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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한국불교사 시대구분론 ⑤

일본의 한국불교연구, 왜곡된 식민사관 벗어났지만 여전히 빈약

▲ 중국불교사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였던 가마타 시게오는 만년에 한국불교 개설서도 집필했다.

1945년 해방된 이후 일본인 학자들의 한국불교사 연구 활동은 전반적으로 침체를 면하지 못하였다. 일제강점기에 활약하던 연구자들에 의해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였다. 이들 일본인 학자들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로 들 수 있는 것은 다카하시 토오루(高橋亨)와 에다 토시오(江田俊雄) 등 2인이었다. 이들은 당대 한국인 학자들에 견주어 수준 높은 업적을 내고 있었으나, 역사인식의 면에서는 여전히 식민지사관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시대적 한계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인도·중국·일본 중심의
‘삼국불교전통사관’ 틀
1970년대부터 탈피 시작

일본의 전후 2세대 학자
가마타 시게오 등 3인
한국불교 독자 영역 설정

식민사관·삼국사관 입각
앞선 세대 불교인식 비판
동아시아서 중요성 강조

왕조별 구분 못 벗어나고
내용과 연구 빈약은 계속

우리학계 인식수준 반영
변화에 상당한 시일 필요

식민지불교사관의 기반을 제공한 이른바 삼국불교전통사관(三國佛敎傳通史觀)에 의거해 한국불교를 중국불교의 틀에 포함시켜 다루는 것은 1970년대까지 일본 불교학계의 일반적인 경향이었다. 1976년 나카무라 하지메(中村元) 등이 편집한 ‘아시아불교사’ 20권은 인도편 6권, 중국편 5권, 일본편 9권으로 편성하고, 기타 지역과 국가의 불교는 모두 인도·중국·일본 등 세 나라에 각기 부속시켰다.

한국불교는 ‘중국편 Ⅳ’에서 동아시아 여러 지역(한자문화권의 나라들)의 하나로 위치시켜 중국불교에 예속시켰다. 한국불교편은 타이완(臺灣)·홍콩(香港)·베트남·오카나와(琉球) 등 지역의 불교와 함께 ‘조선반도의 불교’라는 제목으로 편성되었다. 집필자는 사토미치 노리오(里道德雄, 1937~1995)였는데, 그는 원래 중국의 지론종(地論宗)을 전공한 학자였다. 사토미치는 한국불교사를 삼국시대·신라시대·고려시대·이조시대·현대 등 5시기로 나누었으며, 특히 현대불교는 1945년 일제강점부터 1970년대까지 다루었다. 전통적인 왕조별의 구분에 의거한 시대구분이었고, 내용면에서도 별다른 특징은 없지만, 전후 일본인 학자에 의해 집필된 최초의 한국불교통사로서의 의의를 가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거의 같은 시기 한국학계에서 간행된 ‘한국문화사대계 Ⅵ’(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 1970)에서 고대불교사·조선불교사·근대불교사 3편으로 나누어 서술하고, 고려불교사와 1945년 이후의 현대불교사를 제외시키지 않을 수 없었던 한국 불교사학계의 연구자 부족과 연구 상황의 부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해방된 이후 한동안 주춤하였던 일본인 학자들에 의한 한국불교사 연구는 1970년대 들어서서 다시 새로운 세대에 의해 본격적인 연구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한국불교사 인식에서도 상당히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어 중국불교나 일본불교와 구분되는 한국불교의 특성이 여러 각도에서 지적되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그때까지 한국불교를 중국불교의 일부분으로 다루어 오던 것을 비판하고, 한국불교를 독자적 영역으로 설정할 것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나아가 아시아 불교사를 인도·중국·일본 3국 중심으로 이해하는 이른바 삼국불교전통사관을 비판하고 각국 불교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바뀌어갔다.

일본인 불교학자로서 이러한 불교사 인식의 변화에 상응하여 구체적인 업적을 발표한 대표적인 학자로는 에타니 류카이(惠谷隆戒, 1902~1979)·다무라 엔쵸(田村圓澄, 1917~)·가마타 시게오(鎌田茂雄, 1927~2001) 등 3인을 들 수 있는데, 일본의 전후 제2세대의 학자로 분류될 수 있는 인물들이었다. 이들은 일제강점기에 성장하였으나, 주요한 학문적 업적은 해방 뒤인 1945년 이후에 이루어졌다. 이들은 본래 일본불교사나 중국불교사를 전공하였으며, 부수적이지만 한국불교사에도 관심을 기울여 한국불교사의 특성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그 결과 식민지사관과 삼국불교전통사관에 입각한 앞선 세대의 불교사 인식을 비판하고, 동아시아 불교사에서 차지하는 한국불교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들은 식민지사관을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 다리의 역할을 한 세대라고 평가할 수 있다.

▲ 가마타 시게오의 ‘조선불교사’
이들 3인 가운데 가마타 시게오는 중국불교사, 특히 중국화엄사상사를 전공한 학자로서 한국불교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70년 한국사찰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면서부터였다. 그에게 한국불교사 분야는 부수적이라고 할 수 있으나, 한국불교사에 대한 그의 연구 성과는 일본학계의 한국불교사 인식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오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한국인 학자들에게 미친 영향도 적지 않았다.

가마타 시게오의 한국불교사 관련 업적으로는 ‘조선불교의 사(寺)와 역사’(1980)·‘조선불교사’(1987)·‘신라불교사서설’(1988) 등의 저서를 비롯하여 균여의 ‘화엄교분기원통초’의 주석과 ‘화엄학’ 관계의 많은 논문이 있다. 그 가운데 특히 ‘조선불교사’는 한국불교사의 개설서인데, 그 서문에서 한국불교의 역사적 성격을 호국불교·종합불교·복잡성 등으로 규정하면서 한국불교는 중국불교의 단순한 모방이 아니며, 중국불교를 일본에 전하기 위한 다리 역할을 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고 평가하였다. 그리고 이 책의 맺음말에서는 집필의 동기가 한국불교를 경시해 온 일본학계의 그릇된 경향을 바로 잡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가마타 시게오의 불교사 인식은 일본의 식민지사관, 그리고 나아가 식민지불교사관의 근거가 되었던 삼국불교전통사관에서 벗어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불교사’에서는 한국불교사를 5시기로 구분하여 고대 삼국의 불교·통일신라의 불교·고려의 불교·조선의 불교·현대 한국의 불교 등으로 장절을 설정하였다. 전통적인 왕조별의 구분을 그대로 따르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데, 일제강점기의 불교는 별도로 독립시켜 근대불교를 설정하지 않고 조선의 불교에 포함시켜 ‘사찰령과 30본산제도’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항목을 붙이는데 그치었다. 그리고 현대한국의 불교는 중요한 교단(종파)을 나열하고, 간단한 설명을 부치는 것으로 그치는 대신에 불교미술·불교의례·사찰 등의 항목을 들었다. 식민지불교사관에서 벗어나 한국불교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평가하겠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제강점기의 일본불교의 침투와 식민지불교의 성격, 그리고 해방 뒤의 식민지불교 잔재 청산 등의 불편한 문제에 대해서는 애써 눈을 감을 수밖에 없는 한계성을 나타내 주었다.

가마타 시게오는 ‘조선불교사’에 앞서 ‘중국불교사’(1978)를 간행한 바 있었는데, 이 책은 중국불교사에 대한 개설서로서는 가장 뛰어난 명저로 평가되며, 중국불교사의 필독 입문서로서 널리 읽혀져 오고 있다. ‘조선불교사’는 그에 견주어 상대적으로 체제가 정비되지 못하고, 내용이 충실하지 못한 아쉬움이 없지 않은데, 중국불교사의 전공자로서 부수적으로 한국불교사 이해를 추구하는 저자의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일이었을 것이다. ‘중국불교사’에서의 중국불교사 시대구분론은 한국불교사의 시대구분론에도 시사되는 바가 없지 않기 때문에 참고로 제시해 보겠다.

‘제1부 전래와 수용-후한·삼국의 불교, 제2부 발전과 정착-동진·남북조의 불교, 제3부 완성과 성대-수·당의 불교, 제4부 실천과 침투?송·원이후의 불교’

한편 2010년 나라 야스아키(奈良康明)·오키모토 카츠미(沖本克己)·스에키 후미히코(末木文美士)·이시이 코세이(石井公成)·시모다 마사히로(下田正弘) 등 새로운 전후 제3세대의 학자들에 의해 편집된 ‘신(新)아시아불교사’ 15권은 체제 면에서 상당히 변화된 모습을 보여 주어 주목된다. 인도불교 3권, 중국불교 3권, 일본불교 5권 등으로 편성하고, 기타 지역의 불교 4권은 각기 그 사이 사이에 독립시켜 배당하였다. 한국불교는 제10권 ‘한자문화권으로의 확산(조선반도·베트남)’에 편입되었는데, 체제상 외형적으로는 중국불교의 일부에서 벗어나 독립된 것으로 되었다.

특히 이시이 코세이가 쓴 서문에서 “본권은 ‘한자문화권으로의 확산’이라고 제목을 붙였지만 확산뿐만이 아니고 중국과 주변 여러 나라의 상호영향이라고 하는 점에도 중점을 두었다”라고 밝히고, 인도→중국→일본의 도식으로 이루어진 전래설과 일본을 대승불교의 완성지로 인식하는 삼국불교전통사관을 비판하였다. 그리고 아시아의 실제 불교사는 다양한 특색을 가진 여러 나라, 여러 지역 사이의 복잡한 상호교류와 상호영향의 역사였다고 결론지었다.

‘신아시아불교사’는 전후 제3세대의 학자들이 편집을 담당하고, 제4세대의 학자들이 집필자로 참여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끄는데, 한국불교사 부분의 집필자로 참여한 인물은 한국 고대불교사 전공의 후쿠시 지닌(福士慈捻), 고려불교사 전공의 나카지마 지로(中島志郞), 한국 화엄학 전공의 사토 아츠시(佐藤厚) 등과 기타 한국인 학자 3인이다. ‘신아시아불교사’ 권10의 한국불교사의 체제는 제1장 불교수용과 민간신앙, 제2장 통일신라시대의 불교, 제3장 고려대장경의 배경, 제4장 조선시대의 불교(통합과 탄압), 제5장 한국근대불교(근대화와 독립의 길), 제6장 조선반도의 불교미술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한국불교사를 삼국시대·통일신라시대·고려시대·조선시대·근대 등 왕조별의 구분을 그대로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각 장절의 제목은 각기 그 시기 불교의 특징을 나타내려는 고민을 보이고 있는데, 일관된 이해체계를 이루지 못하고 혼란된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또한 전체적인 내용은 이전 1976년 간행의 ‘아시아불교사’의 그것에 견주어 집필자의 수와 지면이 크게 증가되었고, 새로운 연구 성과를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그러나 불교사 인식과 서술 내용 등의 면에서 상당히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나 일본의 것과 비교했을 때, 연구자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그 서술내용이 빈약하고 이해수준이 낮아 아직은 중국불교의 주변적인 위치라는 이해의 틀에서 본질적으로 달라지지는 못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신아시아불교사’ 15권 가운데 인도·중국·일본에 대한 서술분량이 11권을 점하여 세 나라 중심으로 되어 있으며, 일본불교가 5권인 반면에 한국불교는 베트남불교와 합쳐져 1권에 불과하여 아직 삼국불교전통사관에 입각한 불교사 인식의 본질적 변화와 그에 걸맞은 구체적인 성과가 이루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요구될 것으로 본다.

더욱이 적은 지면을 채운 한국불교사의 이해체계와 서술내용도 혼란스럽고 빈약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였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한국불교사의 시대구분론에 대한 논의는 우리 학계의 불교사 인식수준의 문제이고, 동시에 일관된 이해체계 수립의 문제임을 재삼 강조하고자 한다.

최병헌 서울대 명예교수 shilrim9@snu.ac.kr
 


[1412호 / 2017년 10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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