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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골역지(赤骨歷地)

가객 김광석을 생각하다

1996년 1월6일 젊은 가객(歌客)이 떠났다. 가수 김광석, 불과 33살의 나이였다. 사인은 자살. 슬프고도 아린 그의 목소리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등병의 편지, 그날들, 부치지 못한 편지 등 노래는 맑고 청명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을 적시는 묘한 쓸쓸함이 배어있었다. 그는 죽기 전까지도 곧 있을 콘서트를 준비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특히 장애를 갖고 있는 어린 딸에 대한 그의 애틋함을 알기에 지금도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믿지 못한다.

그는 독실한 불자였다. ‘무소유’의 저자 법정 스님과 ‘맑고향기롭게’ 운동을 함께 했고 법명 원음(圓音)도 법정 스님으로부터 받았다. 그는 불자들과의 만남에도 바지런했다. 불교방송 ‘밤의 창가’를 진행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화장한 그의 몸에서는 지름 0.5cm 사리 9과가 나왔다. 불자들이 김광석을 더욱 잊지 못하는 이유다. 21년 만에 김광석이 우리 곁으로 소환됐다. 김광석의 타살 의혹을 다룬 영화 ‘김광석’이 8월30일 개봉되면서다. 영화 개봉과 더불어 부인 서씨를 둘러싼 의혹들이 입길에 오르고 있다. “두 번째 결혼인데 속였다” “자살 당시 전과 13범인 서씨의 오빠가 함께 있었다” “외도했던 남성과 현재 사실혼 관계에 있다”는 등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김광석이 살아생전 그토록 애틋해 했던 딸이 10년 전 사망했지만, 부인 서씨가 숨기고 김광석이 딸에게 남긴 유산의 상속권을 가져간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기로 고소된 상태다. 동시에 공소시효가 지난 김광석 타살 의혹에 대해 법을 개정해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일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조금 냉철해져야 한다. 여론은 이미 타살로 몰고 있는 형국이다. 정의는 사실 위에서 드러나야지, 정의를 미리 예단하고 그 위에 사실을 쌓으면 진실이 왜곡되기 마련이다. 선가에 적골역지(赤骨歷地)라는 말이 있다. “감출 것 없이, 진실 그 자체를 드러낸다”는 의미다. 이번 기회에 김광석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명백하게 풀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혹시 믿고 싶지 않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한다. 결과에 관계없이 그의 노래는 영원히 우리 곁에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에.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10호 / 2017년 10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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