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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한용운의 ‘국보적 한글경판의 발견’

기자명 김형중

만해가 안심사서 한글경판 발견 후
벅찬 심정 가사체로 표현한 운문시

값없는 보배란/ 티끌에서 찾느니라/ 티끌에서 찾았거니/ 티끌에 묻을소냐
두만강에 고히 씻어/ 백두산에 걸어 놓고/ 청천백일 엄숙한 빛에/ 쪼이고 다시 쪼여/ 반만년 살아오는/ 사랑하는 우리 겨레/ 보고 읽고 다시 써서/ 온 누리의 빛 지으리라. (불교 87권, 1931.)

1931년 국보 수준 경판 발견
서울로 옮겨 모두 영인 간행
우리민족문화 최고 보배 평가
한국전쟁때 절 소각하며 소실

10월9일이 한글날이다. 한글날을 맞이하여 만해 한용운(1879~1944)이 쓴 한글과 직접 관계된 시를 소개한다. 만해는 우리글인 한글을 우리 민족의 혼이요 얼이라고 믿었다. 그는 우리 민족의 전통정신이 깃든 시조문학운동(시조 창작 41수)과 더불어 한글 보급운동에 노력하였다. 그는 한문과 한글을 자유자재로 구사한 최고의 지식인으로 우리 문자의 중심이 한문에서 한글로 넘어올 때 징검다리 역할을 한 사람이다.

주요한은 ‘님의 침묵 독후감’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아는 조선어의 운율적 효과를 나타낸 최고의 작품 수준이라고 평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그 이상의 글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르나 현재에 있어서는 저자의 조선어 소화에 대하여 탄복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찬사를 하였다.

이 시는 만해 한용운이 1931년, 안심사에서 국보적 한글경판을 발견하고 자신이 발행하던 ‘불교’ 87권에 쓴 뒤에 다시 동아일보에 ‘국보급 문화재 안심사 언해본대장경판의 발견’이란 글로 발표했다. 그의 심정을 사실적으로 우리 민족의 전통 음수율인 3·4조, 4·4조 형식의 가사체로 표현한 운문시다. 초등학생도 시의 뜻을 이해할 수 있지만 시인의 한글불교경판 발견에 대한 감동과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은 깊고 도탑다.

만해는 안심사에서 대장경판을 서울로 가지고 와서 자신이 경영하는 ‘불교잡지사’에서 모두 영인 간행했다. 이 경판은 6·25전란 중에 국군이 전투상황에서 작전상 안심사를 소각하는 과정에서 함께 소실되고 말았다. 이 사실은 최근에 국방부에서 인정하여 국가에서 배상금을 지원하여 2013년에 안심사의 대웅전이 복원되었다.

‘값이 없는 보배’란 가격을 매길 수 없는 최상의 보배를 뜻한다. ‘법화경’에는 “가난한 친구의 옷 속에 값을 매길 수 없는 귀중한 보배 구슬(無價寶珠)을 주고 떠났다”는 말이 있다. 그 보배구슬은 마음속에 감춰진 불성(佛性)을 뜻한다.

한용운은 완주 안심사의 언해본대장경판을 우리 민족문화 최고의 보배라고 평가한 것이다. 세종대왕은 우리글인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부처님의 공덕을 찬양하는 찬불가인 ‘월인청강지곡’을 손수 한글로 창작했다. 수양대군(세조)은 대장도감을 설치하여 한글로 불교경전을 번역 편찬했다. ‘금강경언해’ ‘능엄경언해’ ‘원각경언해’ ‘월인석보’ ‘석보상절’ 등이다.

한글을 창제하고 간행한 대부분의 책이 언해본 불교경전이다. 이것들은 한글 초기 당시의 한글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뿐만 아니라 한글 서체나 인쇄문화의 연구 자료다. 성현의 ‘용재총화’에 한글과 범어글자의 모양이 유사하여 한글 창제가 불교경전 언어인 범어(梵語)에서 비롯되었다는 ‘언문범자모방설’이 있다. 당시 범어에 능통했던 법주사 복천암 신미대사의 한글창제설(복천보장록)도 있다.

만해가 1926년 가갸날(한글날)의 제정을 맞아 이 일을 기쁨으로 찬양한 ‘가갸날’이란 시가 있다.

아아 가갸날/ 참되고 어질고 아름다워요.
축일, 제일./ 데이, 시이즌 이 위에/ 가갸날이 났어요. 가갸날.
끝없는 바다에 쑥 솟아오르는 해처럼/ 힘 있고 빛나고 뚜렷한 가갸날. (중략)
검이여 가갸날로 검의 가장 좋은 날을 삼아 주세요./ 온 누리의 모든 사람으로 가갸날을 노래하게 하여 주세요./ 가갸날, 오오 가갸날. (1926, 12, 7 동아일보)

김형중 동대부여중 교장·문학박사 ililsihoil1026@hanmail.net
 


[1409호 / 2017년 9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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