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수십 년 만에 민간정부가 들어섰던 미얀마에서 1년 만에 쿠데타로 군부가 다시 권력을 휘두르게 되면서 국민들이 다시 고통을 겪게 된지 1년 반이 넘었다. 그러나 미얀마 사람들은 젊은이와 노인, 남자와 여자를 가릴 것 없이 군부 정권에 맞서 ‘민주주의 회복’을 외치고 있다. 쿠데타를 일으킨 세력이 권력을 장악한 뒤 이토록 오래도록 국민들이 저항을 계속하는 것은 세계 역사에서 드문 일일 것이다. 미얀마 국민들이 잘못된 권력의 횡포에 굴복하지 않고 저항을 이어가는 모습을 볼 적마다 놀랄 뿐 아니라, 그들을 존경하는 마음이 우러나
대한불교조계종은 누가 뭐라 해도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종단이다. 그렇기에 조계종의 위상은 그대로 한국불교의 위상과 연결된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무리 수승하다 한들, 현실의 불교 위상이 떨어지면 그 가르침의 가치 또한 평가절하 될 수밖에 없다. 현실에 있어서 우리 불교가 한국을 이끌어가는 대표적 종교냐고 묻는다면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 힘들다. 그것은 바로 조계종을 비롯한 현실 불교 종단의 위상이 그만큼 떨어져 있음을 말해주며, 그 지표가 되는 것이 바로 조계종 종단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불자들이 조계종의 행보에 관심을 집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가 막 지났다. 예부터 처서에는 왱왱대던 모기의 입이 돌아가고, 쑥쑥 자라던 풀도 갑자기 성장하기를 멈춘다고 했다. 갑자기 서늘해진 기운에 모기와 풀도 깜짝 놀란다는 비유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날씨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거짓말처럼 체감온도가 달라졌음을 느낀다. 가까이 있던 하늘도 저만큼 높아졌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음을 깨닫는다. 절기(節氣)의 법문은 이렇게 미묘하기만 하다. 꼬박 보름 동안 집수리에 매달렸다. 하필이면 가장 더울 때였다. 낯선 사람들이 제집처럼 들락거리며 집안 곳곳을
여성장애인 피해자를 지원하는 여성권익 쪽과는 다르게 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주로 발달장애인과 자폐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지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여가와 재활, 심리치료와 행동치료 등 사회적응 훈련을 지원하고 있다.지적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다보니 그들의 어려움에 공감하기도 하고, 상당 부분 배울점도 많다.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삶도 되돌아보게 된다. 비장애인의 경우 감정들을 주고받을 때 가끔 감정을 숨기기도 하고, 속이기기도 한다. 그러나 발달장애인들은 미세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좋고 싫은 감정들을 주로 크게 드러낸다. 요즘 장안에 화
인류는 오랜 세월 동안 야만의 상태에 있었다. 먹고 먹히는 인간관계가 그나마 ‘휴전’을 선포한 것은 시나브로 법의 등장에 힘입은 바가 크다. 함무라비 법전, 로마의 법률, 법가(法家)들의 치세 등 동서양을 막론하고 법은 통치의 기술을 제공하기도 했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법은 현대사회에서 삶을 실질적으로 조율하는 필요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다. 그렇다고 법이 인간의 모든 갈등을 해결해줄 수 있을까. 오히려 법에 의존함으로써 더 많은 함정에 빠지고 있지는 않을까. 식민지, 전쟁, 군사정권, 민주화, 노동운동의 역사를 거치면서 마침내 귀결
법보신문 7월22일자 ‘실리콘밸리 명상문화는 생산성 위한 정신적 해킹’이라는 제하의 보도는 한국 불교계에도 숙제를 안겨준다. 이 기사는 캐롤린 첸이라는 미국인 교수가 신간 ‘워크 프레이 코드(Work Pray Code)’에서 “‘기업들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영적인 방법으로 직원들을 깊숙한 내면부터 기업을 사랑하고 헌신하도록 유도한다’면서 결국 ‘기업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명상을 [왜곡] 재포장하였다’고 주장한다”고 소개하였다.꽤 오래 전부터 미국과 유럽 등 비불교권 국가의 백인들 사이에서 명상 붐이 일어나고 자연스레 불교 인구
이제는 꽤 세월이 지난 이야기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방송에서 검사들과 직접 토론을 벌였던 일이 있다. 그 당시 필자는 이 일을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상당히 우려하기도 하였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말 그대로 국가원수의 위치이다. 그런 사람이 곧바로 대중매체에서 여과 없는 토론을 한다는 것은 원수라는 지위에 대한 자각이 부족하다는 생각이었다. 그 자리는 최종결정을 하는 자리이고 권력의 정점이기에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큰 영향을 미치는 자리이다. 그리고 어떤 결정이 혹 잘못되었다면 책임지고 그것을 바로잡아야 할 마지막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 혼자 노는 즐거움을 만끽할 때가 있다. 나의 혼자 놀기는 다른 사람의 바지 끝을 눈여겨봤다가 내 마음대로 해석하면서 재미있어하는 일이다. 한동안 우리나라 남성들의 바짓단 길이가 조금만 더 짧았으면 좋겠다고 상상한 적이 있다. 쓸데없고 우스꽝스러운 관심사였다고나 할까. 바지는 길면 답답하고 짧으면 경망스럽다. 20대부터 다른 사람들에 비해 바지를 짧게 입고 다녔다. 발목의 복숭아뼈가 살짝 보이도록 입어야 깔끔하고 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주위에서 유난 떤다고 언짢은 소리도 많이 들었다. 그때마다 나는 내 바지가
“앞으로의 우리 후배스님들을 위해서 20년을 결사하자”는 어른스님의 한마디에 30년도 넘은 기억을 꺼내들었다. 어떤 법문보다 큰 울림으로 다가온 말씀이었다. 나는 비구니계를 받던 날을 잊을 수 없다. 겨울의 초입 즈음에 산사의 새벽 기온은 제법 추웠다. 그 차가웠던 날씨보다 더 추웠던 건 파란색 방수포를 대걸레로 썩썩 밀어내고 비구니계를 수계한 기억이다. 좀 더 형식을 갖추고 여법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한국비구니계를 이끌어 갈 출가자 탄생을 존중하고 축하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의례적인 행사를 치르듯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는 신 냉전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나토의 민주주의 동맹과 옛 공산세력인 중국·러시아라는 두 대척점이 형성되고 있다. 새 정부는 한미동맹이라는 군사적 힘에 의지하며 전자의 세력에 합류하고 있다. 세계는 군비를 확충하며 끝없는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강대국들 이해관계에 의해 흔들리는 한반도는 이럴수록 중도와 중립의 외교정책으로 오히려 힘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주위에서는 세계 최고의 화약고가 된 이 땅에 다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겠다고 불안해한다. 선에 대한 인간
JTBC가 지난 6월8일 새 드라마 ‘인사이더’를 선보이면서 사찰 법당에서 스님과 여러 도박꾼들이 거액 판돈을 걸고 도박하는 장면을 길게 방영하여 큰 파장을 일으켰다.TV방송 드라마는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다. 십수 년 전부터는 ‘겨울연가’ ‘대장금’ 등의 드라마가 국내를 넘어 세계 곳곳에서 방영되면서 한류 열풍을 주도하기도 하였다. 겨울연가 촬영지에는 일본과 동남아 관광객이 몰려들었고, 라오스·캄보디아 오지에서 TV로 이 드라마를 즐기는 이들을 만나는 일이 낯설지 않았다. 2017년 이란 여행 때 작은 기념품 가게에서 우리
불교의 명상수행법을 현대적인 방법론과 접목한 많은 수행법, ‘현대적 마음챙김 수행’이라 부르는 수행법들이 알려지고 있다. 서구에도 큰 열풍이 불 정도로 그 수행법은 현대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치유하는 방법으로 각광을 받았으며, 불교를 널리 알리고 보급하는 데도 크게 이바지하였다. 그러한 수행법들이 지닐 수 있는 위험성과 한계에 대한 비판 또한 여러 각도에서 이루어졌다. 로널드 퍼서(Ronald Purser)가 현대적 마음챙김 명상이 ‘맥도날드식 마음챙김(McMindful-ness)’이며 신자본주의를 고착화하는 것이라 비판한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