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베스트셀러 ‘신경끄기의 기술’의 저자 마크 맨슨이 한국을 여행하고 올린 영상이 화제가 되었다. 이 영상의 제목은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다. 한국인에겐 제목에서 이미 불편함이 다가온다. 보통의 경우 이런 제목의 동영상은 한국에서 인기를 얻기 어렵다. 오히려 한국의 지하철을 경험하며 감탄하고, 카페에서 노트북이나 휴대전화를 두어도 안전한 한국에 찬사를 보내는 영상에 열광한다. 그런데 이 영상은 거의 모든 미디어에서 다루었고, 원본 영상만 해도 거의 100만에 가까운 조회 수를 보인다. 한 외국인의 생각이 뭐 그리 중요한
1975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작은 도시 바레에서 세 젊은이가 가톨릭 신학교 건물을 둘러보고 있었다. 학교 공용 공간의 팻말에는 사제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 주는 경구가 적혀있었다. “마음을 고요히 하고 깨어 있어라.” 세 젊은이가 설립하려고 하는 명상 센터의 신조와 상통하는 말이었다. 세 사람은 이듬해 2월에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아름다운 뉴잉글랜드 양식의 건물을 인수하여 ‘통찰명상협회(IMS, Insight Meditation Society)’ 본부로 삼았다. IMS는 조셉 골드스타인(Joseph Goldstein, 1944~),
대학교를 다니면서 인연 닿은 스님으로부터 화두 참구 방법을 배웠다. 처음 화두를 참구하기 시작했을 때 마음을 그 화두 문구에 두면서 답을 찾으려고 나름 애를 많이 썼던 것 같다. 화두 참구를 하다가 다른 생각이 들면 ‘아차 딴 생각하고 있었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또다시 화두 문구를 마음속으로 돌리면서 이렇게 계속하다가 보면 언젠가는 화두의 의심이 의정이 되고 시간이 지나면 의단으로 변해 화투 타파가 이루어지면서 내가 그리던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겠지 하고 내심 기대를 했던 것 같다.그러면서 깨달음이라는 것이 내가 얼마나 노력하는
한일병합 후 1911년 6월 3일에 사찰령(寺刹令)이 공포되어 9월 1일부터 시행된다. 사찰령은 1915년 포교규칙보다 먼저 등장한 최초의 종교 관련 법규다. 사찰령 시행으로 종교 가운데 가장 먼저 불교의 식민화가 추진되었고, 덤으로 불교의 근대화가 이루어졌다.사찰령에 따르면 사찰을 병합, 이전, 폐지하거나 사찰의 위치나 명칭을 변경할 때는 조선총독의 허가가 필요했다. 지방장관의 허가 없이는 전법, 포교, 법요 집행, 승려 거주를 제외하고 다른 목적으로 사찰을 사용할 수도 없었다. 사찰을 종교적 목적이 아닌 정치적 집회, 유흥, 요
무명실에 둥둥 감긴 북어 한 마리눈 뜨고 말라가네고수레 소리에 뻗친 희망 배 속에 꽉 채웠을 텐데마른 장작처럼 좀버섯 하나 피우지 못하고새벽이슬 한 방울 호흡 못 하고눈뜨고 말라가네빛이란 무엇인가토막 날 몸뚱이 오랜 세월 말려끝내 추억 뒤로하고 흠뻑 두들긴 채 갈기갈기 찢겨다시 짠물 속에 빠질 생이여저 북어 보면눈뜨고 말라가신 할머니 그립고꽁꽁 얼어붙었던 동태 같던 내 지난 세월도줄줄 흐를 것 같아한적한 읍내 식당 푸른 벽에 걸린 북어 한 마리눈 뜨고 조금은 입도 벌리고(조인선 시집, ‘노래’, 문학과지성사, 2010)어느 날 시인
[1717호 / 2024년 2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그동안 일상에서 전개된 선사상을 소개했다. 이번에는 선문답에 등장하는 소[牛]에 대한 언급인데, 일상성의 선과 관련된다. 소는 경전이나 어록 등에 자주 등장한다. 동양의 숲속 문화와 농경사회에서 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숫타니파타’에 “자식이 있으면 자식 때문에 근심이 생기고, 소가 있으면 소 때문에 걱정할 일이 생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소는 중생들 삶에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불유교경’에는 “목동이 소[牛]가 남의 곡식을 함부로 짓밟지 않도록 단속하는 것처럼, 수행자는 5근[눈‧귀‧코‧혀‧몸]이 탐욕에 빠지지
“힘든 상황에 처한 분들에게 불교를 전하는 뜻깊은 일에 선뜻 동참하게 됐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되고 그 가르침을 본받아 서로 돕고 이해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박동주(51·구원) ㈜마음챙김여행사 대표가 최근 법보신문을 교도소·군법당·병원법당·관공서 등에 보내는 법보시 캠페인에 동참했다. 박 대표는 “법보신문은 한국 불교계 소식을 다양하게 알려줄 뿐 아니라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꿋꿋하게 걸어가고 있는 언론”이라며 “법보신문이 펼치는 캠페인에 공감해 적극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박 대표는 지난 25년
“젊은 시절 매달 불서를 보내주시는 노스님이 계셨습니다. 그때는 어떤 책이든 구하기 힘든 때라 노스님께서 보내주시는 책을 보면서 불교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받은 귀한 보시를 재소자들을 위한 법보시로 회향하고 싶습니다.”(재)일붕선교종 제12대 총무원장 혜일 스님에게 법보신문 법보시 캠페인 동참은 오래전부터 이어온 인연의 연장이자 부처님과 승가의 가피를 세간에 회향하는 또 하나의 수행이다. “재소자들에게 법보신문을 보내 달라”며 법보시 캠페인에 동참한 혜일 스님은 “전혀 불교에 관심 없던 사람이라도 자꾸 접하다 보면
“부처님 가르침 쉬운 언어로 담아내 불자 안목을 넓혀주는 법보신문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게 법보시 가운데 으뜸이라고 생각합니다.”게쉬 텐진 남카(Geshe Tenzin Namkha) 스님이 최근 법보신문을 교도소, 군법당, 병원법당, 관공서 등에 보내는 법보시 캠페인에 동참하며 이렇게 말했다. 티베트에서 온 남카 스님은 여덟 살에 간댄사원으로 출가, 12세~34세까지 ‘반야경’ ‘중론’ ‘구사론’ ‘계율’ 등 오대경(五大經)을 수학하고 강의했다. 2000년에 ‘게쉬 하람빠’가 됐다. 2001년 규메 밀교사원에서 1년 동안 밀교를
“문학, 차와 같은 문화예술은 불교의 가치를 더 풍성하고 깊게 합니다. 법보신문이 문화에 담긴 법향(法香)을 우리 사회 곳곳에 전해주길 바랍니다.”시인이자 차인으로 다양한 문화 영역에서 법향을 전해 온 부산 기장군 청량사 주지 보혜 스님이 법보신문 법보시캠페인에 동참했다. “불교는 문화의 다양한 영역에서 그 가치를 풍성하게 하고 깊이를 더해 주는 종교”라고 평가한 청량사 주지 보혜 스님은 “한국불교와 문학, 차는 땔 수 없는 법연으로 맺어져 있다”며 “그 가치를 다양한 영역에서 깊이 있고 소신있게 전해 온 법보신문에 늘 감사한 마음
앞서 의상의 낙산사 창건연기설화에서 보여준 관음진신 친견의 구도적 신앙의 경전적 근거는 ‘화엄경 입법계품’ 특히 796~98년에 한역된 ‘40권화엄경’이었는데, 이 경전은 화엄종 4조로 추앙된 징관이 주석한 ‘정원화엄경소’10권 ‘보현행원품별행소’1권과 함께 799년 범수에 의해 전래되어 신라 불교계에 유행하게 되었음을 추정하였다. 그리고 고려초기 균여가 징관의 ‘보현행원품별행소’에 의거하여 ‘보현행원가’11수를 지었고, 고려후기 체원이 ‘정원화엄경소’에 의거하여 ‘화엄경관자재보살소설법문별행소’2권 ‘화엄경관음지식품’1권을 저술한
불교를 종교로 만난 건 아니었다. 나에게 불교는 현재의 삶을 내려놓는 해방감과 좋은 사람이 되는 즐거움을 알려주는 가이드로서 다가왔다.대학 3학년 때 심한 불면증이 찾아왔다. 당시에는 시험기간에 가방을 도난당하고 놀란 것이 시작이었는데 1년간 거의 잠을 못잤다. 마음을 돌볼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닐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당시 나는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심리치료에도 익숙한 편이었지만, 도움을 얻지 못했다. 6개월 정도 상담을 받고도 “선생님은 왜 저를 도와주려 하세요?”라는 질문을 해 상담사를 당황하게 했다. “모든 사
월요일 저녁 명상센터에 홀로 앉아있습니다. 잔잔한 음악이 운율을 따라 허공 속에 흘러 다니고 따뜻하고도 부드러운 느낌의 불빛이 꼭 필요한 곳만 비추고 있습니다. 어둠은 밝음을 빛나게 합니다. 지금 마음은 고요하고 평화롭습니다. 마치 깊은 바닷속에 들어와 누워서 바다 위를 바라볼 때의 느낌이 이와 같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마음은 신통력이 있습니다. 그곳을 생각하고 그 장면을 떠올리면 마음은 그대로 느낌을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바다에서 생명이 시작되었다고 하듯 우리의 마음도 여기에서 시작되었지 싶습니다. 곧 우리 마음의 고
오늘 여러분과 함께 금룡사 극락보전 상량식을 봉행했습니다. 아미타 부처님을 모셔서 극락보전이라고 했지만, 흔히 부처님 모시는 곳을 대웅전이라고 합니다. ‘대웅’이라는 말은 큰 영웅이라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영웅은 칭기즈 칸 같은 세속적 영웅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출세간에서 말하는 진정한 영웅이란 욕심을 100% 버린 사람을 말합니다. 자신 안에 있는 욕심을 완전히 버린 그런 사람을 영웅이라고 합니다. 대웅전이나 극락보전을 짓는 것은 욕심을 버린 어른을 모시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인류 역사상 욕심을 완전하게 버린 사람은 석가모
흙 속에 묻힌 채 발견된 건칠불상은 토압에 의해 형태가 찌그러지고 많은 부분이 결실되었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불상은 직물과 옻칠층으로만 구성되었고 재질 또한 취약한 상태여서 수습 단계부터 적절한 응급조치와 보존처리를 하지 않으면 건조로 인한 수축·변형, 균열, 박리 등의 손상이 발생될 것으로 판단되었다.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이 불상의 안전한 수습과 재질안정화는 문화재 보존 전문업체 ‘고창문화재보존’에서 맡기로 했다.우선 흙 속에서 불상을 꺼내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현재 상태에서 흙으로부터 유물만을 따로 분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세상의 모든 일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발생한다. 불교 역시 2600여 년 전 인도에서 태어났다. 부처님의 위대한 여정들과 깨달음·설법·반열반 등 모든 일들이 시간과 공간 위에서 펼쳐진 사건들이다.앞서 밝혔듯 육성취 중에는 경을 설한 시간과 장소가 소개된다. 하지만 경전에서 언급하는 시간은 그리 분명치만은 않다. 막연히 ‘한때’라고만 할 뿐 아침인지 저녁인지 자세한 시간은 알 수 없다. 이렇게 시간을 명확히 말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부처님께서 설법하신 장소와 관련이 있다.경전을 보면 부처님의 설법은 우리가 사는 인간 세상에
사성제 명상에서 두 번째는 고집성제(苦集聖諦)이다. 즉 괴로움의 발생(원인)의 성스러운 진리를 분명하게 관찰하라는 것이다.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을 왜 성스러운 진리라고 했을까? 괴로움이 정말 성스러운가? 성스럽다(ariya, 聖)는 용어가 내포하는 구체적인 의미가 무엇일까? 필자가 스리랑카로 유학 가서 공부하던 초반에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한 적이 있었다.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청정도론’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성스러운 분들이 이들(고집멸도)을 통찰하시기 때문에 성스러운 진리이다. 성스러운 분의 진리이기 때문에 성스러운 진리이
나는 지난번 글을 “최고의 환술사는 스스로를 홀리는 범부의 마음”이라는 취지로 끝맺었는데, 그로 인해 어떤 주제로 자연스럽게 넘어오게 되었다. 그 문구는 우리 자신이 마치 창조자가 된 듯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가령 도력 높은 불보살들도 중생 교화를 위해 환 같은 일들을 변화로 지어내지만, 그 환상에 스스로 속지 않는다. 그런데 범부의 마음은 자기가 그린 그림이 저 바깥에 존재하는 굳건하고 항구적인 세계라고 믿도록 스스로에게 강력한 주술을 건다. 미륵의 후예들이라면, 이 세계를 ‘바깥의 경계[外境]’라고 믿게 된 것은 그의 무지 때
“내가 전에 오신채를 끊었을 때, 소고기도 함께 끊었지만, 마음만 그러했을 뿐 눈앞에 고기가 보이면 참지 못하고 먹어 왔다. 이제야 고기가 앞에 보여도 먹지 않게 되었다.”고려 시대 이규보(1168~1241)가 그의 ‘동국이상국집’ 단우육(斷牛肉)이란 시의 서두에 언급한 내용이다. 고기 끊을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 왔지만 막상 제대로 실천을 못해 오다가 이제야 고기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단계가 됐기에 이 시를 짓게 됐다는 고백이다. 이규보는 시를 짓기 전 ‘처음 오신채를 끊고서 (시를) 짓다’라는 시, ‘시단오 신유작(始斷五辛有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