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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수행 홍나정-상

기자명 법보신문

절엔 줄곧 다녔지만 공허
교리 배우며 인연법 눈떠
츰부다라니 주력 푹 빠져

▲ 진여월·51
불교는 어릴 때부터 결혼 후에도 자연스러움이었다.

유년 시절부터 어머니의 손을 잡고 절에 다녔다. 가정을 꾸린 뒤에도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절을 찾아가는 일이 내겐 결코 어색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절에 자주 간다고 생활에 큰 변화가 있진 않았다. 불교를 잘 아는 것도 아니고 부처님 가르침을 새기고 수행을 실천한다고 단언할 수도 없었다. 누구보다 내 경우가 그랬다.

부산 해운대 신시가지에 생활터전을 잡고 가까운 절을 찾아 신행생활을 했다. 초하루면 절에 가서 법회에 동참하고, 부처님오신날이면 매년 연등도 밝혔다. 꾸준히 법회에 참석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함은 설명할 길이 없었다.

불교는 뭔지 모르게 멀게만 느껴졌다. 더 멀어지기 전에 붙잡아야 했다. 불교를 배워 진정으로 삼보에 귀의한 뒤 신행을 이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무렵, 같은 절 도반이 대광명사 불교대학을 소개했다. 시절인연이랄까. 마침 시작된 가을학기 개강소식을 듣고 수강 신청했다. 2012년이었고, 벌써 5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흘렀다.

기분이 남달랐다. 불교대학에서 수업을 듣고 있노라면 ‘이제 막 눈을 뜨는 아기’가 된 느낌이었다. 특히 인연법의 가르침은 가슴 속에 깊고 깊게 와 닿았다. 강의 중에 들었던 “지금 이 순간 스스로 경험하는 상황은 반드시 그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말씀은 유난히 감사했던 인연이다. 차츰 아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어 주었다.

사실 아들은 학업 성적이 그리 좋지 못했다. 결국 인문계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못하고 특성화 고등학교에 가게 되었는데, 아마 그 당시 불교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도 삶에 대한 원망과 아들을 단순히 운명에 따른 인생관으로만 비추고 있었을 것이다.

스스로에게 더 큰 변화를 주기로 했다. 말과 생각만이 아닌 행동과 삶의 변화를 위해 이왕이면 수행도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대광명사 주지 목종 스님이 과제를 던졌다. 첫 수행으로 매일 ‘지장경’ 독송과 ‘츰부다라니’ 주력을 꾸준히 할 것을 당부하고 당부했다. 새벽 4시30분, 눈을 뜨자마자 짧게는 2시간 길게는 3시간 이상 수행으로 일과를 시작했다. 수행을 마치면 아들을 깨워 등교 준비를 도왔고, 아들이 학교에 가고 나면 다시 일상생활을 하면서 츰부다라니를 독송했다.

난생 처음 해보는 주력이라 쉽지 않았다. 츰부다라니 300독을 읊는다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발음이 꼬이는 것은 다반사였다. 쏟아지는 졸음을 주체할 수 없었고 망상은 때를 가리지 않고 찾아왔다. 그래도 포기는 할 수 없었다. 하루, 이틀, 1주일, 몇 달을 지속하다 보니 어느덧 츰부다라니를 읊는 것이 전혀 힘들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 틈틈이 짬나는 시간을 활용해 수행하는 여유도 생겼다. 절반은 아침에 독송하고 나머지는 가사와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때를 이용한다. 설거지를 하거나 청소를 하거나 샤워를 할 때도 읊다보면 하루의 목표 분량을 거뜬하게 완성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수행이 익어가면서 달라지는 마음을 알아챌 수 있었다. 아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점점 희미해졌다. 대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인연법의 이치를 삶의 순간순간마다 적용했다. 생각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아들에게로 이어졌다. 아들은 조금씩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가 시험이 있는 날이면 시키지도 않았는데 합장주를 팔목에 끼고 집을 나섰다. 가끔은 새벽기도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어느덧 시간이 흘렀고, 아들은 대학에 진학했다.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지난 8월 군대에 갔다. 매일 일과수행을 하는 엄마를 봐 와서인지,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을 알아서인지 모른다. 하지만 “나야 당연히 엄마 따라 불교”라며 매주 일요일마다 군법당에 나간다는 아들이 정말 자랑스럽고 고맙다. 특히 군대 복무 기간을 자기 자신을 찾는 여정으로 삼겠다는 아들이 대견하다.

누군가 시켜서 점수에 맞춰 가는 대학과 직업이 아닌 스스로 정말 잘하는 것,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겠다는 희망을 품기 시작한 모습을 보면 부처님의 가피와 원력에 무한히 감사할 수밖에 없다.

[1410호 / 2017년 10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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