단의 패배를 1면 톱기사로 전했다. 한 카이스트 교수는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
3~8월, 넷째 화요일 서울 북성재…참가비 1만원 사찰 숲의 역사와 가치를 비롯해 그 활용과 현대적 의미를 모색하는 뜻 깊은 자리가 마련된다.전영우 국민대 산림환경시스템학과 교수가 3~8월 넷째 화요일 오후 7시부터 8시30분까지 서울 경복궁역 인근 북성재에서 ‘비우고 채우는 즐거움, 사찰 숲 이야기-사찰 숲의 역사와 가치 그 아름다운 풍광을 찾아서’를 주제로 강연한다.산림학자이자 숲 해설가인 전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전국 사찰을 찾아다니며 발견한 사찰 숲의 유래와 역사, 그 속에서 엿볼 수 있는 선조들의 삶과 그것
대화나 논쟁이 올바른 소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갖춰야 할 조건들이 있다. 상대가 주장하는 바를 명확히 이해하고 그것을 다시 나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려는 노력이다. 상대의 주장을 명확히 알지 못하면 불필요한 논쟁으로 번질 수 있고 이를 자신의 관점에서 재해석해 내지 못하면 중심을 잃고 넘어지기 쉽다. 따라서 상대의 주장을 이해하고 자신의 관점으로 재해석해 내는 노력이 성숙됐을 때 대화든 토론이든 진정한 의미의 소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동아시아, 특히 중국에서 중국 자생의 사상인 유교와 외래종교 불교의 충돌은 필연적이었다. 현세지향적인
한국의 선승이자 세계적인 고승이었던 숭산행원 스님은 ‘~뿐’ 법문으로 유명했다. 깨달음의 경지란 어떤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밥을 먹을 땐 밥을 먹을 뿐, 똥을 눌 땐 똥을 눌 뿐, 말을 할 때는 말을 할 뿐이라는 것이다. 숭산 스님의 ‘~뿐’ 법문은 한곳에 오롯이 집중하는 마음챙김(알아차림)수행과 비슷하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것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원숭이와 팬더의 일상을 통해 아이들에게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마음챙김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마음챙김은 집중력과 기억력
발심은 인생의 터닝포인트다. 더는 업장에 이끌려 살지 않겠다는 처절한 다짐이며 서원의 삶을 살겠다는 거룩한 맹세다. 그래서 발심이 없으면 깨달음이 없고 성불의 길로 들어설 수도 없다. ‘초발심이 곧 깨달음’이라는 말도 발심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발심과 관련된 글들은 많지만 그 중 백미로 꼽히는 것이 바로 원효 스님의 ‘발심수행장’이다.‘발심수행장’은 한국불교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스님이자 해동보살로 추앙받는 원효 스님의 300여권 저술 가운데 가장 길이가 짧은 글이다. 하지만 간결한 문장 속에 불교 수행의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