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의 선서(禪書)로 꼽히는 ‘선문염송(집)’은 고려 중기 고승인 진각국사 혜심 스님이 편찬한 옛 선사들의 문답 모음집이다. 한국인 선사에 의해 편찬된 한국산 공안집인 ‘선문염송’은 지난 수백 년간 한국 간화선 수행의 기본 텍스트였으며, 수많은 납자들의 바랑 한쪽을 차지하던 필수품이었다.여러 선사들의 어록과 전법(傳法)을 연대에 따라 체계적으로 분류한 ‘선문염송’은 2005년 동국역경원장을 지낸 봉선사 조실 월운 스님에 의해 한글로 완역됐다. 그러나 분량이 10권이나 되고 내용도 수백 년 전 얘기다보니 일반인이 선뜻 접근하기가
영문판 ‘YEON DEUNG HOE’는 1300년 면면히 전승돼 온 연등회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연등회보전위원회에서 펴낸 본격적인 외국인 대상 가이드북이다.통계에 따르면 매년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해 열리는 연등회에 내국인 30만 명, 외국인 2만 명이 참석한다.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주변 불교국가는 물론 영국, 독일, 미국 등 서구에서도 오직 연등회 관람만을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관람객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연등회가 국가와 종교, 인종을 넘어 세계 공동체 문화축제로 발돋움하고 있다.이 책은 한국불교의 오랜 전통과 연등회에
바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세상은 무한경쟁 시대다. 뒤처지지 않으려면 속도를 내야한다. 회사도 진득하게 기다려주지 않는다. 당장 성과를 내지 않으면 가차 없이 폐기처분된다. 남보다 앞서가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그런데 무언가 잃어버린 느낌이다. 발효음식의 깊은 맛 대신 간편하고 자극적인 즉석음식이 빠르게 우리 입맛을 점령하듯 깊은 숙성의 시간을 가지지 못한 우리의 삶 또한 급하고 자극적이긴 마찬가지다.숙성은 기다림이다. 우리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 어쩔 수 없는 것,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는 것, 이런 기다림
1923년 8월 함흥 지역 큰무당 김쌍돌씨에게서 채록한 ‘창세가’의 내용은 대단히 흥미롭다. 우주의 탄생과 인간 세상에 불화가 시작된 과정을 석가와 미륵의 대결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창세가’에 따르면 애초 미륵님이 계시던 세월은 태평성세였다. 그런데 돌연 석가님이 내려와 이 세월을 빼앗으려 했다. 미륵님이 아직은 내 세월이라고 하자 석가님은 미륵님의 세월은 다 갔고 이제는 자신의 세월이라고 우겼다. 결국 미륵님의 제안으로 내기가 이뤄졌고 지는 쪽이 떠나기로 했다.내기는 세 번에 걸쳐 이뤄졌다. 첫 번째는 줄에 매달려 있기, 두
어떤 사건이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가 돼 두고두고 그를 괴롭힌다. 반면 똑같은 사건이 어떤 이에게는 삶을 성숙시키는 지혜가 된다. 동일한 사건이 누군가에게 좋은 경험이 되고 누군가에는 사고가 되는 것은 왜 일까? 그 답은 세상을 향한 시선이 긍정이냐 부정이냐에 달려있지 않을까. 긍정은 막연히 좋을 것이라는 낙관과는 다르다. 사건의 한 측면에만 매달려 ‘괴롭다’ ‘나쁘다’ ‘싫다’ ‘화난다’ 등 감정에 휩싸이지만 긍정적인 시선은 사건의 새로운 이면들을 보도록 하기 때문이다.승한 스님이 불교방송 문자서비스를 통해 매일 아침 독자들에게 보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1월15일 별세했다. 시대 아픔을 온몸으로 관통하면서 인간과 생명의 의미를 전달해 온 참 스승의 마지막을 많은 이들이 애도했다.1968년 신 교수는 이념과 냉전의 독주에 저항했다. 정권은 그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해 세상과 격리시켰다. 하지만 마음까지 가둘 수는 없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자와할랄 네루, 안토니오 그람시, 만해 한용운 등 실천적 지식인들이 그랬듯 신 교수에게도 감옥은 사색의 공간이었다. 동양의 고전에 침잠하면서 그는 노자, 공자, 장자, 묵자, 순자, 맹자 등 숱한 성현들과 마주했다. 감
발길이 닿는 곳마다 2500년의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절이 있다. 절에는 전각마다 수많은 불화들이 존재한다. 화려함과 미적인 아름다움으로 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성보다. 불화가 신앙의 대상이라는 점 때문인지 예배만 할 뿐 그 속에 담긴 가르침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불화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오롯하게 녹아있다. 불화는 경전의 내용을 그림으로 그려낸 일종의 장엄물이다. 팔만사천의 방대한 불법의 바다를 그림으로 응축한 것이 불화라고 본다면 불화의 내용을 이해함으로써 불법의 핵심을 관통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듯
원효 스님의 화쟁이론이 학자나 불교인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오히려 끊임없이 갈등과 반목을 빚는 현대사회에 화쟁은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이 책은 원효의 화쟁사상을 재해석해 한국의 꽉 막힌 사회현실을 풀어내려는 흥미로운 시도다. 국가의 재도약을 위해 화쟁적 협업을 활성화할 것을 제안한 점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한 정대 스님의 유발상좌로 조계종 교육원이 주관하는 2년제 서울불교전문강당을 졸업한 신심 깊은 불자다. 그의 불교적인 사유와 해결방식은 그동안의 사회활동에서도 잘 드러난다.저자는 한국자산관리공사 제7~8대
한국 사람들은 아이부터 어른, 노인까지 평생 학습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학교공부는 물론이고 직무교육, 평생학습이라는 이름 속에 모두 끊임없이 ‘시험대비용 학술’ ‘효율적인 학습’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강요받는다. 그러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학습’에 관한 몇 가지 뿌리 깊은 통념들이 신화처럼 자리 잡았다. ‘무엇을 배우든, 기본기란 일단 몸에 붙을 때까지 무조건 익혀놓고 보는 것이다’ ‘당장의 만족은 미뤄두고 공부나 일을 하면 더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식의 통념들이 그것이다. 학교에서 수업을 받든, 취업을 위해 시험공부를 하든
“중생이 아프니 보살이 아프다.” 유마의 이 말은 개인의 성불에만 집착하던 수행자들에게 벼락같은 죽비였다. 모든 중생이 깨달음을 얻기 전에 결코 홀로 깨달아 상락아정(常樂我淨)에 들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또한 중생을 향한 가없는 자비와 연민이 최고의 수행이라는 큰 불교의 서막이었다.경전 속 유마는 특이한 인물이다. 출가 사문도 아니고 브라만이나 귀족 출신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저 저잣거리의 장사꾼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는 불교의 흐름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사문들이 수행을 위해 조용한 숲으로 들 때, 그는 시끄러운 시장바닥을 수
조선시대 선사이면서 염불수행에도 지극했던 침굉 스님은 숙종 10년(1684) 4월12일 순천 징광사에서 입적했다. 세수로 69살이었던 스님은 서쪽을 향해 단정히 앉아 세연을 마쳤다. 생전에 누구를 만나든 염불을 권했던 스님은 소나 돼지의 귀에 대고 염불하는 등 생명에 차별을 두지 않았다. 사대부들의 흠모를 받을 정도로 시(詩)와 문(文)에도 뛰어났던 스님은 입적을 앞두고 그동안 썼던 글들을 모두 불살라버렸다. 뒷사람들이 자신의 글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의 공부를 해나가기를 바라서였다.정작 곤혹스러운 것은 제자들이었다. 비록 글을 태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인 저자는 억압과 권위에 온몸으로 맞서는 저항가다. 4대강사업 반대운동, 희망버스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복직운동, 세월호 참사 등 눈물과 설움의 현장에는 늘 그가 있었다. 동시에 그는 소쉬르에서 바르트, 원효에서 데리다, 플레하노프에서 바흐찐을 넘나들며 고금과 동서를 ‘화쟁’시키는 사상가이기도 하다.“머리나 가슴이 아니라 아픈 곳이 몸의 중심이다”이라고 말하는 저자. 이 책은 그가 자본주의에 물든 ‘지금, 여기’에 대한 통렬한 시대진단이자 인간다운 삶, 진정한 공동체적 사회를 모색하려는 치열한 사유의 결정체다.
요 며칠 추위가 매섭다. 이런 날에 나들이는 어렵지만 인도로 성지 순례를 떠나기에는 적격이다.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7~8월의 혹독한 무더위와 우기로 인한 눅눅함을 빗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인도를 다니다보면 생소한 상황과 자주 마주한다. 우주선을 쏘아올릴 정도로 첨단과학이 발달했으면서도 수천 년 전의 옛 문화가 그대로 재현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적지에서 만나는 인도의 시간관도 이방인을 곤혹스럽게 하는 것 중 하나다.문명이 발달한 국가 중에서 인도만큼 시간이나 역사 관념이 희박한 나라도 드물다. 가까운 중국만 해도
동서를 막론하고 역사는 늘 남성 중심[his story]으로 서술됐다. ‘이 법은 평등하여 위아래가 없다(是法平等 無有高下)’고 선언했던 불교에서조차 여성은 역사의 조연이자 이면이었다. 여성도 최고의 경지인 아라한에 이를 수 있다는 부처님 말씀이 무색할 정도로 남성 중심 세계관은 불교의 평등정신까지 훼손시켰다. 여성이 남성의 수행을 방해하는 마구니로 취급되는가 하면 여성은 남성으로 몸을 바꾼 뒤에나 성불할 수 있다는 기이한 논리들도 나타났다. 각종 고승전에서 여성은 가뭄에 콩 나듯 찾기 힘들고 그나마 왜곡된 형태들도 적지 않았다.‘
수학은 학자들에 의해 발전됐지만 그 활용영역은 무한하다. 수행법도 비슷하다. 번뇌를 없애고 완전한 행복에 이르기 위한 수행법은 특정 수행자들의 영역에 한정되지는 않는다.‘생각의 판을 뒤집어라’는 수행이 경영이나 자기 계발에도 놀라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의 저자 제니스 마투라노는 초기불교의 핵심적인 수행법인 마음챙김 명상이 삶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도 특효가 있음을 역설한다. 대기업 부사장직을 그만두고 마음챙김 리더쉽 교육사업으로 인생 제2막을 연 그는 탁월한 능력의 4가지 요소로 집중력, 명료성, 창의성, 연민을
2008년 신행일기 형식의 첫 책 ‘행복한 고행’을 시작으로 매년 신행시집을 펴내고 있는 일진행 보살의 일곱 번째 시집이다. 이제 일상이 되어버린 부처님 가르침과 신행생활, 이생에서의 삶을 마무리하는 마음 등이 투명하게 드러난다.올해 팔순을 맞은 그는 결혼 후 시조모와 시어머니에 이끌려 절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시 대다수가 그랬듯 기복의 마음으로 부처님을 찾았다. 그러다가 40대 초반 집안에 불어 닥친 시련은 일진행 보살이 정법에 눈을 뜨도록 만들었다. 이후 그는 대승보살이라는 호칭에 걸맞게 발원하고 행하는 삶을 살아오고 있
한국정부와 일본정부가 체결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협상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번 협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질곡의 과거를 딛고 미래로 나아갈 새 동력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일협상 과정에서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 회복과 상처 치유의 원칙을 지켜왔으니 이번 결과를 ‘대승적’ 견지에서 이해해달라고 호소했다.한일 위안부 협상 큰 논란박 대통령, 피해 할머니에“대승적 견지서 이해” 호소‘대승’ 이해부터 새로 해야그러나 박 대통령의 바람과는 달리 한일협상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위안부 문제의 핵심인
2016년 병신년(丙申年) 새해 ‘도서출판 모과나무’는 매월 1권 이상의 불서 발간을 목표로 한다. 새해 출판에 관한 기획방향은 △기도와 출가, 신행 등 불교문화를 주제로 한 수행서 △불교콘텐츠를 전문화할 수 있는 학술서 △육아와 힐링을 주제로 한 실용서 등으로 정했다. 모과나무가 새해 출판하는 불서의 편집과 내용의 기술, 표지 디자인, 기획에 관한 일체 마케팅은 2014·2015년 발간한 7권의 불서와 그 맥을 함께 한다. 모과나무가 2014년 발간한 불서는 △‘임제록’(종광 스님) △‘나는 그곳에서 부처님을 보았네’(제1회 조계
불보살의 자비가 중생제도라는 명확한 목표에서 비롯되듯 재가불자들도 구체적인 목표 없이는 ‘껍데기 불자’의 틀을 깨기란 쉽지 않다. 법보신문이 불교학자와 현장 포교사 등의 도움을 얻어 설정한 재가불자의 실천 항목들은 향후 불자들의 지침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불자들의 실천항목’은 1차적으로 30개를 선정했으며, 이를 다시 지계, 정진, 일상, 포교, 사찰생활 등 5가지로 분류했다. 먼저 ‘지계’ 분야와 관련해서는 오계가 중심이 됐다. 불법승 삼보에 귀의한 뒤 오계를 꾸준히 지키려 노력하고 이를 어겼을 때 참회하는 것이
과천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조용희(57, 청정행)씨는 직업상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이 중에는 불자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스스로 불자라고 말하지만 정말 불자가 맞나 싶을 때가 많다. 십수년 간 절에 다녔다지만 기복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유명하다는 ‘점집 순례’도 예사이기 때문이다. 불교에 대한 이해가 떨어질 뿐더러 부처님에 대한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입만 떼면 성경 구절과 하나님 운운하는 대다수 기독교인들과 크게 다르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불자 바뀔 때 불교도 변화삼귀의·오계 수지해야 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