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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대 총무원장 선거 기호1번 설정스님 인터뷰

  • 교계
  • 입력 2017.09.29 21:25
  • 수정 2017.10.01 07:55
  • 댓글 18

“사부대중과 함께 ‘불교다운 불교’ 만드는 데 최선 다하겠다”

▲ 설정 스님은 “훗날 불교의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하고 사부대중으로부터 존경받는, 총무원장다운 총무원장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설정스님 선대본부 제공

소외된 약자들 편에 서는
불교의 대사회 역할 강화
수행가풍·승풍진작 통해
종단 정체성 확립에 매진

금권 등 선거 폐단 심각
합리적 선거 문화 정착
끊임없이 하심하는 자세로
종단발전 위해 노력할 것

총무원장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불교를 불교답게’ 만들고 싶다. 또 우리 사회에서 고통 받고 소외된 약자의 편에서 모두가 행복의 길을 걷도록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교의 본래면목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종단에는 훌륭하고 존경받는 분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어려운 종단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깊이 고민했고 수없이 자문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저에게 주어진 일대사를 피하지 말아야겠다는 것이었다. 불교와 우리 종단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혼신을 다할 각오가 돼 있다.”

34대 총무원 집행부에 대해 평가한다면?
“34대 총무원 집행부는 참으로 많은 일을 했고, 종단 안정과 화합에도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주지 인사고과제를 확대 시행했으며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승려복지제도 전면 시행, 총본산 성역화 불사, 한국불교 세계화 등의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 또한 분담금 제도개선, 사찰재정공개, 신도시 종교용지 확보 및 불교문화유산보존센터 착공, 사업부 및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등 과거 집행부와 달리 적극성이 돋보였다. 자비 나눔으로 사회와 적극 소통하고 어려운 약자들을 지속적으로 보살핀 것도 불교의 사회적 위상 제고에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수행가풍과 승풍 진작을 종단 운영 10대 기조 중 첫 번째로 선정한 이유는?
“우리 종단은 통불교, 선불교를 지향한다. 수행가풍과 승풍을 진작하는 것은 수행 종단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다. 수행과 불교의 대사회적 활동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수행을 진작하고 종교 본연의 사회적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고통 받는 이들을 외면한 종교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정의롭지 못한 사회 현실을 묵인하는 종교가 존립할 수 있겠나. 수행을 기본으로 사회 속에서 불교 본연의 자세를 실현하도록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종단의 미래를 위한 일이다.”

선원·강원 스님들을 대상으로 수행지원금 지급하고 거주 및 교육 공간 지원 등 평생수행지원제도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한 이유와 예산 확보 방안은?
“우리는 기대수명 100세 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출가부터 열반까지 종단이 책임져야 하는 명제를 우리는 안게 되었다. 스님들이 노후 걱정 없이 수행에만 진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승려복지시스템 확대와 내실화를 종책 과제로 내놓았다. 여기에 따르는 예산은 우선 승보공양운동을 확대를 통해 발전시켜야 한다. 현재 후원자가 3500명(적립금 41억여원) 수준인데, 이것을 10만명으로 늘려야 한다. 또한 종단수익사업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생수, 도서판매 등에서 벗어나 건축, 유통, 여행, 정보통신 등 사찰과 신행 관련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다. 불교와 사찰 고유의 문화 콘텐츠를 브랜드화하고 상품화하는 ‘문화 수익모델’도 창출하는 방안을 추진하면 재원은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주요 공원에 편입된 사찰토지에 대한 정부의 보상 추진과 문화재관람료 문제를 해결한다고 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현재 국립공원 내에 포함돼 있는 사찰토지의 비율은 전체 국립공원의 7.2%(약 8458만평)나 된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 땅을 아무런 보상 없이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불교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당연히 국가차원의 보상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와 관련해 정부와의 협의가 진행돼야 한다. 문화재관람료 문제 역시 국립공원 내 사찰 토지 보상 문제와 맞물려 있다. 2007년 공원입장료 징수 중단 이후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다. 불교계 입장에서 보면 그 갈등을 떠안은 모양새가 됐다. 자연공원 내 사찰들의 기여도와 환경유지 및 보존관리에 대한 비용 지원 등을 통해 문화재관람료를 점진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 선거제도에 비판적 입장을 표명했다. 향후 선거제도가 어떤 방식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보나?
“우리 종단의 선거문화는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특히 금권과 모략중상이 반복되는 선거문화는 뿌리를 뽑아야 한다. 총무원장 선거법 개정 논의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데, 여러 가지 논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여러 가지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종단 내에서 비구니스님의 위상이 비구스님에 비해 현격히 낮다는 지적이 많다. 비구니 위상 제고 방안은?
“우리 종단 구성원의 절반이 비구니스님이다. 종책에서도 제시했듯 비구니스님들의 권익향상과 수행환경 개선, 종단 참여 확대를 위해 ‘비구니부’를 신설하고, 비구니특별교구를 설립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종법 체계 중에서 비구니스님들을 차별하는 조항이 있다면 그것을 개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불교인구가 감소하고 불교의 신뢰가 떨어졌다는 지적이 많다. 원인과 대책은 무엇인가?
“불교인구 감소는 통계청의 조사방식에도 다소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근본적으로는 우리의 포교정책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제의 현실을 고려한 교구본사 중심의 포교시스템을 구축해야 효율적인 포교가 가능하다. 이제는 중앙종무기관에 포교를 의존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할 수 있다. 불교의 신뢰가 떨어져 포교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데, 그것은 근본적으로 승가가 승가답지 못했기 때문이다. 승가의 위의를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불교의 신뢰와 사회적 위상을 높이는 핵심이다.”

일상의 지표로 삼고 있는 경구나 가르침이 있다면?
“출가한 이후 늘 염두에 두고 있는 경구라면 사중득활(死中得活)이다. 즉 자기를 죽여야 살 수 있다는 의미이다. 어떤 일을 하듯 자신을 우선으로 여기면 갈등과 시비가 따를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자신을 버리고 내려놓는 하심하는 자세가 갖춰질 때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선된다면 훗날 어떤 총무원장으로 기억되고 싶나?
“안으로는 종도들과 함께 ‘불교를 불교답게’ 만들고, 밖으로는 불교의 역할 확대를 통해 ‘존경받는 불교’를 만들고 싶다. 장담하기보다는 결과로 말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훗날 불교의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하고 사부대중으로부터 존경받는, 총무원장다운 총무원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불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으신 말은?
“선거는 축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종단의 선거는 그렇지 못했다. 여러 가지 시비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후보를 공연히 비방하고 승가의 허물을 드러내려고만 하는 일이 많았다. 승가 내부에도 잘못된 것이 있다면 마땅히 비판해야 한다. 그러나 비판을 할 때도 승가적인 방식으로 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비난은 승단은 물론 한국불교를 병들게 한다. 이번 선거는 종헌종법 질서가 지켜지면서 금권이 동원되지 않고 중상모략이 없는 깨끗한 선거가 되어야 한다. 모든 종도들과 선거인단 여러분들이 그렇게 되도록 함께 노력해주길 바란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설정 스님은

한국불교의 대표적 선승인 설정 스님은 신심 돈독한 불교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천식 등 병을 앓았던 스님은 13살 때 만공 스님에게 계를 받았던 부친과 함께 불공을 드리러 수덕사를 찾았다. 수덕사에 머무는 동안 출가자의 길을 결심한 스님은 7년 동안 속가로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

덕숭총림 제3대 방장을 지냈던 원담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스님은 1955년 수덕사에서 혜원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61년 범어사에서 동산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수덕사 선방에서 정진하던 스님은 교학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해인사 강원을 마쳤으며,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대학을 다녔다. 이후 수덕사를 비롯해 봉암사 상원사 등 제방선방에서 수행에 전념해왔다.

스님은 제8·10대 중앙종회의원을 역임한 후 제11대 중앙종회에서는 의장을 맡아 종단 입법부 수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하며 종단 발전에 기여하는 등 이사무애(理事無碍)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영삼 정부 당시 중앙종회의장이었던 설정 스님은 정부의 종교편향에 의연하면서도 강단 있게 대처했다. 청와대의 불교계 지도자초청 조찬모임에 “정부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도 없는 상황에서는 가지 않겠다”며 딱 잘라 거절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또 중앙종회 의장을 두 번 연임한 후 “총무원장에 나서달라”는 대중의 뜻을 뒤로하고, 걸망 메고 선방으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설정 스님은 수덕사 주지 시절 원칙적이고 투명한 사찰운영을 통해 안정적이고 발전적인 종무행정의 기틀을 다지면서 사부대중들로부터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스님은 2008년 입적한 원담 스님의 뒤를 이어 2009년 8월 중앙종회에서 덕숭총림 제4대 방장으로 추대돼 2017년 9월까지 덕숭총림을 이끌어오면서 제방 납자들을 제접했다.

한 순간도 쉼 없는 수행을 강조해 온 스님은 출가수행자야말로 신심, 원력, 공심을 가슴에 담고 살아야 함을 역설하며 출가자로서의 본분을 지켜나갈 때 한국불교가 발전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1410호 / 2017년 10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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