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generative) 인공지능인 챗 GPT의 충격이 자못 큰 것 같다. 섣부른 기대도 지나친 우려도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른바 AI 윤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런 분위기는 불교학계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피터 D. 허쇽(Peter D. Hershock)은 최근 불교사상과 AI 윤리를 다룬 역저 ‘불교와 지적 기술: 더 인간적인 미래를 위하여(Buddhism and Intelligent Technology: Toward a More Humane Future, 2021)’를 출간한 바
기하학은 추상화를 요체로 한다. 추상화에 의해 구성되며, 추상화를 가동시킨다. 추상은 두 가지 다른 방향을 향해 있다. 하나는 하나의 곡선이나 도형을 다른 형태로 변형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여러 형상들에 공통된 형식을 추출하는 것이다. 우리가 익숙한 기하학은 공통형식을 추상하여 원, 삼각형, 사각형, 혹은 구, 원기둥, 삼각뿔 같은 ‘보편형식’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통상 기하학적 형식이란 모든 형상들에 공통된 형식이라고 여겨지며, 기하학은 지역이나 조건과 무관한 초월적 형식으로 간주된다.그러나 공통 형식을 추상하는 경우에도
차세대 아이돌 스타로 주목받고 있는 그룹 루네이트(LUN8)가 불교계 대표 자비나눔NGO 단체인 아름다운동행(이사장 진우 스님) 홍보대사로 임명됐다.루네이트는 7월3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접견실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예방하고 아름다운동행 홍보대사 임명식을 가졌다. 임명식은 총무부장 호산, 문화부장 탄원 스님을 비롯해 판타지오 남궁견 회장, 신영진 대표이사와 루네이트 멤버 8명(진수, 카엘, 타쿠마, 준우, 도현, 이안, 지은호, 은섭)이 참석했다.지난달 15일 데뷔한 루네이트는 ‘어두운 밤을 환히 밝히는 달빛
경북대 동서사상연구소(소장 임승택)와 인도티벳고전연구회(회장 함형석)가 7월5~6일 온라인Zoom에서 하계 공동 워크숍 ‘원전어로 읽는 요가와 명상’을 진행한다.한국연구재단이 후원하는 이번 워크숍은 이틀간 ‘빨리어’ ‘간다리어’ ‘산스크리트어’ 등 세 언어에 기반한 4가지 텍스트를 강독한다.7월5일 첫날 오후1~3시 임승택 경북대 교수의 빨리어 텍스트 ‘Paṭisambhidāmagga (Khuddakanikāya) 대품 제3장 Ānāpānakathā’ 기조 강독을 시작으로 △오후3~6시 간다리어 ‘법구경 브라만(Dharmapada
나는 대승(大乘)으로 분류되는 유식 문헌을 연구해온 사람이지만 최근에 이르러 명료하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저 대승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 대적자들로부터 예상을 뛰어넘는 심한 모욕과 공격을 받았다는 것이다.내가 알게 된 바로는, 대승을 좋아하게 된 사람들은 상당히 오랫동안 이런 환청에 시달렸다. ‘대승의 법은 부처님 설이 아니라 마구니 설이다. 그것을 좋아하는 너희는 정법을 무너뜨리는 사자충(獅子虫: 죽은 사자의 몸에서 저절로 생겨나 그 몸을 파먹는 벌레)이다.’ 마구니설, 사자충, 이런 말들은 불법이 혼탁해진다고 느낄 때마다 불
그해 추수감사절이 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 대사관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가 왔다. 문정관(Cultural attache)으로부터 온 것인데, 미 국무성 교환교육계획에 의하여 한국 법조인과 법학교수 중 미 국비유학생 선발시험을 실시한다는 공고문으로, 법조자격이 있거나 대학의 조교수 이상 교수로 재직 중인 자 중 지원자에 대한 선발시험을 거쳐 2인을 선발하니 뜻이 있는 자는 소정서류를 갖추어 미국 대사관 문정과에 제출하라는 내용이었다. 유학 갈 대학은 미국 댈러스에 있는 Southern Methodist University Schoo
오온(五蘊 pancakkhandha)은 다섯 가지 무더기, 즉 색온(色蘊, 물질의 무더기)·수온(受蘊, 느낌의 무더기)·상온(想蘊, 인식의 무더기)·행온(行蘊, 의도의 무더기)·식온(識蘊, 분별심의 무더기)을 지칭한다. 붓다가 나를 해체해서 보니 이 다섯 가지 무더기(蘊, khandha 쌓임)들이 합해진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오온을 설하는 목적은 나(我)는 이러한 5가지 무더기들의 모임일 뿐 거기에 별도의 ‘나’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또한, 이 다섯 가지 무더기들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불변하는
통상 수코타이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태국 사원의 초기 불탑양식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종형 탑신에 뾰족한 상륜을 올린 ‘스리랑카 양식’, 테라스를 이루는 3~4층의 기단 위에 다시 2층 정도의 단과 원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연꽃봉오리 모양의 ‘사리탑’(‘싸툽’)을 더한 탑신을 세운 뒤, 거기에 뾰족한 상륜을 올린 ‘수코타이 양식’, 그리고 힌두 신전의 시카라를 원형으로 하는, 옥수수 모양의 탑신을 기단 위에 세운 ‘크메르 양식’이 그것이다.스리랑카 양식의 불탑(‘쩨디’)은 수코타이의 왓사씨 사원부터 아유타야의 왓프라싸싼펫 사
“10, 9, 8, 7, 6, 5, 4, 3, 2, 1.”우렁찬 카운트 다운이 끝나자 여래종 총무원장 명안 스님이 천 끝에 매달린 긴 줄을 잡아 당겼다. 동상을 감싸고 있던 붉은 천이 벗겨지자 창종주 인왕 스님의 모습이 뜨거운 태양에 금빛으로 반짝였다.6월10일 오후 3시30분(현지시각) 스리랑카 파나두라 도심 한복판, 콜롬보-갈레 메인로드에서 열린 제막식 현장이다. 이날 공개된 동상은 인왕 스님의 평소 모습처럼 꼿꼿하고 정갈했다. 그런 스님의 시선 끝엔 이날 행사를 위해 5685㎞의 거리를 건너온 사부대중 20명이 여법하게 서 있
저 천상의 책(‘유가사지론’)의 표현을 빌리자면, 끊임없이 굴러가는 윤회의 수레바퀴 안에서 죽음과 태어남은 마치 저울의 양쪽 추와 같다. 죽음의 추가 내려가면 동시에 태어남의 추는 올라간다. 나는 이전 두 편의 글에서 죽음을 다루었는데, 한 번쯤 ‘생(生)’에 대해서도 써야 균형이 맞을 것 같다. 이런 생각으로 유식 문헌들을 뒤적이고 있을 때, 매년 이맘때 남쪽의 한 도시에서 열리는 추모 행사에 관한 뉴스가 들려왔다. 나는 불현듯 이런 환상을 떠올렸다.‘그때 그곳에서 죽은 사람들이 환생했다면, 강한 업력으로 다시 이 땅으로 왔을 것
UN(국제평화연합)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태국에서 ‘제18차 유엔 베삭데이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한국에선 조계종이 대표로 참석했다.해외특별교구 교구장 권한대행 정범 스님을 대표로 한 조계종 대표단은 6월1~2일 이틀간 태국 아유타야 마하쭐라롱콘라자비다얄라야 대학교(Mahachulalongkornrajavidyalaya University) 및 방콕 유엔컨퍼런스 센터(UNCC)에서 개최된 ‘제18차 유엔 베삭데이 기념행사’에 참가했다. 행사에는 태국 승왕(Somdet Phra Ariyavangsagatayana)을 비롯해 중국불교협
1986년 나는 달라이라마 존자의 배려로 인도 다람살라의 불교론연구소(Institute of Buddhist Dialectics in Dharamsala)에 들어갈 수 있었다. 덕분에 개인적인 학업의 목표는 진전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과정에서 인도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비구니들에게는 이러한 기회가 제공되지 않음을 깨달았다. 대대수 비구니들은 가족으로부터 별도의 지원을 받지 않았으며 비구들에게 주어지는 교단적 지원도 비구니들에게는 주어지지 않고 있었다. 부처님의 평등주의적 사회철학과는 달리 실제 내 주변 비구와 비구니들의
한국불자들의 종교를 초월한 자비온정이 문화교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튀르키예 학계에서는 조계종의 자비나눔 활동이 현지 언론을 통해 조명되며 K-POP과 드라마, 영화 등의 미디어콘텐츠로만 인식되던 ‘한국문화'가 전통에서부터 현대에 이르는 역사와 한국인들의 삶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튀르키예는 러시아 다음으로 많은 한류 동호회가 활동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드물게 100만 이상의 한류 동호인이 활동하는 친한류 국가다. 그만큼 튀르키예는 이스탄불, 앙카라, 이즈미르 등 대도시에 세종학당이 속속 생기고 있으며
사마타 명상법(samatha meditation)을 40회에 걸쳐서 연재해왔다. 이번에는 사마타 명상법을 총정리하고, 다음부터는 위빠사나 명상법을 차근 차근 다루고자 한다. 사마타 명상은 삼매명상, 선정명상이라고 할 수 있고, 집중명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사마타 명상에서 ‘사마타(samatha)’는 ‘고요, 평온, 멈춤’의 뜻이 있다. 즉 번뇌나 망상 같은 다섯 가지 거친 장애 번뇌들이 강한 집중력에 의해서 가라앉았기 때문에, 마음이 고요하고 맑고 평온하며 고도로 집중된 상태를 ‘사마타’라 한다. 이것은 삼매나 선정의 상태라고도 할
해가 뜨고 달이 지는 시간과 바람과 토양이 다른 자연환경에 의해 정주(定住)와 이동생활이 이루어지고 동(東)과 서(西)라는 서로 다른 문화 체질이 형성되었지만, 문명의 원류를 거슬러 가면 BC 4000~BC 3000년경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강 유역의 메소포타미아라는 발원지에서 만나게 된다. 중간을 뜻하는 ‘메소’와 강을 뜻하는 ‘포타미아’가 합쳐진 메소포타미아(Mesopotamia)’는 그리스어 ‘Μεσοποταμία’가 어원이다.지구라는 행성에 생명이 생성되어 호모사피엔스가 확산되는 과정을 추정한 결과 모든 인류는 하나의 뿌리였다
비교종교학자였던 트레버 링(Trevor Ling)은 저서 ‘붓다, 마르크스, 그리고 신(Buddha, Marx, and God)’에서 초기불교가 비사회적이라는 평판은 현실적인 삶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 기독교적 은자의 생활양식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설명한다. 오히려 불교도들은 일찍부터 공동체적 가치를 실현했다. 그는 재가와 승가의 접촉이 ‘윤리적 가치와 정신적 가치들’을 어떻게 주고받으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기 위해 버마 불교의 사례를 든다. 그의 눈에 버마는 불교가 “반드시 섬(insular)처럼 고립되거나 개인
미얀마 사원의 형상을 주도하는 것은 세 가지 유형의 탑이다. 첫째는 인도와 스리랑카의 스투파를 원형으로 하는 것이고, 둘째는 힌두사원의 시카라를 원형으로 하는 것, 셋째는 피아탓(pyattat)이라고 불리는 미얀마 고유의 불탑이다.첫째 유형의 탑이 중심 모티프가 된 것은 쉐다곤이나 쉐지곤 사원 등의 ‘파고다’인데, 거대한 계단형 기단 위에 세워진 불탑 자체만으로 본체를 이룬다. 미얀마의 불탑은 스리랑카에 비해 상륜부가 크게 확대되었고 탑신도 수직방향으로 길어졌다. 스리랑카 스투파의 윤곽선이 볼록한 곡선인 반면, 미얀마의 파고다는 오
리처드 맥브라이드 미국 브리검영대학 역사학과 교수가 5월30일 오전10시 동국대 혜화관 339호에서 ‘최치원전’을 강연한다.이번 강연회는 동국대 불교학술원 인문한국(HK+)연구단의 지역 인문학센터 강연프로그램인 ‘외국인의 눈으로 본 고전텍스트’이다.리처드 맥브라이드 교수는 1989~1990년 경상도 지역에 개신교 선교사로 왔다가 통도사·불국사 등에서 스님들과 만나며 신라 불교사에 깊이 빠져들었다고 한다. 학부를 마친 뒤인 1994년 한국에 돌아와 연세대 외국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면서 신라 불교사 저변을 살폈고, 캘리포니아대 로스앤
지금은 도심 포교당이나 시민 선원이란 이름으로 한국의 도시에도 절이 하나둘 들어서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절은 심산유곡에 있다. 처음부터 이렇게 한국불교와 도시가 소원한 관계였던 것일까? 그건 아니다. 신라 시대에는 황룡사가 수도인 경주 한복판에 위치하였을 정도로 불교와 도시는 밀접한 관계였다. 하지만 이후 선종의 도래, 풍수도참설(風水圖讖說)의 유포, 조선왕조의 숭유억불정책 등의 이유로 절은 도시와 멀어졌다. 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불교가 사회와 물리적·정신적으로 단절된 은둔의 종교, 반사회적 종교, 염세주의적 종교라는 인상을 심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이룬 뒤, 바라나시 녹야원에서 처음 법륜을 굴리기 시작한 이래 불교는 도시를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전파되었다. 인도의 전통 종교인 브라만교(婆羅門敎)는 주로 농촌에 탄탄한 기반을 이루고 있었다. 반면 불교는 무역과 상업이 발달한 도시를 중심으로 교세를 확장해 나갔다.붓다 시대의 고대 인도는 16대국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중에서 2대 강국은 마가다(Magadha)와 꼬살라(Kosala)였다. 부처님은 주로 열여섯 나라의 수도와 중요한 도시를 왕래하면서 그의 가르침을 펼쳤다. 붓다 시대의 6대 도시는 마가다국의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