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5월 전국 곳곳에는 형형색색의 연등이 나부꼈다. 서울시 전역에도 5만여 가로연등이 내걸려 하늘 위와 하늘 아래 가장 존귀하신 석가모니 부처님이 이 땅에 오셨음을 찬탄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만나는 빛의 장엄은 불자들에겐 볼거리를 넘어 환희로움이다.우리나라 연등의 역사는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래됐다. ‘삼국사기’에는 866년 경문왕이 ‘정월대보름, 황룡사에 거둥해 연등을 구경하고 백관들에게 잔치를 열어주었다’고 기록돼 있다. 그 전통은 고려로 이어져 보름 연등회와 사월초파일 연등회, 팔관회로 성대하게 펼쳐졌다. 고
조계종 불자대상은 불교계 최고의 상 가운데 하나다. 이 땅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며 살아가려는 수많은 불자들 중 가장 모범적인 이에게 수여하는 상이기 때문이다. 조계종이 1만여명의 불자들이 참석하는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불자대상을 시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올해 불자대상에는 홍윤식 동국대 명예교수, 이현세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김병주 전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전원주 방송인이 선정됐다. 홍윤식 교수는 1970년 불교미술공모전 창설 주도를 시작으로 불교미술 및 불교민속 연구 업적, 불교의례의 국가
‘세계기록유산 우리문화의 자랑 직지’를 표방하는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최근 명칭 변경 등 중장기 발전계획 마련을 위해 연구용역을 추진한다고 한다. 13만1288㎡에 지정한 직지문화특구에 흥덕사지를 중심으로 고인쇄박물관, 근현대인쇄전시관, 금속활자전수교육관과 같은 시설이 들어서고 이를 아우르는 새로운 명칭 변경도 고려하고 있다는 후문이다.그러나 이번에도 흥덕사지의 새로운 복원은 고려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 흥덕사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현존 금속 활자본인 직지가 만들어진 역사적인 장소다. 통일신라시대 창건돼 고려말 화재로 폐사됐을 것으
우파 지식인 단체 대표를 맡고 있는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지’와 한글을 폄하하는 글을 올려 논란을 빚었다. 그는 ‘어거지 세계 최초 5G’라는 제목으로 5G개발을 ‘직지’ 및 한글 창제와 비교한 뒤 한국이 5G 세계 최초를 자랑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비꼬았다. 그의 글 중 논란이 된 부분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직지심경의 금속활자가 세계 최초라고 자랑하지만 세계는 구텐베르그의 인쇄술을 기억한다. 그것은 구텐베르그의 인쇄술이 성경을 보통 사람들 손에 쥐어주는 정보의 대중화로 종교개혁과 시민혁명의
우연은 ‘아무런 인과 관계가 없이 뜻하지 아니하게 일어난 일’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우연이라는 단어를 들여다보면 인과 관계 없이 일어난 일을 지칭한다기보다 인과 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운 우리 인식 능력의 한계를 일컫는다. 예상했거나 헤아려 알 수 있다면 필연으로, 예기치 못했거나 가늠하기 어려우면 우연으로 돌리는 셈이다.우연은 문화재 발견과 관련해서도 자주 등장하는 단어다. 1900년 돈황석굴에 살던 도사 왕원록이 담뱃대를 벽에 대고 털었는데 울림소리가 들려 헐어보니 5만여의 불경과 관련 유물로 가득한 장경동(藏經洞)이
최근 서울 봉은사에 남성불교합창단이 만들어졌다. 1년여 준비과정을 거치며 선발된 50여명의 단원들은 3월8일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봉은사 남성합창단은 여성 중심 불교계 합창 현실에서 남성 불자들의 독창적인 무대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합창단 역사는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19세기까지도 남성들 독무대였다. 유럽 각국의 교회를 중심으로 한 합창단에서 여성은 철저히 배제됐다. 19세기 후반 독일의 브람스가 지휘한 함부르크 여성합창단이 출범하면서 여성합창단이 크게 늘었고, 20세기 이후에는 남성합창단을 압도할 정도로
1569년 음력 3월은 퇴계 이황(1501~1570) 선생이 관직을 내려놓고 안동으로 내려간 해다. 고희를 바라보던 퇴계는 여러 차례 만류하던 선조의 허락을 받아 마침내 고향에 갈 수 있었다. 450년 전 경복궁을 나선 퇴계는 남한강을 타고 죽령을 넘어 안동 도산서원에 이르렀다. 800리에 이르는 그 길에서 퇴계는 벗과 제자, 지방관들을 만났으며 서로 시문도 주고받았다.안동 도산서원과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은 퇴계의 마지막 귀향 일정에 맞춰 4월10일부터 21일까지 서울에서 도산서원에 이르는 350km을 걷는 행사를 마련했다. 여럿이
익숙한 것이 안정감을 주지만 오래되면 고루하고 편협해지기 십상이다. 간화선 주창자인 대혜 선사가 ‘서장’에서 “선 것은 익게 하고, 익은 것은 설게 하라(生處放敎熟 熟處放敎生)”고 강조한 것도 익숙함에 대한 경계다. 불교에서 제행무상을 강조하지만 변화를 자각하고 거기에 맞추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역사가 오랠수록 전통의 무게를 벗어나기는 더욱 어렵다.불상이나 불화가 그렇다. 전문가들이야 시대에 따른 변화를 알아차리겠지만 일반인이 보기에 불보살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엇비슷하다. 일반미술과 달리 불교미술의 변화 폭이 적은 것은 신앙
며칠 전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을 찾아뵀다. 음력으로 정월 막바지였기에 세배를 겸한 인사였다. 세뱃돈이라며 스님이 건넨 봉투에는 2달러 지폐 한 장과 부적이 담겨 있었다. 달러를 넣은 것은 화폐 가치보다 기념의 의미라고 했다. 달러보다 눈길이 더 간 것은 부적이었다.한때 정월이면 사찰마다 부적을 나눠줬었다. 시골마을이 슬레이트지붕과 네모반듯한 콘크리트로 획일화될 무렵 부적은 미신의 상징물로 간주돼갔다. 부적을 향한 지식인들의 비판이 자주 등장했고, 그들의 ‘일갈’이 반복될수록 부적은 음성화됐다. 부적을 전근대적인 것으로 바라보는 근
2월2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는 조촐하지만 뜻깊은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지난해 2월24일 세상을 떠난 심원(心遠) 김형효 선생을 추모하는 자리였다. 심원 선생과 인연이 깊었던 이들을 중심으로 심원사상연구회가 만들어졌고 그 첫 주제가 ‘동서 사상의 만남’이었다.세미나 주제에서 드러나듯 심원 선생은 동서양 철학에 정통했다. 1940년생인 선생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벨기에 루뱅대학에서 근대철학을 연구한 서양철학자다. 실존주의, 현상학, 구조주의 등 서양철학 전반에 정통했으며, 국내에 하이데거와 데리다에 대한 관
이달 초 출간된 ‘일묵 스님이 들려주는 초기불교 윤회 이야기’가 서점가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교보문고와 예스24 등 대형서점에서 불교분야의 상위권에 링크돼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많은 이들이 궁금하게 여기는 윤회 문제를 초기경전에 근거해 세계의 구조, 업과 윤회의 관계, 죽음 직전의 모습과 재생연결, 윤회의 원리와 구조, 무아인데 윤회하는 이유 등을 쉽게 전달하기 때문이다.윤회는 다음 세상에 좋은 곳에 태어났으면 하는 불자들에게도 그렇지만 불교학을 전공한 학자들에게도 초미의 관심사다. 본질이나 실체를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우리 사회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집에서 기르는 동물과 이를 돌보는 사람은 더 이상 주종관계가 아니라 생김새가 다른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7년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국내 593만 곳이라고 했으니 지금은 훨씬 늘었을 듯싶다.반려동물 관련 산업들도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반려동물 전문 양육사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스타트업, 반려동물의 질병·사고에 대비한 펫보험, 반려묘의 배설물을 자동으로 청소해주는 스마트 화장실, 집안에 홀로 남겨진 반려동물을 위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