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12월13일 기자회견에서 종단을 정치 집단화시킨 근본 원인으로 선거제도를 꼽았고 이를 적극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또 “종단이 반목을 끝내고 대화합을 이뤄 새 출발할 수 있도록 대탕평의 시간을 갖겠다”며 최근 몇 년간 논의돼온 멸빈자(체탈도첩자) 사면 의지를 밝혔다. 설정 스님이 1994년 종단개혁 당시 개혁회의 법제위원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멸빈자 사면이 실현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1994년 종단개혁과정에서 멸빈 처분을 받은 스님들을 구제하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시도됐다. 총무원
지난 12월2일 전국 2000여명의 스님들이 일제히 동안거 결제에 들어갔다. 안거는 여름과 겨울철에 3개월 동안 용맹정진하는 것으로 부처님 때부터 이어져온 수행전통이다. 이번 동안거 결제에 든 100여곳 선원 중 세간의 관심이 유독 많이 쏠린 곳은 인제 백담사 무금선원이다. 설악산 도인이라는 조실 무산 스님의 활구법문이 있어서겠지만 지난 10월말 조계종 총무원장 임기를 마친 자승 스님이 퇴임 후 첫 행보로 무금선원 무문관에 들었기 때문이다.자승 스님의 지난 8년은 찬사와 비난이 교차한 세월이었다. 2009년 10월, 조계종 33대
지난 11월25일 순천 송광사에서는 조촐하지만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창립 30주년을 맞은 보조사상연구원이 이를 기념하는 학술대회를 연 것이다. 박보람‧강호선‧김방룡 박사가 교학, 역사, 사상 분야에서 보조사상연구원의 30년을 성찰했고, 조윤호‧이병희‧이병욱 박사가 토론을 맡아 논의를 심화시켰다.보조사상연구원은 한국 불교학에 크게 기여한 교계 학술단체다. 모든 사찰 연구소들의 롤모델로서 큰스님 선양의 바람직한 이정표를 제시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1987년 2월22일 송광사에서 첫발을 내디딘
불교는 유교, 도교와 함께 동아시아문명의 근간을 형성하고 있지만 죽음에 대한 관점 차이는 확연하다. 공자는 ‘아직 삶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느냐’고 말했지만 불교에서는 ‘죽음을 모르는데 어찌 삶을 알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윤회의 속박으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를 문제 삼는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죽음’은 금기가 아니라 출발점이며 종착지다.불교의 해탈은 죽음은 물론 삶의 굴레에서도 벗어남을 의미한다. 삶과 죽음 모두 윤회라는 동일한 과정에서 나타나고 반복되는 서로 다른 양상일 따름이다. 그래서 불교는 생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는 시대다. 민주화 운동에 기여했던 원로와 진보적인 대학교수들 모임인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도 근래 불교 내부에 깊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입장 표명을 하고 있다.지난 4월 봉은사 전 주지 명진 스님이 종단 비방과 주지 재직 시 사찰재산 위법 양도 계약 혐의로 조계종으로부터 제적 징계를 받았을 때였다. 명진 스님과 인연이 있었던 각계 ‘원로’ 40여명이 “독재국가에서나 일어날 법한 탄압” “유신독재의 잔재” 등 불교계를 적폐의 온상 취급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여기에는 이해동 목사를 비롯해 함세웅, 문정
며칠 전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서 보도자료가 왔다. 이곳은 목사님이 재단을 만들고 이사장을 맡고 있는 곳으로 불교언론에 보도자료가 오는 것은 이례적이다. 내용은 미담이었다.보도자료를 정리하면 11월9일 서울 아산병원에서는 순수 신장기증 수술이 이뤄졌다. 신장 이식자는 포항에 사는 45세의 형모씨였다. 그는 어릴 때부터 신장병을 앓았고, 1989년에는 친아버지로부터, 1990년에는 삼촌에게서 신장을 이식받았다. 하지만 2003년 거부반응으로 다른 신장 기증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힘겨운 투병생활을 견뎌내야 했다. 그러다 14년
지난 10월28일에는 해남지역으로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1년에 딱 한번 열린다는 미황사 괘불재 현장은 장엄했고, 대흥사 회주 보선 스님의 법문은 울림이 깊었다. 오랜만에 찾은 대흥사도 천년고찰의 위엄과 고즈넉함을 잘 간직하고 있었다. 도량 어디에나 절절한 신심과 사연이 배여 있겠지만 유독 천불전에 눈길이 갔다. 이곳에 봉안된 옥불과 관련된 200년 전 사건 때문이다.1817년 11월16일은 대흥사 대중들에게 아주 뜻깊은 날이었다. 6년 전인 1811년 2월 대흥사에 큰 불이 나 12개 전각 중 9개가 모두 타버렸다. 이에 초의 스님
며칠 전 해인사 원당암 보광전의 주불인 목조아미타불좌상 복장(腹藏)에서 15세기 후령통과 고려시대 귀중한 전적들이 다량으로 발견돼 관심을 모았다. 지난 8월 개금불사를 위해 복장을 확인하던 중 고려시대 경전들이 납입됐음을 확인한 것이다.그러나 복장 유물 확인 과정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본존불인 목조아미타불좌상보다 협시불인 관음보살입상과 지장보살입상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목조아미타불좌상은 1983년에도 개금불사를 위해 복장 일부가 개봉됐었으나 관음보살입상과 지장보살입상 복장은 지금까지 한 차례도 개봉된 적이 없었기 때문
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에 설정 스님이 당선되면서 향후 조계종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비구니 위상도 그 중 하나다. 설정 스님은 비구니스님들의 권익 향상과 수행환경 개선을 위해 비구니부 및 비구니특별교구 설립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또 비구니스님들의 참종권을 확대하고 종법 체계 중 비구니 차별조항 개정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러한 약속은 비구니스님의 위상을 크게 높일 뿐 아니라 불교의 평등정신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갖도록 한다.현재 조계종을 비롯한 천태종, 태고종 등 주요 종단에는 비구스님과 비슷한 수의
말도 탈도 많았던 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선거가 설정 스님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10월18일 조계종 최고 의결기구인 원로회의 인준과정을 거치면 설정 스님은 오는 10월31일부터 2021년 10월30일까지 4년간 총무원장직을 수행하게 된다.조계종 종정이 법의 상징이라면 총무원장은 조계종의 행정을 총괄하는 수반이다. 전국 사찰 주지 임명권을 비롯해 사찰 재산 감독 및 처분권을 갖는다. 또 조계종은 물론 천태종, 진각종, 관음종 등 30여 개 종단이 가입해 활동하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당연직 회장도 맡는다.막대한 권한을 지닌 총무원장은
10월9일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지 571돌을 맞는 날이다. 조선은 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억압했던 시대로 불교계로서는 피눈물로 견뎌야 했던 암흑기였다. 한글은 이러한 숭유억불 시대에 탄생했으나 유교가 아닌 불교와 매우 관련이 깊다. 세종대왕의 명으로 수양대군이 편찬한 ‘석보상절’은 부처님 일대기를 다룬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불서이며, ‘원각경’, ‘선종영가집’ ‘수심결’을 비롯한 몽산 스님 등 고승들의 법어집도 속속 한글로 번역됐다. 한글 창제 후 15세기 말까지 간행된 현존 언해문헌은 모두 30여종으로 이 가운데 불교 관련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박성진 포항공대 교수가 9월15일 사퇴했다. 종교관·역사관 등으로 자격 논란을 빚었던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의 답변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창조과학자들이 지구 나이가 6000년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에 동의하느냐”는 국회의원 질문에 박 교수는 “동의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신앙적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박 교수 발언을 놓고 “기독교계를 등지지 않고 장관후보에서도 물러나지 않으려는 기회주의적 발언”이라는 비판도 나왔다.전지전능한 신을 믿는 기독교 입장에서 과학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10월12일 예정된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가 다가오면서 불교계에서 부쩍 회자되는 단어가 승려대회다. 전국선원수좌회가 8월9일 개최한 회의에서 승려대회 개최가 안건으로 올랐고, 전국 99개 선원 중 이날 참석한 10여개 선원대표들이 우여곡절 끝에 승려대회 개최를 결의했다.순탄할 것 같았던 승려대회에 이의를 제기한 것은 전국선원수좌회 내부에서였다. 전국선원수좌회의 결의를 인준해줘야 할 원로선승들 모임인 장로선림위원회 위원 스님들이 “뚜렷한 명분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실제 이 문제로 장로선림위원회 회의가 두 번이나 소집됐으나
지난 8월말,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안에 모셔진 석조여래좌상을 보고 “경주 남산의 불상이나 그 지역 암석과 재질이 같은지, 불상 제작기법은 어떤 차이가 있는 등을 모두 조사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청와대도 조사 결과에 따라 경주에 있던 것이 맞으면 문화재청과 협의를 거쳐 원위치에 돌려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대체적으로 청와대 불상의 환지본처 소식을 반기는 분위기다. 이 불상에는 단순한 문화재 차원을 넘어 나라 잃은 설움이 깊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통일신라시대 만들어져 ‘미남불’이라는 호칭을 얻은 이 불상이 경주를 떠난 것
법보신문사는 매월 한 차례 전 직원이 모여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독서모임을 10여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번 달은 광고인 박웅현씨가 2011년 쓴 ‘책은 도끼다’(북하우스)였다. 인문학으로 광고한다는 저자가 자신만의 독법으로 창의력과 감성을 깨운 책들에 대한 얘기를 엮어낸 책이다. 이날 독서모임에서 발제자 중 한 명이 주목한 것이 저자의 키치론이었다.키치(Kitsch)는 흔히 저속한 작품이나 천박함을 일컫는다. 그런데 저자는 키치를 편집으로 정의했다. 자기가 해석하고 싶은 대로, 보고 싶은 대로 잘라서 편집하는 게 바로 ‘키치적’이라는
강남 봉은사 주지와 종회의원 등을 지낸 명진 스님이 8월18일 ‘참회 단식’에 들어갔다. 조계사 옆 우정총국 자리에 마련한 천막에서 스님은 방문객들을 만나며 허기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단식의 종교적 연원은 깊다. 로마 가톨릭은 부활절을 앞두고 단식하며, 이슬람교는 라마단 한 달 동안 대낮에 식음을 전폐한다. 인도 브라만교와 중국 도교에서도 단식을 수행법의 하나로 활용한다. 그렇지만 불교는 단식을 그리 강조하지 않는다. 부처님이 출가 후 6년간 뼈가 선연히 드러나도록 단식에 가까운 고행을 했지만 수자타의 유미죽 공양을 받으며 중도
연합뉴스가 8월14일 ‘스님이 고기 먹어도 될까?…불교계는 논쟁 중’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지난 달 20~22일 조계종 백년대계 워크숍에서 몇몇 스님들이 육식 허용을 주장하면서 논쟁이 불거졌다는 것이다. 기자는 ‘육식을 둘러싼 불교계의 찬반론이 뿌리 깊다’며 뜬금없이 만해 스님을 육식 찬성론자로 규정했다. 1910년 쓴 ‘조선불교유신론’에서 승려도 결혼하고 육식을 하자는 ‘대처식육론(帶妻食肉論)을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많이 본 뉴스 상위권에 올랐고, 댓글도 100여개나 달렸다. 또 SBS, MBN, 서울경제 등 언론에도
박찬주 전 육군 제2작전사령관 부부의 공관병 갑질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이들 부부는 공관병을 공관 관리 외에 조리, 빨래, 텃밭 가꾸기 등 잡무는 물론 폭언과 폭행, 호출용 전자 팔찌까지 착용시켜 필요할 때마다 불러 온갖 잡일을 시켰다. 게다가 자기 자식의 빨래와 음식도 시켰다니 군인이 아니라 하인이었던 셈이다. 그렇기에 “공관병을 아들 같은 마음으로 대했다”는 박 전 사령관 부인 발언에 많은 사람들이 공분하는 것도 당연하다.교회 장로와 권사라는 이들 부부는 종교편향에도 거리낌이 없었다. 지난해 6월 구국기도회 간증 강사로 나가서는
박범훈(69) 전 중앙대 총장이 7월17일 조계종 불교음악원장에 임명되면서 교계 안팎에서 하마평이 무성하다. 그가 작곡과 연주에 능하고 불교와 인연이 깊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없다. 문제는 그가 보인 부적절한 정치 행보에 있다.2007년 17대 대선 당시 중앙대 총장을 맡고 있으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 캠프에 참여해 구설수에 올랐다. 현직 대학총장이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런 박 원장은 2011년 중앙대 총장에서 물러난 뒤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으로 옮겨갔다.박 원장의 부적절한 처신이 도덕적
삼복더위가 본격화되면서 해묵은 보신탕 논쟁이 불붙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이 거리에서 ‘개식용 반대’ ‘동물보호법 강화’를 외치는가 하면, 일부 열렬 회원들은 보신탕집까지 찾아가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초복을 앞둔 7월초 서울 보신각에서는 색다른 시위가 열렸다. 전국 개 농장 운영자와 개고기 판매상들로 구성된 한국육견단체협의회 회원 수백 명이 ‘100만 육견인의 생존권 사수 총궐기대회’를 서울 한복판에서 개최한 것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개를 축산물위생관리법상 가축으로 포함시켜 개고기 식용을 전면 합법화할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