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한 세상의 끝/ 천지에 더 이상 갈 곳이 없고/ 더 이상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나는 홀로/ 돌담을 마주하고 선다/ 조용히 돌거울을 들여다보면/ 거기 내가 길이 되어 누워있다/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한 줄기/ 길이 되어 외롭게 누워있다.’(김영석 시 ‘돌담’ 전문)가끔, 새벽녘에 일어나 담 너머를 우두커니 바라보곤 했다. 마을 제일의 부호로 소문난 집안이었지만 아버지가 별세한 직후부터 살림은 급격히 줄어들어 갔다. 이 형편대로라면 7남매의 막내인 자신에게 돌아올 몫은 고사하고 중·고등학교 입학도 장담할 수 없을 듯싶었
1991년은 북한 예술계에 기념비적인 해이다. 북한의 프로 무대예술가들이 스타로 가는 등용문이자 최고의 전문예술인 경연대회인 ‘2·16예술상’이 제정된 것이다. 여기서 재일조선인 예술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재일조선인무용가 강수내가 독무 부문에서 ‘도라지’로 열연해 최초로 입상한 것이다. 민족 수난의 역사 속에서 고난과 시련을 이겨낸 조선여성상의 모습을 표현한 ‘도라지’로 입상한 성과와 그간의 공헌을 인정받아 강수내는 이듬해인 1992년 공훈예술가 칭호를 수여 받았다.강수내는 1961년 도쿄에서 태어난 2세
선학원을 설립하고 일궈 온 선지식들의 발자취는 곧 한국불교 전통과 청정불교를 지켜 선맥을 계승하고자 했던 당시 불교계의 원력을 대변한다. 일제강점기 혼란 속 왜색불교에 맞섰고, 해방 이후 만연한 식육대처의 풍토 속에서 불교를 바로 세우려는 숭고한 뜻이 그 발자취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선학원의 과거는 현재 조계종으로 계승되는 한국불교의 원대한 흐름과 맥을 함께한다. 선학원 설립조사와 역대 이사장 상당수가 현재 조계종 주요사찰을 대표하는 스님들이었으며, 혼란의 시기 선학원을 중심으로 그 원력을 모아왔기 때문이다. 선학원 설립조사와 역
‘수좌’라는 소임 아래 간화선 중흥과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위해 진력하며 ‘수행자의 본분’으로 사부대중의 존경을 받아온 봉암사 수좌 적명 스님이 문경 희양산에서 세연을 훌훌 접고 지수화풍으로 돌아갔다.전국선원수좌회장 장의위원회(장의위원장 대원 스님)는 12월28일 경북 문경 봉암사 태고선원 대웅보전 앞마당에서 ‘조계종 종립 봉암사 태고선원 수좌 적명 대종사 영결식 및 다비식’을 봉행했다. 조계종 종립특별선원으로 스님들의 오롯한 수행정진을 위해 부처님오신날 외에는 일체 외부인들의 출입이 제한해 온 봉암사는 적명 스님의 영결식과 다비식을
호남지역 최초의 불교대학인 전북불교대학(학장 이창구)이 12월14일 전주 알펜시아 웨딩컨벤션 4층에서 ‘불기2563년 기해년 전북불교대학인의 밤’을 진행했다.이날 행사에는 정혜사 지순 스님, 법성 스님, 곡성 통명사 주지 법중 스님 등 스님들과 이창구 전북불교대학장, 김인석 전북불교대학총동문회장, 반재상 전 전북불교대학총동문회장, 안준아 화엄불교대학총동문회장, 김금옥 전 청와대비서관, 고백교회 한상렬, 이강실 목사, 김현진 교무 등 5대종교인들과 재학생과 동문학인 등 200여명이 함께했다.행사는 1부 송년법회와 2부 만찬 및 축하공
BTN불교TV(대표이사 구본일)가 기해년을 마무리 하며 다채로운 송년 특집 프로그램을 선보인다.먼저 12월27일 오후 2시 ‘특별생방송 BTN붓다회-가피와 함께한 한해, 기도로 맞이하는 새해’가 방송된다. 2시간 연속으로 진행되는 생방송 프로그램에 100만 방송포교사들이 직접 참여하는 시간으로 진행된다. ‘가피와 함께한 한해 기도로 맞이하는 새해’라는 주제로 진행될 이번 특별생방송은 2019년 붓다회 활동의 전반을 살펴보고, 특별한 사연을 가진 붓다회 회원 및 BTN 애청자들이 직접 출연해 생생한 신행과 기도 가피담을 전한다. 또
재단법인 선학원의 정체성 문제는 조계종, 나아가 한국불교계의 오랜 고민이다. 왜색불교에 맞서 한국불교의 전통을 지키고 청정불교, 선풍진작을 이끌었던 선학원이 이제는 그 설립 정신과 정체성을 잃어버렸다는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재단법인이라는 특성을 악용한 폐쇄적인 운영 방식과 전횡, 여직원 성추행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법진 이사장과 이를 비호하는 이사회에 대한 비판여론도 날로 거세지고 있다. 본 기획은 역사의 흐름 속 선학원의 설립정신을 조명하고 설립 후의 변화를 확인함으로써 현재 선학원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되고
12월8일 서울 봉은사 법왕루에서는 아주 특별한 법회가 열렸다. 2001년 금강경 독송 10만독을 발원한 동국대 이사장 법산 스님이 최근 금강경 5만독을 성만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봉은사가 이를 기념해 스님을 찬탄하고 법문을 듣는 자리였다.금강경 5만독은 결코 녹록치 않은 숫자다. 금강경 1독에 걸리는 시간이 약 20분, 5만번을 독송하려면 1만6667시간이 소요된다. 매일 2시간30분씩 18년을 한결같이 독송해야 도달할 수 있다. 법산 스님은 그 긴 세월을 하루도 빠짐없이 금강경을 독송했으며 스스로를 비우고 아상을 내려놓으려 정
용인 법륜사 주지 경봉 스님이 동국대에 장학기금 1억원을 보시했다.경봉 스님은 12월10일 법륜사에서 동국대 기획부총장 종호 스님에게 장학기금 1억원을 전달했다. 스님은 “법륜사 40년 불사를 회향하는 의미 깊은 날에 종립 동국대의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을 기부하게 됐다”며 “학생들을 위해 잘 쓰여지길 바란다”고 말했다.종호 스님은 “동국대 학생들을 위해 거액을 기부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희사하신 기부금은 앞으로 ‘금장 장학’이라는 장학기금으로 학생들을 위해 의미 깊게 쓰여질 것”이라고 밝혔다.김현태 기자 meopit@beopbo.
“평범한 스승은 말을 하고, 훌륭한 스승은 설명을 하고, 뛰어난 스승은 모범을 보이고, 위대한 스승은 감화를 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나는 학인들에게 감화를 준 위대한 스승은 아니었던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합니다. ‘욕교여 선자교(欲敎餘 先自敎)’라 했으니 남을 가르치고자 한다면 나 스스로를 먼저 가르쳐야지요. 그래서 나는 평생 용서로서 수행을 삼고, 칭찬으로서 교육의 비결을 삼았습니다.”구순을 맞이한 대강백의 일성은 흔들림 없이 뚜렷하고 당당하지만 겸손했다. 한 번쯤 크게 웃을 법도 한데, 옷고름 하나 흐트러짐 없이 반듯한 모습은 평
“부처님 성도지인 인도 부다가야에 세워질 분황사를 찾는다면 불자로서 초발심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조계종 백년대계본부 백만원력결집위원회에서 발우저금통을 열던 날, 37년 인연을 맺어온 도반 설매(74)·연취(68) 보살의 원력도 빛났다. 부처님 성도지 인도 부다가야 내 한국사찰을 건립하는 데 50억원을 보시했다.여생을 부처님 가르침대로만 살자고 발원한 두 보살의 뜻은 정법이 널리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40년 넘게 오계를 지키며 오신채를 먹지 않고 경봉, 구산 스님의 가르침대로 참선해온 설매 보살, 그와 도반 인연
경전을 펴면 글자가 나옵니다. 이를 경문(經文)이라고 합니다. 경문을 보다 보면 연결되는 뜻이 있습니다. 그것을 경의(經義)라고 합니다. 그 밑에는 경에서 가리키고자 하는 뜻이 있습니다. 그 뜻을 경지(經志)라고 합니다. 이렇게 경에는 경문이 있고 경의가 있고 경지가 있습니다. 그것을 공부하는 것이 경전공부입니다. 불교는 흐르는 물이 바다로 가듯이 말이나 행위나 생각이 다 깨달음입니다. 깨달음을 견성이라 하고, 성불이라 하고, 해탈이라 하고, 입도(入道)라고도 합니다. ‘화엄경’에서는 입법계(入法界)라고 합니다. 도라는 것은 무엇이
“이곳 극락암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풍경이 달라지고 많은 것이 새로워졌습니다. 하지만 경봉 조실 스님과 혜암 은사 스님의 향훈은 지금도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그 가르침을 따라 정진 잘 해서 동체대비의 삶을 살도록 합시다.”높고 푸른 하늘 아래 영축산은 위풍당당했다. 완연한 계절은 극락 영지를 붉고 노란빛으로 물들였다. 50여 년 전, 80여 명의 눈 푸른 납자들이 정진하는 선방이었다는 영축총림 통도사 극락암 무량수각(無量壽閣), 이곳에서 혜암 대종사의 수행처를 순례하는 사부대중은 가을바람을 타고 어른 스님들이 안내하는 대종사의 선
曹溪禪風何處覓(조계선풍하처멱)霜林獨座透祖關(상림독좌투조관)月燭雲捲照大千(월촉운권조대천)拈花微笑卽次在(염화미소즉차재)조계선풍 어디서 찾으랴.서릿발 속 오롯이 앉아 조사관을 뚫어라.달빛 구름 걷히고 대천세계 빛나니염화미소가 바로 이 자리리라.10월13일 새벽이었다. 동국대 이사장 법산 스님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앉았다. 눈을 지그시 감고 허리는 꼿꼿이 세웠다. 일순간 의식이 명경(明鏡)처럼 투명해지더니 돌연 시구들이 하나둘 선명히 떠올랐다. 스님은 그 시구를 한 글자 한 글자 종이에 옮겨 적었다. 자신이 시를 지었다기보다 저절로 지어졌
‘이 절을 창건하신 남산종의 종주 자장율사께 지극한 마음으로 목숨 바쳐 귀의하며 예를 올립니다(至心歸命禮 此寺創建 南山宗主 慈藏律師).' (통도사 예불문 중)643년 선덕여왕의 요청으로 중국 유학에서 귀국한 자장 스님은 대국통(大國統, 왕이 임명한 스님의 가장 높은 지위)으로 임명됐다. 전국의 스님들에게 계(戒)를 내리고, 각 지역의 사찰을 순회 감독하도록 했으니 이는 승가의 지계청정을 도모했음이다. 그리고 중국 오대산에서 이운해온 부처님 진신사리를 황룡사와 통도사에 봉안했다. 성스러운 적멸보궁이 이 땅에 처음으로 조성됐음
백양 조사의 원력으로 산문을 연 울산 백양사가 개산 1087주년을 맞아 개산 축제의 법석을 열고 울산 불교의 저변 확대와 지역 번영을 기원했다.울산 백양사(주지 명본 스님)는 10월13일 경내 일대와 부도전 일원에서 ‘개산 1087주년 백양사 대산대재’를 봉행했다. 대웅보전 앞마당에 괘불을 걸고 야외에서 진행된 이날 법석은 개산조 백양 조사의 개산 정신을 기리고 울산 시민들의 번영을 기원하는 다채로운 의식으로 진행됐다.오전에 봉행된 개산 법요식에서는 육법공양과 헌공 의식, 개산조 백양 조사 다례를 봉행했다. 백양사는 이 자리에서는
“살아가는 모습이 다르더라도 우리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나뿐만이 아니라 상대도 소중하니 탐욕을 버리고 성내지도 말고 지혜롭게 잘 살아가라는 것이 불교입니다. 그러한 부처님의 고귀한 가르침을 널리 알리는 일은 우리 불자들의 역할입니다.”김세곤(정진·63) 동국대 경주캠퍼스 대외협력처장이 최근 법보신문 법보시 캠페인에 동참했다. 김 처장은 “법보신문은 우리 불교계에 꼭 필요한 정직한 언론”이라며 “법보시를 계기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많은 분들이 부처님 가르침을 만나 위안을 받고 세상을 올곧게 바라보는 안목을 갖
사단법인부처님세상 부설 전북불교대학(학장 이창구)은 9월29일 전북불교대학 4층 큰법당에서 이창구 학장의 신간 ‘동화가 있는 철학 서재 출판 봉정법회’를 봉행했다.이날 법회는 명종 3회, 삼귀의, 반야심경봉독, 봉정, 축가, 법문, 저자 사인회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창구 학장을 비록해 김명심 1기 동창회장, 박팔만 전북불교대학 편집국장 등 100여명이 동참했다.이창구 학장은 “동화가 힘을 갖는 이유는 어른들에 의해 쓰이긴 했지만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에 위한, 아이들에 의한 아이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라며 “안데르센 동화
현대조계종사에서 1980년대는 격동의 시기였다. 1970년대 종단분규를 딛고 1980년 4월26일 새 집행부가 출범했지만 10·27법난으로 6개월여 만에 좌초됐다. 뒤이어 출범한 총무원 집행부도 주요사찰의 주지인사문제로 극심한 내부 갈등에 직면해야 했다. 이로 인해 조계종은 1981년 1월 18대 총무원장으로 선출된 성수 스님에서부터 1986년 8월 25대 총무원장에 의현 스님이 당선되기까지 5년 7개월간 여덟 번이나 총무원장이 바뀌는 혼란을 겪어야 했다. 이시기 총무원장의 평균 임기가 8개월여에 불과했다는 점은 1980년대 조계종
불교는 실천하는 종교다. 무엇보다 절은 수행을 실천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세상 사람들이 종교를 싫어하는 것은 종교인들이 말만 거룩하게 하고 수행을 실천으로 옮기지 않기 때문이다.원불교에서는 불법을 믿음으로써 생활을 빛내고 생활 속에서 불법을 닦으라고 가르친다. 이런 가르침에 따라 ‘원불교 정전’엔 교리도 신앙의 길과 수행의 길을 나눠 놓고 이를 병행할 것을 요구한다.이 ‘원불교 정전’에는 좌선법이란 장이 있다. 좌선의 요지와 좌선의 방법, 좌선의 공덕, 단전주의 필요를 개략적으로 설명해 놓았다. ‘원불교 정전’의 이 좌선법은 통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