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소원이 있습니다. 소원이 있는데 크게 확대하면 서원이 됩니다. 우리가 일생을 기준으로 소원을 확대시켜서 서원을 갖는 겁니다. 자신이 교사라면 우리 반 학생, 교장이라면 학교 전체 학생을 위하게 되고 지도자라면 포부가 커질 것입니다. ‘다 함께’라는 언어에는 확대되었다는 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은 원이든 큰 원이든 투자하는 시간은 같습니다. 하루는 24시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마음먹기에 따라서 같은 시간이라 하더라도 그 시간을 소원에 투자할 수도 있고 서원에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 법을 배움으로 인해서 시
관음종은 창종 50주년(2015)을 1년 앞둔 2014년 11월 근현대 전법의 사표로 칭송 받았던 개산조(開山祖) 태허 홍선(太虛 泓宣) 스님의 부도와 탑비를 조계산 선암사에 봉안했다. 태허 스님의 출가사찰이기는 하지만 선암사는 조계·태고 분규사찰이다. 한 종단, 한 사찰의 승낙도 어려운데, 두 종단의 허락을 받아내야 가능했던 법회였다. 결코 녹록치 않은 일이었음에도 그날 법회에는 조계·태고 두 총무원장의 축사가 있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사무총장이자 관음종 총무원장인 홍파(泓坡) 스님의 덕과 역량이 발현됐기에 원만히 회향할 수 있
“대행 스님! 아미타불~”3년 전 2015년 부처님오신날. 7살 아들이 부산 홍법사 동자승 단기출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우리 가족에게는 잊을 수 없는 그 사건 아닌 사건이 계기가 되어 내 삶에도 즐거운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21일간 아들을 보지 못하면서 품고 있던 미안함과 설렘, 그리움 그리고 만난 아들을 대행 스님이라 부르던 그 날, 나의 마음속에 가득했던 환희심. 지금도 그 날을 생각하면 감동과 눈물이 교차한다. 막연히 불교를 가깝게 여겼지만 선뜻 와 닿지 않았던 종교와 수행. 그 두 단어가 지금은 내 삶의 큰 이정표가 되
백제는 근초고왕대(346~375)에 대내적으로 국가체제를 정비하고 대외적으로 정복전쟁을 추진하여 전성기를 맞았다. 그리고 26년(371)에는 고구려의 평양성까지 쳐들어가서 고국원왕을 전사시키는 등 고구려의 남쪽으로의 진출을 저지시키는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모용씨(慕容氏)의 전연(前燕)과 백제의 침입으로 한때 위기를 맞았던 고구려가 불교 공인, 태학 설립, 율령 반포 등의 개혁정책을 통하여 국가체제를 정비하고, 이어 활발한 대외팽창의 정책을 추진하게 되자 백제는 새로운 위기를 맞게 되었다. 특히 광개토왕(391~413)의 정복적인 팽
‘선생경(善生經)’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것은 무엇이고, 불행한 것은 무엇인가. 어버이가 살아계실 때가 가장 행복하고 부모가 돌아가실 때가 가장 불행하다. 부모님이 계실 때는 한낮과 같다면 부모가 안 계실 때는 캄캄한 밤과 같다. 부모가 계실 때는 모든 것이 완벽하지만 부모가 안 계실 때는 무엇인가 허전하다. 저는 출가를 했고, 저의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습니다. 이맘때만 되면 무엇인가 가슴이 막 미어져 옵니다. 왜 그럴까요. 이 시기는 어머니의 제사가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여기 모든 대중 가운데도 부모
누군가는 기적을 영험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오늘도 크게 실수하지 않고 변함없이 부처님 전에 마지공양 올릴 수 있는 지금이, 나에게 존재하는 어떤 것보다 큰 영험이다.스님께서는 능엄주를 계속 지송하면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 삼세가 흘러도 틀리지 않을 선택과 행동을 한다고 하신다. 얼마나 사건을 바로 보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리라. 남들은 세월 속에 묻어나는 경험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 하더라도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많이 보이고, 이해될만한 일로 다가온다. 아마 능엄주를 수지 독송하는 모든 수행자들이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고 여긴다.
여름철에 열리는 ‘청소년 템플스테이’는 즐겁고 활기찬 행사입니다. 공부에서 벗어나 친구들과 함께 하는 이 시간을 아이들은 무척이나 기다립니다.올해 프로그램 가운데 주변 인연들에게 삼배를 올리는 자비발원문 사경 명상 시간이 있었습니다. 가장 힘들어하는 사람, 경쟁자, 괴롭히는 사람, 배신한 사람 등의 대상을 정하고 그의 이름을 “존귀한 ○○○부처님”이라 붙여서 자비발원문을 사경하며 삼배를 올리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막상 기도를 시작하니, 아이들 모두 마음이 흔들리는 것 같았습니다.한 법우가 “나를 괴롭히는 나쁜 친구에게 행복하라고 기
‘세종실록지리지’ 경상도 울산군 편에 이 고장의 빼어난 여덟 풍경을 이르는 ‘팔영(八詠)’이 실려 있다. 제목만 적혀 있을 뿐 시는 없어 조선 당시의 울산 정취를 느낄 수는 없다. 8영 중 하나가 산사송풍(山寺松風)인데 어느 절의 솔바람일까? 한 여름 솔밭에서 인 그 소리 청량할 텐데.먼 옛날부터 울산 사람들이 손꼽은 팔경(八景)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법하다. ‘세종실록지리지’와는 결이 다른 풍경을 택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백양사(白楊寺)의 새벽 종소리(白楊曉鐘)다. 소리를 보라! 낯설지만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절로 걸음
티베트 쫑카파 대사의 게송 중에 ‘도의 세 가지 핵심’이 있습니다. “존귀하고 거룩하신 모든 스승님께 귀의합니다”라는 첫 게송은 부처님을 비롯한 모든 스승에 대한 예경입니다. 다음은 “부처님의 모든 가르침의 핵심, 보살님들께서 찬탄하신 도, 행운아들이 들어가는 해탈의 문을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설하겠나이다”라고 말합니다.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은 반야이고, 보살들이 찬탄한 도는 보리심과 대자비심입니다. ‘행운아들이 들어가는 해탈의 문’은 출리심(出離心)으로 윤회를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다음 게송은 “윤회의 안락에 집착하지 않고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오후가 되면 능엄주로 시작해서 저녁 8시가 되면 비빔밥도 꼭 공양하고, 다시 밤을 꼬박 새며 정진 또 정진한다.산천이 변한다는 10년. 그 오랜 기간 동안 부산 재송동에 위치한 재적사찰 옥천사에서 매월 한 차례 밤을 새워가며 대불정능엄신주 108독을 정진하는 시간이 마련되어왔다. 그동안 수많은 도반들이 스쳐 지나갔다.마치 갖가지의 나물들이 어우러진 비빔밥이 보약이 되어 다음 정진 시간을 더욱 집중케 하는 것처럼, 우리들의 여러 소원들이 모이고 모여 108독 능엄주 독송을 하고, 그 수행자들은 다시 세상으로 나아
사바세계에서 살아가는 불자들은 지나간 허물을 깨닫고 그걸 밖으로 드러내 불보살님께 참회하며 계율을 잘 지키겠다고 서원하는 참법 수행의 공덕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돌아가신 영가들의 정해진 업까지 소멸시키는 공덕도 있다는 ‘지장경’ 독송이 참법기도의 가장 기본적인 수행 방법이며 이와 함께 자비도량참법은 참회기도를 통한 추모기도로 널리 일반화되어 있는 최고의 의식집이라고 표현해본다.앞서 언급했지만 자비도량참법에 대해 조금 더 덧붙인다면, 지금부터 1500여년 전 달마대사와 황제 간 대화에서 비롯됐다. 도량을 짓고 스님들을 양성하는
백제는 A.D. 2세기 즈음 북방으로부터 남하한 부여족 계통의 유이민 집단의 하나로서 한강 유역에서 대두한 백제국(伯濟國)이 발전한 나라였다. 백제는 처음에 목지국(目支國)이 맹주가 되어 성립된 마한 50여 소국의 하나로 출발하였으나, 마한 지역을 점차로 병합하면서 고대국가로 발전하여 갔다. 백제는 먼저 온조집단(溫祚集團)을 중심으로 인근지역에 정착한 같은 계통의 유이민 집단들인 비류집단(沸流集團)과 해루집단(解婁集團)을 통합하여 연맹체를 형성하고, 이어 선주민인 마한의 여러 소국세력들을 정복해 가는 방향을 취하였다.3세기 중엽인
‘달마가 동쪽으로 간 이유는’이라는 영화가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영화의 제목처럼 달마는 왜 동쪽으로 갔을까요. 달마가 서쪽, 유럽으로 갔다면 불교는 그야말로 대박이 났을 수도 있었겠지요. 그런데 달마는 왜 동쪽으로 갔을까요. 인도와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이 붙어있지만 히말라야가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 서로 직접 왕래하기는 힘들었습니다. 실크로드를 따라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인도는 전통적으로 서쪽과 무역을 했습니다. 인더스문명 시기부터 메소포타미아문명과 무역을 했을 정도로 오랜 교류의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현재
방학하는 날이다.열정과 환희심으로 처음 시작한 불교대학을 한 학기 수업을 마치고 어제 종강을 하고 방학을 시작했다.방학이라고 해봐야 2주간 수업이 없을 뿐이지만 모두들 방학을 이렇게 즐거워할 줄은 정말 몰랐다. 본인들이 좋아서 공부 하자고자 입학해 놓고 그래도 수업하지 않고 쉬는 날이 있다는 것을 이렇게 좋아할 줄이야.사회는 지금 52시간 주간 근로 시간으로 매우 어수선하다.쉬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번다는 것을 너무나 당연한 일로 알고 살아왔는데 일주일에 52시간 이상 법적으로 근로 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것을 즐거워 하는
결혼과 함께 시어머님을 따라 부산 범어사를 찾은 시기가 대략 1985년 6월 즈음이다. 초여름 바람에 조금씩 뜨거워지던 시기, 마침 범어사에서는 백중기도를 100일 동안 진행하고 있었다. 시어머님은 불심이 무척 깊었다. 나는 그저 시어머님을 따라, 때로는 혼자서 도량을 찾아 기도하며 선망 부모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게 된 것이 신행 생활의 시작이었다.돌이켜 보면 원망과 다툼으로 덧없이 흘려보낸 시간도 많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불교 인연을 맺게 해주신 시어머님에 대한 감사함이 저절로 흘러나왔고, 시어머님을 떠올리는 지금은 한없이 뜨
바다에서 일어선 해가 의상봉에 걸터앉으려 할 즈음 북한산 삼천사(三千寺)에 들었다. 밤이슬에 몸을 씻은 풀잎들이 하나 둘씩 일어서자, 새들은 물 묻은 그대로 날아 미루나무 꼭대기에 앉는다. 그리고 바람 한 점 대웅전 처마 끝 풍경에 닿는다. ‘뎅그렁∼’‘양수강이 봄물을 퍼 올려/ 온 산이 파랗게 출렁일 때// 강에서 올라온 물고기가/ 처마 끝에 매달려 참선을 시작했다// 햇볕에 날아간 살과 뼈/ 눈에 비에 얇아진 몸// 바람이 와서 마른 몸 때릴 때/ 몸이 부서지는 맑은 소리’ (공광규 시 ‘수종사 풍경’ 전문)산사의 여름 아침은
복지관에서는 행복하고 활기찬 노년을 준비하는 일환으로 취업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여러 가지 교육과정을 진행한다. 그 중 커피학교 교육을 받고 계시는 어르신들과 함께 날씨가 개고 시야가 맑은 날 커피농장으로 현장학습을 다녀왔다. 맑고 깨끗한 공기를 만끽하면서 미사리의 한 커피 농장에 도착하여 한국에서 자라나는 커피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커피가 잘 자란다는 것, 커피의 쓴맛에 비해 달콤해 보이는 빨간 열매가 맺히는 것을 보고 신기해했다. 처음 보는 하얀 커피꽃 향기에도 듬뿍 취했다. 우리나라 기후도 아열대가 되고 있음을 커피가 자
고구려·백제·신라 3국의 대외관계는 정복과 항쟁의 역사가 그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 투쟁의 역사적 정점을 이루는 것이 고구려의 수(隋)·당(唐)과의 항쟁이었고, 그를 이은 신라와 당의 연합군에 의한 삼국통일의 전쟁이었다. 이같이 삼국의 역사는 생존을 위한 치열한 전쟁의 연속과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평화적인 외교관계나 문화적인 교류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특히 중국의 선진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는 걸림이 없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수에 의한 중국통일을 불과 10여년 앞둔 25대 평원왕 18년(576) 즈음 대승상 왕고덕
정토 공부와 기도를 겸하면서 백중을 맞이하게 되었다. 백중기간 동안 초청 법사와 스님들의 법문을 들으며 또다시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법당 안은 보살들로 빼곡하고 법문을 듣는 다른 분들은 의연할 뿐인데 왜 나만 이렇게 또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인지…. 백중기도 회향을 하면서 그동안 사경했던 사경노트를 연화대 속에 넣고 태웠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들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렀다. 가슴에서 올라오는 그 뜨거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의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후련했다.백중기도를 마친 이후에도 매일 신
저도 현장에서 어린이 포교를 한 지 어느덧 30년 가까이 됩니다. 현장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칠 때 어린이들이 어떻습니까? 고학년이 되면 웬만해선 말을 잘 듣지 않을 겁니다. 도시의 어린이들은 더합니다. 어린이들의 정서 환경이 심각하다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얼마 전 뉴스를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초등학생이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보통 공황장애는 우울증을 심하게 앓다가 치료시기를 놓쳐 여러 가지 고뇌들이 쌓이면서 마지막 단계에서 발생되는 정신적 고통입니다. 이런 병을 초등학생들이 경험한다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