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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한국불교사 시대구분론 ④

한국불교연구, 개혁사상가 시대에서 전문학자 시대로 전환

 
1930년대 한국불교의 종파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김영수(金映遂, 1884~1967)에 의해 이루어졌다. 김영수에 앞서 권상로·이능화·김해은 등에 의해서도 불교종파에 대한 관심이 기울여져 왔으나, 단편적인 소개의 수준을 벗어나지는 못하였다. 한국불교사에서의 오교구산(五敎九山)과 오교양종(五敎兩宗)에 대한 이해체계의 정립은 김영수에 의해서 비로소 이루어졌다.

불교전문학교 김영수 교수
‘종파사’ 논문 잇따라 발표

한국인 학자 학술논문으로
전문 학술지 실린 최초 사례

김영수 교수의 시대구분론
교종과 선종 관계 이해 축

역사적 사실 정확히 하려는
학자적인 자세 충실한 결과

일제강점기 이후 학자 중에
김영태 교수 연구성과 주목

한국인 불교학자 최초로
한국불교 관련 개설서 출간

김영태 교수 시대구분론은
왕조별 구분과 비슷하지만

시대별 특성 다양하게 살펴
이해 폭 크게 넓힌 점 성과

그는 1928년 중앙불교전문학교 교수로 취임한 이래 한국불교의 종파사에 관한 전문적인 논문들을 잇달아 발표하였다. 그 대표적인 논문으로 ‘오교양종에 대하여’(震檀學報 8, 1937)와 ‘조계선종에 대하여’(震檀學報 9, 1938) 등 2편을 들 수 있는데, 한국불교사에 관한 한국인 학자의 학술적 논문으로서는 전문적인 학술지에 실린 최초의 사례이다. 이들 논문에서 밝힌 오교양종과 조계종의 역사에 대한 이해체계는 한국불교 종파의 연구사에 한 획을 그은 성과였으며, 나아가 종파를 중심으로 한 한국불교사의 이해체계를 수립해 준 최초의 업적으로 평가된다.

김영수는 이들 논문에서 종파사를 중심으로 한국불교사를 시대구분하고 있었던 점이 특히 주목된다. 그는 한국불교사를 오교구산시대(五敎九山時代) 오교양종시대(五敎兩宗時代) 선교양종시대(禪敎兩宗時代) 등 3시기로 나누었다. 그리고 오교구산시대는 신라 무열왕대(654~661)부터 열반종·법성종·계율종·화엄종·법상종 등 5교가 성립되고, 헌덕왕·흥덕왕대(809~836)부터 가지산문·실상산문·동리산문·사굴산문·봉림산문·사자산문·희양산문·성주산문·수미산문 등 9산문이 성립됨으로써 고려 중기 천태종이 창립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다음 오교양종시대는 고려 숙종 2년(1097) 대각국사 의천에 의해 천태종이 새로 창립됨으로써 오교와 함께 조계종과 천태종의 양종이 조선 세종 6년(1424) 선교 양종으로 통합될 때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오교양종시대는 다시 3시기로 구분, 7종의 대립·7종의 12파·7종의 복합의 단계로 나누어 오교양종이 고려말기에 12종(태종 6년 7종으로 통합되기 이전의 11종에 小乘宗을 추가)으로 나뉘고, 조선 태종 6년(1406) 7종으로 통합되는 과정을 정리하였다. 그다음 선교양종시대도 조선중기의 서산대사를 전후로 하여 2시기로 구분, 선교의 대립·선종의 독존 시기로 나누었다.

김영수의 한국불교사 시대구분론은 종파사를 중심으로 하되, 특히 교종과 선종의 관계를 이해체계의 기본축으로 한 것이었다. 이러한 인식은 앞서 이능화의 ‘조선불교통사’(1918)에서 제시된 시기구분, 즉 제1 경교창흥시대 제2 선종울흥시대 제3 선교병륭시대 제4 선교통일시대 선교보수시대 등 구분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좀 더 세분하면서 발전시킨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능화의 시대구분에서도 양종오교 등의 개념은 제시되고 있었으나, 선문9산의 개념과 9산문의 구체적인 명칭은 김영수가 ‘선문조사예참의문(禪門祖師禮懺儀文)’에서 찾아내어 최초로 정리한 것이다.

한편 김영수가 불교전문학교의 교재로서 편찬한 ‘조선불교사고’는 여러 차례의 수정 보완을 거쳤던 것으로 보이는데, 1956년 원광대학교 교학과에서 출간한 유인본이 최종의 것이다. 이 책은 한국종파사의 이해체계를 기반으로 하여 저술된 한국불교사인데, 그때까지 나온 개설서로서는 내용이 가장 충실하고 체계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372년 고구려에의 불교 수입부터 1941년 조계종의 창립까지 1570년 간의 한국불교사를 3시기로 구분하여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등 왕조별의 3편으로 구성하였다. 그리고 삼국시대에는 통일신라시대를 포함시켜 별도로 구분하지 않았으며, 근대불교는 조선시대에 포함시켜 역시 구분하지 않고, ‘관리서와 각황사’ ‘사찰령 이후’ 등 2개의 장을 말미에 부치고 사실을 나열하는 것으로 그치었다.

이러한 김영수의 시대구분론은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은 불교개혁운동가들의 시대구분론들과 대조된다. 1910년대부터 불교개혁운동을 전개하여 왔던 인물들은 근대불교를 독립된 시대로 설정하고 있었는데, 특히 박한영은 ‘부활시대’, 이능화는 ‘선교보수시대’, 권상로는 ‘갱생과도시대’로 설정하여 근대불교의 개혁과 발전에 대한 기대와 염원을 표현하였었다. 그런데 김영수의 시대구분론은 근대불교 이전의 역사적 사실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순수한 학자적 자세로서 학문적 연구에 충실한 결과였다고 본다.

최근에 김영수의 오교구산설과 오교양종설에 대해 여러 면에서 비판적인 새로운 학설들이 제기되고 있으며, 일부 내용은 수정이 불가피하게 되었으나, 아직까지 종파의 역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체계로서 그것을 뛰어넘는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김영수의 불교사 시기구분론도 아직 살아있는 학설로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밖에 김영수의 학설 가운데서 신라 말기 구산선문의 도의(道義)와 고려 말기의 태고보우(太古普愚)를 종조로 하는 법통설, 그리고 조계선종으로서 염불과 간경을 종합한 것이라는 통불교설 등은 오늘날까지도 조계종의 정통설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초기의 근대불교학에서 선종과 교종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불교 종파사의 이해를 중시하는 경향은 권상로·이능화·김해은 등을 거쳐 김영수에 의해 체계화된 이후 해방 뒤에도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다. 김영태의 ‘한국불교사개설’(1986)과 ‘한국불교사’(1997)에서도 부록으로 한국불교의 종파사를 수록하고 있었다.

1970년대 이후 활약한 불교학자 가운데서 한국불교사 연구에 전념한 학자로서는 우선 김영태(1932~)를 꼽을 수 있는데, 한국불교사에 관한 연구업적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해방 이후 한국인 학자에 의한 최초의 개설서를 출간한 점이다. 김영태는 위에 들은 2권의 개설서 출간에 앞서 우정상과 함께 공저로 ‘한국불교사’(1969)를 출간한 바 있어 도합 세 차례의 개설서를 간행하였다.

첫 번째 1969년 간행본은 강의용 약사로서 시대구분은 왕조별의 구분에 따라 삼국시대 신라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최근대(대한시대이후) 등 5시기로 구분하였으며, 끝에 ‘한국불교사 연표’를 부록으로 붙였다. 그리고 1986년 간행본은 책 이름을 ‘한국불교사개설’로 바꾸고 부록의 연표 대신에 ‘한국종파사 이해’를 넣었으며, 내용도 상당 부분 수정 보완하였으나, 시대구분은 이전의 5시기 구분을 그대로 따랐다. 또한 1997년 간행본은 책 이름을 ‘한국불교사’로 바꾸면서 내용도 상당부분 수정 보완하였다. 그러나 책의 전체적인 체제와 구성은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부록의 ‘한국불교의 종파 역사’도 내용을 약간 보완하여 그대로 넣었다. 따라서 시대구분도 5시기 구분을 그대로 따랐으나, 종래의 왕조별 구분의 편명을 지양하여, 각 시대 불교의 특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제목으로 바꿈으로써 저자의 불교사관을 그대로 나타내 주었다.

첫째 삼국시대의 불교는 ‘초기불교의 국가적 수용과 전개’로 변경하여 삼국시대 왕실을 중심으로 수용한 국가불교(國家佛敎)의 성격을 드러내려고 하였다. 둘째 신라시대의 불교는 ‘민족불교의 완성’으로 바꾸어 통일신라시대가 민족불교의 특성인 통불교(通佛敎)의 완성기였음을 나타내려고 하였다. 셋째 고려시대의 불교는 ‘기양적(祈攘的) 경향의 불교’로 바꾸어 고려 일대의 불교 특성이 기복양재(祈福攘災)·진호국가(鎭護國家)의 불교였다는 점을 드러내려고 하였다. 넷째 조선시대의 불교는 ‘산승(山僧)시대의 불교’로 바꾸어 조선시대 불교의 특징이 산중승단(山中僧團) 일색의 불교였음을 나타내려고 하였다.

그런데 산승시대의 불교는 다시 3시기로 세분하여 제1기 선교양종과 승과가 시행되던 조선왕조 개국부터 명종 20년까지(1392~1565), 제2기 서산대사 휴정의 가풍이 확립되던 명종 21년(1566)부터 서산대사 휴정(1520~1604)까지, 제3기 서산대사의 가풍을 이어가던 고종 34년(1897)까지의 기간으로 구분하고, 제2기와 제3기가 산승불교 시대였다고 하였다. 다섯째 최근대의 불교는 ‘개화(開化) 격동기의 불교’로 바꾸어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고친 광무 원년(1897)부터 1945년 해방될 때까지 불교근대화와 식민지불교화의 시련과정을 드러내려고 하였다. 그런데 개화 격동기의 불교를 다시 2분하여 첫째 국가의 관리와 교계의 자각시대, 둘째 일제하의 교단 정비시대라고 하여 대한제국시기와 일제강점기를 구분하였다. 그리고 해방 이후의 현대불교는 별도로 독립된 편을 설정하지 않고 근대불교에 붙여 내일을 전망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결론적으로 김영태의 한국불교사를 5시기로 나눈 시대구분론은 삼국시대·통일신라시대·고려시대·조선시대·근대 등 왕조별의 구분과 거의 일치되어서 언뜻 보면 불교사 시대구분으로서의 특색이나 의미가 별로 없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최종 1997년의 판본에서 각 시기의 불교의 내용과 성격을 국가불교·통불교·기복불교·산중불교·개화 격동기의 불교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하여 그 특성을 드러냄으로써 한국불교사의 전개과정에 대한 이해의 폭을 크게 넓힌 것으로 평가된다. 다시 말하면 이전의 시대구분론들이 불교의 흥망성쇠, 선종과 교종, 학파와 종파 등 특정한 기준에 의거한 시대구분이었던 것에 비하면 김영태의 시대구분은 좀 더 넓고 다양한 시각에서의 시대구분론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1969년 판본 부록에서의 불교사 연표는 소략하지만은 오늘날까지도 더 진전된 불교사 연표를 내놓지 못한 학계 상황을 고려할 때 그 의의는 결코 적지 않다. 그리고 1986년 판본과 1997년 판본 부록에서의 한국불교의 종파역사 부분도 그 내용에서 논란의 여지가 없지는 않지만, 이 분야에 대한 종합 정리로서 이것만한 것을 아직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최병헌 서울대 명예교수 shilrim9@snu.ac.kr
 

[1410호 / 2017년 10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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