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우란분절 기도주간에 청년회 불자들이 함께 법회를 참석했었다. 사찰의 제사의식인 상용영반을 진행하기 전 30여명의 청년 불자들에게 사찰이나 집에서 돌아가신 조상님을 위한 제사의식을 해 본적이 있는지 물었다. 결과는 겨우 3분의1 정도였다. 다른 청년들에 비해 주중과 주말 정기적으로 법회를 참석할 정도의 신심 있는 청년 불자임에도 불구하고 사찰의 관음시식 같은 재의식이나 집안의 제사의식을 해 본적이 없다는 것이다.그렇다면 낳아 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죽음과 그 이후의 시간에 어떤 방법으로 돌아가신 부모님을 기억하고 감사의 마음을
봄철이면 산불이 자주 발생한다. 해방 전후까지 어렵던 시절에는 보릿고개를 넘기기 힘든 사람들이 봄나물을 얻기 위해 산불을 냈다고 한다. 지금은 산림이 우거지다 보니 겨우내 바짝 마른 낙엽에 작은 불씨만 날아들어도 큰 불이 난다.필자가 사는 수원 광교산의 경우 100여명이 넘는 감시요원들이 주요 등산로 입구에 배치돼 있다. 하지만 연간 천만명이 넘게 찾는 산이다 보니 봄철마다 산불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수년 전 효율적인 산불감시 활동을 위해 드론 감시단 구성을 제안했다. 많은 사람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 당시 수원시장의 생각은 달
요즘 날씨를 보면 세상이 불타고 있다는 말이 정말 실감 난다.기상예보에 비치는 유럽의 위성 사진 모습을 보노라면 ‘연소경’에서 가르치신 ‘세상이 불타고 있다’는 가르침이 더 이상 은유의 표현이 아니라 실체적 표현이구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부처님께서는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불타고 있다고 가르치셨지만, 현재 지구 곳곳의 상황을 보면 비단 미국과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힘없이 녹아내리고 있으니 가히 불타는 세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당연할 것 같다.환경론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알고 있듯이 인류 개개인의 욕망
지난 6월 말, 완도가족사망사건이 알려지면서 한국사회는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많은 이가 추정하는 것처럼 경제적 어려움이 초래한 극단적 선택인듯하다. 특히 세간의 이목을 끈 것은 부모가 자식의 목숨을 끊었다는 점이다. 사건이 보도되자 많은 사람은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라며 아동학대, 가족살해의 문제를 강력히 비판했다. 소수지만 일부에서는 “부모의 결정이 잘못된 것이지만, 그 심정이 이해된다”는 댓글도 있었다. 그만큼 복잡하고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인 것이다.이 사건을 통해 한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살펴볼 수 있다.
전국 대부분 사찰에서는 음력 칠월 보름 백중(百中)에 맞추어 우란분절(盂蘭盆節) 기도를 올리고 있을 것이다. 우란분절 기도의 핵심은 먼저 떠나가신 부모님과 조상님들의 극락왕생을 염원하며 부처님과 스님들 그리고 먼저 가신 조상님들에게 공양을 올리는 것이다. 이 기간에 가장 많이 독송 되는 경전은 ‘불설대부모은중경(佛說大父母恩重經)’이고 부처님 말씀은 아니지만, 불자들의 눈물을 연신 훔치게 하는 것은 바로 ‘회심곡(回心曲)’이다. 회심곡은 16세기 말경에 지어진 것으로 민요선율에 순수한글의 가사를 넣어 불린 백성들의 노래이다. 통상 민
절대 군주가 지배하던 고대 로마의 격언 가운데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이 있다. 소크라테스도 악법을 따라 기꺼이 독배를 마셨다. 그런데 정말 악법도 법일까?인도의 간디는 ‘악법은 악법’이라고 정의했다. 따라야 할 법이 아니라 고쳐야 할 대상이라는 의미다. 1928년 영국이 식민지 인도를 수탈하기 위한 방법으로 ‘소금세’를 신설했다. 인도에서 생산되는 소금을 먹어서는 안 되며 영국에서 판매하는 소금만 유통하도록 강제한 법이다. 인도인이 ‘인도산 소금’을 만지기만 해도 엄하게 처벌했다. 이에 맞서 간디는 70여명의 인도인과 바닷가로 가
장맛비가 참으로 괴팍하게 내리는 것 같다.장마철이 시작되면 물난리 걱정이 앞서기도 하지만 제비가 추녀 밑에서 날갯짓을 잠시 쉬었다가 언뜻 다시 펼쳐지는 파아란 하늘로 비행하는 풍경을 상상하기도 하고, 만해 스님의 시 ‘알 수 없어요’를 통해 그려지는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라는 서정을 기대해 보지만, 올해 장맛비는 다른 것 같다. 마치 숨 쉴 틈 없는 돌발 변수들이 돌출하는 현재 우리 정치판의 한 장면처럼 이번 장마는 근년과는 너무 다른 것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2년여 간 코로나로 겪은 어려움이 이제는 나아지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우리가 보고 듣는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로 인한 원자재 수급 차질, 급격한 물가 상승, 기준금리 인상 등 힘든 시기를 예고하는 뉴스뿐이다. 굳이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라, 내가 즐겨하는 짜장면 가격이 오른 것으로 실감하며, 경유값이 부담돼 출항을 포기했다는 고등어선단의 이야기는 우리의 친척 누군가의 이야기일 것이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더 불안한 것은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3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대학 졸업 뒤 1990년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당시 열정과 패기가 넘쳤고 못 할 게 없다는 자신감이 충만한 때였다. 그 시절 종단은 직원의 수도 적었고, 사업 종류와 규모도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특히 사회복지와 관련해서는 종법과 제도가 미비했다. 그렇다 보니 이웃 종교들이 복지 시설 운영과 여러 복지사업으로 지역 단위의 종교 활동을 펼칠 때, 불교가 내세울 만한 것은 많지 않았다. 사찰의 담벼락은 그야말로 높아 보였다. ‘종단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한 역할은 무엇일
우리는 흔히 ‘이상적 세상’ 또는 ‘이상향’을 표현하는 말로 ‘유토피아’를 자주 사용한다. ‘유토피아(Utopia)’라는 단어는 1516년 토마스 모어의 공상소설 ‘유토피아’에서 처음 등장한 신조어였다. 고전 그리스어 ‘아니다/없다’라는 뜻의 ‘not’과 장소를 뜻하는 ‘place’를 조합하여 ‘없는 곳’이라는 부정적 의미의 단어이다. 이런 뜻의 단어가 이상적 세상을 상징하는 말로 되는 데에는 소설 ‘유토피아’에서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나라로 ‘유토피아 섬’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우리 고전 소설인 ‘홍길동전’에서 나오는 ‘율도국
12시간 동안 벌어진 추격과 역전의 드라마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와 국민의힘 지지자 모두를 꼬박 밤새우게 했다. 결국 6월2일 오전 7시 경기도지사 경선 결과를 끝으로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우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어려운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에게 감사의 말을, 당선인에게는 축하의 말은 전한다.대승불교에서는 수행과 정치를 통해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의 목적은 ‘요익중생(饒益衆生)’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널리 중생을 이익되게 하는 것이 수행의 목적이고, 정치인의 목표가 되야 한다는 의미다. 당선인들께서는 선거에서의 마음을 잊지 않고 지
‘아!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 / 꾀꼬리처럼 울지도 못 할 / 기찬 사랑을 혼자서 가졌어라!’젊은 시설 흥얼거렸던 서정주의 시 구절이다. 처음 이 구절만 보고 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로 알고 있다가 한참 후에 시 전체를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제목부터 ‘신록(新祿)’이니 사랑 타령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고 보니 좋아하는 연초록의 색감으로 물든 5월의 산하를 보면 시인의 사무침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곤 한다.우리는 다양한 감각기관을 가지고 있지만, 항상 보고 듣고 생각하라고 배운다. 듣는 것보다 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듣고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