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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판한(擔板漢)

외골수들의 적폐청산

선가에 담판한(擔板漢)이라는 말이 있다. 커다란 널빤지를 등에 짊어진 사람이라는 뜻인데, 한쪽 면만을 보고 전체를 보지 못하는 외골수들을 이르는 말이다. 등에 널따란 널빤지를 짊어지면 고개를 아무리 돌려도 뒤를 볼 수 없다. 주변을 살피지 못하고 오로지 앞만 볼 수 있기에 담판한은 자기 확신이나 편견에 사로잡혀 일방통행으로 흐르기 쉽다. 그래서 선가에서는 고정관념이나 행위에 골몰하는 담판한을 크게 경계했다.

10월12일 35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가 끝났다. 설정 스님과 수불 스님의 양자대결에서 설정 스님이 당선됐다. 선거인단 319명 가운데 설정 스님은 234표를 받았고 수불 스님은 82표를 획득했다. 사실상 설정 스님의 압승이었다. 그러나 선거결과에 승복하고 새로운 총무원장으로서의 장도를 축하하는 훈훈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냉랭한 분위기 속에 무서운 저주의 말들이 오가고 있다.

조계종이 총무원장 선출에 있어 선거라는 제도를 가져온 이상 이기고 지는 싸움은 불가피하다. 같이 공부하고 수행했던 스님들이 서로 갈려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선거는 이제 끝났다. 그럼에도 도반으로서의 살가운 모습들을 찾아볼 수 없다.  

이번 총무원장 선거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 혼란스러웠다. 선거가 임박해서 갑자기 신부·목사들까지 나서서 불교계를 적폐로 몰며 소동을 벌였고, 자칭 촛불법회를 벌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조계사에 달걀을 던지고 묵주를 차고 절에 들어와 욕설을 퍼붓는 황당한 일들이 벌어졌다. 선거과정도 혼탁했다. 선거가 시작되자마자 상대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한 온갖 비방과 협잡이 판을 쳤다. 이에 따른 허위사실과 명예훼손에 대한 줄소송이 예고되고 있다. 상대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도덕적 우위에 서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기전과자나 파렴치범, 이교도들까지 가세해 적폐청산을 외치는 것은 스스로의 도덕적 입지를 허무는 일이다. 다른 사람의 허물은 잘 보지만 자신의 허물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담판한이 되지 않도록 함께 경계해야 할 일이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11호 / 2017년 10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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