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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과학적인가

불교가 과학 되려는 건 불행
불교에도 비과학적 요소 많아
다름 인정해야 서로 너그러워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박성진 포항공대 교수가 9월15일 사퇴했다. 종교관·역사관 등으로 자격 논란을 빚었던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의 답변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창조과학자들이 지구 나이가 6000년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에 동의하느냐”는 국회의원 질문에 박 교수는 “동의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신앙적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박 교수 발언을 놓고 “기독교계를 등지지 않고 장관후보에서도 물러나지 않으려는 기회주의적 발언”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전지전능한 신을 믿는 기독교 입장에서 과학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실험을 통해 검증된 체계적 지식인 과학과 무오류라는 성서의 내용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중세시대 교황청이 종교재판으로 과학자들을 지속적으로 탄압한 것도 과학적 발견이 성서의 완전성을 부정하는 도전으로 여겼던 탓이다.

기독교와 과학의 대결에서 처음에는 기독교의 일방적 승리 같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과학의 영향력이 기독교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계가 궁여지책으로 내세운 것이 바로 ‘창조과학’ ‘지적설계론’이다. 진화를 비롯한 일체 자연현상이 하나님이라는 지적인 행위자에 의해 설계됐다는 것이다. 기독교 근본주의 본산인 미국에서 지적설계론을 가르치려 하지만 과학계를 비롯한 지식인들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불교와 과학의 관계는 원만한 편이다. 아인슈타인 같은 세기의 과학자도 “미래의 종교는 우주적인 종교가 되어야 하며, 불교가 현대의 과학적 요구에 상응하는 종교”라고 말했다. 실제로 물리학, 천문학, 생물학 등 불교와 과학을 접목한 책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불교는 정말 과학적일까. 불교에 과학적인 요소가 많지만 그렇다고 불교가 과학은 아니다. 불교경전에 등장하는 수미산, 서방정토, 육도윤회, 33천, 신통력 등 과학적 증명이 어려운 것들이 수두룩하다. 일부 과학자들 중에는 ‘하나의 티끌 속에 온 우주가 담겨 있다(一微塵中含十方)’는 구절을 프랙탈이론과 비교하거나, ‘늘지도 줄지도 않는다’는 부증불감(不增不減)을 에너지보존법칙과 연결시킨다. 그러나 엄밀히 보면 이것을 불교라고 하기는 어렵다. 불교에서는 모든 것이 공이고 무아이고 연기적 존재다. 그렇기에 여기에는 ‘하나’도 ‘전체’도 없으며, 고정불변의 에너지는 더더욱 있을 수 없다.

▲ 이재형 국장

 

 

이제열 불교경전연구원장은 불교와 과학을 연결시키려는 노력은 성서가 과학임을 입증하려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불교와 과학의 유사성을 밝히는 것이 일반인들로 하여금 호감을 갖도록 할 수는 있지만 불교의 전체적인 교리 체계를 외면한 채 일부분만으로 불교가 과학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부처님은 우주의 비밀을 파헤친 과학자가 아니다. 생명을 지닌 모든 존재가 겪어야 하는 고통의 원인과 발생과정, 그 고통을 없애는 가장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밝힌 분이다.

불교가 종교성을 배제하고 애써 과학이 되려고 하는 순간 궁색함이 시작된다. 비슷한 점이 있더라도 불교는 불교이고, 과학은 과학이다. 그럴 때 불교도, 과학도 너그러워진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409호 / 2017년 9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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