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꿈을 품고 출가를 한 건 아니었다. 생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처님과 같은 깨달음을 얻기 위함도 아니었다. 나는 그냥 홀로 있거나 주위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조화롭고, 행복을 나누며 살기를 바랐을 뿐이다. 출가 전에도 그랬고 출가 후에도 그랬다. 평안한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내가 제일 좋아하는 경전 구절은 중국 선종 3대 조사 승찬 스님의 ‘신심명(信心銘)’ 첫 부분이다. “지도무난(至道無難) 유혐간택(唯嫌揀擇) 단막증애(但莫憎愛) 통연명백(洞然明白).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으니, 오로지 가리고 선택하는
충북 음성에서 농사짓고 글도 짓는, 30대 작가 지망생의 일기장 같은 책. 계절이 바뀌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는 해를 바라보는 것 같은 알싸함을 느끼게 한다. 쓰러진 고추를 세우고 말뚝에 줄을 감아 다시 앞으로 나아갈 때는 독자의 마음도 함께 추슬러지는 것 같다. 작가는 책을 통해 이야기한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그곳에 간다고. 그 옆에서 골골거리는 고양이와 산책을 재촉하는 강아지가 책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다. 남설희 지음, 아무책방, 1만4000원.[1664호 / 2023년 1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알은 성체의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다. 기관으로 분화되지 않은 상태로 함축하고 있다. 즉 알 속에는 성체의 기관들이 수행할 모든 기능이나 능력이, 어떤 형상도 없이 거기에 있다. 나아가 발생조건에 따라 ‘예정’ 없는 형상, 때에 따라선 괴물 같은 형상으로 출현할 형상조차 그로부터 나온다. 알은 스스로 그 모든 상을 지우고 감춘 하나의 상이다. 빛을 비추면 분화될 기관들이 아직 미분화된 어둠 속에 있다.알이 어둠 속에 있다고, 어둠을 알과 같다 할 순 없다. 어둠은 어둠이다. 덕산이 본 짙은 어둠은 모든 것을 보이지 않게 가리지만,
문화예술사단법인 쿠무다가 음반 제작비를 전액 지원해 화제가 된 재즈피아니스트 조윤성 씨의 즉흥 연주앨범 ‘노르딕챈트’의 제작 발표회가 열린다. 문화예술사단법인 쿠무다(KUmuda, 이사장 주석 스님)는 12월26일(월) 오후7시 서울 종로 JCC 아트센터에서 ‘재단법인 명경문화재단 설립 기념 조윤성 재즈피아니스트 명상음반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소리 - 노르딕 챈트(NORDIC CHANT)’ 제작 발표회’를 진행한다. 12월26일 진행될 명상음반 제작 발표회는 세계적인 재즈피아니스트 조윤성 씨가 최근 발표한 정규앨범 ‘세상 그 어
경남지역 예술의 도시로 불리는 통영에서 창작집단 일상다감사로 활동해 온 한산, 무여 스님이 ‘지금여기감사일기’를 정식 출간한 가운데 행복과 명상을 길을 제안하고 나섰다.창작집단 일상다감사 한산, 무여 스님은 12월15일 경남 통영리스타트플랫폼 4층 공용공간에서 ‘‘지금여기감사일기(그봄출판사)’ 정식 출간 기념 교계 언론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가 진행된 통영 리스타트플랫폼은 두 스님이 설립한 ‘그봄출판사’가 입주해 있는 건물로 통영시가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스님들은 이번 책 출간을 계기로 이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던 시절 금강산 관광이 유행이었던 적이 있다. 당시 버스를 타고 금강산에 다녀왔던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지워지지 않은 충격적인 잔상이 있다. 북측의 군사분계선을 넘자마자 만나게 되는 황량한 들판과 나무 한그루 없이 벌거벗은 민둥산이다. 완전히 이질적인 낯선 풍경은 놀랍도록 아름다웠던 금강산에 비례해서 더욱 가슴을 쓰라리게 했다. 연료가 부족해 나무를 땔감으로 쓰는 북녘의 가난한 삶은 이렇게 황망하게 상처 입은 땅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조선의 숲은 왜 사라졌는가’라는 책을 보며 이미 한참 지나버린 과거의
북극 한파가 심술을 부린다. 입동과 소설이 지난 날씨가 너무 따스하다고 생각할 즈음, 갑자기 한파가 찾아왔다. 일기예보가 너무나 세세히 지구본을 돌리면서 알려주는 덕분에 짐작으로도 훤히 기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예전에는 정말 갑자기 찾아오는 북풍한설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을 것이다. 너무나 정확한 예측을 전해 듣고 나름 준비를 하고 나니 추위로 고생스럽지는 않지만 한켠에서는 뭔가 허전한 기분도 든다. 삶의 여운이 사라져 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인류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본능적 공포심이 있다. 유사 이래로
수행일지는 수행 단계를 스스로 점검하며 자신을 성찰하는 과정으로 수행지도자들이 명상을 공부하는 수행자들에게 장려해왔다. 옛 선지식들도 수행과정에서 일어난 일상을 점검한 수행일기를 남겼으며 이 전통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수행일지를 작성하는 습관이 우울증과 불안감 등을 감소시키는 데 큰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와 주목된다.명상상담평생교육원 교수 혜성 스님은 11월26일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 20주년 기념 ‘명상과 심리상담의 만남’ 주제 학술대회에서 ‘오온(五蘊)을 활용한 명상일지 쓰기의 치유적 효과
사단법인 한국전통지화보존회와 한국비구니승가연구소장 수경 스님이 제10회 묘엄불교문화상을 수상했다. 묘엄불교문화재단(이사장 김용환)은 11월 30일 11월30일 수원 봉녕사(주지 진상 스님) 대적광전에서 ‘제10회 묘엄불교문화상 시상식 및 세주묘엄장학금 수여식’을 개최했다. 수상식에 앞서 제10주기 세주당 묘엄 명사 추모 다례재가 봉행됐다.묘엄불교문화상은 지난 2011년 세수 80세, 법랍 65세를 일기로 열반에 든 세주당 묘엄 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불교학 및 불교문화 발전에 기여한 개인 및 단체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묘엄 스님의 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대표 박경석, 이하 전장연)가 11월29일 오후 1시50분쯤 조계사 대웅전 어간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휠체어장애인 12명을 포함한 20여명은 장애인들과 시위대는 화엄성중백일기도 입재 중이던 조계사 대웅전으로 진입해 기습 농성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7대의 휠체어가 어간으로 진입해 현수막을 펼치기도 했다. 전장연은 ‘장애인 권리예산 권리입법, 국민이 힘이 책임져라’는 손 팻말과 함께 ‘부처님께 비나이다’라는 문구가 들어간 현수막을 펼쳐 조계사 대웅전 농성이 사전에 준비된 것임을 추정케 했다. 하지만 조계
‘섞다’라는 뜻의 라틴어 ‘퓨즈(Fuse)’가 영어식으로 명사화된 ‘Fusion’이라는 어휘가 1950년 무렵 재즈와 함께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당시 세계는 한국의 6·25를 비롯해 전쟁・종교・빈부의 갈등이 격화되어있었다. 그러자 마일스 데이비스가 “음악만은 퓨전해야 한다”며 발매한 ‘Bitches Brew’ 음반이 히트를 쳤다. 록이 창조적이고 다양한 시도를 했던 반면 재즈는 하드 밥을 지겨워하면서도 변화를 두려워하며 메너리즘에 허덕여 오다 이 음반이 기폭제가 되어 70년대 새로운 음악 시대가 열렸고, 더불어 크로스오버도 유행하였
“불교 인연이랄 것도 없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불자였으니까요. 그러다가 사형수들에게 대부(代父)로 불리는 삼중 스님과 인연이 됐습니다. 51년간 교정시설을 찾아 교화했다고 알려진 분이죠. 삼중 스님에게 혜운(慧雲)이란 법명을 받았습니다. 스님처럼은 못해도 스님께 받은 법명의 무게 정도는 지키려 노력해야하지 않을까요.”문태기 천안 아름다운요양원 원장이 법보신문 법보시 캠페인이 동참하며 “자유와 구속의 경계에 선 이들에게 부처님 가르침이 전해졌으면 한다”고 했다. 문 원장은 2019년부터 충남 천안 도심에서 ‘아름다운 요양원’을 운영하
창작집단 ‘일상다감사’가 빛나는 나를 위한 100일 프로젝트 ‘지금 여기 감사 일기’ 출간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한다.‘일상다감사’는 젊은 세대의 불교유입과 불교 대중화를 위한 새로운 포교 방법을 고민하는 중앙승가대 졸업 스님들의 모임이다. 일상다감사의 ‘일상’은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日常]’이기도 하고, ‘차별 없고 절대 평등한 진여의 상[一相]’이기도 하다. 일상다감사는 탐진치 번뇌의 습을 녹이기 위한 기도, 염불, 명상, 간경, 사경, 절 등 여러 수행 가운데 현대인에게 가장 알맞는 방편으로 감사일기를 채택했다.일상다감
어린 시절, 불교를 잘 알진 못했지만 절에 열심히 다니셨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항상 호감을 갖고 살아왔다. 그러다 입대 후 우연히 부대의 불교 군종병에 선발되면서 매주 3번씩 절에 다니게 됐다. 원해서 된 것은 아니었지만, 덕분에 제대하기 전에 ‘반야심경’ ‘천수경’ 등 기본적인 경전을 외울 수 있었다.제대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원래는 자동차 정비를 전공했는데, 일본에서 갑자기 외국어에 흥미를 느꼈고 불경을 원문으로 읽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 중국문학을 공부했다. 한국인이 일본에서 중국어를 전공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힘든 생활
모든 사람은 행복을 추구한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신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내’가 소중하다는 것은 ‘남’이 나보다 뒷전이라는 뜻이 아니다. 나만큼 남도 소중하다는, 즉 모두가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그러니 내가 다 가져서는 안된다. 남을 위해서 이 세상을 조금 비워두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 남의 행복을 위하는 길이다. 마음 역시 마찬가지다. 조금 비워둔 곳, 온갖 감각과 생각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빈자리가 있어야 한다. 바로 그 자리에 행복이 찾아든다. 봉선사 주지 초격 스님이 전하는 메시지다. 물론 세간을 향
경주 불국사 회주 나가성타(那伽性陀) 스님은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며 알리고 고통 받는 사람과 생명을 감싸 안아온 이 시대 선지식이다. 조계종 원로의원인 스님은 1952년 불국사에서 월산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이래 수행자, 교육자, 학자, 행정가, 활동가, 전법사의 길을 우직이 걸어왔다. 그 70년 세월은 개인의 역사를 넘어 한국불교사에도 뚜렷한 족적으로 남았다.어려서 출가한 스님은 통도사 강원과 동국대 역경연수원을 졸업하고 법주사 승가대학 강사로 재임하면서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았다. 교육 경험과 안목은 종단으로 회향됐다. 1980
워라밸(work-life balance)이란 생소한 용어가 우리 사회에서 널리 사용된 지 오래다. 맥락에 따라 ‘일’과 ‘개인 생활’의 균형 혹은 (생계로서의)직업과 (자신의 삶을 위한)생활의 균형을 뜻한다. 오늘날 젊은 세대에서 바람직한 생활방식으로 권장되고 있지만, 삶의 온전성을 몰각한 우리들의 슬픈 처방책일 뿐이다. 자본과 시장 중심의 세계에서 개인이 다양한 형태의 임금 노동자로 전락한 가운데 인간의 삶은 분절화되어, 일이나 직업은 오직 밥벌이의 수단일 뿐, 삶의 보람이나 인생의 의미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 것이다. 삶의 분절
외세를 믿고 행패를 부리던 천주교에 저항했던 제주도민들의 억울한 넋제주 출신 작가 현기영의 장편 ‘변방에 우짖는 새’를 읽었거나 이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이재수의 난’을 본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현기영은 소설가의 상상으로만 이 작품을 쓴 것이 아니라 조선 말 정계의 주요 인사로 프랑스와의 수교 교섭 책임자였던 김윤식이 제주도로 유배되었을 때 쓴 일기 ‘속음청사(續陰晴史)’를 기본 사료로 하고 천주교 측에 보관된 관련 자료들도 꼼꼼하게 살폈다고 한다.프랑스(당시 법국) 신부의 권력을 등에 업은 일부 천주교인들 행패가 심해져서
서울 불광사·불광법회(주지 지현 스님)가 9월13일 경내에서 ‘자비의 생활용품’ 전달식을 갖고 사회적협동조합 연꽃향기(이사장 이종찬)에 노숙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생활용품을 전달했다. 이날 지원한 물품은 백중 49일기도를 통해 모아진 치약, 칫솔, 비누, 수건 등 생활용품 1000세트다.주지 지현 스님은 “이번 생활용품 지원은 비록 많지 않은 수량이지만 불광 신도들이 부모님께 공양 올리는 마음으로 십시일반 모은 것”이라며 “자비나눔 실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이종찬 연꽃향기 이사장은 “우리 사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천태종이 교류의 물꼬를 터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권 장관은 9월16일 천태종 서울 관문사에서 (사)나누며하나되기(총재 무원 스님, 천태종 총무원장)가 개최한 ‘권영세 통일부 장관 초청 윤석열 정부의 통일정책’ 주제의 특강에서 이같이 주문했다.권 장관은 “현재 남북은 정치·군사·사회적 갈등과 국제사회 관계 등 다양한 이유로 정부 간 대화가 끊긴 채 경색돼 있다”며 “북한과 왕성한 교류를 했던 천태종이 정부가 하지 못하고 있는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물꼬를 터주길 바란다”고 말했다.윤석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