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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까지 들이닥친 천도재 장사꾼

  • 기자칼럼
  • 입력 2017.10.16 14:42
  • 수정 2017.10.16 15:36
  • 댓글 4

추석 무렵 일이다. 법보신문 전북지사가 위치하고 있는 전북생명평화센터에 낯선이가 찾아왔다. 먼저 인사를 꺼낸 남성은 “전북생명평화센터 사무실과 마주보고 있는 바로 옆 200여평 사무실 공간을 몇 달간 임대하려 한다”고 했다. 이어 “사무실 주인이 이곳도 같은 불교단체라고 이야기해서 인사를 왔다”며 “앞으로좋은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사뭇 점잖게 이야기했다.

마침 사무실에 있었던 유지원 전북불교네트워크 부설 자연음식문화원장은 심상치 않은 예감에 “어떤 일을 하시냐”고 물었다.

“전남에 있는 일월사 포교당인데 조상님을 위한 위패를 모시도록 홍보하는 포교당입니다.” 아연실색한 대답에 어이를 잃고 바라보는 유 원장의 표정을 눈치 못 챘는지 이 남성은 “전주에 여러 곳을 운영하고 있는데 중앙시장에 있는 포교당도 제가 하는 곳”이라며 자랑까지 해댔다.

처음 유 원장은 “포교당을 운영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장소”라며 만류했다. 하지만 이 남성은 접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계속 고집을 부렸다. 나중에는 “왜 이곳에서 포교당을 하지 말라고 하느냐? 어차피 임대하기로 사무실 주인과도 다 이야기가 됐다. 사이좋게 지내려고 찾아 왔는데 텃세를 부리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던 유 원장이 “여기가 무슨 사무실인줄 아느냐? 당신 같은 사람들이 유사포교당 만들어 위패장사 못하도록 감시하고 신고하기 위해 불자들이 연대활동하는 곳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야 말았다. 그제야 화들짝 놀란 그는 전화를 받는 척 허겁지겁 사무실을 나가버렸다.

지난 7월 법보신문이 보성 일월사의 행태를 고발한 ‘위패 안 모시면 남편 죽는다’ 제하의 기사가 보도된 후 유사포교당 때문에 피해를 입은 많은 사람들의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취재와 보도로 적지 않은 성과도 낳았다. 대불청 전북지구청년회는 지난해 부안에서 의령 수암사 포교당을 철수시켰고, 전주에서는 항의집회와 캠페인 등을 통해 유사포교당 근절을 위한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도 또 다른 유사포교당을 차리기 위해 자리를 물색하고 다니는 이들이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는 현실을 보면 아직도 유사포교당 근절의 길은 멀고도 험난해 보인다.

▲ 신용훈 기자
조계종이라는 명칭으로 어르신들을 현혹하고 부처님을 팔아서 장사를 하다 3~6개월 만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유사포교당. 지역불자들의 피해가 더욱 커지지 않도록 모두의 관심과 지속적인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신용훈 전북주재기자 boori13@beopbo.com

 

 


[1411호 / 2017년 10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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