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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환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사무국장-하[끝]

“불교복지에 회향하는 삶 살겠다”

 
“사회복지학과를 나왔으나 타 종교기관에서 복지 관련 일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불교 안에서 사회복지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자원봉사로 시작한 불교복지
종단 차원 복지재단 설립까지
이제 정신적 복지로 나아가야

당당히 포부를 밝혔는데 전혀 생각지 못한 질문이 되돌아왔다. 스님께서 “사회복지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고아 등 오갈 곳 없고 병들고 약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 사회복지라 말씀드렸다. 그런 일이라면 당장 해야 하지만 그와 관련한 부서는 없다고 했다.

“스님 제가 하겠습니다. 자원봉사라도 좋습니다.”

적극적인 태도가 마음에 드셨는지 나는 책상 하나를 얻어 사회부로 출근할 수 있었다. 자원봉사였지만 학교에서 배우고 부처님 말씀을 실천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의욕이 불타올랐다.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가정탁아교사양성사업’이었다. 사회적으로 빈민가정 탁아운동이 일어났던 것에 맞춰 ‘불교사회교육원’과 협력해 가정탁아교사교육을 진행했다. 전문인력도 양성되고 수익도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자원봉사가 아닌 사회계장으로 총무원에 채용됐다. 사회부에 들어온 지 2년 만이었다.

‘불교계 장애인의 날’ 행사를 기획했다. 김대중 당시 민주당 대표가 국회의원들과 참석해 행사의 격이 한층 높아졌다. 이후 불교계 자선활동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고 종단차원에서 사회복지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장애인 콘서트, 장애인 시낭송회를 진행했다. 산사음악회가 없던 시절 부처님 앞에서 가무행위가 불경스럽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행사는 성공적이었다. 가장 소외된 사람들을 법당에 모시는 것이 바로 부처님의 뜻이라는 칭찬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고 불교의 사회적 이미지도 긍정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 2015년 대통령 표창 시상식에서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자원봉사단이 대상을 수상했다.

1994년 종단개혁 후 집행부에 사회복지 법인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불교가 사회에 파고들려면 현실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복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1995년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설립됐고 이후 전국 곳곳의 복지관을 위탁받았다. 교구본사를 중심으로 100일 조사를 진행했다. 불교계 복지토양을 진단하고 교계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더불어 자원봉사단도 조직했다. 기복불교에서 실천하는 불교로 나아가는 신행혁신운동의 일환이었다. 1996년에 조직된 자원봉사단은 지금까지 복지재단의 든든한 자원이다. 자원봉사단은 2011년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아산상, 2015년 대통령상 등을 수상하면서 재단의 자랑거리로 자리잡았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 다른 종교 복지재단보다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종단차원에서 재단을 믿고 지원해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복지재단 직원과 산하기관 종사자들, 자원봉사자들은 불교복지의 보배들이다. 지금까지 복지재단이 규모적 성장을 이뤘다면 이제 불교복지는 물질적 복지를 넘어 탐진치를 줄이는 정신적 복지로 접근해야 한다. 욕망을 부추기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최선의 방편이 바로 불교라고 생각한다.  

“인생난득 불법난봉(人生難得 佛法難逢).” 사람의 몸을 받아 불법을 만났고 복지로 불법을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처음부터 무급으로 시작했기에 은퇴하더라도 체력과 감각이 허락하는 데까지 불교복지에 삶을 회향할 것이다.

정리=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409호 / 2017년 9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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