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불자들의 유창한 능엄주 독송은 초심자들의 경탄을 자아낸다. ‘스타타 가토스니삼 시타타 파트람 아파라 지탐 프라튱기람 다라니…’로 시작해 A4용지 3장 분량은 됨직한 생소한 말들을 줄줄 외기 때문이다. ‘나모라다나다라’로 시작하는 대비주보다 훨씬 길고 까다로워 종종 능엄주 암송 여부가 신심의 척도로도 작용한다.능엄주는 ‘능엄경’에 수록된 427구의 주문이다. 능엄주를 외우면 모든 재앙과 마(魔)를 물리칠 수 있고, 무생법인을 얻어 성불할 수 있다고 전한다. 능엄주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은 고려시대다. 이때부터 사찰에
최근 손원영 서울기독대학 신학과 교수의 해임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도 2월22일 성명을 내고 “지난 23년간 근속한 양심적 학자를 파면하는 비합리적 결정”이라며 해임 철회를 촉구하는 등 불교계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손 교수의 해임 원인이 불교와 직접 관련되기 때문이다.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월1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천 시내 포교당인 개운사에 60대 개신교 신자가 난입해 불상을 파손하고 향로, 촛대, 목탁 등을 바닥에 내던지는 훼불이 자행됐다. 그는 저지하는 스님을 “
초기경전에는 부처님의 하루 생활이 자세히 나온다. 이에 따르면 부처님 일과는 오전 4시에 시작된다. 자리에서 일어난 부처님은 곧바로 깊은 선정에 들어 세상의 모든 존재들에게 자애의 마음을 보낸다. 깊은 통찰로 중생을 살펴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으면 비록 먼 곳에 있더라도 그곳에 모습을 드러내 기꺼이 도와준다.오전 6시가 되면 출가 제자들과 탁발에 나선다. 이때 도움이 필요한 이가 있으면 초대받지 않아도 그곳으로 향한다. 정오가 되기 전 하루 한 번 하는 식사를 마친 부처님은 곧바로 출가자들에게 법을 설한다. 저녁이 가까워지면
미얀마는 상좌부불교의 중심지로 전 인구의 90%가 불자인 불교국가다. 이런 미얀마가 최근 로힝야족 인권탄압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지난해 10월9일 미얀마 서부 라카인 주 국경검문소 3곳에서 무장세력의 습격에 경찰관 9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에 미얀마군은 로힝야연대기구와 신생 이슬람 무장단체를 배후 세력으로 지목하고 라카인 주의 로힝야족 거주지에 대한 대대적인 군사작전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미얀마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학살과 방화, 성폭력, 고문, 불법체포 등을 자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제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하나금융연구소가 2월2일 발표한 부자보고서가 화제에 올랐다. 현대인의 선망인 부자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수치로 드러나기 때문이다.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부자들의 월평균 소득액은 2326만원이며 지출액은 970만원이다. 이 같은 지출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일반가계(342만원)보다 약 3배 더 많은 수준이다. 또 부자들의 평균 근로시간은 6시간이며, 9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시간은 2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가족과 지내는 시간도 부자들이 훨씬 많았다. 보통 사람들에 비해 평일에는 3.6배, 주말에는 2배 이상을 가정에 할애하고 있었
경세가란 학문을 하면서도 정책에 참여하는 조선시대의 사대부와 비슷한 존재다. 세상이 자신을 필요로 하면 기꺼이 나아가 뜻을 펼치지만 그렇지 않으면 물러나 학문을 연마하기 때문이다. 1월13일 지병으로 별세한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 겸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은 우리 시대의 경세가로 불렸다.학문과 실천이 둘이 아니라던 박 교수는 뛰어난 학자이며 정치가였다.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로 ‘선진화론’을 주창했으며, 대통령 수석비서관, 총선 공동선거대책위원장 겸 공천심사위원장, 국민생각당 대표를 지내며 정치로써 세상을 바꾸려 했다.이런 그의
며칠 전 불교계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함께 하는 자리가 있었다. 이런저런 얘기들이 오가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가 화제에 올랐다. 불교인구가 300만명 가까이 줄고, 기독교에 종교인구 1위의 자리를 내준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누군가는 이번 조사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전반적인 종교인구 감소 추세에서 불교인구가 준 것이 당연할 수 있지만 종교 신뢰도가 가장 낮은 개신교도가 갑작스레 저리 늘 수 있느냐고 의아해했다. 또 대중적인 신뢰도가 높다는 가톨릭 신자마저 큰 폭으로 감소한 것도
불경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관용어 중 하나가 신수봉행(信受奉行)이다. ‘믿고 받아들여 받들어 행한다’는 의미다. 경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말에는 온몸을 던져 진리의 삶을 살겠다는 서슬 퍼런 결기가 담겨있다. 송나라 학자 정이천이 ‘논어를 읽기 전이나 읽은 뒤나 똑같다면 그 사람은 논어를 읽지 않은 것이다’라고 했듯, 불경을 읽고 나서 ‘신수봉행’의 노력이 없다면 결코 불경을 읽었다고 할 수 없다.2600년 전 인도에서 살다 가셨던 부처님의 가르침이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것은 참으로 희유한 일이다. 학자들은 고대 인도사회에 문자가
원전 사고를 다룬 영화 ‘판도라’가 개봉 2주 만에 누적 관객수 350만명을 돌파하며 장기흥행에 돌입했다. 이런 추세라면 천만 관객도 기대할 수 있으리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온다. 판도라는 진도 6.1의 지진으로부터 시작된 핵발전소의 대재앙 속에서 끈끈한 가족애를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무엇보다 현 정권의 은밀하고도 집요한 방해에 맞서 완성한 영화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이 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지난 9월28일 경주에서 발생한 5.8 규모의 지진과 무관하지 않다. 남의 나라일로만 알고 있던 대규모 지진이 우리나라에도 덮쳐올 수
올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해도 드물다. 연이은 막말과 엄청난 세금을 탈루한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 되는가 하면 국내에선 대통령과 비선 및 진짜실세들의 국정농단이 온 국민을 충격과 분노로 몰아넣었다. 여기에 크고 작은 성추문 사건도 잇따랐다. 지난 10월 저명 시인과 소설가 등 10여명에 대한 성추문 폭로가 이어졌고, 당사자들은 공개사과를 하거나 사건 자체를 아예 부인하는 일들이 속출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경찰청의 성폭력 범죄 검거자 수가 알려지면서 성직자들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전문 직종
2017년은 정유년 닭띠 해다. 그런데 닭띠 해를 앞두고 닭들이 혹독한 수난을 겪고 있다. 11월16일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로 불과 20여일 만에 살처분 가금류가 800만 마리까지 늘었다. 지난 2014년 1월 발생한 AI로 195일간 1400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죽임을 당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AI는 자칫 사상 최악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AI의 피해가 확산되면서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축산 농가에 큰 피해가 예상된다느니, 달걀값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느니, 살처분을 하는 이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주말이면 백만 개가 넘는 촛불이 대도시를 밝힌다. 휴일의 안락함을 뒤로한 시민과 학생들이 광장에 모여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있다. 검찰 조사로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실상이 드러나면서 이를 동조·묵인했던 세력들에 대한 지탄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최씨 국정농단 의혹을 규명할 특별검사팀이 “성역 없는 수사”를 표방하면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한 수사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김 전 실장은 검찰총장, 법무부장관까지 역임한 고위공직자 출신의 정치인이다. 박정희 정권 당시 유신헌법을 만드는 데 관여했던 그는
‘능엄경’에는 자신의 귀를 크게 막고 크게 소리를 지르면서 다른 사람이 듣지 않기를 바라는 어리석은 사람이 언급된다. 자신의 과오를 어떻게든 감추려는 의도겠지만 부처님께서는 그런 이에게 ‘숨고자 하나 더욱 드러난다(欲隱彌露)’고 일깨우고 있다. 요즘 박근혜 대통령이 그 꼴이다. 두 번의 대국민사과 및 담화도 거짓이었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잠재우려 그랬겠지만 거짓말로 인해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성형시술을 둘러싼 박 대통령 의혹도 그 중의 하나다.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이 최순실씨 단골 성형외과에서 성
법보신문은 최근 불교계가 운영하는 장애인 복지시설에서의 학대 의혹 사건을 보도했다. 휠체어에 앉아 간헐적으로 소리를 지르는 장애인에게 건장한 남성 사회복지사가 다가가 입을 틀어막고 팔을 비트는 모습이었다. 더욱이 이곳에서 지속적인 폭언과 학대가 이뤄졌다는 얘기들도 나오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 기사와 영상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것은 늘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는 장애인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야 할 담당자가 되레 장애인을 학대했다는 이유가 클 것이다. 이는 학대를 당한 사람뿐만 아니라 학대를 한 사람에게도 지극히 불행한 일이다.일반적으
11월16일 오후 1시, 경기도 화성시 능인대학원대학에서는 3명의 교수들을 대상으로 교원재임용 심의가 열린다. 지난 6월13일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심사 결과에 따라 능인대학원대학이 갈등과 분쟁에 휩쓸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지난 6월19일 이사회는 7명의 재임용 대상 교수 가운데 5명을 재임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학교 내부에서 갈등이 본격화된 것도 이때부터다. 낙담한 일부 교수들은 자발적으로 학교를 떠났고, 이 중에는 외국인 교수도 있었다.그러나 3명의 교수들은 학교 측에 다시 평가해줄 것을 요청했
최근 고려 말 인물인 신돈 스님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10월26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최순실씨를 보면 고려를 멸망하게 한 공민왕 때 신돈을 떠올리게 한다”고 발언하면서 시작됐다.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도 같은 날 “신돈이 공민왕 때의 고려를 망하게 한 사건에 버금가는 사건”이라며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을 신돈에 비유했다.이들 국회의원의 발언을 계기로 많은 언론이 ‘신돈’을 요승으로 보도했다. 신돈은 공민왕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어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한 인물이며, 자신의 반대파들
10월24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돌연 개헌을 꺼내 들었다. “개헌을 주장하는 국민과 국회의 요구를 국정 과제로 받아들이고, 실무적인 준비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정파적 이익이나 정략적 목적이 아닌 미래 지향적인 2017년 체제 헌법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그러나 이날 박 대통령의 개헌 발언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이는 많지 않았다. 박 대통령 스스로도 “민생이 어렵고 남북관계도 불안한 상황에서 개헌 논의는 블랙홀과 같다”며 개헌에 대한 반대 입장을 최근까지 밝혀왔기 때문이다.대통령의 개헌 의
오늘날 동물의 생명권에 대한 논의를 주도하는 것은 서구사회다. 전통적으로 서구에서는 인간이 신으로부터 모든 동물을 지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여겨왔다. 근대철학의 출발 이후에도 동물은 기계와 같다는 인간중심의 관념이 뿌리 깊게 이어져 왔다. 그럼에도 동물 권리의 실현을 위해 이론을 개발하고 과격한 시위를 마다하지 않은 것도 서구였다.1641년 매사추세츠에 식민지를 건설한 미국 청교도들은 “어떤 사람도 인간을 위해 잡혀 있는 동물에게 잔혹한 힘을 발휘해서는 안 된다”는 법규를 만들었다. 1822년 영국에서는 동물학대를 금지하
박원순 서울시장은 스스로를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라고 부른다. 유쾌한 발상과 도전적인 실행으로 세상을 가꾸어가는 사람이란 의미다.1980~1990년대 대표적인 인권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였던 박 시장은 국내 동물복지운동에도 큰 기여를 했다. 1990년대 초반은 잔혹한 도살이 사회적 관심사로 자주 떠올랐다. 일부 도축업자들이 자행한 개도축도 엽기적이었다. 그들은 개를 가둬 햇볕 속에 7~8시간 동안 방치시켜 갈증을 느끼게 한 뒤 물을 잔뜩 먹였다. 그러고는 개의 머리를 쇠망치로 때려 가사상태에 이르게 한 다음 다
요제프 괴벨스(1897~1945)는 가장 열광적인 히틀러 숭배자였으며 나치즘의 핵심 인물이었다. 문학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소아마비 탓에 힘겹게 생계를 꾸려가야 했다. 히틀러가 ‘좌절한 지식인’ 괴벨스를 등용하자 그는 타고난 선동가로서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랄프 게오르크 로이트의 평전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에 서술돼 있듯 그는 타고난 연설가이자 천재적 선동가였다. 단 몇 마디 말과 몇 줄의 글로 사람들을 분노와 열광, 광기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수 있었다. 국민들은 라디오로 매일 괴벨스의 선전을 들으며 집단최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