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그 사람을 알려면 ‘출신’을 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들으면 대개는 ‘무슨 말이야?’라고 반응을 하지만, 실제 그 사람의 출생에 대해서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사람의 출신이란, 그 사람의 배경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누구인지, 부와 권력은 얼마나 갖고 있는지, 인맥은 어떠한지 등. 이는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고대인들은 대부분 신분사회 속에서 살았다. 그만큼 신분질서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고, 어떤 신분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사회적 역할과 인간들
부처님은 신도 아니고 신과 연결된 구세주나 예언자도 아니다. 부처님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노력과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이룬 성인이다. 부처님이 한 인간의 범주에 속하는 분임에도 부처님을 따르는 제자들은 부처님을 세상 최고의 존재로 추앙한다. 인류사에 수많은 성인과 현인들이 출현했다고 하지만 부처님처럼 그 위대성이 부각된 예는 없을 것이다.이는 부처님이 지닌 호칭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여래(如來)·응공(應供)‧정변지(正遍知)‧명행족(明行足)‧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조어장부(調御丈夫)‧천인사(天人師)‧불세존(佛世尊
우리는 궁극의 진리를 언어나 논리로는 깨달을 수 없다는 선문(禪門)의 주장에 익숙하다. 진리와 깨달음이 문자로는 불가능하다는 불립문자(不立文字)의 통찰에 나도 동의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불립문자가 논리에 어긋나는 견해도 진리가 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모든 진리가 논리로 이해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논리에 어긋나는 주장은 결코 진리가 될 수 없다. 다시 말해, 논리는 진리의 충분조건은 못되지만 진리를 구성하는 필요조건이다.나는 사고(思考)를 배제하며 수행자의 체험만을 요구하는 선문 일부의 주장에 철학적 문제가
지구가 아프다. 병들어 앓고 있다! 이 말은 자연 보호에 앞장선 분들이 하는 말이다. 지구촌의 오염을 걱정 하는 말이기도 하다 지구의 오염은 육지만 아니라 바다도 오염이 되고 있다. 육지에서 오염된 물이 흘러서 바다로 모인다. 육지의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어가서 바다가 오염되고 있다. 비닐이 그 주범이다.바다에 빠뜨린 것이 바다를 더럽힌다. 인간이 두 번이나 치른 세계대전에서 엄청난 무기와 폭탄으로 바다를 오염시켰다. 전쟁이 끝나고, 가라앉은 무기와 배를 모두 건져 올린 것이 아니다. 오염의 바다! 이것을 어떻게 깨끗한 바다로 되돌
전라남도 순천시 별량면 대룡리 282번지에 위치한 동화사의 불교문화재들이 몇 년에 걸쳐 연쇄적으로 도난됐다. 1988년 3월부터 1992년 3월에 이르기까지 응진당의 금강역사상 2구를 비롯하여 ‘석가후불도’와 부도 2기가 도난된 것이다. 그중 부도 1기는 회수되었고 불화와 금강역사상은 2020년 7월경에 되찾아왔다. 33년간 은닉돼 온 것이 문화재청과 조계종, 경찰의 긴밀한 공조수사를 통해 서울의 한 개인 사립박물관장 수장고에서 발견된 것이다.순천 동화사는 1047년 고려 문종 때 대각국사 의천이 창건한 사찰로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
威光遍照十方中 月印千江一體同위광변조시방중 월인천강일체동四智圓明諸聖士 賁臨法會利群生사지원명제성사 분림법회이군생위엄의 빛이 시방 가운데를 두루 비추니/ 달이 일천 강에 비추어도 모두가 하나이다./ 사지에 완전하게 밝으신 모든 성현이/ 분연히 법회에 임하여 군생을 이롭게 하시네.이 게송은 주로 불보살 등을 찬탄하는 ‘가영(歌詠)’으로 널리 쓰였던 게송이지만 지금은 사찰의 주련으로 더 많이 볼 수 있다. 불교의식에서 가영이라고 하는 것은 불보살의 공과 덕을 노래로 읊조려서 찬탄하는 것이며 ‘가송(歌頌)’이라고도 한다. 불교의 의식을 수록한
입추와 말복이 지나 더위가 한풀 꺾인 듯합니다. 계절은 어김없이 바뀌는데 코로나19는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조금만 참으면 마스크 벗고 살수 있겠다’ 싶었는데, 연일 더 많은 코로나 환자가 나오고 있어 걱정입니다. 오랜 시간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방역 수칙을 지키는 것에 지쳐가는 것도 사실입니다.어제는 직원들이 일찍 퇴근하는 ‘스윗데이’였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가장 야근을 많이 하던 총무회계팀이 요즘은 가장 일찍 퇴근하는 팀이 되었습니다. 2층 통합사무실의 직원들에게도 “일찍 가라”고 재촉을 해 놓고 저도 오랜만에
불교승단은 보름마다 실시하는 포살(布薩, uposatha)과 함께 자자(自恣, pavaraṇa)라는 훌륭한 제도를 갖고 있다. 자자는 3개월 안거(安居, vassa)의 마지막 날, 전체 대중이 한 자리에 모여 법랍이 가장 높은 장로부터 지난 3개월 동안 자신의 허물을 보았거나 들었거나 의심스러운 바가 있으면 지적해 달라고 요청한다. 만일 지적을 받으면 잘못을 참회하거나 해명해야 한다. 이러한 갈마를 통해 자체적으로 승단을 정화하고 승단의 화합을 유지할 수 있었다.그러면 ‘자자건도(自恣犍度)’는 어떻게 제정되었는가? 붓다께서 사위성의
조선 왕조 제4대 임금 세종은 한국 역사에서 ‘가장 훌륭한 임금’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한글 창제를 비롯하여 그가 주도해서 시행한 주요 정책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나는 고결하지도 나랏일을 잘하지도 못하오. 하늘의 뜻에 어긋난 점이 분명 있을 것이오. 그러니 내 결점을 열심히 찾아내서 나로 하여금 그 꾸짖음에 답하게 하시오”라며 신하들에게 자신의 허물과 잘못된 정책을 비판해 달라는 기록(‘세종실록’ 7년[1425] 12월8일)은 ‘세종이 왜 훌륭한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그러나 즉위
며칠 전, 무심히 스친 뉴스는 아나운서의 차분한 목소리와는 달리 인류에게 주는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였다.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머지않아 잠기게 된 부산과 같은 해양도시들을 대비하여 새로운 수상도시가 계획된다는 내용이었다. 돌아보면 지구 온난화는 세대가 여러 번 바뀌기 전부터 예측된 지구적 문제였다. 필자의 어린시절 온난화를 촉발하는 오존층 파괴 원인이 된다며 에어컨의 냉매가 되는 프레온가스나 헤어스프레이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보면 오히려 지구파괴를 막기에 희망적인 시절이었던 것 같다. 어디서부터 잘
하늘에 열돔이 쳐진 듯 날은 덥고 코로나19는 방역 4단계에도 꺾이지 않고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창밖에서 매미도 대단한 여름이라고 목청을 높이는 오후 국립중앙박물관 나들이를 나섰다. 박물관에서는 방역의 일환으로 관람객 제한 사전 예약제를 시행하고 있어 미리 예약을 해두었지만, 무더위 속에 나서기가 망설여지기도 했다.회기역에서 이촌역 방향 경의·중앙선 전철을 기다리는데 젊은 여자 한 명이 나에게 동묘앞역을 가려면 무엇을 타야 하는지 물어 건너편 승차장에서 인천과 수원행 1호선을 타라고 알려주었다. 그녀는 어눌한 내 말에 믿음이
1979년 10월26일 밤, 청와대 인근 궁정동의 중앙정보부(‘중정’으로 약칭) 안가에서 중정 부장 김재규가 쏜 총에 맞아 대통령 박정희와 경호실장 등이 목숨을 잃었다. 박정희 개인으로서는 1961년 5월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18년 동안 누려온 권력과 목숨을 한꺼번에 잃은 것이었지만, 국민들 중에는 “이제 유신독재 체제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며 안도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1979년 12월 이른바 ‘12‧12 사태’, 1980년 5월 계엄확대조치와 광주민주화운동, 이어지는 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