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24년은 청룡의 해다. 지난 2000년은 경진년(庚辰年)으로 백룡의 해였고 2012년은 임진년(壬辰年)으로 흑룡의 해였다. 2000년대의 시작과 함께 상승하는 용의 기운이 세 번째 돌아오는 것이다. 용은 부귀와 풍요를 상징하는데 오늘날 용과 관련된 지명이 전국에 1200여 개나 된다고 하니 복을 바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지난해는 다사다난했다. 마음에 두게 되는 2023년 사건을 정리하면 두어 가지 정도다. ‘종교편향적 인사’에 대한 불교계의 공분이 그 하나다. 인사 편중의 원인을 당장에 불자인재가 없다는 자책으
갑진년(甲辰年) 청룡(靑龍)의 해가 밝았다. 돌이켜보면 2023년은 역동의 한 해였다. 지난해 4월 한국불교의 중흥을 향한 도약과 새로운 천년을 준비하자는 의미를 담은 ‘천년을 세우다’ 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경주 남산의 열암곡 마애불을 바로세우기 위한 불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리는 쾌거였다.전대미문의 상월결사 인도성지순례 ‘부처님과 함께 걷다’도 원만 회향했다. 108명으로 구성된 순례단은 ‘세계평화·생명존중’을 발원하며 부처님께서 걸으신 전법의 길을 따라 43일간 1167km를 도보로 순례했다. ‘교만과 분노가 아닌 존중과
이미 법적으로 단죄된 12·12군사반란을 주제로 한 영화 ‘서울의 봄’이 극장가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역사물에 열광하는 층의 절반 이상이 반란 직후인 1980년대에서 2010년대 태어난 MZ세대가 차지한다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그 덕분에 자신의 본분을 지키다 사망한 군인들이 묻힌 묘소를 참배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언론은 물론 인터넷에서는 이들에 대한 재조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역사가 반격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피와 눈물로 쌓아올린 민주화에 성공한 이후, 권력의 사유화에 대해서는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시민의식의
옛날에 어떤 앵무새가 어느 산에 갔다. 그 산의 새들과 짐승들은 모두 그를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며 해치지 않았다. 그러나 앵무새는 생각했다. “비록 지금은 이렇게 나를 대하지만, 오래가지 않을 테니 돌아가야 하겠어.” 앵무새는 곧 산을 떠났다. 몇 달이 지난 후, 그 산에 불이 나서 사방이 모두 타고 있었다. 앵무새는 멀리서 그 광경을 보고는 바로 물에 들어가 날개에 물을 묻혀 공중으로 날아올라 젖은 털로 물을 뿌려 큰불을 끄려고 왔다 갔다 하기를 반복했다. 천신이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 “너는 어찌 그토록 어리석으냐! 천 리의
용산 대통령실 불자회장에 이관섭 신임 정책실장이 내정됐다고 한다. 최근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예방해 “할머니·할아버지부터 어머니·아버지까지 절에 다닌 불교 집안”이라고 소개까지 한 것을 보면 이 실장의 불자회장 취임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도 무방할 듯싶다. 비서·국가안보 실장과 함께 대통령실의 3대 축의 하나인 정책실장이 맡았으니 기존 정무수석의 불자회장에 비하면 무게감이 있어 보인다. 물론 불자회장의 고위직 여하에 따라 이 단체의 위상이 좌지우지되는 건 아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음을 고려하면 무게감은 더하다.‘용산
지난 11월17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이 서울의 서소문역사문화공원을 찾았다. 이곳은 조선 시대에 범법자로 몰린 수많은 사람들이 처형당한 장소이다. 1811(순조 11)년 일어났던 홍경래란 연루자들과 1894(고종 31)년 동학농민혁명 가담자들이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으며, 조상의 신주를 불태우고 제사를 거부하는 등 조선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외국 세력에게 길을 안내하고 지도를 만들어 전하는 방식으로 침략을 도와주거나 황사영처럼 “군함을 보내 조선정부를 무너뜨려 달라”는 편지를 보내는 식으로 반국가·반민족 행위를
지난 12월 4일에 충남 홍성에 있는 홍주읍성에 다녀왔다. 20년째 진행되고 있는 홍주읍성의 복원 상황을 살펴보고, 아울러 천주교의 홍주성지를 직접 걸어보는 것이 목적이었다. 홍성 읍내 곳곳에서는 성곽 발굴 조사와 읍성 복원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1975년에 복원된 동문과 2013년에 복원된 남문이 있지만, 지난 11월에 완공되었어야 할 북문은 아직 미완이었고 서문 복원은 언제 이루어질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서문, 남문, 동문으로 이어지는 성곽은 완성되었지만, 아직 전체 성곽의 절반만 완공된 상태였다. 홍주읍성 안에 자리잡은
불교계 대표 의례 중 하나인 생전예수재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됐다. 문화재청 문화재분과위원회 전통지식분과는 12월7일 제4차 회의를 열고 생전예수재 국가무형문화재 종목지정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30일간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이 최종 결정된다.생전예수재는 미리(豫) 닦는다(修)는 의미로 살아생전 자기의 삶을 돌아보며 공덕을 지어 죽음 뒤를 준비하는 자력 신행을 대표하는 의례다. 그러나 이번 생전예수재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이 마냥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불교는 대한민국 전통문화의 보고라는 말이 있듯이 무형의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가 12월6일 기고를 보내와 이를 전문 게재한다. 고 대표는 지구온난화 비상협의회 대표와 식생활교육 부산 네트워크 공동대표를 역임했으며, 국제 채식연합회(IVU)를 대표해 세계 NGO대회와 유엔회의 활동에도 참여했다. 편집자.사실 기후변화와 식량안보, 수자원과 생물다양성 같은 문제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그럼에도 현재의 제도들과 문제를 다루는 ‘틀’은 분리되고 전문화됐다. 그동안 개최됐던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회의에서 식량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못한 것도 그 사례의 하나다. 유엔
지구 온난화가 임계점에 도달하였다.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설정했던 2도의 벽이 허물어졌다 한다. 유엔 환경계획은 현재 각국이 제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이행한다 해도 세기말까지 지구의 온도가 2.9도 오를 가능성이 66%나 된다고 예상하였다. 문제는 각국이 이 감축목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20개국 중 탄소중립 목표대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있는 국가가 하나도 없다 한다. 이대로 나가면 걷잡을 수 없는 기후재앙으로 온 인류가 존망의 위기에 처할 것이 너무도 분명한 사실로 되고 있
‘생사가 없다 하나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인연과 함께 사라져간 자승 대종사의 임종게를 접하고 오랜 시간 먹먹했다. 많은 사람들이 정점에서 홀연히 모든 것을 내려놓으셨다고 했다. 정말 그렇다. 그동안 남의 말하기 좋아하던 사람들이 스님의 삶을 험담했지만 정말 이제는 자신들의 험담을 반성하고 참회해야 할 시간이 아닐까 싶다. 살아계실 때 사람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고, 수많은 사람들과 누구보다 수많은 인연을 맺어 오셨다가 홀연히 일체를 놓아버렸다. 우리 사회에 스님의 임종을 두고 너
해봉당(海峰堂) 자승(慈乘) 대종사(大宗師)의 갑작스러운 입적 소식을 접한 심정은 고통스럽고 비통하다. 사부대중의 크나큰 의지처이자 이 시대의 큰 스승이 한순간에 떠났으니 그 슬픔과 허전함은 말할 수 없이 깊고 크다. 자승 대종사가 걸어온 여정에서 우리는 스님의 고뇌를 읽을 수 있다. 그 고뇌가 한국불교의 위상을 격상시켰음을 또한 새삼 알 수 있다. 제33·34대 총무원장(2009∼2017)에 취임하며 내 건 두 개의 슬로건은 ‘소통과 화합을 통한 불교중흥’ ‘자비와 화쟁으로 이웃과 함께’였는데 과감한 결단과 강력한 추진력으로 목적
절 이름 한번 그럴듯하다. 망경산사(望景山寺). 멋진 경치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란 뜻일 터.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망경대산 기슭 해발 800m 고지에 고즈넉하게 들어앉았다. 한때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날마다 북적이던 이름난 탄광촌이었다고 했다. 청량리역에서 두 시간 조금 넘게 그리고 다시 동네 택시로 40분을 더 달려야 겨우 도착할 수 있는 곳. 절 앞마당까지 이어지는 굽이굽이 고갯길은 아찔할 정도로 현기증이 났고, 숨이 찰 정도로 가팔랐다. 이름 모를 산야초들의 꽃밭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내년 봄에는 또 얼마나 많은
옛날 어떤 부부가 떡 세 개를 나누어 먹고 있었다. 각자 한 개씩 먹고 떡 하나가 남게 되자, 부부는 내기를 했다. “말을 하는 사람은 이 떡을 먹을 수 없다.” 이렇게 약속을 한 부부는 남은 떡 하나를 먹기 위해 입을 다물고 있었다. 잠시 후, 도둑이 집에 들어와서 그들의 재물을 훔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부부는 내기 때문에, 자신들의 모든 재물을 훔치는 도둑을 보고도 입을 열지 않았다. 도둑은 그들이 가만히 앉아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남편 앞에서 부인을 겁탈하려 했다. 그런데도 남편은 눈으로 보고도 아무런 말을 하지
서울시가 ‘송현공원’에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조계종 중앙신도회와 중앙종회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회가 “즉각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오세훈 시장은 송현공원 조성과 관련해 ‘비우는 다지인’을 강조하며 ‘이건희 기증관’ 외 다른 시설물은 들어서지 않을 것이라고 누차 밝혀왔다. 그런데 돌연 11월9일 서울시청 시장실을 찾은 이승만기념재단 관계자들과의 비공개 회담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까지 발표하며 송현동 부지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세훈 시장의 이러한 갑작스러운 행보는 임시정부보다는 해방 후 정부
주말을 제외하고 하루종일 한 사람도 만날 수 없는 암자에 주석하고 있다. 마당에 서 있는 오래된 단풍나무는 엊그제 내린 된서리에 잎을 모두 내려놓았고, 그 단풍나무를 딱따구리가 시끄럽게 쪼아대고 있다. 나한님은 산 중턱부터 내려온 큰 너럭바위 아래 깊은 굴속에서 촛불 하나 의지해 깊은 선정에 들어계시고, 바위굴 주위에는 산신님 칠성님이 옹기종기 둘러 않아 소임을 다하고 있다. 한가로운 일요일에 기분 좋게 청소를 끝낸 정갈한 도량에는 따뜻한 햇살이 눈부시게 내려앉고 있다. 가사장삼 두른 나는 부처님과 독대하고 있다. 부처님은 구중궁궐
한국·스리랑카문화사회복지재단 감사 난다라타나(Nandaratana) 스님이 11월 10일 새벽(현지시간) 스리랑카에서 입적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애도문을 통해 “난다라타나 스님의 입적에 깊은 슬픔과 애도의 말씀을 올린다”며 “양국 불교 교류는 물론 우호증진에 크게 기여한 스님이 다시 사바세계에 오시어 중생구제와 불교발전에 힘써주시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이 외국인 스님의 입적에 애도문을 내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난다라타나 스님은 세납 열 살 때 패엽경으로 유명한 스리랑카 중부 마텔리주 알루비하라 사
이상훈 한국교수불자연합회장이 11월11일 상월결사 대학생전법위원회 전법대회에서 "11월11일을 한국불교 전법일로 정하자"고 제안했다. 이 회장은 숫자 1이 네 번 반복되는 11월11일이 사부대중의 네 기둥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서로 마주보며 합장한 손, 그리고 땅에서 솟아나는 새싹의 형상과도 같다고 설명하며 “전법의 날을 정해 사부대중의 원력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했다. 대전대 교수로 부임한 해에 불자교수회를 창립했다. 대전대 불교학생회(유심회) 지도교수를 맡아 2018년 끊어질 뻔한 명맥을
2000년 전 대승불교 출현에 재가자가 어떻게 관여했는가에 대한 연구는 일본학자 히라카와 아키라 교수에 의해 시작됐다. 석존의 유골을 모신 탑의 건축이나 관리가 재가자들에게 위임됐으며, 그것이 계기가 돼 재가자들이 대승교단 형성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후 동서양 학자들에 의해 이에 대한 반론과 재반론이 이어지고, 그것이 축적돼 대승불교 흥기의 기원에 대한 논의도 더욱 깊어졌다. 더불어 대승의 보살도가 출·재가가 함께하는 이상적인 공동체 이념임은 분명해졌다. 재가자들이 대승교단의 양 날개 중 하나임은 이제 의문의 여지가 없다.
가끔 우리는 이 세상이 숨막혀 답답하다고 느끼고 탈출을 꿈꾸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한다. 한데 잘 찾아보면 우리 주변에는 다른 세상을 갈구했던 꿈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사뭇 다른 인간이 되고자 했던, 사뭇 다른 세계로 가고자 했던 꿈들의 총합을 종교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다.종교는 절대와 초월의 자리를 지향했던 매우 희귀한 성공과 매우 일반적인 실패의 기록이다. 그리고 초월을 상상하는 힘이 현재의 인간을 만들었다. 종교가 눈앞에 보이지 않더라도 근심할 필요는 없다. 어디선가 종교는 새로운 모습으로, 심지어는 종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