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은 아직 차가운데 겨우내 흙속에서 숨을 죽이던 풀들은 기지개를 쭉 켜며 봄 맞으러 나온다. 덩달아 내 일손도 바빠져야 한다. 시도 때도 없이 제멋대로 여기저기 불숙불숙 땅을 비집고 나와 너풀너풀 자라는 풀을 없애야 해서다. 시골 아닌 시골로 들어온 덕에 맑은 공기는 덤이지만, 들여야 할 품은 배다.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나는 방해받지 않고 홀로 조용히 지내고 싶어 산 아래 자그마한 마을로 들어왔다. 마당을 세면으로 포장하자는 권유도, 마당에 돌이라도 두껍게 깔아야 풀이 덜 나온다는 조언도 연신 뒤로하고 잔디를 심었다. 그런데
스무살 무렵 어머니를 따라 구인사에 가게 됐다. 당시 충청북도 제천에서 단양 구인사까지 가려면 배에 버스를 싣고 강을 건너가야 했으나 그날은 한겨울 추위에 강이 얼어붙어 배를 운행하지 않아 밤새 걸어가야만 했다. 너무 힘 들고 추웠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가벼웠다. 힙겹게 구인사 일주문에 들어서자 갑자기 무거웠던 몸이 새털처럼 가벼워지며 날아갈 것만 같았다. 이런 경험을 하자 불교에 관심이 생겨났고,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불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불일암에 계셨던 법정 스님을 찾아가 스님께서 주신 차를 마시기도, 어머니와 같
“성철 스님은 열반에 드실 때까지 수행자 본분을 지켰습니다. 고귀한 성자이자 솔선수범한 월광(月光)이었습니다. 은사스님이 한평생 기록한 친필 법어가 불자들 마음에 밝은 진리로 남았으면 합니다.”성철 스님(性徹, 1912~1993) 맏상좌 천제 스님이 그간 간직하고 있던 은사스님의 친필을 모은 책을 출간했다. 심월(心月) 광명에 전하는 ‘시월록’이다. 허름한 노트는 물론이고 달력 뒷면, 휴지조각, 편지지를 가리지 않고 틈 날때마다 기록한 은사의 수행기록 하나하나를 버리지 않고 소장한 상좌가 이를 책으로 담아낸 것이다. 반백년 가까이
조계종이 전통사찰 보유 불교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일제조사에 착수한다. 올해 서울·경기·인천 지역 174개 사찰을 시작으로 2005년까지 총 973개의 사찰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이 사업의 마지막 해인 2026년에는 1~4차 현황조사에서 누락된 부분에 대한 보완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예정대로 6차례에 걸쳐 1000개에 이르는 전통사찰을 집중적으로 조사하면 상당한 무형의 문화유산을 발굴할 수 있기에 귀추가 주목된다. 국가가 지정한 유형문화재 경우 불교문화재가 70%를 차지하는 반면 중요무형문화재는 연등회, 진관사·삼화사·아랫녘수륙재,
국내외에서 활동하며 선 알리기에 진력한 묘봉 스님이 3월9일 오전 10시 원적에 들었다.20세 때 울진 불영사에서 만공 스님의 제자인 불영사 조실 덕산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묘봉 스님은 동국대 불교대학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동양철학을 공부했다. 1984년 수덕사 초대 방장 혜암 스님으로부터 수법했다. 미국 아리조나 등 미국의 여러 도시에 선원을 건립하며 미국에서 한국 조사선을 진작시킨 스님은 귀국 후 계룡산 신원사, 공주 갑사, 서울 화계사, 청호불교문화원, 한국불교법사대 등에서 외국 스님과 불자들에게 선을 설파했다.스님의 저
세계적 명상 지도자 틱낫한 스님의 원적을 추모하는 49재 막재가 조계총림 송광사 부산분원 관음사에서 엄수됐다.부산 관음사(회주 지현 스님)는 3월11일 경내 수광보전과 앞마당에서 ‘이 시대의 스승 세계의 선지식 틱낫한 등광 일행 존자 49재 막재’를 봉행했다. 지난 1월22일 틱낫한 스님의 원적 소식이 알려진 직후 경내 주법당인 수광보전에 분향소를 마련한 관음사는 1월28일 초재를 시작으로 매주 금요일 틱낫한 스님의 극락왕생을 염원하는 49재를 봉행해왔다. 이날 막재에는 관음사 회주 지현, 송광사 연등, 개운사 구담, 행복선원 주지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하지만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다면 그는 구름에서 나온 달처럼 능히 세상을 비춘다.’(‘법구경’) 묵원(黙圓) 스님은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자신이 지은 죄가 산과 바다 같아도 참회하면 소멸한다’는 ‘계초심학인문’의 일언을 품고 온 마음을 다해 올려온 기도다. 1980~90년대 태고종 발전의 기틀을 다진 운산 스님은 총무원장 재임 중 비리 의혹을 받아 2009년 8월 끝내 사임했다. 당시 총무·재무 소임을 보았던 묵원 스님에게도 따가운 시선이 꽂혔다. 그러나 공사(公私)에 관한 한 늘 분명했던 묵원 스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인 배은심 여사의 49재가 광주 무등산 증심사(주지 중현 스님)에서 2월26일 봉행됐다. 증심사 주지 중현 스님 등의 집전으로 시작된 49재는 제사의식, 상용영반, 추모의식, 봉송의식 등으로 진행됐다. ‘민주의길 배은심 어머니 사회장 장례위원회’의 주관으로 진핸된 49재에는 유가족을 비롯해 유가협 회원, 오월 어머니회 회원들과 불교인권위원회 공동대표 진관 스님을 비롯해 통일광장 대표 권낙기, 광주교육감 장휘국 등 기관 및 단체장들이 동참했다.중현 스님은 “불교에서는 49재가 고인을 떠나보내는 아쉬운 자리보다 새로
대전 형통사 주지 형진 스님이 2월 22일 입적했다. 법납 27세, 세수 64세.형진 스님은 2007년 대전 보문사자락에 자리를 잡고 ‘모든 것이 형통하라’는 의미로 형통사를 개산한 이후 입적하기 전까지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며 자비나눔을 실천했다.지병이 있어 죽음직전까지 갔던 형진 스님은 ‘마지막으로 부처님을 보고 실컷 기도하자’는 마음으로 인도에 간 이후 기적적으로 몸이 회복되자 ‘다시 한 번 얻은 생명’이라는 생각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형진 스님은 평소 불자들에게 “지장보살과 관세음보살께 마음을 비우고 열심히 기도하면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이자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회장을 역임한 故 배은심 어머니의 49재 막재(終齋)가 2월26일 오후 2시 광주 무등산 증심사에서 봉행된다.지난 1월 9일 향년 82세로 타계한 배은심 여사는 1987년 6월 아들 이한열의 사망 이후 민주화운동에 적극 참여하며 자식 잃은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곳, 고통받는 민중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민주주의를 위한 활동에 여생을 바쳤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회장을 맡아 활동했으며 1998년 의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142일의 농
2014년 생활고를 비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모녀의 8주기를 맞아 이들의 넋을 기리고 빈곤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추모제가 열린다.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지몽 스님)은 빈곤사회연대, 장애인과가난한이들의3대적폐폐지공동행동, 기초법바로세우리공동행동, 420장애인 차별철폐공투단 등과 함께 2월2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여의도 장애인 종합복지공간 이룸센터마당 장애인 차별철폐연대 농성장에서 ‘송파 세모녀 8주기 추모제’를 봉행한다. 사회노동위는 송파 세모녀 49재 이후 매년 추모제를 진행하고 있다.극심한 생활고를 비관한 송파
인기 웹툰과 영화 ‘신과 함께’를 통해 현대인들에게 지옥은 어느새 친숙한 단어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친숙함, 딱 거기까지다. 사찰에서 49재를 지내는 경우 망자의 가족들이 재를 왜 지내는지 모르고 참여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10대 시왕의 이름을 영단 주위에 내걸고 진행되는 백중기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 책은 이처럼 친숙한 줄 알았지만 사실 잘 모르는 49재에 담긴 의미와 갖가지 지옥을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풀어낸 ‘중음세계와 지옥 순례기’다.저자 허암 거사는 유식 사상을 전공하고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강의와 저역 작업
2029년 4월14일 인류가 멸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날 아포피스라는 소행성이 지구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가는데 지구와 충돌할 확률이 2.7%라고 합니다. 지름 400m의 소행성인 아포피스와 충돌하면 히로시마 원폭의 8만 배나 되는 폭발이 일어난다고 하니 인류에겐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소행성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요? 인류는 무방비 상태의 충돌을 피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우주의 원리나 상태를 다 보지 못합니다. 언제 어떤 상황이 태양계에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 훨씬 더 많습니다. 기술의 발달로 10년에
조계총림 송광사 부산분원 관음사에 세계적 명상 지도자이며 평화 운동가인 틱낫한 스님을 추모하는 분향소가 마련된 가운데 49재 초재가 봉행됐다. 부산 관음사(회주 지현 스님)는 틱낫한 스님의 원적 소식이 국내에 알려진 1월22일 경내 수광보전에 분향소를 마련했다. 특히 1월28일 초재를 시작으로 3월11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전11시 틱낫한 스님의 극락왕생을 염원하는 49재를 봉행할 예정이다.1월28일 수광보전에서 봉행된 틱낫한 스님 49재 초재에는 관음사 회주 지현 스님을 비롯해 전 송광사 율원장 도일, 전 해인사 율원장 정원 스님
불교수행자이며 영적지도자, 평화운동가로 세계인들의 존경을 받아온 틱낫한 스님의 입적 소식에 한국불교계를 비롯한 각계에서 스님을 추모하는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1월22일 틱낫한 스님의 입적 소식을 접하고 프랑스 플럼빌리지를 비롯해 베트남 불교중앙승가회, 베트남 뜨우에우 사원 등 6곳에 전자 애도문을 전달했다. 원행 스님은 “틱낫한 선사의 입적에 한국불자와 조계종 사부대중을 대표해 깊은 슬픔과 애도의 말씀을 올린다”며 “선사께서 평생 걸어온 행장은 전 세계인들 마음의 평화와 공동체의 화해와 치유를 위한 보
스승님. 틱낫한 존자님. 한국의 제자 지현은 향 사르고 구 배 드리며 전별하는 예를 표합니다.저희의 삶과 수행의 길에 이해와 사랑 그리고 평화와 행복의 씨앗을 심어주신 스승님의 열반 소식은 밝은 한낮에 갑자기 태양이 사라진 듯한 아득함입니다. 저희는 스승님의 열반을 애도하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린 채 망연자실하고만 있었습니다. 그때, 큰스님의 자비로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지금 스무리띠(smṛti) 사마타(samatha) 프라즈나(prajna)의 수행으로 사랑과 연민을 기르고 기쁨과 평정된 마음으로 고통받는 중생들을 깊이 이해하고
불도 부산에서도 세계적 명상 지도자이며 평화 운동가인 틱낫한 스님을 추모하는 장이 마련된다. 조계총림 송광사 부산분원 관음사(회주 지현 스님)은 틱낫한 스님의 원적 다음날인 1월22일 경내 수광보전에 분향소를 마련했다. 관음사는 지난 2003년 틱낫한 스님이 방한 일정 중 조계총림 송광사와 부산을 방문할 당시부터 지금까지 20여 년 가까이 틱낫한 스님의 플럼빌리지 수행 공동체와 깊은 인연을 이어 온 도량이다. 특히 관음사는 1월28일 초재를 시작으로 3월11일까지 매주 금요일 틱낫한 스님의 극락왕생을 염원하는 49재를 봉행할 예정이
세계적인 불교수행자이자 영적지도자, 평화운동가로 세계인들의 존경을 받던 틱낫한 스님의 입적 소식에 한국불교계에서도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마가 스님(자비명상 대표)은 1월22일 서울 현성정사에 틱낫한 스님의 분향소를 마련했다. 마가 스님은 틱낫한 스님과의 인연을 밝히며 “수행을 어렵지 않게 현대적으로 바꿔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도 수행하게 됐다”며 “한 사람으로 태어나 이렇게 아름답게 살다가는 분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스님의 뜻을 이어 끊임없이 정진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분향소의 취지를 밝혔다.스님은 2003년 프랑스 플럼빌리지
개인은 행복하고 사회는 평화로우며 자연은 아름다운 정토세상을 만들자는 서원으로 1993년 3월7일 시작한 정토회 만일결사가 올해 12월4일 30년의 대장정을 마무리 한다. 그간 정토회는 만일결사를 중심으로 생태·인권·평화·통일 운동을 전개해왔다. 정토행자들은 매일 아침 1시간씩 정진을, 하루에 1천원 이상의 보시를, 하루 1가지 이상의 선행을 펼쳐왔고, 1%의 소금이 바다에서 짠 맛을 느끼게 하듯 1%의 정토행자의 마음가짐이면 세상도 정토로 바뀔 수 있다고 발원해 왔다. 2022년 1월 기준, 만일결사의 참여자는 1만2000여명.
기후위기, 핵무기, 코로나19 등의 사회적 문제가 지속되면서 공동체 의식 회복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파편화·개별화된 일상에서 벗어나 함께하는 삶, 즉 ‘연기적 삶’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지역공동체 중심에 있는 사찰의 역할과 기능 확대가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역사회와 활발히 소통하며 지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찰들을 통해 사찰이 나아가야할 방향이 담긴 연구보고서가 발간돼 눈길을 끈다.백년대계본부 불교사회연구소(소장 원철 스님)가 2021년 12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사찰 일구기’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