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극락선원 경봉 스님(鏡峰, 1892~1982)은 한국 근현대불교사에서 가장 많은 일화를 남긴 큰스님 중 한 분이다. 세수 91세, 법랍 77세로 장수도 했지만 생전에 수많은 사람에게 감로법을 베풀고 깨우침을 줬기 때문이다.이 책은 “인생은 연극이요, 이 세상은 연극무대가 아니더냐! 사바세계를 무대 삼아 연극 한바탕 멋있게 잘해야 한다”던 경봉 스님의 일화집이다. 스님의 대표법문을 시작으로 일화 73가지가 실려 있다. 유발상좌인 김현준 불교신행연구원장이 2020년 말부터 경봉문도회 도움을 받아 엮은 것으로 월간 ‘법공양’에 9
조선 중기 이후 백성들의 사랑을 받았던 민화는 급격한 산업화에 자취를 감추고 명맥이 끊기는 듯했다. 그러나 1980년대 민족과 민속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함께 재발견되기 시작한 민화는 2000년대 이후 폭넓게 확산됐다. 현재 민화교육기관이 1000여곳에 이르며, 민화를 그리는 사람도 20~3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도 나오고 있다.가회민화박물관장 및 한국박물관협회장을 맡고 있는 저자의 이 책은 독자의 눈높이에 맞게 ‘민화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인문교양서다. 민화란 무엇인지를 시작으로 민화의 역사, 종류, 구성과 색채, 그림 각각
미당 서정주(1915~2000) 시인은 ‘살아있는 한국 시사(詩史)’ ‘시선(詩仙)’ ‘두보에 견주어도 손색없는 시인’이라는 찬사를 받아왔다. 일제에 저항해 퇴학까지 당한 미당에게서 친일시가 발견되며 평가가 엇갈렸다.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이름 아래 곳곳에서 미당의 시비(詩碑)가 철거됐다. 시인 김춘수는 “미당의 시로 그의 처신을 덮어버릴 수는 없다. 미당의 처신으로 그의 시를 폄하할 수도 없다. 처신은 처신이고 시는 시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작가 박완서도 “서정주 시인이 생전에 겪은 칭송과 폄하, 영예와 치욕에 동의하여 고개
“법보신문은 불교계 언론 가운데 가장 날카롭게 비판하는 신문이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애정 어린 비판, 그리고 부처님 가르침을 사회에 널리 알리고자 하는 열정이 남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차에 법보시캠페인을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기꺼이 참여하게 됐습니다.”이필원(53·법담) 동국대 와이즈캠퍼스 교수가 법보신문을 교도소 등에 보내는 법보시캠페인에 동참했다. 이 교수는 “법보신문은 내게도 연재 등 특별한 기회를 제공해 준 고마운 신문이었기에 작은 보답의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장을 맡
환성지안 스님(喚醒志安, 1664~1729)이 일반인에게는 낯설 수 있다. 하지만 숭유억불의 조선시대에 불법이 어떻게 전승됐는지에 관심을 갖는 순간 ‘환성지안’이라는 불세출의 고승은 거대한 산맥처럼 다가온다. 태고보우에서 청허휴정으로 이어지는 선의 적통을 계승한 대선사이며, 통도사, 대흥사, 금산사, 백양사 등 전국 각지를 종횡무진한 화엄의 대종장이기 때문이다. 선종 5가의 핵심적인 개념을 정리하고 스님이 직접 견해를 피력한 ‘선문오종강요’는 백파긍선, 초의의순, 추사 김정희, 우담홍기, 축원진하 등을 중심으로 100여년간 펼쳐진
집착은 왜 괴로움의 원인이 되고,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무엇일까. 마음챙김이 수행이 되는 이유는 무엇이고, 지금 여기를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스스로를 존중하는 연습, 마음챙김’은 뇌과학 및 진화생물학의 성과들을 불교이론에 접목시켜온 저자의 두 번째 마음강의 책이다. 공부공동체인 ‘남산강학원’과 ‘감이당’에서 2019년 진행했던 선물강의를 기반으로 새롭게 집필했다. 고암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저자는 해인사, 송광사, 백장암 등에서 정진한 선수행자이며, ‘대승기신론’ ‘육조단경’ ‘중론’ ‘금강경’ ‘반야심경’ ‘법성게’ ‘섭대
시(詩)라는 한자가 언어(言)로 지은 절(寺)이라는 의미로 읽힐 수 있듯이 시는 불교와 깊은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불교의 전래와 함께 수많은 스님들이 시를 남겼고, 오늘날 전하는 향가도 대부분 스님들의 작품이다. 통일신라말 선종이 발달하면서 수많은 선사들이 자신의 깨달음을 시로 표현한 오도송과 선시들을 남겼으며, 이러한 전통은 고려와 조선을 거쳐 근현대까지 이어졌다.1971년 3월14일 대구 파계사에서 발족한 승려시인회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 조오현을 필명으로 쓰던 무산 스님을 회장으로 지현, 병석, 성우, 정휴 스님 등 2
부산 해인정사 수진 스님이 현토역주를 진행하는 ‘청량국사화엄경소초(淸凉國師華嚴經疏鈔)’ 3차분 13권(18~30)이 최근 출간됐다. 전체 100권으로 진행 중인 ‘청량국사화엄경소초’는 1차분(2020년) ‘화엄현담’ 10권과 2차분(2021년) ‘세주묘엄품’ 7권에 이은 것으로 제2품 여래현상품부터 보현삼매품, 세계성취품, 화장세계품, 비로자나품, 여래명호품, 사성제품, 광명각품, 제10품 보살문명품까지 실렸다.‘청량국사화엄경소초’는 80권본 ‘화엄경’에 소(疏) 60권, 초(鈔) 90권을 붙일 정도로 분량이 방대하다. 대소승 경전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은 혼탁한 사바세상입니다. 그래서 생로병사와 우비고뇌가 끊이지 않는 고통의 바다라고 하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누군가는 실상을 직시하고 이 땅을 맑히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그게 우리 불교언론에 주어진 역할이기도 합니다.”경기도 광명시 붇다사 주지 덕선 스님이 최근 법보신문을 교도소, 병원·군법당, 관공서 등에 보내는 법보시 캠페인에 동참했다. 스님은 법보신문이 불교계 독립언론으로써 전법과 호법의 역할에 충실하고, 한국 생활에 곤란을 겪는 이주민 돕기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오고 있는 것에 대해 높이 평가했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말처럼 기독교에서는 천국만큼이나 지옥을 자주 언급한다.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히에로니무스 보슈의 ‘쾌락의 정원’ 등은 이러한 서양인의 관념 속에 녹아든 지옥의 모습을 보여준다. 의외로 여길 수 있겠지만 불교에서도 지옥에 얽힌 얘기와 그림들은 차고 넘친다. 단순히 죄 많은 중생이 간다는 육도의 하나로서 지옥 차원이 아니다. 머리카락이 쭈뼛하도록 끔찍한 지옥 풍경을 설명한 불경들이 적지 않고, 시왕도 감로도 등 그림에는 살풍경한 지옥이 눈앞에 생생히 펼쳐진다.이 책은 초기불교에서부터 동아시아불교에서
“나는 이제부터 새 살림을 차리려고 합니다. 선행공덕을 살뜰히 키우면서 나의 이웃들을 끝없이 살려 나가는 일이 살림입니다. 나는 공성의 오두막인 극락정토를 장엄하는 정토의 살림꾼, 아미타부처님의 본원(本願)을 깊이 믿고 널리 권하는 정토의 종지기가 될 것입니다.”선객들 사이에서 명망 높은 함현 스님이 정토행자의 길을 걷겠다고 공표했다. 스님이 상주하는 서울 응암동 도솔선원 이름도 ‘선(禪)’을 뺀 도솔원으로 개칭했다. 1970년대 출가해 해인사, 송광사, 백양사, 극락선원, 대승사, 동화사 등에서 정진하고, 조계종 종립선원 문경 봉
불교가 여타 종교와 다른 점은 믿음을 중시하는 동시에 무조건적인 믿음을 배격한다는 데 있다. ‘법에 의지하되 사람에 의지하지 말라’거나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달마를 만나면 달마를 죽인다’는 과격한 문구도 맹목적인 믿음에 대한 경계라 할 수 있다. 믿음에 대한 불교의 유연한 태도는 종교적 깊이를 더하면서도 합리적인 사유의 특성이 두드러지게 만든 배경이 됐다.‘철학자의 불교 공부노트’는 불교를 철학적이고 합리적으로 풀어낸 불교 입문서다. 저자는 미국 뉴욕주립대학에서 서양철학을 전공하고 귀국해 대만 화판대학(華梵大學)에서 철학을
1929년 5월27일 경기도 광주군 대본산 봉은사(현 강남 봉은사)에서는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봉은사 주지 청호 스님(晴湖, 1875~1934)을 찬탄하는 ‘나청호 대선사 수해구제 공덕비’ 제막식이었다. 공덕비에는 ‘을축년 7월 홍수로 선리·부리·잠실의 뽕나무밭이 큰물에 잠기고, 708인 다급해 어찌할 바를 모르고 목숨을 구해 달라 외쳤다. 나청호 대선사가 자비로움으로 이를 구제하니, 그 덕을 잊을 수가 없구나’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공덕비 비용은 스님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708명이 그 은혜를 갚고자 십시일반 걷어 비용
한국의 전통 등문화를 복원하고 현대에 맞게 재창조하고 있는 백창호 한국전통등연구원장이 4월13일 법보신문을 교도소, 군·병원법당, 관공서 등에 보내는 법보시 캠페인에 동참했다. 백 원장은 “불교언론은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다 아름답고 평화롭게 만드는 데에 기여해야 한다”며 “법보신문을 통해 많은 분들이 불교와 인연이 닿고 지혜로운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법보신문이 전통등을 비롯해 우리 민족의 다양한 전통문화가 제대로 보존·계승돼 사라지지 않도록 불교계의 관심을 불러일으켜달라”고 당부했다.전
불교에 익숙할수록 생각하고 분별하는 행위를 부정적으로 보기 쉽다. 생각을 끊고 분별심을 버려야 평정심에 이른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반쯤만 옳다. 불교는 생각하고 분별하는 사유의 종교이기도 하다. 열반에 이르는 여덟 가지 바른 길에 정사유가 포함된 것이나 사색에 잠긴 반가사유상도 이를 방증한다. 다만 사유의 속성인 생각과 분별은 잘 벼려진 칼과 같아 깨달음으로 이끄는 활인검이 될 수도,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살인검이 될 수도 있을 따름이다.‘이 세상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네’에는 무수한 선지식들이 깊은 사유
고려시대 보조지눌 스님은 불교를 공부하는 이들이 경계할 것으로 퇴굴심(退屈心)과 용이심(容易心)을 꼽았다. 들어도 모를 것이라며 지레 물러날 생각을 하거나 습관적으로 늘 듣던 말이라며 가볍게 생각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들어도 모른다” “안 들어도 안다” 둘 모두 공부의 중대한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초심자들은 사찰 문화와 불교용어에 “모르겠다”는 마음을 내지만 절에 오래 다닌 불자들은 “안다”는 마음을 내기 쉽다. 그러나 막상 불교 예절과 용어에 담긴 뜻을 물어오면 설명하기 녹록지 않다. 광명 붇다사 주지 덕선 스님의 법문에세이
‘천수경’은 ‘반야심경’과 더불어 가장 많이 독송되는 경전이다. 절을 오래 다닌 불자들 대부분 ‘천수경’을 줄줄 외고, 일반인이라도 ‘수리수리마하수리~’는 귀에 익을 정도로 대중적이다. 그런데 ‘천수경’에 담긴 깊은 뜻을 아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천수경 제대로 공부하기’는 ‘천수경’이 한국의 대표적인 신앙형태인 관음신앙의 기본을 이루는 중요한 경전임에도 그동안 단순히 의식·독송용으로 평가절하돼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수행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밝히는 데에는 소홀했다는 반성에서 시작한다.동국대와 연세대대학원에서 공부하고 ‘대승기신론
동양의 명상전통이 서양에 정착된 배경에는 명상에 대한 과학적 연구와 이를 통해 입증된 명상 효과 및 적용도 큰 역할을 했다.‘명상과학 입문’은 명상 연구의 역사에서부터 과학적 효과·적용에 이르기까지 명상과학을 총 정리한 책이다. 한국명상학회에 소속된 여러 전문가들이 각 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명상을 과학적·체계적으로 풀어냈다. 전체 내용은 △과학적 명상 연구의 역사 △명상의 개념과 구분 △명상의 효과 △명상의 적용 △마음챙김 요가 △한국의 명상, 명상지도의 실제와 윤리 등 6장으로 구성됐다.명상을 처음 만나는 사람부터 명상하면서 어려
세계적인 심리학자이자 의식 연구 분야의 아인슈타인으로 평가받는 저자가 불교를 통해 오늘날 세계 종교들이 직면한 현실과 극복 방안을 찾는다.저자는 오늘날 영적 전통들이 처한 위기와 한계를 정밀한 AQAL(아퀄) 모델을 통해 진단하고, 불교가 보여준 개방적이고 확장적인 본래의 특성 위에 인간 의식에 관한 최신의 심리학적·사회과학적 연구성과를 적용한 4세대 불교로 ‘통합불교’를 제안한다. 전작 ‘켄 윌버의 통합명상’에서 최초로 언급한 ‘깨달음의 길(의식의 상태)’과 ‘성장의 길(의식의 구조)’을 포함해 진정한 ‘통합영성’을 가늠할 수 있
수많은 불보살님 중 유독 관세음보살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자비로운 엄마와 비슷한 이미지에서 비롯된다. 서양에서는 신이 자신의 손길이 미치는 못하는 곳에 엄마를 보냈다는 얘기도 있다. 그렇듯 엄마는 동서고금을 떠나 세상의 모든 자식들에게 안식처이고 그리움이며, 때때로 회한과 눈물로 다가온다.청주 명장사(주지 도웅 스님)는 지난해 8월 우란분절을 맞아 ‘엄마에게 쓰는 짧은 편지’ 공모전을 열었다. 신도들이 엄마를 떠올리며 글을 쓰다보면 자연스레 자비와 무상을 깊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엄마가 아이를 돌보는 마음은 중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