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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절망의 늪에서 꺼내 줄 열일곱 부처님

  • 불서
  • 입력 2017.10.02 11:29
  • 수정 2017.10.0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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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같고 이슬과 같으니’ / 법보신문 엮음 / 모과나무

▲ ‘꿈과 같고 이슬과 같으니’
“어머니는 묽은 미음을 드셨는데 음식물이 자꾸 기도로 들어갔다. 위험한 상황이 더 벌어지기 전에 음식 줄을 코로 통과시켜 위 속으로 연결해야 했다. 어머니의 몸에는 줄이 늘어갔다. 주렁주렁 달린 것이 마치 고달픈 인생이 준 훈장줄처럼 보여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어머니의 몸은 하나씩 기능을 잃어갔다. 어머니의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제행무상·제법무아·일체개고’라는 삼법인의 가르침이 저절로 떠올랐다.(‘어머니를 위한 처음이자 마지막 효도’ 중에서)”

제4회 신행수기 당전작 모음
고난을 맞아 불법 실천하며
꿈과 희망 찾은 신행 이야기

이 세상에서의 인연이 다해가는 모친 곁을 지키던 김승은 씨는 어머니에게 잘못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회한에 젖어 눈물로만 어머니와의 이별을 맞이할 수 없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의사 말을 들으면서 어머니가 이 세상에서 겪은 힘겨웠던 기억들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서방정토에 나기를 서원하며 ‘신묘장구대다라니’ 독송과 사경을 시작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내내 고통에 몸부림치던 어머니가 그 시간만큼은 조용히 바라보며 마치 염불하듯 어린 아기 옹알이처럼 웅얼거리기를 반복했다. 함께 기도하는 듯한 모습 그 자체였다.

그렇게 사경을 시작한 이후로 어머니 상태는 더 이상 악화되지 않았다. 그리고 설날이 다가왔다. 서울에서 내려온 가족들이 함께 올라가기를 바랐지만, 며칠 더 있기로 했다. 마음먹은 108사경을 어머니 곁에서 마치고 싶었다. 마침내 사경을 마치던 순간, 어머니는 그 시간까지 기다렸다는 듯 마지막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그리고 급하게 연락을 받은 자식과 손주들이 다 도착하자 그들의 손을 잡고 편안히 숨을 거뒀다. 승은 씨는 어머니 곁에서 다라니 독송과 108사경을 끝내고 임종을 지킬 수 있도록, 또 어머니가 편안한 모습으로 긴 잠에 들도록 바랐던 서원을 다 이루게 한 부처님 가피에 또다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대한불교조계종 제4회 신행수기 공모전에서 대상인 총무원장상을 수상한 김승은 씨의 ‘어머니를 위한 처음이자 마지막 기도’는 이처럼 세상에 가없는 어머니를 기린 사모곡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가 주최하고 법보신문과 불교방송이 공동 주관한 신행수기 공모 당선작을 엮은 ‘꿈과 같고 이슬과 같으니’에는 이렇듯 인생에 닥친 위기와 고난에서 불법을 만난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통해 역경을 극복하는지 그 과정이 생생하게 담겼다.

▲ 부처님을 향한 지극한 고백을 담은 신행수기는 읽는 이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주는 동시에, 삶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갖게 한다.

신행수기는 또한 불자로서의 이상과 마음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것으로 인욕과 자비, 그리고 불퇴전의 의미를 알아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때문에 공모전에서 상을 수상한 주인공들이 신행수기를 통해 써내려간 신행과 그 마음가짐은 불자의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참된 일인 동시에, 이 시대의 보살행을 여러 도반에게 나누는 일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는 어느 날 느닷없이 찾아와 삶을 송두리째 헤집어 놓은 ‘암’이라는 존재 때문에 슬퍼하고 좌절하다, 믿음과 기도로 떨쳐내고 새 삶을 얻어 봉사와 전법활동에 전념하며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다. 또 교통사고로 차가 완전히 파손돼 폐차가 됐음에도 작은 골절상만 입은 채 부처님 가피를 온몸으로 느낀 이야기도 있다. 뿐만 아니라 군 생활 중 지나치게 자신의 일에 몰두한 나머지 후임병에게 폭언과 욕설을 한 죄로 영창을 가게 된 장병이 “남이 변하기를 바라지 말고 자신이 변하고,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라”는 법사님 말에 삶의 자세를 바꾸게 되면서 불교 인연을 깊이 이어가는 이야기 등 스스로를 변화시키며 위기를 극복하고 꿈과 희망을 일궈가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래서 소설가 남지심은 “내 안의 부처님을 향한 지극한 고백을 담고 있기에 읽는 이들에게 더 많은 공감과 깊은 감동을 준다”며 절망하고 방황하는 현대인들에게 희망의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김호성 동국대 교수도 “불교를 배우는 것은 자기를 배우는 것이며, 자기를 배운다는 것은 자기를 바라보는 것이고 자기를 되돌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에 대해 다른 사람 앞에서 말하는 것”이라며 필독을 권한다.

‘금강경’에서는 “일체 유위법은 꿈과 같고 꼭두각시와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와 같으며 또한 이슬과 같고 번개와 같으니 마땅히 이와 같이 관할지니라”고 했다. 제4회 신행수기 공모 당선작 17편을 엮은 ‘꿈과 같고 이슬과 같으니’는 절망과 비탄만 남았다고 생각할 때, 심지어 죽음을 앞두고도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용기 있는 사람들을 만남으로써 삶에 대한 희망을 찾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게 한다. 그래서 책은 절망의 늪에서 나를 꺼내 줄 열일곱 부처님을 만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1만3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10호 / 2017년 10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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