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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와 미얀마인들의 두려움

  • 기고
  • 입력 2017.10.02 12:10
  • 댓글 12

불교는 기본적으로 모든 종류의 폭력에 반대한다. 또한 불교는 이분법적 태도에 반대하고 모든 생류들에 대해서 한결같은 자비심을 가질 것을 요청한다. 하지만 최근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력사태에 있어 불교는 사태를 악화시키는 요소로서 독실한 불교신자이며 민주화 운동 지도자로서 존경받았던 아웅산 수지와 함께 엄청난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사태를 단순히 인도주의적 차원에서만 보기에는 역사적인 문제의 뿌리가 너무나 깊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너무나 멀어 보인다.

라카인주는 원래 아라칸으로 불렸는데 아라칸 산맥이 이 지역을 미얀마 중심부와 완전히 단절하고 있어 오랫동안 언어적 문화적으로 독립적인 지위를 누려왔다. 한때 아라칸은 인도불교가 동남아시아로 전파되는 통로로써 역할을 하기도 했고, 불교와 이슬람이 지배층의 종교로서 공존했던 먀웃우 왕국을 성립시키고 뱅골만의 해상무역을 지배하기도 했다. 하지만 1784년 콤바웅 왕조의 침입으로 완전히 미얀마에 편입되었고, 제1차 미얀마·영국전쟁의 결과로 1826년부터 영국령 인도의 일부가 되었다. 아라칸의 주류는 티베트버마계 라카인으로 인도계 이주민들인 로힝야와 대립하고 있다. 로힝야는 ‘신의 축복을 받은 사람’이란 의미로 중세 아라칸 무슬림들이 스스로를 라카인과 구분할 때 사용했던 용어다. 영국 식민지시절 아라칸은 세계 최고의 쌀 생산지였고 벵갈 남부 치타공으로부터 수많은 인도인들이 아라칸으로 이주해 들어와 쌀농사에 투입되었다.

이 시기 인도계 이주민들은 실제적인 지배층으로서 아라칸의 쌀 생산과 수출에 주도권을 행사했다. 2차 대전 때 일본군이 아라칸으로 진주하자 로힝야는 영국군의 편에 서서 아라칸 북부지역으로 이동했고 라카인은 아라칸 중남부에서 일본군에 협력했다. 전후 인도가 혼란해 졌을 때 많은 불법 이주민들이 아라칸 북부지역으로 유입되었는데, 정착 인도계 주민들은 스스로를 로힝야로 규정하고 불법 이주민들을 벵갈리로 부르며 자신들과 구분하려 했다. 미얀마가 독립되었을 때 로힝야는 미얀마 소수민족으로 인정받았지만 미얀마 군부는 로힝야의 권한을 점차적으로 제한했다. 그리고 1982년 새로운 국적법을 도입하면서 아라칸의 모든 인도계 주민들을 로힝야가 아니라 벵갈리로 규정되었고 불법 이주민으로서 시민권이 제한되었다. 

끊임없는 미얀마 군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로힝야 무슬림 인구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오늘날 100만여명의 로힝야 무슬림들이 아라칸 북부에 집중되어 있고 지역 주민의 90%에 달하고 있다. 전체 라카인주 인구를 310만명 정도로 보았을 때 약 100만 정도로 추정되는 방글라데시, 인도,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 흩어져 있는 난민들을 포함한다면 로힝야 무슬림들은 이미 아라칸 인구의 과반을 넘어 버렸다. 사실상 무슬림의 폭발적인 인구 증가는 주변 국가들에게 공포로 자리 잡고 있다. 인도 북동부 아쌈 주의 경우 수많은 불법이주민들이 방글라데시로부터 유입되면서 무슬림이 과반을 넘겨 버렸다. 그런데 아쌈 무슬림의 3분의 1이 불법이주민이란 사실은 로힝야 무슬림을 바라보는 미얀마 주류의 차가운 태도를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아라칸에서 인도와 미얀마가 만났고 이슬람과 불교가 만났다. 식민지시절 아라칸의 주류였던 로힝야 무슬림들은 식민지가 종식된 이후에 되돌아가지 않았다. 오히려 인도계 무슬림 인구 유입은 계속되었고 산아 제한을 하지 않는 이슬람의 특성과 맞물려 로힝야 무슬림 인구는 엄청나게 증가했다. 아라칸에서 로힝야 무슬림 인구증가는 오늘날 아라칸의 주류로서 대부분이 불교도인 라카인을 압도한다. 이러다가는 아라칸에서 불교도들은 사라지고 무슬림들만 남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공포가 미얀마 주류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오늘날의 문제는 식민지시절부터 이어져온 뿌리 깊은 적대감과 이주민의 폭발적인 증가 속에서 사라져가는 자신들의 정체성과 이슬람의 급속한 팽창 속에서 불교를 지켜야 하는 의무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황순일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sihwang@dgu.edu

[1410호 / 2017년 10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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