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총기를 잡는 대신 종교적·철학적 신념에 따라 대체복무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헌법재판소가 6월28일 종교나 비폭력 신념 등에 따라 입영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병역의 한 종류로 명시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한 것이다.법무부에 따르면 양심적 병역거부로 매년 600~800명이 형사처벌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처벌 받은 국내 병역거부자도 2만여명에 이른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많은 이들이 더 이상 범법자로 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방부도 그간 병역기피 수단
얼마 전 양산에서는 이색적인 전시회가 열렸다. 양산시립박물관이 개관 5주년을 맞아 지난 4월부터 6월 중순까지 양산 지역 사찰벽화들을 소개하는 특별전이었다. 많은 이들이 전시회를 다녀왔고 평가도 좋다는 후문이다.사실 사찰벽화에는 흥미로운 요소가 많다. 부처님과 보살님이 등장하고 선사들이 출연하는 전법 스토리, 동자가 소를 찾아 길들이는 과정으로 선을 설명한 그림도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고 불교적인 그림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통도사 용화전에는 서유기 장면이 그려져 있는가 하면, 명부전에는 별주부전과 호작도 등 민화풍 그림이 벽면
자신의 신념을 소비행위로 적극 표현한다는 신조어인 미닝아웃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미닝아웃은 영어의 ‘미닝(meaning)’과 ‘커밍아웃(coming out)’의 합성어로 올해 처음 등장한 신조어다. 신문과 방송에도 빈번히 등장하는 이 단어는 취향, 가치관, 정치·사회적 신념을 바탕에 둔 행위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사회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다.미닝아웃이라는 용어 자체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8년 소비 트렌드 선정 단어에서 비롯됐다는 데에서 알 수 있듯 소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옷, 가방, 케이스 등에 특정
1931년 3월, 미국에 대공황이 휩쓸던 시절 수백만 명이 직장을 잃고 일거리를 찾아 기차에 올랐다. 이때 테네시에서 조지아를 거쳐 앨라배마로 가는 화물열차에도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한참을 달리던 중 몇몇 백인들이 흑인들에게 돌을 던지며 기차에서 내리라고 고함을 질렀고, 흑인들도 이에 맞섰다. 그곳에는 14살에서 19살에 이르는 흑인 청소년 9명도 있었다. 기차가 앨라배마에 정차했을 때 경찰이 출동해 흑인 소년들을 스카츠보로 유치장에 집어넣었다. 부랑과 질서파괴 혐의였다. 억울하더라도 경범죄였기에 곧 풀려날 것으로 보였다.허
사찰에서 기도는 일상적으로 쓰이는 용어다. ‘초하루기도’ ‘삼칠일기도’ ‘백일기도’ ‘천일기도’ ‘철야기도’ ‘관음기도’ ‘지장기도’ ‘다라니기도’ ‘방생기도’ 등 숱한 기도들이 있다. 그럼에도 기도는 종종 부정되거나 평가절하된다. 명망 있는 스님들조차 “불교는 자력종교이고 수행의 종교이므로 빌고 바라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라거나 “기도는 하근기 중생들을 위한 방편”으로 표현한다. 이러다 보니 모든 절에서 기도가 행해지지만 정작 불교 안에서 기도의 위상은 대단히 낮다.이러한 모순된 현상은 출판계와 학계에서 선명히 드러난다. 교보문고
MBC PD수첩이 5월1일 방영한 ‘큰스님께 묻습니다’ 이후 관련 입장들이 쏟아지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과 교육원장 현응 스님의 범계 의혹이 보도되자 일부 단체는 곧바로 성명을 내고 총무원장과 교육원장이 즉각 참회하고 사퇴할 것을 주장했다. 이들 단체가 불자들의 모임이 맞나 싶을 정도로 모진 비난을 퍼붓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성명 내용이 예상을 빗나간 것은 아니다. 더욱이 이들은 사찰 일주문에 계란을 집어던지고 불자가 아닌 단체에 버젓이 재가불자상을 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던 단체이기도 하다. 또 어느 곳보다
명진 스님과 인연이 끈끈한 최승호 전 PD수첩 책임피디가 MBC 사장에 발탁되면서 조계종의 파란은 예고된 것이었다. 봉은사 주지 재임에 실패한 명진 스님은 조계종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과 독설을 서슴지 않았다. 당시 MBC에서 쫓겨나 있던 최 사장은 명진 스님을 적극 지지했고 훗날 조계종에 비판의 칼날을 겨눌 것임을 공표하기도 했다.명진 스님과 최승호 사장 끈끈함PD수첩 무리한 보도로 이어진 듯은처자 의혹 규명도 미뤄선 안 돼언론방송계 최고 권력자로 권토중래한 최 사장은 명진 스님을 잊지 않았다. 사장 취임 직후 지속적인 조계종 폄하
서울시가 장애인의 날을 나흘 앞둔 4월16일 무심코 쓰는 차별적 행정용어를 고치겠다고 밝혔다. 언어가 사람들의 의식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적절치 못한 용어를 없애기 위한 조처라고 한다. 국어바르게쓰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번에 수정된 차별적 용어는 모두 8개로 △미망인 △학부형 △편부·편모 △불우이웃 △결손가정 △정상인 △장애우 △조선족이다.법화경 등 한글 불경에장애인 차별 용어 난무불교 평등사상과 위배남편이 세상을 떠날 때 같이 죽었어야 하는데 아직 살아있다는 ‘미망인(未亡人)’은 ‘고(故) ○○○씨의 부인’으로 순화했다. 양성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임명 18일 만에 물러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월16일 김 원장이 19대 의원 임기 만료 직전에 자신의 선거 후원금 중 5000만원을 자기가 회원인 의원 모임에 기부한 행위를 위법하다고 판단한 직후다. 문재인 대통령이 “하나라도 위법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청와대도 이날 그의 사의를 받아들였다.김 전 원장은 오랫동안 시민운동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1994년 참여연대 창립자 중 한 명이었던 그는 사무국장, 정책실장, 사무처장, 정책위원장 등을 거쳐 19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세계적인 작곡자 윤이상(1917~1995) 선생을 추모하는 통영국제음악제가 3월30일부터 4월8일까지 열렸다. ‘귀향(Returning Home)’이라는 주제의 통영국제음악제는 세연을 접은 지 23년 만에 선생의 유해가 고향 통영으로 돌아오면서 더 관심을 모았다.윤이상 선생의 1981년 작품 ‘광주여 영원히’로 막이 오른 국제음악제에서는 불교 색채가 짙은 ‘바라’(1960)를 비롯해 ‘노래’(1964), 실내교향곡 2번 ‘자유의 희생자들에게’(1989) 등 그의 작품들이 집중적으로 연주됐다. 특히 선생이 1950년대 한국에서 작곡해
근대기 최고 고승으로 꼽히는 용성(1864~1940) 스님을 이제 인터넷과 모바일로 만날 수 있게 됐다. (재)대한불교조계종 대각회, 대각사상연구원, 동국대 전자불전문화콘텐츠연구소는 4월5일 서울 조계사 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백용성 대종사 총서’ 전산화 사업 결과 보고회를 갖고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갔다. 동국대 불교학술원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1만4120쪽에 달하는 용성 스님의 방대한 저술과 경전 번역서, 기고문, 연보 등을 볼 수 있으며, 박범훈 불교음악원장의 국악교성곡 ‘용성’도 감상할 수 있다.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
웹툰은 2010년대를 지나오며 한국에서 가장 생명력 넘치는 대중예술로 자리 잡았다. 웹툰의 성장은 가히 폭발적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만화산업 매출액은 총 1조원이었다. 카카오페이지와 다음웹툰을 운영하는 포도트리는 국내 월간 사용자가 1000만을 넘었고, 네이버웹툰을 찾는 국내외 이용자도 무려 4000만명에 이른다.웹툰의 영향력도 막강하다. 누적조회수가 10억이 넘는 작품들이 적지 않고 매회 수만 개의 댓글도 달린다. 또 ‘싸우자 귀신아’ ‘치즈인더트랩’ ‘동네 변호사 조들호’ ‘미생’ ‘송곳’ 등은 드라마로 성
프랑스의 유명 브랜드 에르메스가 대중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인 김윤옥 여사가 재미사업가로부터 에르메스 가방을 선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부터다.고가 브랜드 가방 선물 논란연꽃보다 혼탁한 물과 비슷법명처럼 내면 연꽃 피우길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에르메스가 뇌물로 이용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부인이 사업가에게 뇌물로 받은 물건이 에르메스 가방이었다. 학력위조와 로비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씨 역시 에르메스 제품을 활용해 정·관계 인사들과 친분을 쌓았다.언론
한국불교사에서 근현대는 500년 억불의 시대를 빠져나와 불교 위상을 다시 세우는 험난한 시기였다. 수많은 선지식이 등장해 교단을 세우고, 교학과 수행체계를 복원했으며, 대중 속에 뛰어 불교의 이상을 실천하려 애썼다. 그들이 있었기에 밑바닥에 전전하던 불교가 짧은 시기에 한국을 대표하는 종교의 하나로 다시 설 수 있었다.재가선지식들 보살에 주목일상서 보살로 살려고 노력보살 등질수록 정토도 요원선지식들 중에는 걸출한 재가불자도 많았다. 20세기 중후반 활동했던 불연 이기영(1922∼1996), 혜안 서경수(1925~1986),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던 고은 시인의 성추행 사건이 연일 언론지상에 오르내린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고은 시인이 외국 언론과 인터뷰를 했지만 비난은 잦아들지 않는다. 고 시인은 “최근 의혹들에서 내 이름이 오르는 것은 유감”이라면서도 “나 자신과 아내에게 부끄러울 일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시인이 소셜미디어에 자신이 목격했던 고은 시인의 성추행 및 희롱장면을 털어놨다. 2008년 4월, 초청강연회 뒤풀이 자리에서 고은 시인이 옆에 앉은 여성의 신체 부위를 더듬었고, 나중에는 벌떡 일어나 자신의 성기를 노출하
설 연휴가 끝났을 무렵 흥미로운 이메일 하나를 받았다. 이성운 동방문화대학원대학 학술연구교수가 보내온 것이었다.그는 이메일에서 새해를 맞아 불자들의 새로운 인사법을 제안했다. 문자를 보내거나 서로 인사를 하거나 전화를 받았을 때 “나모붓다야”를 칭명하고, “누구누구[이름]입니다”라고 인사를 하고, 헤어지거나 글을 마칠 때는 “마하반야바라밀”을 하자는 것이다. “나모붓다야”는 부처님을 예경한다는 의미의 인사진언이며, “마하반야바라밀”은 부처님의 큰 지혜를 완성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이 교수는 “인사진언의 실천이라는 형식은 불교도라는
계율은 부처님의 말과 행동을 닮아가도록 만든 제도적 장치다. 그렇기에 계율을 지킨다는 것은 부처님을 닮아가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계율은 수행과도 불가분 관계에 있다. 계율을 지키지 않으면 몸과 마음이 안정되지 않고, 올바른 사유와 선정도 이뤄지기 어렵다. 따라서 계율은 ‘무엇 무엇을 하지 말라’는 단순한 속박이 아니다.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탐욕, 분노, 어리석음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위대한 속박’인 셈이다. 부처님이 입멸에 든 후 제자들이 교설을 결집하기에 앞서 율장부터 정리했던 데에서도 그 중요성이 잘 드러난다.
평창동계올림픽이 2월9일 개막식과 함께 17일간의 열전에 돌입했다. 패럴림픽까지 포함하면 한 달여간 진행될 동계올림픽은 92개국 3000여명에 가까운 선수단이 참여하는 사상 최대 규모다. 북한의 삼지연관현악단이 강릉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마치는가 하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도 동시에 평창을 찾았다. 지금 평창은 땅 이름처럼 스포츠를 통해 평화(平)의 창성(昌)을 보여주고 있다.한반도는 불과 한두 달 전까지도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문제로 일촉즉발의 위험지대였다. 선수단 파견을
요가는 정신과 육체를 단련하는 데 있어서 다른 어떤 방법보다 효과가 큰 인류 자산이다. 인도의 모든 종교와 철학이 그러하듯 불교도 요가에 큰 빚을 졌다. 요가의 명상법은 모든 상념을 정지시키고 무념무상의 세계에 도달하도록 이끈다. 부처님도 인도의 요가 수행전통 없었다면 무상정등각을 깨우치기가 더 어려웠을 것임은 분명하다.불교의 위대함은 요가의 차원에서 머무르지 않았다는 데 있다. 부처님은 숨을 멈추거나 결가부좌의 수행법이 일상에서 지속되기 쉽지 않음을 간파했다. ‘대념처경’ 등 불경에 나타나듯 고요함 속에 움직임이 있고, 움직임 속
‘1987’은 박종철 고문 치사사건부터 6월 항쟁까지를 다룬 영화다. 서울대 언어학과 학생회장이던 그는 제5공화국 말기인 1987년 남영동 치안본부에 붙잡혀가 폭행과 전기고문, 물고문 등을 받다가 사망했다. 처음 경찰은 지병으로 인한 쇼크사였다고 주장했으나 부검 결과 박종철은 욕조 턱에 목이 짓눌려 질식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축소해 넘기려는 정권에 맞서 6월 항쟁이 벌어졌다. 국민적인 저항에 직면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6·29 선언을 발표해 대통령 직선제 시행 등 민주화 요구를 수용하기에 이르렀다.이 영화에는 역사의 물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