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위키리크스의 비밀문서 공개로 전세계가 난리다. 남들이 관심을 가져줄 비밀조차 별로 갖지 못한 나로선, ‘비밀’을 알게 되는 재미에, 권세 있는 분들이 난리 법석을 떠는 것을 보는 재미까지 느긋하게 웃으며 구경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이번에 드러난 사실을 보고선 재미가 있다기보다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던 것이 있었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나 외교부장관, 통일부 장관 등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 관리자들이 북한이 2015년을 넘기지 못하고 붕괴할 것이라고 보아, 대북협력정책에 별다른 의욕을 보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대통령 또한 ‘붕괴할테니’라며 대북강경론으로 일관할 생각을 했다는 대목이 그것이다. 이런 태도 덕에 남북관계가 전쟁에 준하는 상황으로까지 밀려갔지만, 모든 걸 걸고 전쟁을 벌
조기 잡던 풍요로운 섬이 비극의 현장으로 바뀌었다. 30년 동안 방치되다시피, 한 번도 손질 안 한 습기 찬 방공호에서, 연평도 사람들은 밤새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저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저들의 살 길과 안전을 하루라도 빨리 마련해 주지 않으면 안 되겠다. 그렇게 또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이 일 하나 수습하자면 여러 가지가 뒤로 묻히겠다 싶다. 아무래도 가장 먼저 떠오르기로는 4대강 사업이다. 일의 전말과 반대하는 이들의 논리를 나는 자세히 모른다. 다만 한 가지, 이렇듯 큰 공사가 너무나 잽싸게 전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점 하나에 불안하기만 하다. 이런 불안은 누구든 느끼는 바이고, 나 같은 장삼이사(張三李四)에게는 그저 정부가 이만한 불안이라도 없애달라는 소박한 바람뿐이다. 중국 신화를 읽다
사상 최대의 복지예산. 이명박 정부가 국회에 2011년 예산안을 제출하며 언죽번죽 공언한 ‘자부’다. 대통령부터 장차관들이 말끝마다 ‘친서민정부’와 ‘공정사회’를 강조하고 있기에 내년 복지예산을 사상 최대로 늘렸다고 ‘오해’하기 딱 십상이다. 여기서 정치라면 눈살을 찌푸릴 사람을 위해 미리 밝혀두고 싶다. 지금 특정 정당에 대한 호오를 이야기하자는 게 아니다. 팔정도의 정어, 곧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제안을 하고 싶을 뿐이다. 그 거짓말이 정부 차원에서 자행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의 복지예산이란 주장이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절대 액수에서 늘어난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따진다면 2011년 예산 자체가 사상 최대 규모다. 해마다 예산이 늘어나는 게 자연스럽지 않은가
몇 명의 젊은이들이 심야에 강남 봉은사 법당에 난입하여 기독교식 예배를 보면서 사찰이 파괴되고 하나님의 성전이 세워지기를 기도했다고 한다. 사찰의 곳곳을 다니며 이 땅이 하나님의 땅이 될 것이라 다짐을 했다는 것이다. 한 젊은 개신교도는 “하나님이 만드신 이 좋은 땅에 우상숭배의 절이 있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기가 막혀 입을 다물 수 없을 지경이다. 너무 화가 나서 가슴이 떨리고 그들의 어리석음에 가슴이 저려온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단 말인가, 어떻게 상황이 이 지경까지 되었단 말인가? 개신교도들이 부처님의 상을 우상, 사탄이라고 하는 일은 대부분 기독교 행사나 예배시간에 있었던 사실이다. 그러나 봉은사 ‘땅 밟기’는 비방, 왜곡에만 그치지 않고 직접 사찰까지 들어와 행동으로
나에게도 낡은 자동차가 하나 있다. 작년에 일본에 가면서 남에게 주었는데, 돌아올 때 다시 돌려받았다. 일 년 만에 돌아와 자동차에 처음 키를 넣고 시동을 걸었을 때, 갑자기 “위잉~”하는 소리가 울리며 한참을 엔진이 공회전을 했다. ‘윽, 왜 이러지? 이거 고장난 거 아냐’ 생각했다. 그러나 곧 잠잠해지고 회전수도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그때는 그러곤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갔는데, 며칠 뒤에 불현 듯 그 이유를 깨달았다. 과거에 말을 타던 시절이라면, 일년을 떠나있던 주인이 돌아와 안장에 올라탈 때, 말이 반갑다며 ‘히히힝’ 울었을 것이란 생각이 난 것이다. 그래, 오랜만에 돌아온 주인이 반가워 이 자동차 또한 그렇게 울었던 게 아닐까? 나는 원래 깨어있을 땐 항상 음악을 틀어놓고 듣는데, 자동차에서도
야구는 규칙 지키는 습관을 들이는데 좋고, 축구는 창의력을 키우는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럴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구를 룰의 게임이라 부른다. 복잡다단한 규칙을 몸에 익히고, 그에 따라 경기를 반복하다보면, 어지간히 사람 사는 세상도 규칙에 따라 움직이며, 그에 잘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만하다. 반면 축구는 공이 굴러가는 경로가 정해진 바 없다. 흔히 ‘축구공은 둥글다’고 말한다. 웬만큼 예상하기 힘든 경기를 앞두고 해설자들이 잘 쓰는 말이다. 아니, 어느 한 팀 사실상 우세가 결판 난 경기를 앞두고, 일말의 이변을 기대하며 쓰기도 한다. 천변만화(千變萬化)의 그라운드, 거기에서 뛰다보면, 누구든 가지 않은 길을 찾아내는 창의력이 저절로 생기겠다. 그래서 아동기에는 야구를 즐겨
국정감사 계절이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이 지닌 문제점이 곰비임비 불거지고 있다. 그런데 이른바 ‘주류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비리’가 있다. ‘한국경제교육협회’에 대한 특혜 지원이 그것이다. 야당이 제기한 ‘특혜’는 하나둘이 아니다. 먼저 자본금이 한 푼도 없고 실적도 없는 협회를 기획재정부가 비영리법인으로 승인했다는 의혹이 있다. 게다가 협회는 중앙부처 1급 공무원을 당연직 이사로 선임하고 있다. 문제는 폭발적으로 치솟은 협회 예산이다. 2009년 10억 원에 지나지 않았지만 올해 80억 원이고, 내년에는 100억 원으로 늘었다. 지난 2년 동안 협회에 지원한 국고 91억 원을 야당은 전형적인 예산낭비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단순한 낭비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말이 좋아 ‘국고’이지 국민의
우리는 매일 삶을 살아간다. 지금보다 더 나은 행복을 얻기 위한 희망을 간직한 채 순간순간 판단하고 선택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우리네 중생들의 삶이다. 중생들이라면 오매불망 단 한순간도 마음속에서 놓아본 적이 없는 ‘지금보다 더 나은 행복’이라는 화두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그것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왔는데 왜 아직도 놓지 못하는가? 원인은 무명(無明), 즉 어리석기 때문이다. 지혜가 없어서다. 지금 우리가 선택해서 가고 있는 방법으로는 영원히 보다 나은 행복이라는 굴레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여기는 욕망과 집착을 버리고 자비를 실천하고 공성을 깨우쳐야 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 행복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지금 현재요, 행복을 느끼는 것도
11월 G20이 서울에서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체류기간을 넘긴 이주노동자나 아랍계 외국인 등을 ‘소탕’하듯이 추적하고 체포하여 추방하며 난리를 치더니, 아예 특정 지역에서 모든 시위 등을 금지하고 진압을 위해 군대를 동원할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했다고 한다. 다연발 최루탄에 더해, 고막이 터질 정도의 소음을 쏘아대는 ‘소음대포’를 사용하겠다고 ‘공시’했다고 한다. 이 난리를 보면서 면역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면역이란 흔히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을 내부의 면역세포들이 공격하여 퇴치하는 군사적 행동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군사주의적’ 모델로는 이식된 기관에 대해 발생하는 면역반응을 설명하지 못한다. 이식된 신장, 그것은 세균도 아니고 적도 아닌데, 오히려 생존에 필수적인 기관인데 왜 공격하는
독립운동가 신규식(申奎植,1879~1922) 선생의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可惜風飛星散日 바람 불어 별이 흩어지는 날 / 惟公不飛故遲遲 그대는 차마 날지 못하고 더디기만 하네.”대한제국기에 충북 문의에서 시골선비의 아들로 태어난 그의 호는 예관(?觀), ‘흘겨보다’라는 뜻이다. 어쩌다 이런 호를 짓게 되었을까. 을사보호조약(1905)이 체결되던 해, 신규식은 고향에서 지방진위대의 동지들을 규합, 왜적과 싸우려 했다. 그러나 중과부적, 통분을 삭이지 못한 그는 음독자살을 기도하였다. 요행히 집안사람들에게 발견돼 생명만은 건졌으나, 끝내 오른쪽 눈의 신경을 다치고 말았다. 흘기는 눈이 된 것은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흘겨보는 것이 꼭 눈 때문만은 아니었다. 설령 정상적인 눈을 가지고 있었더라도, 야수 같은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은 물론 장차관들과 함께 연 워크숍에서 “각계각층 공직자부터 정치, 사회, 경제, 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공정사회 기준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옳은 말이다. 더구나 대통령은 그 말에 이어 공정사회 기준은 “아마도 기득권자에게 매우 불편스럽고 고통스러운 일인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집권한 뒤 지금까지 줄곧 기득권자들을 대변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온 대통령이 뜬금없이 ‘공정한 사회’를 들고 나선 까닭을 모르지는 않는다. 신자유주의가 불러온 부익부빈익빈으로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더는 외면할 수 없을 만큼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2년 반 뒤 한나라당이 정권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지자체 선거는 집권세
우리는 불신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얼마 전 MBC PD수첩에서 방영된 ‘4대강 개발, 수심 6m의 비밀’ 편은 온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불신의 고통을 안겨주었다. 방송을 보니 속 내용은 그대로 두고 겉 포장지만 바뀐 듯 했다. 그야말로 헌양매구(軒羊賣狗, 양고기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속여 팔다)이다. 국토부의 관계당국에서는 한반도 대운하가 4대강 개발과는 다르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정부를 한 번 믿어보란다. 국민들이 정부를 믿지 못하면 누구를 믿느냐며 믿어보란다. 그런 정부가 솔직히 믿덥지가 않다. 지난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사건을 두고도 아직 진실공방이 끝나지 않고 있다. 정부당국과 천안함 사고 합동조사단의 발표만을 액면그대로 믿기에는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기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