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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동국역경원 개원

기자명 이병두

“고려대장경 전부를 한글로” 발원하다

▲ 1964년 7월 21일 동국역경원 개원식.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대한불교 조계종은 1962년 4월 통합종단 출범 이래 부처님의 가르침인 경전을 우리 글로 번역하여 불자들은 물론 일반 대중들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역경’을 ‘도제양성·포교’와 함께 종단의 ‘3대 지표’ 중 하나로 설정했다.

1964년 7월21일 30년 추진
역경은 통합종단의 3대지표
예산·인재부족 가장 큰 역경

그러나 “고려대장경을 모두 우리 말 ·우리 글로 풀어내겠다”는 원력은 있었지만 막상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재정 능력과 인적 자원은 거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1964년 7월 21일 운허 스님을 초대 원장으로 동국대학교 부설 ‘동국역경원’을 설립하여 역경(譯經)의 배를 띄웠다. 그러나 이 역경호(譯經號)의 항해는 거센 풍랑이 몰아치는 망망대해를 홀로 힘들게 헤치고 나가야 하는 역경(逆境)의 연속이었다. 위 사진은 ‘역경원’이 험난한 항해의 출발을 알리는 개원법회 직후 찍은 기념사진이다.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앞줄 가운데의 청담 스님을 비롯한 참석 대중들의 얼굴에서는 굳은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설립 당시 역경사업은 총 경비 1억5000만원을 책정하여 30년의 장기 계획으로 출범했다. 출범할 당시의 계획은 시대에 맞는 문체와 체제를 갖추어 난해하고 잡다한 술어의 통일을 기할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해인사에 소장된 총 6800여권의 고려대장경을 국역하여 한글대장경으로 간행함으로써 민족문화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부수적으로 팔리어 경전과 역사적으로 유명한 고승들의 언행록도 아울러 번역 간행하여 학계는 물론 일반에게 널리 알릴 계획도 수립하였다.”(‘민족문화대백과사전’)

계획은 이처럼 거창하였지만 역경원은 설립 초반부터 난관에 봉착한다. 출범 당시의 예상을 크게 넘어서는 예산 확보도 문제였지만 불교 경전을 우리말과 글로 옮길 수 있는 인재가 거의 없었던 것은 더 큰 문제였다.

우선 급하게 한문 독해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서 초벌 번역을 맡길 수밖에 없었는데 심지어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을 “남쪽에는 아미타불이 없다”고 옮긴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 이 역경원의 항해가 얼마나 큰 어려움을 안고 이루어졌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역경원은 1965년 6월 ‘한글대장경 제1집 장아함경’ 4000부를 간행한 이래 1966년에서 1973년까지 국고 지원을 받아 한글대장경 총 67책을 발행하고 1985년까지 총 100집을 간행한 뒤 몇 차례 부침을 겪은 끝에 2001년 총 318권의 한글대장경을 간행함으로써 계획했던 역경 사업은 일단락되었다.

이제는 “한글대장경을 일반 대중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인터넷으로 서비스하면서 한글대장경과 고려대장경을 1대1로 매칭하여 서비스하는 ‘통합대장경 서비스’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는 한편 “고려대장경에 포함되어 있지 않는 한국불교전서를 비롯한 그 밖의 한문불전 등을 모두 한글로 번역한다”는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반세기가 넘는 역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능한 역경사(譯經士)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예산을 국고 지원에 의존하고 있어 이 역경이 이름만 조계종의 ‘3대 지표 중 하나가 아니었나’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막상 간행된 ‘한글대장경’의 활용이 별로 없는 것이 역경원이 안고 있는 더 큰 과제일지 모른다. 해외는 말할 것도 없지만 국내 학자들도 논문을 쓸 때 이 ‘한글대장경’을 인용하고 출처를 밝히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수십년 동안 국민 세금을 크게 지원받아 시행한 사업의 효과가 없이 묻혀 버릴까 걱정스럽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12호 / 2017년 10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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