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시즌1을 다 보고 나서 한 동안 게임장 안에 갇혀 있는 느낌을 받았다. 구성이 과격하기도 했지만, 그 프레임이 곧 현실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자식을 보러 가는 발길을 다시 게임장으로 돌리는 모습에서 이 게임은 어쩌면 인류가 존속하는 한 종결되지 않을 것 같은 절망을 느꼈다.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제각각이겠지만, 돈이 수족인 자본주의 체제에 자신들이 종속되어 있다는 공감대가 가장 클 것이다.나는 게임 중에 허공에 매달린 돈바구니에 게임 참가자 1인당 1억씩의 돈이 그 죽음만큼 쌓여간다는 것에 아
기독교, 특히 가톨릭에서는 ‘순교’를 매우 거룩하게 여긴다. 조선 후기 많은 교도들이 권력에 희생된 한국에서는 그 정도가 특히 더 심하여 전국의 도로 곳곳에서 ‘〇〇순교성지’라고 새긴 갈색 표지판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조선시대에 가톨릭교도뿐 아니라 동학교도와 홍경래난 관련자 등 더 많은 사람들이 처형당했던 곳까지 ‘순교 성지’로 선포하여 중앙과 지방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아 ‘성역화’하고 있다. 로마교왕이 방한했을 때에 그곳을 찾게 하고는 ‘교왕이 다녀간 곳’이라는 표지판이나 표지석을 세운 뒤 로마교왕청의 힘을 내세워 ‘가톨릭의
아침에 조간신문을 읽던 안사람이 묻는다. “여보, 슈퍼 위크가 뭐예요?” “나도 몰라요. 인터넷에서 찾아볼까?” 그래서 결국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매우 좋은 한 주’ ‘정점을 찍는 한 주’를 뜻한다고 나온다. 그래서 신문 기사 내용과 슈퍼 위크의 뜻을 대조해보고 나서 “음, 그런 의미로 이 말을 썼구나” 하고 끄덕거린다. 그렇게 끄덕거리다 보니 갑자기 짜증이 밀려온다. “아니, 나 정도의 사람이 이렇게 뜻을 찾아봐야 할 정도면 누가 쉽게 알 수 있을까? 이런 기사는 누구 읽으라고 쓰는 거야!” 이런 짜증이 일어나는 까닭은 몇 번
막말이 뉴스가 되고 있다. 자주 듣다 보니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지만 단연 눈에 띄는 것은 ‘GSGG’라는 국적을 알 수 없는 영어단어다. 누가 봐도 ‘ㄱㅅㄲ’라는 소리로 들리지만 정작 당사자는 ‘국민의 일반의지…’를 운운하면서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같은 정당 출신의 국회의장을 향해 차마 ‘ㄱㅅㄲ’라는, 육두문자는 사용할 수 없으니까 ‘GSGG’라는 아무 말이나 불쑥 내뱉은 것이 아닐까 싶다. 악구(惡口)라는 불교 용어가 떠올랐다. 더럽거나 나쁜 입이라는 뜻이다. 이 이상 적확한 표현을 찾을 수 없다.거짓말은 더욱 심각
‘가버나움(Capernaum)’은 레바논 빈민가를 배경으로 만들어져 2018년 개봉한 영화이다. 수많은 전쟁 영화들은 전쟁터에서 일어나는 비극과 휴먼을 동시에 담고 있다. 그러나 ‘가버나움’은 전쟁터에 남아 있는 가난하고 힘이 없는 사람들의 생지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주인공인 ‘자인’은 실제 시리아 난민 출신 생존자다. 여기서 생존자란 그저 살아남은 자가 아니라 겪을 수 있는 모든 비극 속에서 살아남은 자를 말한다. 자인이 법정에서 “나를 태어나게 한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라고 외치며 시작하는 영화는 기적 같은 유엔난민기구의
헌법 제20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제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이다.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에 대한 간결한 조항임에도 인류의 전 역사를 관통하는 경험이 녹아 있다. 과거 종교의 국가 지배나 종교간의 갈등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정교분리 조항으로 종교의 정치활동은 제약받는가. 아니 종교는 정치에 이미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불교, 개신교, 가톨릭의 인구가 국민 전체의 반에 해당하는 상황 자체가 이미 정치와 종교는 불가분의 관계임을 보여준다.불교는 한반도에 들어올 때부터
조선 왕조 제4대 임금 세종은 한국 역사에서 ‘가장 훌륭한 임금’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한글 창제를 비롯하여 그가 주도해서 시행한 주요 정책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나는 고결하지도 나랏일을 잘하지도 못하오. 하늘의 뜻에 어긋난 점이 분명 있을 것이오. 그러니 내 결점을 열심히 찾아내서 나로 하여금 그 꾸짖음에 답하게 하시오”라며 신하들에게 자신의 허물과 잘못된 정책을 비판해 달라는 기록(‘세종실록’ 7년[1425] 12월8일)은 ‘세종이 왜 훌륭한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그러나 즉위
전국비구니회·로터스월드의 동남아 사찰 긴급지원(법보신문)을 보면서 감사‧감동과 더불어 안타까움이 일었다. 세계에서 불교국가라고 할 수 있는 나라가 얼마나 있는가? 한국과 일본 대만 등의 불교가 그래도 상당한 교세를 가지고 있는 다종교 국가를 제외하면 동남아의 여러 국가와 몽골이야말로 진정한 불교국가라 불릴 수 있는 나라들이다. 그런데 그 불교국가들이 전반적으로 정치적‧경제적 어려움 속에 놓여 있고, 그것이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극한의 위기 상황에 빠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캄보디아 같은 나라는 킬링필드의 상처로 사원과 승려 체제 자
며칠째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낮에도 덥고 밤에도 덥다. 어제도 열대야로 밤잠을 설쳤다. 무더운 여름날이면 어머니가 해주시던 등목이 그립다. 갓 길어 올린 우물물 한 바가지는 얼음물처럼 시원했다. 머리 위로는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던 무수한 잔별들이 까만 밤하늘을 몽환적인 분위기로 만들었다. 은하수였다. 이름 모를 풀벌레들의 울음소리가 밤새도록 요란했다. 더위를 잊으려고 잠시 유년으로 가는 타임머신을 타봤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후면 부엌쪽이 암반을 깎아낸 경사면 위에 서 있는 구조여서 뒤에서 보면 정면의 출입구보다 2~3층
내가 5살 때부터 키워온 남자아이가 벌써 22살 전형적인 이대남(20대 남성을 줄여 이르는 말)이 됐다. 이 친구는 여성가족부 산하(이하 여가부)기관에서 일하는 내게 불만과 존경의 마음이 반씩 있다고 말한다. 불만은 스님이 하는 일의 정책이 너무 ‘허접’하고, 양성보다는 여성을 위한 편향적 정책이라는 오해가 깔려 있었다.요즘 정치권에서는 여성가족부 폐지론을 주장하고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여럿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성가족부는 폐지돼서는 안 된다. 여론조사나 다수결로 이를 결정해서도 안 된다. 우리나라 여성정책은 1995년 ‘여
인터넷에서 증강현실을 찾아보니 인터페이스, 3D 가상공간이 나오고, 이것을 이해하자니 프로토콜, 마커 인식이라는 말이 나오며 다소 과장하자면 무한에 가까운 새로운 용어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이것을 언제 다 이해하나라는 현애상(懸崖相)이 생긴다. 그럼에도 새로운 세계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앞으로의 세대는 실제와 가상현실을 자유롭게 왕래하며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가상공간 체험을 하게 되었다. 어떤 회사가 만든 프로그램이었는데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화려한 공간에 넋을 잃고 말았다. 마치 정토계 경전이나 ‘화엄경’
코로나19 문제로 온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계도 예외가 아니지만 사태가 시작된 지 2년에 가까워지면서 여기에 익숙해졌는지 이젠 이 ‘비정상을 정상’으로 여기는 분위기까지 엿보인다. 한편으로는 너무 심각하게 여기며 우울증을 앓지 않는 것이 다행스럽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이 굳어지면 우리 사회가 너무 삭막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이 상황은 전 세계 사람들이 다 함께 맞이하는 것인데 불교계만 걱정할 필요가 있느냐?”며 ‘무대책이 최상의 대책’이라며 태평한 사람들도 많지만, 정말 그럴까. 사람들
출정식이다, 출마 선언이다, 정치권이 뜨겁다. 거기다 언론의 선정적 까발리기와 폭로까지 곁들이니 국민은 참으로 갈피를 잡기 힘들다. 얼마 동안 국가의 품격을 결정하고 국가 운영의 방향타를 정하는 일을 앞두고 정신 똑바로 차리려고 애를 써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런 때라면 당연히 우리 불자들도 정치적 의식을 점검하여, 현실의 정치에 대한 올바른 관점과 태도를 세워야 할 것이다.혹시 불교는 초세간적인 종교이기에 정치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참으로 불교의 본질에 대한 잘못된 이해요 편견일 뿐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 인간의
아재와 꼰대들이 의문의 1패를 당했다. 제1야당 대표로 36살의 이준석씨가 선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불현듯 스쳐 지나간 생각이다. 기성세대가 타성에 젖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2030 혹은 MZ세대들이 저만큼 훌쩍 커버렸다.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거침없는 직설과 이를 뒷받침하는 탄탄한 실력은 이준석과 그 또래들의 치명적인 무기다. 못마땅하면 진다. 영리하게도 그들은 ‘공정’한 ‘공존’을 내세운다. 아무것이나 녹이는 용광로가 아니라 색깔 있는 고명들이 제각각 고유의 맛을 내는 비빔밥을 외친다. 무슨 말인지 금방
남성중심적 성의식이 강한 군대에서 피해자는 피해지원을 받을 수가 있는가. 군대내 성폭력을 견디지 못해 죽음으로 생을 마감한 공군여중사로 군이 발칵 뒤집혔다. 몇 년 전 제대 남성군인을 상담한 적이 있다. 군대에서 당했던 성추행과 준강간 피해 트라우마로 여자친구를 사귀기 힘들다는 상담이었다. 군대 다녀온 남성들은 군대 내에서 야한 농담 정도의 성희롱은 늘 있다고 한다. 그때는 어쩔 수 없이 참고 넘겼지만 지금까지 그 불쾌함이 남아 있다고 한다.우리 정부는 2013년 6월을 성폭력 예방의 원년으로 삼았다. 형법, 성폭력 특례법, 아동청
구루(Guru)는 인도에서 깨달음을 얻은 정신적 지도자이다. 세계 최고의 기업가들 가운데에는 두 부류의 스승을 두고 있다고 한다. 첫째는 경제학 분야의 석학이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기업의 미래를 판단할 합리적 예언자가 필요하다. 둘째는 정신적 스승이다. 실물경제 분야의 최고봉에 올라오면서 산전수전 다 겪었으니 인생이 무엇인가 묻고 싶은 것이다. 후자의 경우, 경제 전쟁에서 겪은 그들의 삶의 내면을 깊이 있게 보고, 이 세계와 우주의 진실을 설해준다면 충분히 납득할 것이다. 어쩌면 기업가에게 바른 업을 쌓을 수 있도록 정도(正道) 경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지난 4년,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서 대통령이 이룩한 성과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신부와 수녀를 관저에 초청해 기도를 하고 현직 가톨릭 주교를 로마 교왕청에 특사로 파견하는가 하면, 로마방문 시 미사 참석 장면을 생중계하고 교왕과의 만남을 알현(謁見)이라고 발표하는 등 개인 종교를 지나치게 강조하여 ‘대통령이 국민화합을 깨뜨린다’는 비판을 받게 하였다. 결국 올해 5월22일 꽉 짜인 방미 일정에서 틈을 내 가톨릭교회 워싱턴 교구장을 만난 자리에서 다시
‘불교성전’ 법공양 불사의 시작은 참으로 이 땅에 새로운 전법의 바퀴를 굴리는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일을 시작하기로 한 조계종 중앙신도회의 원력에 찬탄을 보낸다. 또한 뒤늦게나마 새로운 ‘불교성전’ 편찬이라는 거룩한 불사를 원만하게 성취한 조계종에도 찬탄을 보내며, 이 어려운 일을 추진한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이미 있는 경전을 발췌하여 한 권으로 묶어내는 것이 무슨 대단하고 어려운 일이냐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실로 조계종단의 종교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작업이며, 나아가 그 정체성을 바탕으로 이 땅의 불교가 어디로 나가야
아주 오래전 5월 중하순의 어느날 석굴암을 거쳐 토함산을 넘어 함월산 기림사까지 무작정 걸었던 적이 있다. 아침에는 해를 토해내는 토함산(吐含山)과 씨름하고 저녁에는 달을 품은 함월산(含月山)에서 쉬고 싶었던가 보다. 불국사역에서 출발한 산행은 불국사에서 석굴암에 이르는 꼬불꼬불한 고갯길을 오르다가 일찌감치 포기할 뻔했다. 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가쁜 숨소리는 내 귀에도 거슬렸다. 기림사는커녕 석굴암에서 일정을 포기하고 싶을지도 몰랐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하게 되었고 어느 정도 자신감도 생겼다. 석굴암을 우회해서 통과했다.
세 모녀 사건을 잊을 시간도 없이 연일 가정 안팎에서 폭력 피해로 죽임을 당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연인들이 이별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스토킹 범죄는 이미 일상화가 됐다.얼마 전 국회는 22년만에 스토킹에 형사 책임을 물어야 하는 범죄로 규정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법적근거가 생기기까지 이렇게 오랜 세월이 필요했던 것은 아마도 우리 사회에 깊숙이 스며있는 “누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인 짝사랑도 범죄인가?” 그래서 늘 쓰고 들어왔던 “10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어디 있느냐” 등 안이한 인식 때문일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