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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대학생불교연합회 창립

기자명 이병두

한국불교 현대화 위한 진리의 빛 발원

▲ 1963년 9월22일 대불련 창립식.

1963년 9월 22일 동국대에서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이하 ‘대불련’) 창립식이 있었다. 이 일은 조선시대 500여년의 억불(抑佛)과 일제 강점기의 수모, 해방 이후 이어진 비구·대처의 갈등과 분쟁으로 회생이 어려울 정도로 깊은 상처를 입은 한국불교에 새로운 물결이 흐르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큰 사건이었다.

1963년 9월, 청담 스님 등
승재가 지도자들 대거 동참
수행자 버금가는 결사 실천

이 사진은 이날 창립식에서 대불련 초대회장으로 선출된 신호철(서울대 재학)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는 장면이다. 단상에는 청담 스님 등 대불련 창립을 지원·후원한 스님들과 지도 교수 등이 자리하여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승재가 지도층의 기대가 그만큼 컸다는 뜻이었고 학생들은 어른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힘찬 발길을 이어갔다.

당시 학생들은 ‘창립 취지문’을 통해 현대문명의 위기와 위협받는 인류평화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명을 달성하기 위하여 현대지성의 이성에 맞는 인본주의 종교인 불교를 신앙하여야 한다”면서 “불타의 사무량심에 입각한 우주관과 인생관을 확립하여 홍수같이 밀려오는 서구 문화를 추종만 하고 소화하지 못해서 불안한 한국사회를 극복할 수 있는 사상의 터전이 형성되어야 할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드러내었다.

그러면서 “한국불교의 시대화·현대화를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여야 할 당위적 상황에 새로운 각오와 자체의 수양에 최대한의 노력과 정열을 바쳐야 할 것이다.…<중략>…상구보리하고 하화중생을 교시하신 불타정신의 대원력을 발하여 한국의 기복불교에서 구도불교로, 산중불교에서 대중불교로 이끌어 한국불교 중흥에 젊은 힘을 다하여야 함은 세기적 엄숙한 명령이다”는 사명·바람(發願)과 의지를 불교계 안팎에 선언하였다.

이날 참석자들이 함께 소리 높여 외친 강령에서는 “우리는 진리 빛, 참다운 구도자가 되련다. 우리는 진리 얼, 참다운 생명가치를 구현하련다. 우리는 진리 빛 참다운 복지사회를 건설하련다”라고 밝혀 대학생 불자들의 목표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확실히 하였다.

창립 발기인을 비롯한 대불련 초기 회원들은 연합수련회를 통해 교학을 연마하고 친목을 다졌을 뿐 아니라 봉은사 수도원을 조직하여 출가 수행자에 버금가는 용맹정진을 이어가기도 하였다. 수도원 활동에 적극 참여했던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고려시대 결사에 버금가는 이 일은 당시 봉은사 주지였던 광덕 스님과 박성배 교수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가능했던 일이었다.

한편 서울 망우동 공동묘지에서 정확한 위치조차 알지 못했던 만해 스님의 묘소를 찾아낸 것도 초기 대불련 회원들이었다. 그러나 오대산 상원사로 여름수련회를 다녀오던 고려대 불교학생회원들이 격류에 휩쓸려 큰 희생을 당하는 슬픔을 당한 일도 대불련 역사에서 잊을 수 없는 아픔일 것이다.

당시 동국대 학생으로 여러 대학에 이미 조직되어 있던 불교학생회를 묶어내는 일을 성사시킨 최동수(2011년 타계), 청담·성철·추담·광덕·법정 스님 등 아직까지 그 이름이 빛나는 훌륭한 스님들과 함께 대불련 운영의 재정을 거의 책임지고 삼보장학회를 설립하여 대불련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던 덕산 이한상 거사, 교학 지도와 정신 교육에 온 정성을 바쳤던 이기영·서경수·박성배 교수 등은 초기 대불련 역사에서 꼭 기억해야 할 인물들이다. 무엇보다도 승재가 구별 없이 오로지 젊은 대학생 불교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마음이 맞았던 ‘광덕 스님과 이기영 교수’의 멋진 조화는 오늘날 찾아보기 힘든 모습일 것이다.

몇 년 뒤면 대불련이 회갑을 맞고 창립 회원들의 손자·손녀들이 대학생이 되어 새로운 회원으로 활동할 때가 되었다. 1963년의 ‘초발심’이 앞으로 오래도록 대불련을 지켜주고 한국불교에 희망의 씨앗이 되리라 기대한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10호 / 2017년 10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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