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신라 전성기 때 쓰인 향가의 대부분이 불교를 노래했다. 특히 적(笛)을 불어 달을 멈춰 세웠다던 월명사는 향가를 불렀다. 월명사가 향가 도솔가를 지은 때가 진감선사가 귀국한(830) 때보다 150여 년이 앞선다. 그런 월명사가 “나는 성범(聲梵)은 못 한다”고 했으니, 당시에 성범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신라에 있었던 것이다. 그 성범이 서역에서 바로 들어온 범어범패였는지, 진감선사 이전에 일부 들어와 있던 중국의 한어범패였는지는 알 수 없다. 한국의 역대 불화들을 보면 고려조의 예술성과 고급스러움이 압도적이다. 그럴 때마다 ‘
체원(體元)은 몽고간섭기인 14세기 전반 해인사를 중심으로 인근 법수사·반룡사·동천사 등 경상도 일원에서 활약한 화엄종 승려였다. 그는 1320~1330년대 ‘화엄경관음지식품’ ‘화엄경관자재보살소설법문별행소’ ‘백화도량발원문약해’ ‘삼십팔공덕소경’ 등의 화엄종 관음신앙에 관한 불서들을 펴냈다. 그 가운데 특히 주목받은 저술은 의상의 찬술로 전해져온 ‘백화도량발원문’을 주해한 ‘백화도량발원문약해’였다. ‘백화도량발원문’은 의상이 당에서 귀국한 직후 낙산을 찾아 관음진신을 친견하고 지은 것으로 전승되어 왔는데, 체원도 의상의 진찬임을
연간 약 700만명의 등산객이 오른다는 북한산은 예로부터 명산으로 알려져 왔다. 삼국시대에는 부아악이라고도 하였으며, 한산, 삼각산(三角山) 또는 화산이라고도 불렀다. 전설에 의하면 고구려 동명왕의 아들 비류(沸流)와 온조(溫祚)가 이곳 부아악에 올라 백제를 세울 만한 땅을 찾았다고 하며, 신라시대에는 한강 유역을 둘러싼 삼국의 각축장으로써 이 일대를 장악한 진흥왕이 비봉에 올라 순수비를 세운 곳이다. 여기서 말하는 부아악이 지금의 북한산이며 고려시대에는 삼각산이라 부르던 곳이다. 고려 수도인 개성 송도에서 한양으로 오다가 이 산을
고려초기 원통수좌 균여(923~973)가 광종(950~975)의 불교개혁정책 추진에 호응하여 화엄종 교단의 통일, 화엄교학체계의 재정리, 보현신앙의 대중화 등 3개 분야의 업적을 이루었다는 사실은 앞 회에서 서술한 바와 같다. 그런데 균여의 불교 업적 가운데서 특히 의상의 관음진신 친견의 구도적 신앙과 낙산사 창건에 얽힌 연기설화의 성립과정과 그의 역사적 배경을 추구하는 문제와 관련된 사실로서 균여의 보현신앙을 중심으로 하는 불교신앙은 다른 문제에 비하여 별로 주목받지 못하였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균여가 중국 화엄종의 4조로 추앙되
“내가 전에 오신채를 끊었을 때, 소고기도 함께 끊었지만, 마음만 그러했을 뿐 눈앞에 고기가 보이면 참지 못하고 먹어 왔다. 이제야 고기가 앞에 보여도 먹지 않게 되었다.”고려 시대 이규보(1168~1241)가 그의 ‘동국이상국집’ 단우육(斷牛肉)이란 시의 서두에 언급한 내용이다. 고기 끊을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 왔지만 막상 제대로 실천을 못해 오다가 이제야 고기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단계가 됐기에 이 시를 짓게 됐다는 고백이다. 이규보는 시를 짓기 전 ‘처음 오신채를 끊고서 (시를) 짓다’라는 시, ‘시단오 신유작(始斷五辛有作)’
보스턴미술관에 소장돼 있는 부처님진신사리를 비록해 고려시대 지공·나옹 선사의 사리 등이 부처님오신날 전에 한국으로 돌아온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문화부장 혜공 스님)와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2월 5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미술관을 방문해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사리 및 사리구의 국내 반입을 위해 주요 관계자와 협상을 추진했다. 2009년 첫 환수 논의가 이뤄진 이후 15년만에 이뤄진 재협상으로 이날 환지본처가 결정됐다.이번 협상에서는 △사리는 사리구와 별개로 불교의 성물로서 2024년 부처님오신날(음력 4월 8일/양력 5월 1
“한 번 맛보니 미간을 찡그리게 되고(一嘗已攅眉)/ 두 번 씹자 눈에 눈물이 가득(再嚼淚盈眶)/ 매우면서 달콤한 그 맛은(旣辛復能甘)/ 계피와 생강을 하찮게 보니(俯視桂與薑)/ 산짐승 고기와 비린 해산물(山膏及海腥)/ 그 어떤 음식과도 비교할 수 없네(百味不敢當).”‘속동문선(續東文選)’에 나오는 조선 초 문신이었던 유순(柳洵, 1441~1517)이 ‘부산개침채기이수(賦山芥沈菜寄耳叟)’라는 시에서 산갓김치를 맛본 감흥을 읊었다. 산갓김치는 특유의 강렬한 매운맛으로 먹는 이의 눈에 눈물이 핑 돌게 만든다. 그러나 단지 매운맛으로만 끝
1930년 2월 4일자 ‘조선일보’는 잘생긴 석조귀부의 사진과 함께 ‘唯一한 新羅古蹟인 石彫刻의 龜首發見’이란 기사를 싣고 있다. 기사에는 “경성 교외에서 단 하나인 신라시대의 고적을 총독부촉탁 加等灌覺(가토 간카쿠), 경성부사 편찬주임 岡田貢(오카다 미츠구) 양 씨가 발견하였다. 창의문 밖에서 세검정을 지나 북한산을 향하여 약 10정(약 1km) 되는 구기리 80번지에서…비면이 없어 누구의 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신라시대의 큰 절이었던 장의사의 유적과 가깝고…”라고 쓰여있다. 석조귀부가 있었다는 구기동 80번지에는 현재 개인주택이
의상의 관음신앙 자료로는 ‘삼국유사 낙산이성 관음정취조신’조와 승 익장(益莊)이 찬술한 ‘낙산사기문’(신증동국여지승람 양양도호부조), 그리고 의상의 찬술로 전해져 온 ‘백화도량발원문’이 일찍부터 주목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기본적인 사료로 활용되어 온 이들 자료 가운데 ‘백화도량발원문’이 문헌학적인 검토를 통해 의상의 진찬일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됨으로써 의상의 관음신앙에 대한 이해는 원천적으로 재검토를 요구받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백화도량발원문’은 고려 충숙~충혜왕대(1313~1344)에 활약한 체원(體元)이 충숙왕 15년(
1540년대에 찬술되었다고 하는 조선 시대 음식서인 ‘수운잡방(需雲雜方)’에는 장(醬)의 일종인 시(豉)의 제조법으로 ‘봉리군전시방(奉利君全豉方)’이 언급되고 있다. 여기서 ‘봉리군’은 고려말 천태종 승려인 신조(神照)를 가리키는데, 그는 고려말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었다. 특히 조선 태조 이성계의 전장 터까지 자발적으로 참가하였는데 고려말 우왕3년 9월에 이성계가 해주에서 왜구와 싸울 때는 이성계를 위해 손수 고기를 썰어 요리를 만들고 술을 올렸다고 ‘고려사절요’에 언급되어 있다. 또한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의 공신 목록에도 올
새해를 맞아 사경 수행의 장엄함과 환희심을 전하는 겸당 오현주 사경 명인의 작품 전시회가 경남 고성박물관에서 열린다.겸당 오현주 사경 명인은 1월9일부터 14일까지 경남 고성군 고성읍 송학로 113번길 50 고성박물관에서 ‘전통 사경의 법향(法香)’ 전시회를 개최한다. 지난해 10월 통도사성보박물관에서 개최한 개인전에 이어 마련된 이번 전시회에서는 ‘사바교주 석가세존 영골사리 부도비문’, ‘삼국유사 권3 탑상 제4 – 전후소장사리’를 한문과 한글이 포함된 선장본((線裝本), 오른쪽을 실로 꿰매 만든 책)으로 각각 선보인다. 이와 더
신라말 대표적인 고승 범일(810~889)국사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당나라로 유학을 떠나 당시 새롭게 유행하던 선불교를 배우고 귀국해 강릉 굴산사를 중심으로 구산산문 가운데 하나였던 사굴산문을 개창한 뛰어난 선승이었다. 동시에 민간 신앙에서 강릉을 비롯한 영동지역을 수호하는 신으로,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강릉단오제의 주신(主神)이기도 하다. 한국불교사에서 생불(生佛)이나 보살로 추앙되는 고승들이 더러 있지만, 민간 신앙에서 주신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책은 불교계 전방위 지식인으로 불리는 자현 스님이 선종에 뿌리를 둔
의상의 관음신앙 이해에서는 ‘삼국유사 낙산이성 관음정취조신’조가 일찍부터 기본사료로 활용되었다. ‘낙산이성 관음정취조신’조는 조목 이름이 의미하는 바와 같이 낙산사 창건과정에서 의상뿐 아니라 원효와 범일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고 있으며, 관음보살과 함께 정취보살이 같이 봉안되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또한 고려 후기 몽골 침략 과정에서 관음신앙이 새롭게 주목받게 된 사실도 전해주고 있다. 그러므로 의상의 관음 진신 친견 설화의 부분만 발취해 해석하는 종래의 편의적 접근방법으로는 의상의 관음신앙 진실과 이후의 변화 과정, 낙산사 연혁의
고려시대 불교 사상과 문화를 비롯해 고려사회와 불교계의 관계도 짚어보는 개설서가 발간됐다. 역사학자들이 개인 연구를 넘어 학문적 네트워킹을 통해 출간됐다는 점에서 고려시대 불교사학을 총망라한 개설서라는 평가를 받는다.불교사학회(회장 조명제)는 11월30일 역사학, 건축학, 인문학, 문헌학 등 전문가 13명의 필진을 구성해 고려시대 불교사를 개설한 ‘한국불교사, 고려(한울아카데미/ 3만6000원)’를 출간했다. 최신 연구 성과까지 꼼꼼히 반영하고 있으며 주제별 서술 방식을 통해 일반 독자들이 관심있는 주제를 시작으로 범위를 넓혀나가도
유려한 테크닉과 감수성을 고루 갖춘 피아니스트 김준희가 독주회를 갖는다.‘낭만으로의 초대 Ⅲ’를 주제로 12월8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트홀에서 열리는 이번 독주회에는 슈베르트와 브람스의 피아노곡을 만날 수 있다. 프로그램은 슈베르트의 ‘Sonata in A major, D. 664’와 ‘4 Impromptus, D. 899’, 브람스의 ‘Variations and Fugue on a Theme by Händel, Op. 24’으로 구성된다. 공연시간은 인터미션 15분을 포함해 90분이다. 예매는 예술의전당 홈페이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이 결국 일본 간논지(관음사)의 소유로 귀결됐다. 조계종은 “약탈문화재의 은닉과 불법 점유를 조장할 뿐 아니라 강제로 빼앗긴 약탈문화재에 대한 소유자의 정당한 권리를 가로막는 반역사적 판결이자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약탈문화재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도 최악의 판례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리 정부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데 반해 무라이 히데키 일본 관방 부장관은 “(일본)정부는 불상이 간논지에 조기 반환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간논지를 포함한 관계자들과 연락을 취하며 적절히 대응해 나가겠
통도사 성보박물관에서 전통사경 지도교수로 활동해 온 겸당 오현주 작가가 사경 수행의 장엄함과 환희심을 전하는 작품 전시의 장을 펼친다. 영축통림 통도사 성보박물관은 10월28일부터 11월12일까지 박물관 내 기획전시실에서 ‘겸당 오현주 전통사경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오현주 작가는 ‘사바교주 석가세존 영골사리 부도비문’, ‘삼국유사 권3 탑상 제4 – 전후소장사리’를 한문과 한글이 포함된 선장본((線裝本), 오른쪽을 실로 꿰매 만든 책)으로 각각 선보인다. 이와 더불어 ‘금강경변상도’ ‘오백나한도’ ‘화엄경약찬게 선장본
조계종 제10교구본사 팔공산 은해사(주지 덕조 스님)가 9월 17일 오전 10시 30분 경내 육화원에서 은해사 수행가풍을 진작시킨 7명의 스님들을 추모하며 문중 합동 다례재를 봉행했다. 합동 다례재는 문중 전체의 단합과 화합을 위해 2021년 처음 시작한 이후 올해로 세 번째다. 다례재에서는 고경당 법전, 화산당 학명, 일고당 덕근, 동곡당 일타, 포월당 혜업, 포운당 성진, 포산당 혜인 스님의 위패를 봉안하고 다례를 올렸다.은해사 총무국장 용주 스님의 사회로 시작한 다례재에는 은해사 조실 법타, 회주 돈명, 주지 덕조 스님과 중앙
13세기 전면온돌·누마루 양식이 돋보이는 ‘강화 전(傳) 묘지사지(妙智寺址)’ 발굴성과가 일반에 공개된다.문화재청(청장 최응천) 책임운영기관 국립문화재연구원(원장 김연수) 산하 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소장 김지연)가 8월29~30일 인천 강화군 화도면 사기리 산36-27 일원에서 고려 강도시기(江都時期·몽골 침략에 맞서 강화도로 천도한 1232~1270년 시기) 사찰유적으로 알려진 ‘강화 전(傳) 묘지사지’에 대한 발굴조사 성과를 공개한다.‘고려사’에 따르면 묘지사는 1264년(고려 원종 5년) 왕이 마니산 참성단에서 초제(醮祭·무속
불교 사찰 내에는 아픈 승려들을 치료하던 병원 뿐 아니라 가난하고 병든 자에게 숙식과 치료를 제공하는 비전원이 있었다. 비전원은 중국 남북조 시기부터 시작되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남아있는 기록은 일본에서 가장 먼저 찾아볼 수 있다. 594년 일본 쇼토쿠(聖德) 태자가 현재 오사카 지역인 나니와에 건립한 시텐노지(四天王寺)에 승려의 숙소이자 설법 도량인 경전원(敬田院), 공중병원 성격인 요병원(療病院), 신원을 알 수 없는 자를 수용하는 비전원(悲田院), 약초를 재배하고 약을 지어주는 시설인 시약원(施藥院)으로 이루어진 4개의 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