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조의 제자 가운데 선의 일상화를 잘 표현한 대표적인 시가 있다. 내 일상생활에 특이한 일이 따로 없으며/ 내 스스로 차별 없이 즐긴다./ 선택해서 버리고 취할 것이 별도로 없으며/ 너무 법석 떨 것도 치워 버릴 것도 없다./ 누가 주사(朱紫)라고 말하는가?/ 산과 언덕엔 티끌 하나 없는데/ 신통과 묘용은 물을 나르고 섶을 나른다.위의 시는 마조의 제자인 방 거사(?∼808)의 선시이다. 참 진리인 진여 혹은 실상·여여함이라는 것조차 마음에 두지 않는 경지를 엿볼 수 있다. 앞의 시 내용 중 ‘주사(朱紫)’는 붉은색의 관복으로 나라
일본 학자 마찌하다료오슈(道端良秀)가 “조식의 범패는 오(吳)의 지겸(支謙)과 강승회(?~280)에 의해 계승되었다”고 할 정도로 오나라에서 활동한 역경승들에게 경전은 그 자체가 범패였다. 지겸은 황태자의 스승이 되어 국정에도 참여하는 가운데 ‘대아미타경’ ‘유마경’ ‘무량수경’ 등을 번역하였다. 축율염(竺律炎)은 유기난(維祇難)과 함께 ‘법구경’ ‘아차말보살경’을 번역하였고, 유기난이 세상을 떠난 후인 230년에는 축율염이 단독으로 ‘삼마갈경’ ‘범지경’을 번역하였으며, 지겸과 함께 ‘마등가경’ ‘불의경’ 등을 번역하였고, 지강량
“꿈은 꿈일 뿐이다. 꿈 속에서 살면서 또 무슨 꿈얘기를 하는가?”20여년 전 열반한 서암 스님이 생전에 나의 질문을 듣고 일러주신 가르침이다.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부처님과 인연에 관한 암시는 글 몇 자 적는 것으로는 표현이 어렵다. 물론 무늬만 불자인 일반 대중의 행태를 나도 줄곧 반복해 왔다. 절에 가면 가끔 108배를 하거나, 부처님오신날에 절에 찾아가고, 경치 좋은 도량을 알아보는 것 등이었다. 세속에 사는 우리네들은 사방팔방이 감각적 욕망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문명이 발달한 요즘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감각적 욕망의
김해 연지공원 인근 보현산(377.2m) 자락에 자리한 통도사 김해포교당 바라밀선원. 미혹에 빠진 차안의 사람들을 깨달음의 피안으로 인도하려 수담인해(秀潭仁海) 스님이 세운 선원이다. ‘창건 10년’이라는 짧은 역사 속에서도 김해포교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통도사 마산포교당 정법사와 인연이 닿아 청소년 시절 때부터 불교학생회 활동을 활발히 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는 아예 절에서 살았더랬다. 남해고속도로 진영 휴게소에서 주유 아르바이트를 하던 1993년 12월 31일. 새벽 12시가 지나면 주유 값이 오른다는 사
“오늘 수계자 일동은 부처님을 향한 신심과 견고한 믿음으로 선행을 닦아 지혜를 증장하고 정법을 행해 불지에 도달하겠습니다.”태고종(총무원장 상진 스님)이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고 사회에 회향할 전법사 66명을 새롭게 배출했다. 태고종은 1월 30일 서울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 대불보전에서 ‘전법사교육원 제16기 졸업식 및 제20기 전법사계 수계산림’을 봉행했다. 이날 졸업식에는 총 68명이 졸업장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66명이 수계산림을 통해 전법사로 거듭났다.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격려사에서 “태고종단은 전법사 대중을 구성원으로 하는
2월을 ‘정화의 달’이라고 한다. 2월을 뜻하는 ‘February’라는 단어의 어원은 혹독한 겨울을 끝내고 봄을 맞이하기에 앞서 묵은 때를 씻고 향을 쬐는 의식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고대 로마에서도 2월 15일에 죄를 씻는 예식이 있었다고 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해마다 2월이면 정초기도, 입춘 삼재기도를 앞두고 사찰마다 정성 가득한 기도의 풍경이 불자들에겐 익숙하다. 바로 이 기도와 의식이 정화의 과정에 해당한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정화는 새롭게 시작하거나 깨어나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세상에 차를 마시는 사람은 많지만, 도(道)를 모르는 사람은 차에 먹힌다.” 일본의 다성(茶聖)이라 불리는 센노리큐(千利休, 1521~1591)의 명언이다. 차를 마시는 다도와 득도를 위한 선의 수행이 같은 경지라는 다선일미(茶禪一味)의 가르침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차는 음식이지만 음식 그 이상이다. 차 속에 수행과 깨달음, 성불로 이어지는 수행의 길이 놓여있다. 차만 그런 것은 아니다. 차를 마시는 장소도 중요하다. 참선을 위해 선원이 있듯, 차를 마시는 행위가 수행이라면 차를 마시는 장소 또한 수행의 장소여야 한다. 다실이
이리불교대학(학장 덕림 스님)이 1월 21일 익산 관음사 3층 법당에서 ‘불기 2567학년도 이리불교대학 33기 졸업식’을 개최했다. 졸업식에는 이리불교대학장 덕림 스님과 송동기 부학장, 송주용 익산신도연합회장, 유태근 마한거사림회장과 학인과 가족 등 60여명이 동참했다.1년의 교육과정을 마친 이리불교대학 33기 김도익 회장 등 17명이 ‘부동’ 신도품계와 졸업장을 받았다. 동참자들은 영광의 졸업장을 수여받은 33기 졸업생의 졸업을 축하하고 더욱 수행 정진해 나가기를 기원했다.이와 함께 성적이 우수하고 모범적인 활동을 펼친 졸업생들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기 위해 출가했다고 하는데, 깨달음이라는 것은 요즘 말로 하면 행복 그 자체입니다. 깨달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행복하면 깨달은 것이라 볼 수 있어요. 그런데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바라는 게 많으면 행복해질 수 없겠지요. 그래서 욕심을 버리라고 합니다. 그런데 관점을 달리해서 인생의 참 목적으로 바꾸면 욕심이 아니라 불교에서 말하는 원력이 됩니다.욕심을 원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불교입니다. 미운 친구라도 그 친구 말을 잘 들어주고, 도와주고 공감하다 보면 머지않아 지인이 되는 것처럼 관점을 바
부처님이 설하신 모든 경전의 첫머리는 공통적인 형식을 띠고 있다. 육성취(六成就)라고 불리는 서술 방식이다. 육성취란 여섯 가지 조건을 만족하게 갖추었다는 의미이다. 믿음을 나타내는 신성취(信成就), 들음을 나타내는 문성취(聞成就), 시간을 나타내는 시성취(時成就), 설법의 주체를 나타내는 주성취(主成就), 장소를 나타내는 처성취(處成就), 설법 대상을 나타내는 중성취(衆成就)가 그것이다.‘해심밀경’의 경우 첫머리가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 가장 뛰어난 광명으로 장엄한 곳에 머무르시니 이곳에 큰 보살 마하살이 구름처
“사성제(四聖諦)가 위빠사나 명상법이라고?”이렇게 의문을 제기할 분들이 계실 것이다. 그렇다. 사성제는 법념처 명상법의 하나로 ‘대념처경(D22)’에 분명하게 제시됐다. ‘이것이 괴로움이구나!’라고 분명하고 꿰뚫어 알라고 한다. 즉 괴로움을 경험할 때마다 분명하게 알아차리며 관찰하라는 것이다. 괴로움의 원인과 괴로움의 소멸 그리고 괴로움의 소멸로 가는 실천법도 분명하게 마음챙기면서 관찰해야 한다. 현재 이 순간 몸과 마음에서 작용하는 다양한 현상들을 관찰하고 통찰하여 바르게 깨달아야 할 법과 진리가 바로 사성제인 것이다.초기불교에서
‘조론’의 저자, 승조(僧肇, 384∼413)는 ‘도량’이라는 말을 ‘한가롭고 편안하게 수도하는 장소’라고 주석을 붙이고 고요히 마음 편안하게 수행하는 어떤 장소이든 간에 그곳이 깨달을 수 있는 장소라고 명명하였다. 승조는 이렇게 도량을 해석하고 있는데, ‘도량=마음자리’라는 공식으로 봐도 된다. ‘유마경’에서 ‘도량을 가꾸는데, 어떻게 닦아야 하는가?’에 초점을 두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굳이 고요한 숲속에 머물러야 선을 하는 것이 아니며, 수행하기 적합한 장소에서만 도를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머무는 일상에서, 자신
지적 장애인을 장기간 착취했다는 혐의를 받은 서울 노원구 학림사 주지스님이 6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장애인 차별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스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해당 사건을 최근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 보냈다. 이른바 ‘사찰 노예사건’으로 지탄받아야 했던 스님은 6여년 만에 비로소 혐의를 벗게 됐다. 당시 검찰은 주지스님이 2008년 4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지적장애 3급을 판정 받은 편 모씨에게 예불, 기도, 마당 쓸기, 잔디 깎기, 제설 작업, 각종 경내 공사 등 노동을 시키면서도
운문사 한문불전승가대학원과 승가대학 졸업식이 1월 25일 경내 청풍료에서 열렸다. 이날 제12회 한문불전승가대학원 전문과정 2명, 제60회 운문사승가대학 15명이 각각 졸업했다. 운문사승가대학장 영덕 스님은 “졸업은 새로운 도약임을 깊이 인식해 우리의 배움과 깨달음의 성취를 대중에게 돌리고 일체중생에게 베풀어 승가와 이 사회와 전 인류가 지혜와 자비로 가득한 행복한 세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복잡한 세상 속에 처해도 바로 그 자리가 자신의 수행처인 줄 알아차리고 수행자 본연의 청정심과 주인의식을 잊지 않도록 굳은 신심으
조계종 제18교구본사 백양사(주지 무공 스님)가 1월 25일 경내 대웅전과 조사전에서 ‘만암당 종헌 대종사 제67주기 추모다례재’를 봉행했다.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만암당 종헌 대종사의 유지를 이어 백양사의 조사 선풍을 이어가기를 서원하는 추모다례재는 먼저 백양사 대웅전에서 진행됐다. 다례재는 타종에 이어 상단 불공 및 축원, 추모입정, 행장소개, 인사말씀, 사홍서원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날 다례재에는 백양사 주지 무공 스님을 비롯해 원로의원 성오, 수좌 일수, 종회의원 만당 스님 등 스님들과 유족 등 사부대중 100여명이 동
의정부 수락산에 자리한 석림사(주지 능인 스님)가 성도재일을 맞아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자비나눔을 실천했다. 매년 봉축 기간에 저소득 주민들을 위한 지원활동을 펼쳐온 석림사는 올해 성도재일 법회를 앞당겨 일요법회에 함께 봉행하고 성도재일 당일인 1월18일에는 신도회와 함께 마련한 쌀 1500kg(10kg 150포대)을 장암동주민센터에 전달하며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이루신 참뜻을 지역사회에 전했다.석림사 주지 능인 스님은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이루신 뜻 깊은 날을 지역 주민들과 함께 축하하고 어려움 이웃들에게 회향하는 것을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남인도 불교미술을 소개하는 ‘스투파의 숲’에 초청했다.윤성용 관장은 1월 23일 진우 스님을 예방하고 2000년 전 남인도의 미술을 소개하는 ‘스투파의 숲’에 대해 소개했다. ‘스투파의 숲’은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열렸던 ‘나무와 뱀: 인도의 초기 불교미술’(Tree & Serpent: Early Buddhist Art in India)전을 한국으로 옮겨와 재구성한 전시다. 이날 진우 스님을 초청하며 불교계의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윤성용 관장은 “그동안 한국에서 전시된 인도 불교미
명상을 통해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활력을 충전하는 장이 마련된다.동국대 와이즈캠퍼스 불자교수회(회장 문일수)는 2월 2~3일 와이스캠퍼스 선센터에서 ‘제1회 SATI LIFE·몰입 워크샵’을 개최한다. ‘깨달음으로의 여행 그리고 몰입’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워크숍은 2월 2일 오후 3시 30분부터 6시까지, 3일은 오전 9시 30분부터 12까지 양일 같은 일정으로 진행된다.워크숍은 열린 프로그램으로 진행돼 참여를 원하는 누구나 함께할 수 있다. 성인 대상 △깨달음으로의 여행을 통해 업무 스트레스 알아차림 객관화
“법문(法門)의 흥함과 기울어짐은 스님들에게 달려 있다.”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 사부대중으로 구성된 교단에서 스님의 역할이 얼마나 지중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일언이다. 대중의 마음이 편안하도록 이끄는 안심법문(安心法門)을 설하는 선지식이자, 가람을 세우고 지키는 주체 또한 스님이니 종색(宗賾·∼1092·중국) 선사의 저 일언은 이 시대에도 유효하다. 폐사나 다름없던 충남 금산(錦山)의 철마산(鐵馬山) 용암사(龍巖寺)도 주지 무근(武勤) 스님이 주석하며 도량이 일신되어 2500여 년 동안 이어져 온 법등을 다시 밝혔다. ‘행복한
말기암 환자가 진통제마저 듣지 않는 통증에 아침 해가 뜨는 것을 죽음보다 더 두려워했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너무 자주 너무 오래 진통제를 맞았기에 진통제는 더 이상 진통을 할 수 없었다. 임종을 맞이하기 전까지 혼자서 오롯이 감당해야 했을 그 고통과 괴로움의 깊이를 알 길은 없다. 다만 편두통이 오거나 독감에 걸려 괴로울 때 그 통증의 잣대로서 그 사람의 절망과 참담함을 짐작할 따름이었다. 얼마나 아프면 죽을까. 얼마나 아프면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까. 물론 그 아픔이 육체적인 통증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마음으로 느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