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교 적폐” 외치는 그들, 불자가 맞나

  • 기자칼럼
  • 입력 2017.10.03 18:49
  • 수정 2017.10.09 14:39
  • 댓글 65

[기자칼럼]조장희 기자

조계사 일주문에 계란 투척하고
스님 향해 “
XX놈, 지랄” 막말
예수 사진에 ‘묵주’ 여성도 동참
불교개혁 정당성은 불법과 신심
그렇지 않으면 불교 병들게 할 뿐

▲ 조계사 내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면 난입한 적폐청산시민연대 회원들이 스님을 향해 “XX놈” “어디서 지랄이야” 등 욕설을 퍼부었다. 이런 가운데 예수 사진과 묵주를 착용한 적폐청산시민연대 회원이 이 상황을 동영상 촬영하고 있다.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가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비방하는 광고를 일간지에 게재하면서 선거개입은 물론 불자가 맞냐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전국선원수좌회, 실천불교전국승가회를 비롯한 기존 불교단체들이 10월11일 예정된 범불자결집대회의 불참을 선언하고 나섰다. 불자연대가 아닌 ‘시민연대’를 표방하면서 종교성이 모호한 이들이 ‘불자’ 결집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타당한 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겠지만 이들의 활동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일찍부터 있어왔다.

이들은 ‘조계종의 적폐를 청산하고 청정한 승가공동체 회복과 민주적 종단운영’을 내세우며, 지난 7월말부터 매주 목요일 보신각에서 집회를 벌이며 종단대표자를 구속시키라는 과격한 구호를 쏟아냈다. 종단 질서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종헌종법을 불태웠던 이들은 매주 목요일 집회와 더불어 10여 차례의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종단 집행부 및 특정 총무원장 선거 후보 등을 비방하고 나서기도 했다.

9월21일에는 전직 조계종 호계위원 스님 횡령 혐의 경찰 수사 의뢰와 더불어 특정 총무원장 선거 후보에 대해 사기죄 및 경범죄 처벌법 위반 고발조치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준비하던 적폐청산연대는 돌연 조계사 앞에서 들려오는 염불소리가 크다는 핑계로 조계사 안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며 조계사로 난입했다.

우발적인 행동에 조계사 종무원들과 스님, 총무원 직원들과 호법부 스님들이 나와 제지했지만 이들은 “승복만 입으면 스님이냐, XX놈, 어디서 지랄이냐. 야 저팔계” 등등 스님들을 밀치며 막말을 해댔다. 게다가 이런 모습을 이교도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핸드폰 영상으로 찍고 있었다. 여성의 핸드폰 케이스에는 놀랍게도 예수 그림이 부착돼 있었고 검지 손가락에는 묵주반지를 끼고 있었다. 문제는 이 여성이 지나가다가 조계사에 들어온 일반인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적폐청산연대 활동을 해왔다는 데 있다. 조계종 적폐를 외치는 이들은 신부나 목사까지 끌어들여 불교계를 비난하는 일을 서슴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적폐청산연대도 조계종 적폐를 청산한다면서 스님에게 막말을 하는 것을 비롯해, 이교도와 함께 한다는 것에 전혀 문제의식조차 갖고 있지 않아 보인다.

더 심각한 것은 9월28일 조계사 계란투척사건이다. 9차 보신각 집회를 마치고 우정국으로 이동하던 중 집회 참가자 내부에서 조계사 일주문을 향해 돌연 계란 10여개가 날아왔다. 이들이 던진 계란으로 조계사 일주문 곳곳이 얼룩졌고, 종무원과 스님들의 몸에도 맞았다. 날계란을 준비해 온 것으로 볼 때 의도했던 훼불행위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조계사 한 스님은 “조계사를 찾는 다른 종교인들도 일주문 앞에서 부처님을 향해 머리를 숙이는 데 불자가 맞다면 어떻게 계란을 던질 수 있느냐. 저들은 도저히 불자라고 볼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재가불자는 청정승단이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불교교단의 버팀목이었다. 스님들이 수행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보시를 하는 한편 승가가 위의를 지킬 수 있도록 감시하는 역할도 담당했다. 동시에 세간에서 불법을 실천하며 공덕을 쌓아 성불을 향해 나아가는 깨달음의 주체이기도 했다. 재가불자의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불교교단이 2500여년의 전통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계종 적폐청산시민연대의 활동은 긴 불교사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승단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조장희 기자

비판없는 사회는 병들기 마련이다. 이는 불교계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불교 내부의 개혁은 부처님 가르침과 신심을 바탕으로 해야 정당성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불교의 위상을 훼손하고 상처만 깊게 할 뿐이다. 적폐청산시민연대는 그들 자신부터 누구보다 불자다워지려 노력해야 한다. 또한 이교도들과 손잡고 벌이는 비불교적 발언과 행동들로 불교를 멍들게 하고 있는 자신들의 적폐부터 돌아보고 청산해야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불교적폐”를 외치는 그들 스스로가 어느 순간 “불교적폐”로 전락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410호 / 2017년 10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