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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중국 샤먼에서 만난 어린이

기자명 성원 스님

아이같이 미래만 생각하는 불교되길

 
어른들은 어린이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어린이들도 어른들의 모순된 말과 행동을 이해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른들이 지은 어린이 노래와 동시를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지만 어린이가 지은 동심의 세계를 따라가기는 아무래도 힘든 것 같다.

중국에서 만난 어린아이
처음엔 인사 완강히 거부
잠시 후 언제 그랬냐는 듯
과거 집착말고 미래 봐야

어릴 때 불렀던 ‘앞으로’라는 노래를 가끔 불러본다. 가사가 마음에 든다. 어린이가 쓴 것은 아니겠지만 어린이의 심정을 어쩌면 이렇게 잘 표현했는지 모르겠다. 어릴 때 ‘지구가 둥글다’는 이 가사를 듣고 무척 놀랐다. 정말 자꾸 걸어가다 보면 온 세상 모든 것을 다 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에 너무나 신기했다.

지금도 세상 많은 곳을 다니고 있다. 온 세상 어린이들을 만나 볼 때마다 항상 생각나는 것은 우리나라 어린이와 조금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중국 샤먼에서 열린 차전람회장에서 만난 이름 모르는 어린아이도 처음에는 잠시 어색함을 보이다가 금새 합장까지 하고 인사를 나눈다. 처음에 부모들이 친하게 인사 나누기를 요구했지만 아이는 막무가내였다. 하지만 금방 친해지자 본인이 더 적극적이다.

우리들이 갖고 있는, 우리들이 먼저 인식해 버린 관점들로 인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잃어버리는지 모르겠다. 물론 세상에 누구와도 말을 걸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쩌면 정신이상자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그렇게 쉽게 인사 나누고 얘기 한다는 것이 무슨 큰 문제가 될 것인가. 그러나 어른들은 상상의 나래의 한계로 인해 많은 사람들과 이웃처럼 살지 못하게 된다.

어른이 되면 아이들보다 궁금한 것이 적다. 어린아이들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알고 싶어 하기 때문에 그 상대가 누구든 어떤 환경이든 자꾸 접근하려 한다. 거대한 중국의 차전시장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마침 곁에서는 국제불교전람회가 함께 열리고 있어 스님들의 왕래가 더욱 많았다.

중국스님들도 한국스님들처럼 차를 많이 마신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산사에서는 차보다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커피를 좋아했는데 요즘은 전혀 마시지 않게 되었다. 내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인지 그냥 내 몸이 커피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너무 많이 바뀌어 가고 있음에도 우리는 나이가 들면 ‘보수’를 고집한다.

나는 어린아이들이 좋다. 내가 어린 아이가 되지 못하는 것을 동경해서인지 나는 어린아이가 좋다. 우리들의 과거가 나를 얼마나 통속적으로 만드는지 어린아이들을 볼 때마다 느낄 수 있다. 과거가 일천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어린아이들은 지난일로 고집을 피우는 일이 적다. 새로운 것을 얘기하면 금방 받아들인다. 이곳에서 만난 그 아이도 처음 낯선 외국스님이 함께 사진을 찍으려 할 때 완강히 거부하다가 몇 분 지나지 않아서는 누구보다 더 친한듯이 다정하게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어 주었다.

며칠 전 우리 종단을 책임지고 운영해 나갈 총무원장이 새로 뽑혔다. 선출하는 과정에서 정말 상상할 수 없는 비난과 모략이 난무했기 때문에 많은 승가대중뿐 아니라 불자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이제 새로 시작하는 집행부는 어린아이같이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밝은 미래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과거가 우리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름다운 미래의 등불을 밝혀 주는 것 외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니어야 한다. 과거가 비춰주는 미래의 등불만이 과거도 아름답게 해 줄 것이다.

많은 스님들이 새로운 총무원장이 과거의 잘잘못을 뒤지면서 미래의 빛을 어둡게 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과거로 인해 앞날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과거가 별로 없는 어린아이들의 미래가 더욱 밝은 것은 과거에 연연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원 스님 sw0808@yahoo.com
 


[1411호 / 2017년 10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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