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묾 없는 머묾의 깨침을 강조
경문 한 구절씩 분석·설명하여
독자들의 폭넓은 이해에 도움
‘조견오온개공’으로 경전 요약
근대 중국 불교 4대 고승 중 한 명으로 존경받는 성일 스님의 ‘반야심경’ 해설이다. 스님은 여기서 ‘금강경’의 제4 ‘묘행무주분’과 제5 ‘여리실견분’을 인용해 본디의 마음자리를 찾아가 지니기 위해서는 “머묾 없는 머묾의 깨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내가 미혹할 때는 머묾이 있고, 깨달았을 때는 없다”고 하여 ‘각주무주’를 수행의 제일덕목으로 설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무릇 세상에 드러나 있는 상은 모두 허망한 것이니, 만약 모든 상이 상 아님을 보게 되면 여래를 보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는 곧 ‘하늘이 하늘 아니고 땅이 땅 아니며, 산이 산 아니고 물이 물 아닌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이렇듯 모든 법은 가상적 이름일 뿐이고, 모든 실상 또한 공상이므로 만약 이러한 이름과 형상에 속지 않는다면 형상 그대로가 바로 실상이고 또한 공상임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 ‘반야심경 선해’는 바로 성일 스님이 ‘반야심경’을 선적으로 해석한 내용을 담았다. 홍콩에서 3일간 강의한 내용으로 1부에서는 ‘반야심경’과 마음 전반에 대해 강설하고, 2부와 3부에서는 ‘반야심경’ 경문을 한 구절씩 분석하고 설명했다. 또 본문의 주요 불교용어와 개념을 설명하는 역주를 달아 독자의 폭넓은 이해를 돕고 있다.
일반적으로 ‘반야심경’은 마음의 경전으로 일컬어진다. 따라서 이 ‘반야심경 선해’는 ‘반야심경’이 지닌 바로 이 마음 경전이라는 성격을 잘 이해하고 설명한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성일 스님이 말하고자 하는 마음은 무엇이고, 마음을 밝힌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또 성일 스님이 말하는 ‘반야심경’의 핵심은 무엇일까?
스님은 책에서 ‘반야심경’을 ‘조견오온개공’으로 요약한다. “오온을 비추어 보니 모두가 텅 비었다”는 구절은 다시 ‘조(照)’라는 한 글자로 줄일 수 있으며, 이는 “되돌아 비추어본다”는 것이니, “사람들은 모두 자기를 되돌아 비춰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생각이라도 모두 살펴 좋은 생각은 잘 지니고 나쁜 생각은 버려야 하며, 우리에게 한 생각이 일어날 때 이 생각이 어디로부터 왔는가를 비추어보고, 이 생각이 다시 어디로 가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역자인 서재홍은 “스님은 ‘반야심경 선해’에서 ‘심경’ 260자를 ‘금강경’과 ‘육조단경’ 등 여러 경문을 통해 청중이 미처 질문하지 못한 심층심리의 의식작용까지 자문자답하면서 안내하고 있다”며 이 책에서 ‘반야심경’ 해설의 진수를 만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여러분은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만약 번뇌를 끊을 때 하나씩 하나씩 끊어 나간다면 매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자기 자신을 끊을 수만 있다면 모든 번뇌가 일시에 소멸됩니다. 그렇다면 번뇌는 어디로부터 생겨나는가? 번뇌는 나 자신으로부터 생겨나기 때문에 내가 없으면 번뇌는 바로 사라지게 됩니다. 따라서 반야는 마음을 등지고 바깥을 향하여 구하는 것이 아니라 외경을 등지고 내 안의 마음에서 시작해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성일 스님의 가르침을 듣는 동안 ‘반야심경’에 대한 이해의 폭과 넓이가 달라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만3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09호 / 2017년 9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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