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호은 스님에 관해 묻는 짤막한 이메일을 받았다. 2007년 6월 내금강을 다녀와 쓴 기사를 봤는데 여기에 장안사에 머물렀던 고승들 중에 호은 스님이 거론됐다며 관련 기록들을 찾아줄 수 없느냐고 했다. 당시 여러 자료들을 살펴보고 기사를 쓰기는 했지만 근대사 전공자가 아니다 보니 어려울 것 같다고 답장을 보냈다. 이를 계기로 몇 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의외의 사실들을 알 수 있었다.이메일을 보낸 분은 남해에 거주하는 박신조(65)씨로 호은(虎隱, 1850~1918) 스님 친동생의 증손이라고 했다. 기이한 인연으로 어릴 때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껍데기는 가라’ 전문)올해 서거 50주년을 맞는 신동엽(1930~1969) 시인은 1960년대 참여시를 확산시킨 선구자다. 1967년 1월 ‘52인 시집’에 수
최근 불교 원전을 공부하는 이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책이 있다. 가톨릭대학교출판부가 펴낸 ‘산스크리트어 통사론’이 그것이다. 초기경전이 주로 팔리어로 쓰였다면 대승불교는 산스크리트어(범어)로 쓰였다. 인도불교나 인도철학을 연구하는 이들이 산스크리트어를 모르고는 한 걸음도 나아가기 어려운 이유다.인도에서는 기원전 5~4세기 파니니라는 불세출의 문법학자가 출현해 고전 산스크리트 문법을 체계화했고, 놀랍게도 그것은 오늘날까지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통사론에 대한 언급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그것을 보완하는 책으로 야곱 사무엘 스파이
세월이 흘러도 중요성이 퇴색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일기가 그렇다. 기록과 성찰이라는 일기의 기본 속성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 시절 개학을 앞두고 숙제로 내준 일기를 한꺼번에 써야할 때 날씨가 어땠는지 가물거려 당황스러웠던 기억 등 누구나 일기와 관련한 추억이 한둘쯤은 있을 듯싶다.2004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초등학교 아이들 일기장 검사는 사생활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교육부에 일기 검사를 개선하라고 권고하면서 예전의 일기 검사방식은 사라졌다. 대신 담임 선생님과 부모들이 재량껏 일기 쓰기를 지도하고 있
어부 안드레는 예수의 첫 번째 제자였다. 형제인 베드로에 가려 존재감이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신앙심은 매우 깊었다고 한다. 예수의 최측근으로 그리스에서 선교활동을 펼치다 십자가에 처형됐다고 알려진 인물이다.기독교 수호성인이라는 안드레의 이름이 몇 해 전부터 불교계에 종종 등장한다. 안드레라는 학생이 2016년 불교종립 동국대의 제48대 총학생회장으로 출마해 당선되면서부터다. 자신이 목사 아들이자 개신교인임을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안드레는 4년 전 동국대 총장 선출과정을 거치며 불교 인터넷 매체에 이름이 자주 오르내렸다. 당시 그가 핵심
지난달 11월15일 치렀던 수능시험 성적이 최근 발표되면서 여기저기서 희비가 교차한다. 놀고 싶은 것 참고 밤잠 줄여가며 숱한 나날을 보냈을 수험생들이 한 번의 시험으로 운명이 갈릴 수 있다는 것은 잔혹한 면이 없지 않다. 그런 만큼 수능과 관련해서는 늘 뒷얘기가 무성하고 화제꺼리도 많다.올해는 ‘불수능’이라고 할 정도로 언어, 수리, 외국어, 탐구의 영역 모두 어려웠다는 평가들이 나온다. 그럼에도 난관을 뚫고 만점 고지에 오른 수험생이 9명이나 나왔다. 이들 가운데 서울 선덕고 김지명군은 군복무 중에 만점을 받은 김형태 일병과 더
전법과 교화의 학술적 지평을 열어간다는 모토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던 불광연구원이 문을 닫는다. 불광연구원 운영 주체인 서울 불광사가 최근 불광연구원에 12월을 끝으로 폐원한다는 입장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불광사가 내세운 표면적인 이유는 재정 문제라지만 속내는 보복성 결정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온다. 불광연구원에서 근무하던 연구원들도 당장 해고될 상황에 내몰렸다. 지난 9월28일 지홍 스님이 불광사 창건주 자리를 내놓으면서 문도들과 합의했던 ‘불광사 산하기관 종사자에 대하여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2018년 11월 현재 대한민국 인구는 5163만여명. 이들 대부분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말을 사용하며 한국인으로 살아가지만 영어 때문에 곤란을 겪지 않은 이들이 드물다.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거나 혹은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처음 배우는 영어는 입시, 입사에서 비껴하기 어려우며 종종 진급에도 크게 작용한다. 곳곳에서 조기영어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영어 교습비가 대학 등록금보다 비싼 곳도 적지 않다. 지난 10월 스웨덴 교육기업인 EF에듀케이션퍼스트가 발표한 국가별 영어능력지수(EPI)에서 한국이 31위로 대만(48위), 일본(49위)
안성 도피안사 주지 송암 스님은 요즘 부쩍 한숨이 늘었다. 산악인 고 김창호 원정대장과 대원들이 네팔 히말라야 구르자히말에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으면서부터다.김창호 대장의 원정대가 히말라야 구르자히말 남벽 직등 신루트 개척에 나섰다 참변을 당한 것은 지난 10월10일쯤이었다. 총 45일간 계획했던 이들의 여정은 10월17일 원정대 전원이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막을 내렸다. 김 대장은 세계 최단 기간인 7년 10개월 6일 동안 히말라야 14좌를 무산소 완등한 세계적인 산악인이었다. 신중하고 담대했던 김 대장이 주도한 코리안웨이 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공식 초청으로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인도를 방문하면서 허왕후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2000여년 전 인도 아유타국에서 왔다는 고대 가락국 김수로왕의 비(妃)가 21세기 한국과 인도의 친선을 상징하는 인물로 떠오른 것이다.모디 총리는 11월5일 김 여사를 만나 “허왕후 기념공원은 2000년간 이어온 양국 관계가 복원되고 전 세계에 그 깊은 관계를 잘 보여주는 동시에 다음 세대에도 양국 관계의 연속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문 대통령도 인도를 방문했을 때 “인도 우타
고려시대부터 700여년간 전승돼왔던 불복장작법이 국가무형문화재 신규 종목으로 지정 예고됐다. 여법했던 의식은 세월이 가면서 점차 생략되고 설행할 수 있는 스님들마저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이번 무형문화재 지정 예고는 불복장작법에 생명력을 부여했다고 볼 수 있다.불교 무형유산은 오랜 세월 무관심의 영역이었다. 이는 국가 지정문화재 현황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현재 보물로 지정된 유형문화재 2004건 중 불교 관련이 1280건으로 전체 63.9%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국가무형문화재 140종목 중 불교 관련은 영산재(제50호, 1987년
바야흐로 명상의 시대다. 수십 년 전까지 명상은 수행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이제 그리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없다. 스티브 잡스, 오프라 윈스키, 박찬호, 고소영, 김하온 등 유명 인사들이 명상 애호가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 하버드대학과 스탠포드대학, 영국의 옥스퍼드대학,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소 등에서 명상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한해 미국에서 쏟아지는 명상 관련 논문도 1200편이 넘는다.심리상담 및 치료가 일상화된 미국에서 불교명상을 이용하는 전문가들이 절반을 넘어섰으며, 첨단기술의 성지라는 실리콘밸리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