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찬바람이 기세 차게 붑니다. 어제 동지는 여름 같은 날로 보냈습니다. 법회를 마치고 모두들 팥죽공양을 할 때쯤엔 여름 장맛비같이 비가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하루가 지나기 바쁘게 동짓날 긴 밤이 날이 길어지는 걸 시샘이라도 하듯이 차가움을 몰고 왔습니다. 정말 해가 바뀌는 것 같습니다. 생매장 2000만 닭 천도위해기도하며 살았으면 좋을 듯1% 가볍게 여기는 그들까지모두 용해해 마음 편했으면더 자유로운 영혼 일심발원지난번 편지글에 마지막 이라는 말에 흠칫 놀랐습니다. 처음 글을 시작할 때 무엇을 쓸 것인가보다는 무슨 사연들을
“인생의 주로(走路)는 정해져 있네. 자연의 길은 하나뿐이며, 그 길은 한번만 가게 되어 있네.”항상 남을 위해서 사신 분항상 무엇이든 베푸신 분불자는 부처님 삶 새겨야1년 동안 편지 벗에 감사키케로의 말입니다. 스님의 지난 편지를 읽다보니 제 머릿속에 키케로의 이 말이 떠오르더군요. 인생이란 게 달리기와 같지요. 하얀 출발선에 나란히 서서 출발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선수들, 어떤 이는 재빠르게 출발신호가 울리는 동시에 뛰어나가는가 하면, 어떤 이는 출발 자체가 굼떠서 끝내 꼴찌로 결승선에 들어섭니다. 하지만 먼저와 나중의 차이만 있
먼데 사는 사람과의 이야기는 계절의 이야기로 항상 시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떠나야 할 때 떠나야 아름다워숱한 추한 모습에 국민만 아파계절처럼 갈 길 스스로 안다면마지막 모습 조금은 나을텐데언제나 계절 앞에서 나약한 우리 인간은 습관적으로 계절의 안부와 건강의 안부를 물으며 존재의 건강함을 확인해야만 하나봅니다.날씨가 한참 쌀쌀해 졌습니다.저야 깡깡 언 얼음이 찡하고 울리듯 기분이 좋지만 추위를 많이 타신다고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겨울이야기로 시작한 편지글이 벌써 겨울로 되돌아 왔나봅니다.아무튼 연고도 없고 낯설기만 하신 분과 1
스님! 안녕하세요. 가을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했는데 벌써 겨울 추위가 우리 곁을 맴돌고 있습니다. 갑자기 기온이 떨어진 날이면 하루 업무를 마친 직장인들이 어깨를 움츠리고 집으로 향해 종종걸음을 칩니다.바라문이 부처님께 여쭈니 답변좋은 집과 편안한 침실 있더라도삼독 존재한다면 편히 잘 수 없어잘 자고 싶다면 탐욕부터 버려야집이란 말, 언제 들어도 편안해집니다. 뻣뻣한 정장을 서둘러 벗고 가장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느긋하게 몸을 뉘고 싶은 사람에게 ‘집’보다 더 가슴을 울리는 말이 있을까요?사람들은 누구나 집을 갖고 싶어 합니다.
오늘 한겨울 못지않게 차갑네요.많은 사람들이 추위가 닥치면 온정을 나누려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날씨가 갑자기 차가워지자 여러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그들 모두 이 차가워진 날씨에 안녕하신지 갑자기 궁금해집니다.얼마나 해야 부끄러움 알까건달도 비교하는 것 싫어해세파에 삶 빼앗기지 말아야아픈 계절에 평안함 챙겨야어제 새로 짓는 삼성각 상량식을 했어요. 여러 사람들이 정성을 모아 지어가는 전각이라 많은 분들과 함께 상량의 정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네요. 지난 금요일 육지에서 준비한 목재가 들어왔고 일요일 초석을
스님! 안녕하세요.믿지기 않는 박근혜 부정부패국민들이 악업 과보 깨닫도록잘못 지적하고 벌주어야 마땅그것이 반듯한 세상 만드는 길거리에 나서면 맵싸한 바람이 얼굴에 와닿습니다. 추위에 약하지만 그래도 정신이 확 깨어나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이제야 제가 철이 드는 걸까요?오래 전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일본초서를 공부하면서 잠시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습니다. 지하서고에 들어 있는 오래된 온갖 문서들을 정리하는 일이었지요. 다종다양한 문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는데, 그중 시골에서 농사짓는 노인이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정희에게 쓴
날씨가 차갑습니다. 먼 북녘에는 눈이 내린다고 하네요. 벌써 이곳은 밀감 수확으로 농번기가 시작 되었습니다. 그 많은 사찰의 합창단들이 농번기를 맞아 방학에 들어갔습니다.청와대서 일어난 온갖 추문들은정치 아닌 인륜도덕에 관한 일모두가 패닉 상태 위로도 불가민초들의 삶에 제초제 뿌린 격서귀포는 시내만 도시지 사실 농어촌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밀감 밭을 갖고 있거나 아니면 누군가의 밀감 밭을 대신해서 농사짓고 있답니다. 요즘은 육지 사람들이 제주에 부동산 투기를 많이 해서 밀감 밭을 팔아버리는 사람이 많아지고 또 밀감을 소작 해 농
스님,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건네기는 했지만 이런 인사가 무색한 요즘입니다. 저는 지난 1, 2주 동안 책 한 권도 읽지 못했고 글도 쓰지 못했습니다. 패닉상태라고나 해야 할까요? 청와대와 정치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능과 부패와 부조리 때문입니다. 대선 전에 벌어진 TV토론을 보면서 준비된 대통령 후보가 아닌 줄은 알아차렸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청와대와 정치판의 부패 보며‘박대통령 이 정도였나’ 패닉사이비 종교에 휘둘린 대통령희생양 아닌 어리석은 장본인더구나 이번에 벌어진 최순실 게이트(정확하게는 박근혜 게이트라 해야
10월의 마지막 밤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제법 쌀쌀해진 아침의 공기가 밤을 설친 지난밤의 무거움을 씻어주는 것 같습니다. 차가운 날씨를 너무 좋아합니다. 언젠가 주변사람들에게 찬바람이 얼굴을 스치면 나는 내가 살아있음을 강하게 느낀다고 말하곤 했습니다.신뢰란 것은 쌓기는 힘들어도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에 불과이어지는 국정문란행위 소식온몸으로 ‘사바의 모순’ 느껴해인사 강원에서 공부 할 때 새벽에 일어나 관음전 뒤뜰에 있던 수각의 얼음을 탁탁 깨고 들이키는 차가운 아침 냉수는 열정의 젊은 날 하루를 살아가는 충분한 자양분이 되어 주었습
스님! 안녕하세요.가을이 삶 깊숙하게 들어왔습니다. 베란다에 쏟아지는 가을 햇살에 화분의 푸른 잎들이 햇빛샤워를 합니다. 그 모습이 참 눈부셔서 한참을 넋 놓고 바라보았지요. 그 무덥던 여름날에는 이런 환희가 느껴지지 않았는데 햇살 속에 열기의 무게가 살짝 덜어지고 나니 햇살이 품고 있던 빛이 드러나네요.옷 한벌 살때 얼마나 썼을까결국 옷산다며 욕망에 돈 써두려움 상쇄하려 사고 또 사무상법칙 있는데 항상 외면뭣이든 좀 덜어내는 것이 진리가 아닌가 합니다. 요즘 세간에서는 미니멀라이프가 한창입니다. 할 수 있으면 최소한의 것만으로 살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제주와 영남지역을 휩쓸고 간 폭풍이름이 ‘차바’라고 하는데 발음이 ‘차마’와 비슷해서 말입니다.섣달 그믐밤에 관음전 큰방서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윷놀이방장 스님 조용히 들어오셔서눈물만 머금고 계시다가 경책가벼운 중급이라고 했는데 피해는 엄청납니다. 집중적 큰 피해는 없다지만 조경수로 20년 이상 자란 향나무며 담팔수, 오랜 풍파를 겪으면서 약천사의 남국적 전경을 주도해오던 야자수마저 차마 폭풍의 위력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며칠째 처사님들과 대중스님들이
스님! 안녕하세요.태풍 소식이 들려옵니다. 태풍의 길목에 자리한 제주는 이번에도 큰 비를 맞았다고 하는데 스님 계시는 약천사는 피해가 없었는지요. 지난 번 경주 지진도 그렇고, 재해를 당할 때면 인간이 얼마나 미미하고 나약한 존재인지 새삼 느낍니다. 자연재해뿐이겠습니까?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이 빚어내는 인재 앞에서 인간의 무력함은 더 크게 다가옵니다.지하철 불꺼지고 잠시 섰는데도바로앞 내다보지 못하는 사람들두려움으로 인해 우왕좌왕 소란상호 믿음 회복해야 안심도 복원며칠 전, 지하철 노조가 파업에 들어갔을 때 일이랍니다. 파업이라고
쌀쌀하던 날씨가 오늘은 무덥기까지 하였습니다. 경 읽는 아침의 생생한 모습 너무나 잘 전해 받았습니다. 열심히 공부하는 재가 불자들의 신심나는 아름다운 전경을 곁에서 생생히 느껴질 정도로 전하는 말미에 승가를 바라보는 아픈 마음을 적어 두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스스로 교양의 옷 벗어던진 채적나라한 몰골 드러냈으니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진실 아니면 스스로 무너질 것근일 언론에 회자되는 이야기들을 뒤로 한 채 계절의 이야기랑 아련한 감성의 그림을 그려 전하기만 한다면 편지를 보내고 더욱 혼자서 아파오는 마음을 추스려야 할 것
스님, 서늘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답장을 씁니다.진리 앞에 간절한 스님 모습계율 두려워하는 스님 모습재물 보지않는 결연한 모습이런 모습에 불자들 감명받아제게는 매주 월요일 아침 7시 니까야를 함께 읽는 벗님들이 있답니다. 이 모임도 벌써 4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개중에는 첫차를 타려고 일찍부터 서두르는 분도 있습니다.월요일 새벽마다 집을 나서는 일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길잡이 노릇을 하기 때문에 결석도 지각도 할 수 없었습니다. 월요일까지 써야 할 많은 글들이 늘 있었고, 또 매주 월요일 저녁에는 책읽기 모임이 있었기 때문에
새벽에 도량석 소리에 앞서 잠을 깼습니다. 간밤에 창을 열어놓고 잠들었는데 창문 너머로 넘치게 밀려들어온 가을 찬 기운이 잔뜩 오만한 기세를 띄우며 잠을 깨웠습니다. 창을 닿으며 바라보니 어둠 사이로 가을 기운이 가득 밀려옵니다.전도된 생각으로 힘든 상황에도우리는 스스로 극복하지 못해인위적인 조작이 들어간 곳에서자꾸 무언가 찾고 있는건 아닌지가을이 왔습니다. 여름의 무더운 추억들을 채 접지도 못했는데 추분이 지났다고 가을 기운이 주인인 양 너무 활기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언젠가 어느 글에서 본적이 있었는데 ‘스님들이 불자들을 염려하
스님, 안녕하세요.하루 사이에 여름에서 늦가을로 쑥 빨려 들어간 것 같은데 이 편지를 받으실 때면 다시 늦더위가 찾아오지나 않을지 걱정입니다. 고르지 못한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수행하는 이들이 오고싶은 곳중생들이 가르침 구한다는 것그런 뜻에 부응해 뜻 내는 것얼마나 흥미롭고 좋은 일인가지난 번 편지에서 제가 현각 스님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던 것 기억나시나요, 스님? 현각 스님은 현재 한국을 떠나고 있는 지성인들의 심정에 100% 공감한다면서, 자신 역시 이번에 한국을 떠나면 한동안 돌아
부럽습니다. 먼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북단 노천카페에서 강한 아라비아 음악을 들으면서 마시는 한 잔의 커피가 손에 잡힐 듯 생생히 전해 옵니다.불자가 지켜야 할 의무와 지침친절하게 가르쳐 주지 않기에누구나 쉽게 불자다움 외면해일상적 오계실천이 불자의 삶예전에 보았던 영화 카사블랑카의 여주인공 역을 맞은 잉그리드 버그만처럼 아름다운 여인들과 검정색 히잡을 둘러쓴 아랍 여인들의 사무치는듯한 갈망의 깊은 눈빛, 그들이 속삭이는 알아듣지 못할 이방인들의 언어 속에서 서로 불필요한 감정들을 드러낼 필요도 없이 편안하고 자유로운 여정 잘 즐
스님! 한국보다 더 뜨거운 모로코 여행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모로코는 북아프리카인지라 더위가 한국보다 더했고, 게다가 사하라 사막의 짧은 투어는 뜨거운 모래바람 때문에 극도의 인내심을 내지 않으면 안 되었지요. 밤에는 사막 열기가 내려간다고 해서 그것 하나 믿고 버텼지만 웬걸요, 자정이 지나도록 사막은 계속 뜨거웠고, 새벽녘이 되어야 아주 조금 선듯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하지만 아침해가 뜨기 무섭게 열기가, 열기가….현각 스님의 비판에 대해공감과 반감 엉클어졌다는성원 스님의 표현에 공감스스로 점검하는 계기되길‘8월에
여름이 한창입니다. 어는 봄에 봄꽃에 관한 글을 보고서야 봄이 한창인 것을 안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주위를 둘러보면서 다시는 이렇게 계절의 흐름도 인지하지 못하며 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도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상은 늘 우리들을 감성의 아름다움에 젖어 행복하게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은사 스님의 입적으로 인해 일상이 조금 바쁜 것은 사실입니다. 현각 스님, 여름 더 무덥게 해자신은 참으로 아팠을까 궁금우리 종단에 대한 애정은 믿어아팠다면 모두와 함께 했어야하지만 계절을 잊어버린 것은 결국 나 스스로의 삶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