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도 가상화폐처럼 기복이 있다.’ 이 말은 AI(인공지능) 스님인 파라 마하가 표현한 것이다. 얼마 전, 태국에서 가상 인물인 AI 스님을 개발해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젊은 층에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언론을 통해서도 소개된 그 AI이다. 사실 다른 분야의 AI 바둑기사, 아나운서, 가수, 정치인 등을 접할 때나, 로마 바티칸의 프란치스코 교황 챗봇까지도 당연한 현상이라 받아들였던 필자이다. 하지만 AI에게 스님이라는 표현을 쓰려고 하니 어색함과 관념의 저항을 숨길 수가 없다. 그러나 이미 세상은 우리 자신
3년 287일. 하루 5만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다고 가정할 경우 6000만 대한민국 인구 전체가 코로나에 걸릴 시간을 산술적으로 계산한 수치다. 지난 2년간 코로나가 진행된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2년 내 모든 국민이 한 번 이상 코로나가 감염될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코로나에 감염되면 적어도 1주일, 많게는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되면서 일상이 멈춰선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에게는 적지 않은 타격이다. 경제활동이 멈춰서면 고스란히 그 타격을 스스로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가게를 운영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시법평등 무유고하(是法平等 無有高下)–이 법은 평등하여 높고 낮음이 없다.’젊은 한때, 불교에 귀의하고 출가하여 강원에서 공부할 때였다. 어느 날 ‘금강경’을 음독(音讀)하다가 제23장 정심행선분(淨心行善分)에 이르러 이 경구(經句)를 접하고 얼마나 놀랐으며, 얼마나 두려웠고, 얼마나 환희로웠던지 이 문구를 주제로 글을 쓰려니 지금도 그 설렘이 울컥 밀려온다.많은 사람들이 젊은 시절 차별 없는 평등하고 깨끗한 세상을 꿈꾸었을 것이다. 자신이 처한 시절과 위치에 따라 그 평등의 깊이는 다를지 몰라도 평등의 가치를 고민하지 않은 사람
한국사회는 다양한 주체 간의 갈등이 많은 사회다. ‘갈등공화국’이라는 말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표현이 아니다. 2021년 6월, ‘IPSOS’라는 글로벌 조사업체는 ‘문화전쟁(Culture Wars)’이라는 주제로 28개국을 조사하였다. 조사 결과, 대한민국은 대부분의 갈등 영역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진보 대 보수 갈등 87%(1위), 정당 간 갈등 91%(1위), 부자 대 빈자 간 갈등 91%(공동 1위), 남성 대 여성 갈등 80%(1위), 나이 든 사람 대 젊은 사람 간 갈등 80%(1위), 고등교육을 받은 자 대 고등교육을
“안내말씀드립니다. 지금 장애인단체에서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어 열차운행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급하신 분들은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주십시오.” 며칠 전 지하철 안내 전광판과 함께 반복적인 역무원의 멘트는 촉박한 출근길 시민들의 불만과 보통의 삶을 위해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장애인 단체의 승강장 집회현장을 팽팽하게 분리하고 있었다. 찰나 생각이 많아진다. ‘왜 하필 출근시간에…’ 혹은 ‘얼마나 간절했으면…’ 나에겐 보통인 일상이 누군가에겐 치열하게 쟁취해야 하는 삶, 같은 하늘 아래 세상은 다르게 실존하는 듯하다.2
2022년, 호랑이가 주인공인 임인년(壬寅年)이 시작되었다. 그것도 평범한 호랑이가 아닌 검은 호랑이 흑호(黑虎)의 해라고 한다. 일명 Black Tiger이다. 이름이 갖는 의미를 생각하기도 전에 필자는 백호(白虎)에 대한 이야기와 모습은 본적은 있지만 지금까지 흑호에 대해 들어 본 적은 없었다. 그리고 얼마 전 세 분 스님들과의 차담에서도 다들 흑호는 실재하는 존재가 아닌 전설이나 이야기 속의 동물이라는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그러나 다음날, 전날 차담에 함께 했던 스님 한 분이 내게 어느 주요 일간지 기사 속 사진 한 장을 보
사람의 한 해 기운이 바뀐다는 동지가 지나고, 임인년이 다가오는 거리를 걷는다. 연말연시임에도 상점마다 불이 꺼지고 인적이 끊어져 삭막함마저 느껴진다. 마치 커다란 태풍이 불어닥치기 전 ‘고요’의 느낌을 그 안에서 받는다. 2022년 대한민국이 만들어낼 변화의 역동성을 위해 잠시 숨고르기 하는 것이 아닐까.우리는 올해 3월 나라 일꾼을 선출하는 대통령 선거를 시작으로 6월 지방 일꾼을 뽑는 일정이 빠듯하게 짜여 있다. 세계는 코로나19로 변화된 질서를 받아들이며 새롭게 역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현재 우리나라의 노년층은 일제강점기에
12월16일 부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순천 송광사에서는 구산 스님 열반 38주년 추모제가 열렸다.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려 일반 신도들은 거의 참석하지 못했지만, 추모의 열기는 뜨거웠다. 살아생전 스님을 친견하진 못했지만 보조사상을 전공하는 필자에게 있어서 효봉 스님과 구산 스님은 항상 그리움의 대상이다. 1969년 송광사에 조계총림이 만들어지고 초대 방장으로 구산 스님이 취임하셨고, 1983년 열반에 드실 때까지 수많은 불사를 통해 오늘날의 송광사를 만드셨다. 그중에서도 보조국사 지눌 스님의 목우가풍을 재현하고 제2 정혜결사를 통
영등포구에는 어디서든 볼 수 없는 특별한 축제가 있다. 서울시립영등포장애인복지관이 주관하는 영화제이기도 하고 다양한 분야의 인권이 모이는 축제이기도 하다. 이름하여 ‘나나, 인권페스티벌’이다.‘나나, 인권페스티벌’은 영등포 지역 내 인권플랫폼 연대단체와 주민이 함께 만들어가며 장애·종교·국적·성별·나이 등 모든 인간의 자유와 권리의 소중함을 존중하며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해 매년 개최하는 축제다. 올해 4회째를 맞이했는데 지역을 넘어 인권을 대표하는 행사로 발돋움 중이다.행사 명인 ‘나나’는 ‘다르거나 같거나’의 끝말을 가져온 것으로
갑(甲)과 을(乙) 이라는 두 나무꾼이 있었다. 을은 나무를 잘 타는 원숭이처럼 높은 나무에 올라 굵고 좋은 나무를 많이 했다. 그러나 갑은 겁도 많고 나무를 잘 타지 못하여서 낮은 곳에 있는 작은 나무나 떨어진 가지를 긁어모아 일을 하였다. 을은 언제나 갑에게 이렇게 이야기 했다.“좋은 땔감의 나무는 높은 곳에 있다네. 자네 같이 평범하게 아래에서 나무를 하면 죽도로 일을 해도 남보다 낮을 수 없다네. 나처럼 높은 곳에 올라와 일을 하게.” 하지만 갑은 을에게 “대개 큰 이익을 얻으면 화(禍)의 근원도 깊고, 단번에 공(功)을 얻
우리 정부는 아동·청소년 교육과 관련해 평등의 출발선을 지향하고 있다. 한 명의 아동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세부적인 사항을 보면 아직도 과거 가난하던 시절의 구습을 ‘당연히’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대표적인 예가 졸업앨범이다. 교과서는 무상지급이지만 3년간 학창시절의 추억을 담은 졸업앨범은 유상이다. 수년 전 연말을 앞두고 지역 사회복지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수십만원의 기금을 모금해 지역 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졸업앨범을 구입해 준 적이 있다. 월세, 통신비, 공공요금 등 고정지
K-팝, K-푸드, 오징어게임 등의 인기로 인해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릴 적 향수에 젖기도 하고, ‘그때가 좋았지’라고 추억하는 것은 어찌 보면 인간들의 보편적인 모습이다. 구슬치기·비석치기·자치기·연날리기 등 어린 시절 놀이문화에 대한 추억도 남아 있지만, 어른들에 관한 추억도 많이 남아 있다.나에게는 아버지에 대한 많은 추억이 남아 있는데, 그중 하나가 심부름에 관한 것이다. 물건을 가져오라고 하시거나, 시장에 나가 물건을 사 오라 하실 때마다 아버지는 ‘서너 개, 네댓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