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속에 자리를 편 의상 스님은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한 채 앉았다. 들려오는 건 바위덩어리를 때리는 바닷물 소리뿐이었다. 한 터럭의 번뇌조차도 허용치 않는 용심과 청심으로 7일을 보낸 후 새벽 바다 위에 앉았던 자리를 띄웠다.원효암서 1패 당한 의상 스님 의상대선 한 수 위 법력 보여의상 스님 ‘자리’ 띄운 그 파도붉은연꽃암자 아래서 ‘처얼썩’의상 스님이 해안절벽의 굴속에 좌복을 깔고 가부좌를 튼 연유가 있다. 당나라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관세음보살의 진신이 이 해변의 어느 굴 안에 상주한다는 전언을 들었기 때문이다. 서역(西域
‘무상심심미묘법(無上甚深微妙法)/ 백천만겁난조우(百千萬劫難遭遇)/ 아금문견득수지(我今聞見得受持)/ 원해여래진실의(願解如來眞實義)’ 15살에 ‘천수경’ 완벽 암기절 못가면 어쩌나 결혼단념산을 갈아 밭 일구는 중에도땅에 그린 ‘원’보며 윤회공부'삼서근' 들며 60여년 정진일로백장·성철·인홍 스님 뜻 받들어선원 3개 운영·재가자 용맹정진비구니 고품격 도량으로 ‘우뚝’태백산 각화사 암자서 춘양으로 20리 길을 걸어 탁발 나오는 보살이 있었다. 그 보살 문 앞에 서 있으면 냉큼 마루에 앉혀드리고 시원한 냉수 한 그릇부터 건넸다. 절에서
2000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주 남산에는 사지(寺址) 150개소, 불상 129체, 탑 99기, 석등 22기, 연화대 19점, 부도 8점 등의 수많은 성보가 산재해 있다. 하여 누군가는 ‘불적의 보고’라 했고, 누군가는 ‘한국 최대 노천 박물관’이라 했다. 경주 남산이 학자들에게는 ‘보고’요 ‘박물관’으로 보이겠지만 불자들에게 경주 남산은 불산(佛山)이다.남산 마을 초입에서 만난 서출지소지왕 목숨 살린 편지 나온 연못불교 전래 과정서 생긴 갈등 단면바위에 일곱 부처님 새긴 칠불암동쪽 향해 선 삼존불 중 본존불은
시어(詩語)의 힘을 말할 때면 스치는 시 한 편이 있다. 윤동주의 ‘눈’이다.눈이 새하얗게 와서눈이 새물새물하오. 조선 인조 때 전소됐던 청암사벽암 각성 명으로 허정이 재건그 인연으로 대강백 회암 탄생쌍계사 중수·수도암 중창한 이도선교에 정통한 선지식 벽암 각성청암사∼수도암 이어지는 ‘수도길’‘인현왕후길’ 표기는 지자체 오만참 짧은 시다. 그리 대단한 시로 보이지 않는데 자꾸 읊조리게 되는 건 눈(雪)과 눈(眼), 새하얗게와 새물새물이 이뤄 낸 운율 때문일 것이다. 새물새물! 사전 의미로는 ‘입술을 한쪽으로 약간 비틀며 소리
청명한 11월의 가을 하늘이다. 오어지 감싸 안은 산도 단풍 들어 가을정취를 자아낸다. 늦가을은 길을 걷는 이로 하여금 쓸쓸함과 숙연함이 섞인 묘한 감정을 일으키게 한다. 한 해의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는 여정이어서일까? 원효·의상·혜공·자장 네 스님한 공간에서 수행했던 운제산신출귀몰 혜공 원융무애 원효똥 누어 놓고 촌철살인 대결산봉우리 아래 걸터 앉은 자장암절이 내준 풍경만 봐도 무념세계다리 하나 건너야 한다. 가만 보니 원효교다. 원효대사가 이 산에 들어와 초암 짓고 정진한 때가 있었다. 저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 원효암이 그
포항 오어사 도량이 단풍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삼면의 산이 자아내는 산 빛과 오어지 물빛이 어우러져 빚어낸 오어사 가을 풍광은 여느 산사에서는 볼 수 없는 장관이다. 11월 말까지도 이 풍경은 유지될 듯하다. 포항=채문기 상임논설위원 penshoot@beopbo.com [1368호 / 2016년 1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이형우 개인전 ‘뭐시 중한디?’영화-신화 속 인물 패러디 해소음과 침묵-전쟁과 평화 인간의 이중성 해학으로 표출서초동 갤러리 쿱서 29일까지 이형우 화가가 서울 서초동 갤러리 쿱(Coop)에서 17일 15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주제는 'What is important?' 작가의 고향 ‘광주 언어’로 번역하면 ‘뭐시 중헌디?’다.전시된 열 네 작품 중 영화 스타워즈 속 다스 베이더와 오딧세이에 등장하는 스핑크스가 한 화폭에 자리한 ‘다스 베이더와 스핑크스'가 눈에 띄었다. 소재를 패러디 했다는 건 알겠는데 둘의 관계성이 모호하다
10월 단풍을 놓친 나그네들이 11월의 단풍이라도 붙잡으려 찾는 산사가 있다. 가을 단풍을 가장 늦게 보낸다는 전남 장흥의 백암산 백양사. 11월10일 전후면 절 진입로로 향하는 사하촌 삼거리부터 일주문을 지나 대웅전으로 이어지는 3.5km의 길은 붉게 물든다. 애기손바닥만한 단풍잎 색깔이 고와 여기 사람들은 ‘백양사 단풍’을 일러 ‘백양사 애기단풍’이라 한다. 그렇다고 단풍잎이 여느 산사의 단풍잎보다 작은 건 결코 아니다. 나무가 다소 작아 붙여진 이름이다. 흰 양이 윤회 메시지 전한 후백암사서 백양사로 사명 변경문고리만 잡아도
황새, 장수하늘소, 경산 삽살개, 서울 수송동 백송, 보은 속리산 정이품 소나무처럼 마시는 물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수 있을까? 설악산이 품은 샘에서 솟는 오색약수는 2013년 천연기념물 529호로 지정됐다.당당히 서 있는 작은 암봉조차힘 절제한 내공 깊은 고수풍모 합장·가부좌 틀던 해동신동유가·도가·묵가 비좁다며 설악산 오색석사로 출가오도 후 만행길에 올라서도병든 사람·독거노인 돌 봐중국서 ‘동방 대보살’로 칭송철분 냄새와 함께 전해져 오는 특유의 지릿한 맛에 오만상을 찌푸리면서도 사람들은 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그만한 이유가
새벽 5시 50분. 서울 구파발 북한산성 입구 주차장에 서서 동녘의 빛을 기다린다. 일출시간은 6시 32분. 20분 기다렸으니 40분만 더 기다리면 산이 내어 보일 것이다. 태고 때부터 호지해 왔던 부처님을! 원효봉이 솟은 후 나투신 부처님여신이 조성한 치마바위 위 정좌서암사는 1925년 홍수로 매몰 후사라졌다 2006년부터 복원 시작영취봉 밑 상운사서 본 풍경 일품원효대사가 정진했던 원효암 전각진영 속 글없는 경전이 세간 경책원효봉과 만경대, 노적봉은 어둠속에서도 짊어 온 세월의 무게를 전하려는 듯 시커먼 등뼈를 꼿꼿이 세우고 있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시를 몰라도 시인이 되고야 마는 계절. 전재승 시인의 노래처럼 ‘낡은 만년필에서 흘러나오는 잉크 빛 보다 진하게 사랑의 오색 밀어들을 수놓으며 밤마다 너를 위하여 한 잔의 따듯한 커피 같은 시를 밤새도록 쓰고 싶’은 가을이다. 눈앞에 놓인 원고지 칸을 안 메우면 또 어떤가! 길 떠나는 순간 시인이 되는 것을! 원효-의상-윤필 세 성인정진 해 ‘삼성산 삼막사’의상 대사 올라 ‘의상대’양녕-효령 올라 ‘연주대’하늘-바다 닿은 절경 연출붙잡지 못한 인연 있거든바람 속에 흘려 보내시게성인(聖人) 세 사람이 머문다는
신라 8대 아달라왕은 재위 3년인 156년 길을 열었다. 문헌상 우리나라 최초로 뚫린 길이다. 1860년의 역사를 간직한 그 길은 지금도 경북 문경과 충북 충주를 잇고 있다. 하늘재다. 미륵 품에서 관음세계 향한 여정나그네와 말들의 쉼터인 역원의관리를 맡았던 미륵 세계사에는인공석굴에 미륵불 모셔져 있어망국의 한 담은 마의태자가 조성미륵리 나서 관음리로 길 잡으면하늘과 맞닿았다는 하늘재 만나문헌상 우리나라 최초로 뚫린 길뛰어난 풍광보다 역사 깊은 고개하늘재 이전에는 계립령(鷄立嶺), 대원령(大院嶺)으로 불렸다. 계립령(鷄立嶺)은 신라
“암석 사이로부터 좁은 길을 따라 동쪽으로 향하여 가시덤불을 헤치고 덩굴을 부여잡으며 돌고 돌아 규봉암에 이르니 이것이 세칭 광석대이다. 넓은 바위가 평평하게 펼쳐져 수백 사람은 앉을 수 있다. 많은 바위가 깎아지른 듯 푸른빛으로 빽빽하게 서 있어 병풍 휘장을 두른 듯하였다.”(김순영 선생 역)송광사 산문 나온 금명 “무등산은 천년 절”의천의 펄떡이는 활구“산과 바다는 고르다”규봉암에 뜬 달경 읽는 선재 비추리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의병장이었던 고경명의 ‘유서석록(遊瑞石錄)’에 기록된 ‘규봉암 가는 길’이다. 그렇다. 장불재에서 동쪽
호남의 진산 중 하나로 손꼽히는 무등산(無等山)은 명산이다. 빛고을 사람들이라면 ‘한 해 다섯 번은 오른다’는 산. 그렇다고 광주 사람들만의 산은 아니다. 산은 광주, 화순, 담양 세 지역에 걸쳐 있다. 빛고을 무등산은 ‘차별 없는 산’상서로운 돌들이 꼿꼿하게 줄선서석대는 한국 주상절리의 대표서석대서 이어진 돌길 장불재는서석대·입석대·승천암까지 지나거침없이 쭉 내려서는 고개마루평평한 돌에 움푹 파인 돌구멍옛 암자 떠받친 기둥 있던 흔적‘삼국사기’에서 무등산은 ‘무진악(武珍岳)’으로 등장한다. 신라의 신문왕은 백제를 평정한 직후(68
‘연들이 여린 귀를 내놓는다/ 그 푸른 귀들을 보고/ 고요한 수면에/ 송사리 떼처럼 소리가 몰려든다/ 물 속에 가부좌를 틀고/ 연들은 부처님같이 귀를 넓히며/ 한 사발 맛있는 설법을/ 준비중이다/ 수면처럼 평평한 귀를 달아야/ 나도 그 밥 한 사발/ 얻어먹을 수 있을 것이다’ (길상호 시 ‘蓮의 귀’ 전문)도교의 이상세계 담은 궁남지그 연못을 가득 메운 건 연꽃백제 성왕의 불심 엿볼 정림사절터에 우뚝 선 오층석탑만이그 옛날의 영광을 대변할 뿐사지복원으로 부여인 그렸던정토 세상 이 땅에 펼쳐지길어찌 들었을까? 송사리 떼 물결 가르는
만수산(萬壽山) 무량사(無量寺)! 한없음을 담은 산이요 무한을 안은 절이다. 그 무엇을 품고 있기에 셀 수도 없단 말인가? 중국 수(隋)나라의 길장 스님은 ‘묘법연화경’을 삼론종 입장서 풀어 쓴 ‘법화의소(法華義疏)’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기쁨, 사랑과 증오의 분별로는 잴 수 없으므로 무량이요, 과거, 현재, 미래에 떨어지지 않으므로 무량이다.” 무진암엔 김시습 부도탑 섰고무량사엔 그의 자화상 안치돼마조 제자 보철에게 인가 받은무염 스님 별칭은 ‘동방대보살’귀국 후 신라 구산선문 중 하나성주산문 열어 40
국군예비역불자연합회 박정이 신임 회장 취임법회가 6월26일 국방부 원광사에서 봉행됐다. 박정이 신임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예비역 불자와 현역 불자사이의 교류확대를 통해 연합회를 좀 더 활성화 할 것”이라며 국군예비역불자연합회의 변모를 예고했다. 이날 취임 법회에는 동국대학교 이사장 자광 스님과 조남진 전 국군예비역불자회 회장, 이재성 한국분단희생자추모사업회장 등 사부대중 200여명이 참석했다. 충남 홍성 출생인 박정이 회장은 1976년 임관된 후 22사단 연대장, 20사단장, 합참전력발전본부장, 제36대 제1야전군 사령관 등을 역임
우리의 국보78호 금동반가사유상이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서 한일 양국 스님들로부터 거룩한 예경을 받았다고 한다.일본 불교계 측의 헌다의식에 이어 한국봉행단은 헌화를 비롯해 범패와 작법무를 선보였고, 한일 양국 스님들은 ‘반야심경’을 함께 봉독하며 산화공양도 올렸다. 잠시나마 박물관은 완벽한 도량으로 변모했다. 일본 기자들이 “작법무와 범패에서는 독특한 생명력이 느껴져 특별한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며 감탄했다고 하니, 그 공간에 서 있던 사람들이 느꼈을 환희심은 실로 대단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 벅찬 감동을 안고 한일 양국의 반가사
6월 녹음 한껏 오른 울창한 산림에 들어서니 크고 작은 바위틈으로 새어 나오는 청아한 물소리가 발길을 이끈다. 금원산이 자랑하는 유안청 계곡! 금원산에는 폭포가 유독 많다. 산으로 들어서며 맨 처음 마주하는 미폭포(米瀑布)부터 산 정상 아래의 작은 폭포까지 이어진 2.5㎞ 구간에는 큰 폭포만도 6개가 자리하고 있다. 유안청폭포가 갖는 원래 이름가섭존자의 이름 딴 가섭동폭가섭사라는 옛 절 있었음 시사원숭이 가둔 산 뜻한 금원산 속국내 단일 최대 바위 ‘문바위’는가섭사 일주문 대신했던 가섭암돌계단 올라 마주한 세 불보살천의 한 자락까지
허허당 스님 ‘생명의 축제’전벨기에 ‘샤또 데 라해’화랑6월 18-19일 이틀간 20점 30여 년 동안 ‘생명’을 그려 온 허허당 스님이 벨기에 리에주프로방스(Province de Liege)의 샤또 데 라해(Chateau de Rahier) 화랑에서 ‘생명의 축제전’을 갖는다. 전시될 작품은 ‘홀로 선 자’, ‘우산을 든 사람’, ‘사막을 누비는 개미들’, ‘비무장지대를 허무는 개미들’ 등 20여점.작품 ‘홀로선 자’는 당당함과 고독을 동시에 발산하고 있다. 한 송이 꽃, 밤 하늘 은하수도 자신이 살아 있을 때 의미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