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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학자가 안내하는 덜 괴로운 삶의 방법

  • 불서
  • 입력 2017.09.25 16:17
  • 수정 2017.09.2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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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의 인생 실험실’ / 장현갑 지음 / 불광출판사

▲ ‘심리학자의 인생 실험실’
올해 76세의 노(老) 심리학자 장현갑 영남대 명예교수. 그는 36세 때 우울과 불안, 그리고 의욕 저하 때문에 정신분석 치료를 받았다. 당시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였고, 동시에 서울대의대 약리학교실과 가톨릭의대 생리학교실의 외래교수로 실험실을 가지고 있었다. 뇌과학과 정신약리학이라는 첨단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내면서 동료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우울과 불안 등으로 정신분석 치료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고뇌와 고통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997년, 안식년을 맞아 본격적으로 명상수행을 하기 위해 들어가기로 했던 선원에 갈수 없게 되면서 미국 애리조나대에서 ‘명상의 의료적용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1차적으로 3개월 수행을 마치고 만행을 떠나려 할 때 가족이 찾아왔고, 함께 여행에 나섰다. 하지만 그 여행에서 큰 교통사고가 일어나 아내와 딸이 사망하고, 아들은 중상을 입었다. 자신 또한 두 다리와 발등이 으스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엄청난 통증과 함께 공포가 몰려왔다. 그 와중에도 나는 아버지였다. 본능적으로 가족들의 안위가 걱정됐다. 정신없이 두리번거리다가, 검고 뿌연 연기의 안쪽에서 피투성이가 된 피붙이들을 발견했다. 죽었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사랑하는 가족의 주검을 곁에 둔 채, 나는 그렇게 하반신이 박살난 몸으로 1시간 동안 방치돼 있었다.”

그 고통의 깊이가 어떠했을지 가늠조차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그는 더 이상 이 현실에서 물러서거나 도피하지 않았다.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정면으로 맞서서 스스로 고통의 원인을 밝히고 완벽하게 극복했다.

“누구나 삶의 여정에서 고통은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대부분 사람들은 고통에 직면했을 때 일단 피하고 보자며 도망가거나 부정하는 것으로 일관한다. 하지만 이런 회피적 태도는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점점 더 키우게 된다. 고통에 직면했을 때 고통을 만들게 된 원인이 무엇이며 고통 없는 행복한 세상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하는 장현갑 교수가 자신의 삶을 회고하며 응어리진 수많은 고난들과 그 고난들을 극복하기 위해 몸부림치며 찾아 헤맨 방법과 지혜를 ‘심리학자의 인생 실험실’에 옮겼다.

저자는 우리가 지금 현재라고 하는 이 순간의 소중함을 ‘알아차림’하지 못한 채, 지나가버린 과거나 오지 않은 미래에 머물면서 온갖 환상을 떠올리고 있음을 주지시킨다. 그리고 이런 환상에서 깨어나 지금 존재하는 이곳에서 또렷하게 ‘알아차림’ 함으로써 ‘나’라는 존재의 참된 주인공이 될 것을 당부한다. 

▲ 장현갑 영남대 명예교수가 고통스럽던 자신의 실제 삶에서 경험한 고통 극복 과정을 마음챙김 명상으로 안내한 ‘심리학자의 인생실험실’을 펴냈다.

책은 ‘알아차림’을 강조하는 저자가 안내하는 ‘마음챙김 명상의 길’이다. 이미 명상은 심리치료 분야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고, 미국 내 심리치료 전문가의 40% 이상이 마음챙김 명상법을 활용하고 있을 정도로 확산됐다.

저자가 자신의 인생 경험을 토대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자기구원으로서의 명상을 이야기하는 책은 처절한 고통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어떤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참다운 삶의 지혜라는 점을 세세히 설명하고 있다. 자신의 경험에 연구 성과를 더해 “지금 이 순간 이곳에서 전개되는 모든 것을 몸으로 마음으로 알아차림하고, 알아차림한 그것을 온전히 수용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이야말로 마음챙김 명상의 핵심”이라고 강조한 저자는 독자들이 마음챙김 명상을 비롯해 몇 가지 명상을 직접 익힐 수 있도록 실습에 필요한 안내문까지 덧붙였다. 오랜 시간 명상을 지도하면서 실제 사용했던 명상안내문이다.

마음챙김 명상 수련이 바로 심신치료가 된 이 시대, ‘심리학자의 인생실험실’은 세계 3대 인명사전에 모두 등재된 한국 심리학계의 거장이 자기 고백을 통해 이 순간에도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 이들에게 들려주는 인생치유서라 할 수 있다. 1만6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09호 / 2017년 9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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