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가 스님은 달마대사에게 법을 구하기 위해 팔을 잘라 바쳤다. 너는 무엇을 내놓겠느냐.”“저는 다리를 내놓겠습니다.”한겨울 아궁이에 지필 장작을 패다 갑자기 불려온 행자는 당황한 기색도 없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 정도 기세에 멈출 성철 스님(1912~1993)도 아니었다. “그럼, 당장 도끼를 가져오라”는 불호령이 떨어지고 순식간에 성철 스님 손에는 팔뚝만 한 도끼가 들렸다. 서슬 퍼런 날 끝에 불꽃이 번쩍이는가 싶더니 이내 무릎 아래 구들장이 썩은 나무마냥 갈라졌다. 다리는 멀쩡했다. 도리어 도끼날에 날아간 건 행자의 머릿속 망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이었던 만해 스님이 창간했던 근대적 종합교양지 ‘유심’이 계간 문예지로 재창간됐다.재단법인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이사장 권영민, ‘유심’ 발행인, 이하 선양회)는 ‘시 전문 계간지 유심’을 9월1일자로 재창간하고 2023년 가을호를 발간했다. 만해 스님이 1918년 9월1일 ‘유심’을 창간한 이후 꼭 105년 만의 재창간이다. 8월29일 서울 종로사무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은 권영민 선양회 이사장은 “만해 스님이 ‘유심’을 창간한 날에 맞춰 ‘유심’의 재창간을 공표하게 돼 더없이 뜻 깊다”고 밝혔다.‘유심’은 ‘
“1991년 출범한 한국불교법사대학은 1988년 창간한 법보신문과 더불어 불교의 발전과 변화의 시대를 함께 걸어온 도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법보시캠페인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자’는 하나의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불교법사대학의 이념과 가치를 실천하는 또 하나의 불사라 생각합니다.”한국불교법사대학장 지일 스님이 법보시캠페인에 동참하며 전한 일성은 ‘도반’이었다. 1991년 6월5일 ‘대승보살의 행원을 실현하는 법사(法師) 양성’을 천명하며 출범한 한국불교법사대학은 지금까지 3000여명의 법사를 양성, 배출하며
2023년 봄, 책 한 권을 들고 30여년 만에 돌아와 단박에 화제의 중심에 선 향봉 스님.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시인, 출판사 대표,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등으로 1970년대와 80년대를 종횡무진했으나 어느 날 돌연 사람들의 시선 밖으로 떠났던 향봉 스님은 ‘산골 노승의 화려한 점심’이라는 책을 들고 사람들의 시선 속으로 다시 훌쩍 들어왔다. 그리고 단숨에 ‘베스트셀러 저자’에 복귀한 스님이 이 여름 다 가기도 전에 사실상의 후속작 ‘산골 노승의 푸른 목소리’를 선보였다. 한 번의 공백기도 없이 집필해온 작가인 듯 생생한 ‘요즘 목소
조계종 제18대 중앙종회의원 보궐선거가 9월7일 열린다.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세영 스님)는 8월2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395차 회의를 열어 18대 중앙종회의원 보궐선거 일정을 확정 했다. 이번 보궐선거는 조계종 제2교구 용주사 직선직 중앙종회의원 탄탄 스님과 직능대표 문화분야 중앙종회의원 보화(전 현담) 스님의 사직에 따른 후임 선출이다.이날 회의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세영 스님을 비롯해 태성, 진산, 선운, 혜광, 현담 스님이 참석, 중앙선거관리위원 9명 가운데 6명 참석으로 성원됐다.중앙선관위
양양 낙산사가 지난 7월 폭우로 수해를 입은 한국문화연수원 복구를 위해 기금 1억원을 전달했다. 양양 낙산사 총도감 청현, 주지 일념 스님 등은 8월2일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예방하고 아름다운동행에 수해복구기금 1억원을 전달했다.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접견실에서 열린 전달식에는 기획실장 성화 스님을 비롯해 아름다운동행상임이사 일화, 불교신문사장 삼조 스님이 배석했다. 낙산사 총무국장 본일, 재무국장 대현, 포교국장 원담, 사회국장 서원, 호법국장 각일 스님 등 소임자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마음
김병무 불교시대사 전 사장이 8월 1일 오후 별세했다. 향년 69세.독실한 불자인 고인은 1989년 도서출판 불교시대사를 설립해 만다라총서 등 수백 종의 불교 관련 도서를 출판했다. 특히 ‘불교평론’이 창간되자 운영하던 출판사를 통해 편집과 제작은 물론 재정적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성준장학재단 이사장, 만해사상실천선양회 감사 등을 역임하며 불교이념의 사회적 실천에도 앞장 서 왔다. 빈손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3호실, 발인은 8월 4일 오전 10시다. [1692호 / 2023년 8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중국 종남산 운제사 문수보살상 앞에서 기도하던 자장 스님은 마침내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부처님 가사 한 벌과 진신사리를 받아 신라로 귀국했다. 신라 영축산 기슭에 절을 짓고 금강계단을 쌓아 진신사리를 봉안하라는 당부와 함께였다. 하지만 문수보살이 알려준 자리에는 독룡들이 살고 있었다. 자장 스님이 나타나자 용들은 스님의 법력에 놀라 허둥지둥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눈이 멀어 도망가지 못한 용 한 마리가 스님에게 사정했다. 자장 스님은 금강계단 앞에 작은 연못 하나를 만들어 눈 먼 용이 그곳에 살 수 있도록 해주었다. 지금 양산 통
‘철학자 이진경, 선어록을 읽다’ ‘이진경의 불교를 미학하다’ 등의 법보신문 연재를 통해 인문학적 불교 이해의 지평을 넓혀온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인문사회교양학부 교수와 국내 AI(인공지능) 분야의 최고 권위자이자 개척자로 손꼽히는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POSCO 석좌교수가 만났다. 철학자와 공학자의 만남, 사회학과 과학의 만남으로 대표될 만한 두 사람의 대화는 인공지능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부터 미래의 무한한 가능성까지 거침없이 짚어준다.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개체를 어떤 존재로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자의 설명은 불
만해사상실천선양회 등이 주최하는 ‘제12회 님의 침묵 전국백일장’이 8월14일 오후 2시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에 위치한 동국대학교 만해마을 캠퍼스교육원에서 개최된다. ‘2023 만해축전’ 일환으로 열리는 백일장은 한국 문학사의 대표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만해 한용운 스님의 삶과 문학정신을 선양하고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하고자 매년 광복절을 맞아 개최되고 있다.운문부(시, 시조)와 산문부(수필)로 나눠 진행되며 시제는 행사 당일 발표한다. 문학계에 등단하지 않은 국민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각 부문별 장원 1명에게는 강원특별자치도지사
정상옥 전 동방대학원대학교 총장이 7월24일 오후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7세.고인은 동국대를 졸업하고 중국 산동대학교 대학원에서 서법미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계명대 서예학과 교수를 거쳐 2005년 개교한 동방대학원대학교의 초대 총장과 2대 총장을 역임했다.빈소는 서울 진관동 은평성모장례식장 5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7월27일 오전 5시 30분이다. 장지는 서울시립승화원, 경남 남해군 선영. 상주 : 정태겸 010-6742-2151 [1691호 / 2023년 8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
계(戒, Śīla)는 ‘훈련하다’ ‘습관 들이다’는 뜻의 산스크리트어[Śīl]에서 파생됐다. 율(律)은 비나야(vinaya)로서 ‘법률’이라는 뜻이다. 계가 스스로 특정한 행동을 하거나 하지 않도록 훈련하고 습관 들이는 기준으로 자발적 다짐에 가깝다면, 율은 공동체의 질서를 지키기 위한 서로 간의 약속이며 규정이다. 불교에 입문하는 이들은 삼귀의계와 오계를 수지하면서 삼보에 귀의할 것을 약속하고 다섯 가지 악은 행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곧 계를 통해 불자가 되는 것이다. 출가자에게는 그보다 더 많은 행동의 기준들이 요구된다. 반드
2017년 제2회 법계문학상을 수상한 장편불교소설 ‘꺼지기 쉬운 빛’의 후속작이다. “왜 돌부처에 절을 하는지에 대한 의심을 안고 어느 날부터 법당에서 무릎을 꿇고 절을 하기 시작했다”는 저자는 “그것은 ‘나’를 내려놓겠다는 작은 몸짓이고, ‘너’를 부처로 바라보겠다는 소박한 다짐이었다”며 “‘나’를 내려놓으니 깃털처럼 부드럽고 가벼운 자유로움이 찾아 왔고, ‘너’를 부처로 바라보니 눈부처가 이어주는 시절 인연은 삶의 진실을 만난 참 아름다운 것이었다”고 고백한다. 소설은 그 놀랍고 고마운 만남을 담기 위한 작업이다. 전편 ‘꺼지기
동국대 인도철학 총동문회(회장 선일 스님)가 8월8일 오후 3시 총동문회 사무실 개소식을 갖는다. 총동문회 사무실은 중구 퇴계로 36가길 90, 302호에 자리한다.인도철학과 출신 동문들이 뜻을 모아 2021년 12월 ‘인도철학과 동문회’로 출범한 총동문회는 이날 사무실 개소를 계기로 명칭을 변경하고 동문회원 자격을 인도철학과 학부 출신 외에 대학원 인도철학 전공자로 확대했다.총동문회 사무실은 향후 회원 친목과 소통의 공간인 동시에 학술 및 연구 지원, 문헌·사료 발굴, 동문들의 저서 발굴 및 출판 지원, 인도철학의 대중화와 현대적
“온라인커뮤니티가 일상이 되고 모든 정보가 디지털화되고 있지만 모든 정보의 근간이 문자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문자의 총화가 바로 책입니다. 책은 문자가 이룩한 모든 인류 자산의 근간인 동시에 마지막 자산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아름다운 책’ ‘읽고 싶은 책’을 만드는 불서 출판사로 손꼽히고 있는 사유수출판사의 이미현 대표는 책과 문자에 대해 확고한 가치와 애정을 갖고 있다. 이미현 대표가 법보시캠페인에 동참한 것도 우리 사회에서 ‘문자’가 해야 할 일, 특히 전법 매체로서 출판사와 불교언론의 역할에 공감하
“마라여, 그대는 열반의 뜻을 잘못 알고 있습니다. 혹시 그대는 중생을 교화하지 않고 침묵하는 것을 열반이라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까?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열반에 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까? 마라여, 일체중생이 아직 나의 법 가운데서 이익을 얻지 못했는데, 그대는 왜 나에게 반열반에 들라고 합니까?”부처님께서 보드가야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으시자 마라가 속삭이다. “이제 편안히 반열반에 드소서.” 하지만 부처님께서는 “열반의 뜻을 잘못 알고 있다”며 마라의 청을 물리치신다. 그렇다면 열반이
사불은 사경과 더불어 수행과 신행의 방편으로 널리 활용돼 왔다. 이 책은 ‘관세음보살 42수 진언’을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형태의 그림과 감각으로 재해석, 재구성한 책이다. 미국에서 신행활동과 작품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작가의 노력이 불교와 미술의 대중적 결합을 시도했다는 점에서도 높게 평가된다. 모든 중생들을 살피고 구제하겠다는 관세음보살님의 원력은 ‘천수천안’이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시각화됐다. 천수에 각기 들려있는 지물 또한 고단한 삶을 관세음보살님에게 의지하려는 중생의 간절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42수의 진언 또한 마찬가지다. 진
부처님의 형상을 한 초콜릿과 빵이 전시·판매되고 특허까지 얻었다. 불교문화의 최신 트랜드를 보여준다는 박람회에도 등장하고 대한민국 최대의 불교 유적지로 손꼽히는 경주에서도 특허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제법 인기도 끌고 화제도 모은다. SNS에서는 부처님 형상의 초콜릿을 녹여 먹고, 부처님 얼굴 모양의 빵을 베어 먹으며 “재밌다” “귀엽다” “맛있다” “아이디어가 좋다”고 칭찬하고 자랑하는 글도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반면 그런 모습을 불편해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박람회장에서는 불상을 녹여 먹는 모습에 경악한 스님들의 고성이
“불교에 대해 궁금하다”며 누군가 경전을 하나 추천해 달라면? 혹은, 어떤 경전을 읽어야 할까 스스로 고민이 된다면? 선뜻 한 권의 경전을 추천하거나 선택하기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인문학 독자를 위한 불교 경전’ 시리즈는 불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거나 고민해 보았을 이 문제에서 출발한다. ‘어렵다’는 심리적 장벽에 둘러싸여 있는 경전의 문을 열어보겠다는 불광출판사의 당찬 발원이 이 시리즈에 담겨있다. 관심만 있으면 누구든 쉽게 볼 수 있는 ‘경전 개요서’가 되기를 자청했다. 첫 장은 ‘금강경’ ‘법화경’ ‘화엄경’이
‘이 책은 하루 이틀 안에 쉽게 읽어내릴 수 있는 분량과 스타일로 되어있다. 그러나 내용은 여러 날 곰곰이 생각해 볼 만큼 진지하다.’저자 홍창성 교수의 이 설명을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무아’라는 불교의 가장 독보적이고 독창적인, 그만큼 난해한 교리를 다루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서양철학을 전공했으면서도 미네소타주립대학에서 불교에 문외한이 상당수일 미국의 대학생들에게 불교철학을 강의하고 있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는 무아에 대해서도 철저히 서양철학적 사유와 검증을 사용한다. 무자비하리만치 치밀하게 ‘자아’의 개념을 해체시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