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12월 출간된 ‘선문정로(禪門正路)’는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그간 전혀 문자를 세우지 않던 조계종 종정 성철 스님(1912~1993)이 직접 글을 써 선문의 길을 제시한 것이다. 언어는 직설적이고 간명했으며 파격적이었다. 내로라하는 강백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선어록은 물론 교학 전반을 종횡무진하며 논지를 이끌어갔다. 간화선 수행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무엇이며, 현재 간화선 수행의 어떤 점이 잘못됐는지, 어떻게 정진해 궁극의 깨달음을 얻을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다루고 있었다.성철 스님은 철두철미한 돈오돈수를 주
옛 사람들은 삶과 죽음이 호흡지간(呼吸之間)에 달렸다고 보았다. 숨을 들어 마신 뒤 내뱉지 못하면 바로 그것이 죽음이라는 것이다. 호흡이 자신의 내면 깊은 곳으로 향하는 징검다리임을 처음 발견한 것은 인도의 수행자들이었다. 특히 부처님은 자연스럽게 내뱉는 호흡을 통해 번뇌에 휩쓸리지 않고 존재의 실상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책은 들숨날숨에 주목하는 순간 누구라도 지극한 평온함을 누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이제 무엇이 와도, 어떤 일이 벌어져도, 내 마음을 쉽게 어지럽히지 못한다. 그냥 항상 깨어서 지켜볼 뿐이다. 거센 파도가 몰아
“법보신문의 외부 필진들은 굉장히 탁월합니다. 각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췄으면서도 대중들이 읽기 쉬운 글쓰기에 능합니다. 읽을거리가 아주 풍부하죠. 이렇게 좋은 내용을 혼자만이 아닌 여럿이 나누는 게 전법이고 보시공덕 아닐까요.”오종욱(56) 올리브그린 대표가 법보신문을 힘겨운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보내는 법보시캠페인에 동참했다. 오 대표는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부처님 가르침으로 먹고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좋은 일이면 동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오 대표는 1993년 교계신문에 입사하면서 불교계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대
“법보신문은 제가 언론인으로 첫 발을 내디딘 곳입니다. 특정 종단을 넘어서 불교계 전체를 대변하고 정론을 펼치자고 창간한 신문이었습니다. 그렇게 35년 세월이 흘렀고 종이미디어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다보니 법보신문의 고민이 깊어질 듯싶습니다. 법보신문 창간 멤버로서 고민과 전법의 길에 함께하려고 합니다.”최중홍(60) BTN불교TV 보도본부장이 법보신문을 교도소·관공서·병원 및 군법당에 보내는 법보시캠페인에 동참했다. 1988년 법보신문 창간 기자로 참여했으며, 스포츠서울, 중앙일보, 불교방송, 문화일보 기자를 거쳐 문화일보 편집부국
불교는 전 세계적으로 5억7000만명이 믿고 따르는 종교다. 그 시작은 2600여년 전 부처님의 깨달음이었다. 그러면 불교라는 세계종교를 탄생시킨 부처님이 누구일까. 단순한 물음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늘날 부처님을 ‘인간’으로 보는 것이 당연시 여겨지나 불과 100년 전까지도 부처님의 인간적인 면모는 주목받지 못했다. 궁극의 깨달음을 이룬 부처님은 인간 범주를 넘어 최고 신격인 범천에 이르기까지 뭇 존재들의 스승이자 귀의처로 받아들여졌다. 산치대탑 등 고대미술에서 나타나듯 부처님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보리수·법륜·발자국이
팔만대장경을 포함한 방대한 불교사상의 핵심이 담긴 단어 하나를 말한다면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연기(緣起)’를 꼽지 않을까. 초기경전인 ‘맛지마니까야’에는 “연기를 보는 자는 법을 본다. 법을 보는 자는 연기를 본다”고 했으며, ‘우다나’에도 붓다가 네란자라 강변 보리수 아래에서 성도할 당시 7일 동안 결가부좌한 자세로 내관한 것이 12연기라고 전한다.연기는 어원적으로 ‘의존하여 일어난다’ ‘연에 의해 일어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사라지면 저것이 사라진다’는 상호의존성을 말한다고 하나 그
탄허 스님(1913~1983)은 경허에서 한암으로 이어지는 한국선의 계승자다. 일평생 저녁 8~9시에서 새벽 12~1시까지 잠깐 수면을 취한 뒤 반드시 몇 시간의 참선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 것은 선사로서의 엄밀함을 보여준다. 스님은 20세기 최고의 대강백으로도 꼽힌다. ‘화엄경’ 현토와 번역 및 강원 교재 편찬이라는 방대한 역경불사를 이뤄냈으며, 각성, 통광, 무비 스님의 ‘탄허 3걸’이라는 기라성 같은 강백들을 양성했다. 명실상부한 한국불교의 ‘고승’이며 ‘대종사’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스님은 불교의 테두리에 갇히지 않는다.
한국불교법륜종이 법보신문을 교도소, 군법당, 병원법당 등 소외된 곳에 보내는 법보시 캠페인에 동참했다. 총무원장 성진 스님은 “포교란 대중들이 불교에 다가오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다가서는 것”이라며 “총무원 차원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알리는 뜻깊은 일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조계종, 태고종, 천태종 등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종단들의 협의기구인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원 종단으로 참여하고 있는 법륜종은 1988년 11월30일 금암 스님에 의해 창종된 종단이다. 석가모니불을 본존불로 모시며, 고려 말 태고보우 선사를 종조로,
“대승보살은 결코 관념적인 것이 아니고 생생하게 인생의 고락을 겪으면서 고난을 통해 마땅히 수행할 수 있는 사람만이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보리심을 통달하고 보리심을 지키며 금강심을 이루고 그 금강심을 키워 불신원만(佛身圓滿)의 단계를 모두 수행하여 온전히 부처가 되리라는 물러서지 않는 각오로 정진해야 할 것이다.”난세에는 영웅이 탄생하고 의인이 출현한다. 불교총지종을 창종한 원정(苑淨) 대성사(1907~1980)가 그렇다. 원정 대정사는 진각종을 창종한 회당 대종사와 더불어 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크게 번창했지만 조선시대 이후
한국불교의 지성문화를 이끌고 있는 법보신문이 올해도 다양한 연재를 마련했다. 강백, 수좌, 명상지도자, 불교학자, 역사가, 시인 등 각계에서 활약하는 저명인사들이 필진으로 다수 참여한다.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으로 써내려가는 연재들은 불교에 대한 깊은 이해는 물론 불자들의 수행과 신행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교리·법문‘진우 스님의 금강경 강설’ ‘각전 스님의 본생담으로 읽는 불교’ ‘신규탁의 화엄경 경학’ ‘오중철의 돈황벽화로 읽는 불교경전’이 신설됐다.진우 스님은 조계종 승가교육의 백년대계를 이끄는 교육원장으로 선과 교에
“설봉선사는 현사사비를 일컬어 재래인(再來人)이라고 했다. 불보살이 중생제도를 위해 다시 온 사람이라는 의미다. 윤창화 대표가 꼭 그렇다. 그는 자신의 서원과 불보살님의 가피로 일생을 불교출판을 위해 산 재래인이다.”(시인·선어록 번역가 석지현 스님)“나의 외우(畏友)인 그는 출판인으로서 불자로서 인간으로서 참으로 성실하고 진지하고 선한 사람이다.”(홍사성 ‘불교평론’ 주간)“단순히 책을 펴내는 수준을 넘어 뛰어난 안목으로 필자들 저술 작업에 큰 도움을 주었다. 근대 불교출판인의 모범이 안진호 스님이라면 이후 현대 불교출판인의 넘버
강원도 삼척 백두대간 외딴 토굴에서 지내는 석원 스님은 10여년째 법보신문을 꼼꼼히 챙겨 읽고 있다. 겨울이면 우편배달부가 오기를 꺼려해 부득이 한꺼번에 한 달 치를 받아볼 때도 있다. 그런 만큼 신문을 받는 즐거움이 크다. 또한 사람들 발길이 드문 궁벽한 곳에 머물며 정진하고 있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일까지 소홀히 여길 수 없다. 스님이 법보신문을 군법당, 병원법당, 교도소, 공공기관 등에 보내는 법보시 캠페인에 동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불교에 입문했으면 어떤 경우라도 수행과 포교를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수행은 탐욕,
남회근(1918~2012) 거사는 그 자체가 태산북두다. 불교학자, 교육자, 고전학자, 시인, 무술가, 국학대사 등으로 불리며 다방면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의 강의는 유불도 삼가의 회통, 중국 고전과 역사 및 문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 깊은 수행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가르침과 유머까지 두루 갖춘 것으로 유명하다. 20여년 전 그의 저술들이 국내에 번역되면서부터 수많은 팬들이 생겨났고, 부키(주)에서 2008년 ‘금강경 강의’를 시작으로 남회근 저작선을 20권 째 펴내고 있다.최근 발간된 ‘유가사지론’은 유식학의 대론으로 총 10
큰스님은 수행 기간이 길고 덕이 높은 스님에 대한 존칭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이야 ‘수행’과 ‘덕’의 정도를 헤아릴 수 없다 보니 큰 사찰의 주지, 회주, 조실, 방장 스님 등을 큰스님으로 받아들인다. 수행과 덕이 없이 주지나 회주가 될 수 있을까 싶지만 그렇더라도 큰스님 호칭은 내면이 아닌 직위에 치우친 경향이 없지 않다. 신문이나 방송, 책에서 대하게 되는 큰스님의 행동과 말씀도 너무 정형화되거나 거룩해 오히려 거리감이 더 느껴질 때가 있다.이 책에 등장하는 큰스님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큰절 주지를 지내고 여전히 많은 이들의 존
‘열하일기’ ‘동의보감’ 등 고전을 재해석해 오늘날 삶을 통찰하는 중요한 지적 틀을 제공해 온 저자가 초기 경전인 ‘숫타니파타’와 ‘동의보감’의 교차 읽기를 통해 현대인의 몸과 마음을 탐구한다.저자는 우리나라 청년들에게 도대체 어떤 비전이 있어야 마음이 바뀔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중 만난 불교적 사유, 그중에서도 ‘숫타니파타’는 싯다르타가 29세에 출가해 35세에 도를 깨친 직후에 설파한 ‘청년의 사상’이라는 점에서 머리가 확 맑아졌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경전이 담고 있는 비전을 공유한다면 한국의 청년들이 청년의 시기를 무기력과
사람은 누구나 자유롭기를 원한다. 또한 어떤 행동과 판단에 있어 외부의 방해를 받지 않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주체적 존재라고 믿는다. 이 같은 자유의지는 종종 인간의 특성처럼 간주되기도 하지만 반대 의견이 만만찮다. 주어지거나 학습되거나 전승된 결과로서의 선택과 결정을 자유의지로 착각할 따름이라는 것이다. 현대 학문에서는 이와 관련된 찬반 입장이 뚜렷하다. 불교에서도 자유의지를 강조하지만 결정론적으로 볼 여지는 충분히 있다. 지금의 생각과 행동이 철저히 과거 자신의 행위(karma)에 따른 결과라면 선뜻 의지가 들어서기 쉽지 않
지리산 실상사 회주 도법 스님과 중관학자 신상환 박사가 2019년부터 2020년 가을까지 10여차례 만나 불교교리와 실천 등을 주제로 나눈 대담집이다.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됐으며, 중도의 관점에서 ‘부처님 생애’ ‘중관사상의 기본교리’ ‘한국불교’를 각각 논한다.도법 스님은 인드라망 생명공동체를 창립해 귀농운동, 환경운동 등을 펼치고, 생명평화를 주제로 5년간 전국을 탁발순례하며 8만명을 만난 한국불교 실천불교의 상징이다. 신 박사도 여느 학자들과는 다르다. 대학시절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던 그는 1993년 인도로 떠나 그곳에서
올해 불교출판문화상 대상에 각전 스님의 ‘인도 네팔 순례기’(민족사)가 선정됐다.조계종 총무원(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주최하고 불교출판문화협회(회장 지홍 스님)가 주관하는 ‘2021년 올해의 불서 10 및 제18회 불교출판문화상’ 수상작이 선정됐다.올해 최고의 불서로 꼽힌 ‘인도 네팔 순례기’는 선방에서 수행하는 각전 스님이 해제 철에 구도의 연장선상에서 다녀온 인도 네팔의 성지순례기로, 깨달음의 여정을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생생하게 그려 놓은 책이다. 특히 ‘부처님의 삶, 나의 존귀함을 찾는 길’이라는 부제처럼 이 책을 읽으면서
“누구든지 어려운 시절이 있습니다. 장소와 환경을 달리해서 지내야 하는 군인, 입원환자, 재소자와 같은 분들은 더 그렇겠지요. ‘남자니까’ ‘아프니까’ ‘잘못했으니까’라며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누군가의 깊은 관심과 위로, 격려가 전해질 때 그 힘든 시간과 환경이 성장과 성찰, 치유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이 분들에게 단 5분이라도 법보신문에 시선이 머물 수 있고 이를 통해 위안과 희망이 될 수 있다면 참으로 뜻깊은 일이라 할 수 있겠지요.”신대현 능인대학원대 불교학과 교수가 12월2일 군법당, 병원법당, 교도소, 공공기관 등에 법
원로 및 노스님과 학자들이 참여해 조계종단의 현실을 돌아보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동국대 전 이사장 현해 스님을 비롯해 금강선원장 혜거 스님, 불교교단사연구소 원두 스님, 이평래 충남대 명예교수, 김광식 동국대 특임교수, 이자랑 동국대 HK교수는 11월28일 오후 1시 서울 금강선원에서 ‘조계종단(승단) 현실과 좌표, 좌담회’를 개최했다.이날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종조, 종통, 종명, 종단사 등과 관련한 조계종의 정체성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한국선의 정체성은 간화선이 아니라 조사선이다.” “불교를 현대화시키기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