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을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월 말을 향해 달려 가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 복지관 어르신들이 입버릇처럼 “시간이 없다”고 말씀하시나 봅니다. 그렇게 또 한 살을 보태고 보니 자신이 처한 곳에서 초발심을 잃지 않고 신심껏 잘살아가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임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얼마 전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폭설이 내렸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핀란드에 폭설이 내려 교통이 끊기고 시민들의 출퇴근이 어렵게 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런
코로나19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사람들의 사고와 생활 방식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팬데믹으로 인해 경제적 불평등의 구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생계가 막막한 사람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가져다준 부정적인 측면이다. 하지만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사회적 거리두기로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없고, 많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집회가 금지됨으로써 평소 외향적인 사람들은 매우 힘들어하는 것 같다. 그러나 평소 자기계발을 위해 많
대승불교의 꽃이라 불리는 ‘화엄경’은 방대한 양도 양이지만, 그 속에 담긴 가르침 또한 심오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경전이다. 이런 ‘화엄경’을, 특히 그 중에서도 60권 ‘화엄경’을 7언 30구 210자의 게송으로 축약해 놓은 것이 바로 의상 스님의 법성게(法性偈)이다. ‘화엄경’이 팔만대장경을 응축한 것이라면 ‘법성게’는 ‘화엄경’의 벼리만을 추려 담은 ‘화엄경’의 엑기스라 할 수 있다.김성철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및 명상심리상담학부 교수가 이런 ‘법성게’를 불교초심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춰 ‘화엄
승이 조주에게 물었다. “도란 무엇입니까.” 조주가 말했다. “성 밖에 있다.” “그 도[길]에 대하여 물은 것이 아닙니다.” “그럼 어떤 도에 대하여 물었는가” “대도(大道) 말입니다.” “대도는 장안까지 통한다.”삼조대사는 ‘신심명’에서 깨침에 대하여 분별심을 내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분별심이란 이것과 저것을 서로 비교하고 재며 따지고 헤아리는 마음이다. 만약 이와 같은 분별심에서 벗어나면 지극한 깨침이란 특별히 어려울 것이 없다. 그 분별이란 바로 중생의 속성이다. 따라서 수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특별히 경계해야 할
세상에는 다양한 종들이 존재한다. 종들마다 각각의 특징을 갖는다. ‘숫따니빠따’ 제3품에 ‘와셋타의 경(Vāseṭṭhasutta)’에서는 출생에 의해 바라문이 우월하다는 이야기에 대한 부처님의 가르침이 전한다. 생물에게는 각기 출생에 따른 특징의 다양성이 존재하지만, 인간에게는 출생에 기인한 특징의 다양성이 없다는 가르침이다. 계급을 인정하지 않는 가르침인 것이다. 부처님은 계급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인간들의 행위에 따른 차이는 인정하셨다. 흔히 좋은 덕성을 갖춘 행위와 비열한 행위를 하는 자가 동등하게 평가받거나 대우받는 것은 있
오랜만에 지하철을 탈 일이 생겼다. 언제나 그랬듯이 스마트폰을 꺼내 인터넷 기사를 검색한다. 얼핏 눈에 띄는 제목이 하나 있었다. ‘의리’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공직을 맡지 않고 외유를 떠나기로 했다는 대통령 측근이라는 사람의 기사였다. 순간 ‘의리’란 말 대신 퇴임한 대통령 곁에서 ‘말동무’라도 되겠다고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다. 왠지 의리란 말은 불편하게 들렸기 때문이다.누군가 자기를 배신했다고 울분을 토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당장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배신은 흔히 의리와 짝을 이루어 사용되는 경향이 있
2021.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앞으로 함께 할 한 해를 내다보며 조촐하나마 새해에 소망하는 것들을 적어 본다.새해에는 일터에서 근무하는 모든 이들이 생명을 위협받는 일 없이 안전하기를 소망한다. 지난해 대한민국에서는 882명의 노동자분들께서 산업재해로 돌아가셨다. 하루 평균 2.4명의 인원이 생계를 위해 일하다 목숨을 잃은 것이다. 그리고 새해가 한 달여 지난 지금 여전히 동탄의 물류센터에서 여수와 광주의 사업장에서 참담한 부고가 전해지고 있다. 다시 한 번 분명히 말한다. ‘과로사’라는 말은 형용모순이고, 작업장에서의 생명안전
요하네스 브람스는 1853년 슈만과 클라라를 만나 자신이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 1번, Op.1을 연주했다. 그의 연주를 들은 슈만은 ‘신인(神人)과 미(美)의 여신 세 명이 지켜보았다’라는 평론으로 스무 살의 청년을 극찬했다. 신중하고도 진지했던 청년 브람스는 평소 존경하던 선배 음악가의 찬사에 ‘제 능력 이상의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발표할 작품들에 상당히 주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편지를 쓰기도 했다.브람스는 그의 첫 피아노 협주곡을 1854년부터 4년여에 걸쳐 작곡했다. 원래 교향곡을 작곡하려던 그는
반려동물(Companion animal)이라는 용어는 1983년 오스트리아 동물 행동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K.로렌츠가 ‘사랑스러워 구경하고 싶은 동물’을 뜻하는 애완동물(Pet Animal) 대신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이라고 표현해야 한다며 제안한 말이다. 반려동물은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1명이 키운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로 보편화되는 추세이며, 핵가족화, 고령화, 전문화된 현대사회에서 인간과 정서적 공감을 나누는 반려문화로 정착되고 있다. 이러한 반려동물 중 우리에게 가장 친근하고 가족과 같은 동물로는 개(犬, kuk
初說有空人盡執 後非空有衆皆捐 龍宮滿藏醫方義 鶴樹終談理未玄초설유공인진집 후비공유중개연 용궁만장의방의 학수종담이미현처음에는 공을 설하니 모두 집착하더니 / 뒤엔 공도 공유 아니라 하니 모두 버리네 / 용궁에 가득한 경율론 의사의 처방과 / 학수(鶴樹)에 마지막 설법도 현묘한 이치는 아니로다.이 주련은 당나라 때 수행했던 동안상찰(同安常察, ?~931) 선사가 지은 열수의 게송인 ‘십현담(十玄談)’에 나오는 두 구절을 인용한 문장이다. 동안상찰 선사의 십현담은 ‘경덕전등록’ 권29, ‘연등회요’ 권30, ‘만(卍)’속장에 실려 있는 열수
“유튜브 무선마이크 어떤 거 써야지요?” “쏘니가 국룰이니, 그거 사시면 돼요.” 그런데 내가 말해준 금액보다 물건이 비쌌다. 어라! 나온 지 오래된 물건인데도 가격이 역주행을 하고 있네? 코로나 쓰나미가 몰아치면서, 많은 분이 유튜브에 내동댕이쳐진 결과였다.불교도 예외는 아니다. 대면예배를 강행하던 교회가 전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면서, 사찰과 스님들도 앞다퉈 유튜브에 뛰어들고 있다. 그리곤 곧 심심한 자위를 하거나, 처참한 현실에 절망하곤 한다. ‘우리 절 신도만 구독을 눌러도 몇백 명은 될 거야’라는 예상은 조만간 ‘산산이
1970년대 말까지 서울 영락교회는 ‘세계에서 신도 숫자가 가장 많은 교회’라는 지위(?)를 오랫동안 누렸다. 최근 여의도순복음교회·명성교회·사랑의교회 등 곳곳에 대형교회들이 많아지면서 그 지위를 더 이상 갖지 못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개신교 대한예수회장로회(예장) 통합 측을 대표하는 곳이다. 한편 서울 장충동에 자리 잡은 경동교회가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를 대표한다는 사실도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그런데 이 두 교회가 1945년 태평양전쟁에서 패한 일제가 물러가면서 남기고 간 일본 천리교 교회 재산을 미군정 당국에서 ‘손쉽게 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