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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아난과 부처님의 병

기자명 이제열

부처님은 중생제도 위해 일부러 병을 보인 것

“부처님은 다시 아난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유마힐의 병문안을 가거라. 아난은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의 병문안을 갈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과거에 제가 부처님이 몸이 약간 불편하시기에 우유를 얻으러 어떤 바라문의 집에 가서 문 앞에 서 있었는데 유마거사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제게 어떤 일로 아침 일찍 발우를 들고 바라문의 집 앞에 서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부처님이 편찮으셔서 우유를 얻으러왔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그가 제게 아난님, 그런 말씀하지 마십시오. 여래의 몸은 금강과 같은 몸입니다. 모든 악을 끊고 선한 일로만 이루어진 몸이거늘 무슨 병이 있겠습니까? 어서 돌아가십시오. 여래를 비방하지 마시오. 이런 말을 외도나 바라문들이 들으면 부처는 자기 병도 구하지 못하는데 어찌 남의 병을 구할 수 있겠는가 하고 헐뜯을 것입니다. 아난님, 부처님의 몸은 곧 법신으로 애욕과 탐욕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부처님에게는 생사가 없으므로 병이 생길 수 없습니다. 했습니다. 세존이시여, 유마힐의 변재가 이와 같으므로 그이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습니다.”

아난은 부처님 시봉한 다문제일
부처님 아프다고 우유 얻으려다
유마 “부처님 몸은 법신” 강조
대승에선 생로병사가 자비방편

아난존자는 부처님의 혈육으로 사촌지간이다. 다문제일(多聞第一)의 제자로 부처님이 성도하시고 난 후 고향 카필라성을 방문했을 때에 부처님의 모습에 감화를 받고 출가했다. 25살에 출가해 부처님이 열반에 드실 때까지 부처님을 모셨다. 뛰어난 기억력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모두 암송하였다고 전해진다.

여러 기록에 의하면 아난존자는 부처님을 모시는 일에는 큰 허물이 없었다. 후에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후 가섭존자는 아난이 부처님이 살아계실 때에 다섯 가지 잘못이 있었다고 하여 그를 책망하는 광경이 나온다. 그렇지만 부처님은 아난의 역할에 대해 아무런 지적을 하지 않으셨다. 하지만 아난존자도 한 가지 결정적인 부족함이 있었다. 부처님을 모시고 말씀을 기억하는 데에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였으나 정작 수행을 완성하지 못하였다. 십대제자를 비롯한 수많은 수행자들이 아라한과를 증득하여 도과를 성취하였지만 그는 부처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도과를 성취 하지 못하였다. 겨우 성인의 첫 단계인 수다원과만 성취한 상태였던 것이다. 후에 칠엽굴에서 제1결집이 있을 당시 가섭존자의 지시에 따라 집중 수행을 한 끝에 아라한과를 증득하고 결집에 참여하여 경전을 암송하게 된다.

초기경전을 보면 부처님은 생전에 몇 번의 병고를 겪은 것으로 나타난다. 두통을 앓고 배탈이 났으며, 몸에 상처가 나기도 하였다. 부처님이 주치의를 두고 계셨다는 것은 부처님도 중생들처럼 병을 앓았다는 증거다.

그러나 이와 같은 초기경전의 부처님에 대한 표현은 대승에 와서 철저하게 비판을 받는다. 부처님은 법신 그 자체이기 때문에 생로병사가 없다는 것이다. 즉 부처님의 진실한 몸은 육신이 아니라 법신이며, 법신은 모든 죄업과 악업을 벗어난 지혜와 원력과 공덕으로 이루어진 몸이기 때문에 생로병사를 겪지 않는다.

대승에서 볼 때 부처님에게 병이 생긴 것이 아니라 부처님이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해 일부러 병을 보인 것이다. 부처님은 앓지 않아도 될 병을 중생들 때문에 앓는 것이며, 나아가 늙음과 죽음까지도 겪는 것으로 해석한다.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시는 것이나 출가를 하는 것이나 성도를 하는 것이나 법을 설하는 것이나 열반을 보이는 것 등 부처님의 모든 일들은 전부 중생을 향한 대자비의 방편으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 대승의 불타관이다.

소승의 시각에 머물러 있는 아난은 부처님을 육신의 존재로만 알기 때문에 부처님이 병을 앓았다고 여긴다. 병을 앓는 육신이 법신의 방편에 의해 나타난 거짓 모습임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이제열 불교경전연구원장 yoomalee@hanmail.net
 


[1409호 / 2017년 9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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