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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위야그리 자타카-상

호랑이 살리려고 먹이가 된 부처님

▲ 동국대 박물관 보협인탑 중앙의 위야그리 자타카(Vyāghrī Jātaka).

비록 남방불교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북방불교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자타카로 위야그리 자타카(Vyāghrī Jātaka))가 있다. 일반적으로 ‘배고픈 암호랑이 이야기’로 알려져 있으며 키질과 돈황에서 수많은 벽화로 남아있고 한국, 중국, 일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중앙아시아와 동아시아에서 나타나는 위야그리 자타카 벽화들은 한역 ‘금광명경’의 ‘사신품’에 나타나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이고 마투라나 아잔타에서 나타나는 북인도 위야그리 자타카 벽화들은 아리야슈라의 자타카말라에 나타나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 2가지 버전은 전생의 부처님이 상상을 초월하는 자기희생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부처님의 신분과 자기희생의 방식 등에 있어서 몇몇 흥미로운 차이를 보여준다. 

굶주리고 지친 암호랑이
자신의 새끼 먹으려하자
스스로가 먹잇감 되다

아리야슈라는 배고픈 암호랑이 이야기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고, 자신의 자타카말라를 위야그리 자타카로 시작하고 있다. 한때 부처님은 훌륭한 브라만 집안에서 태어나서 ‘웨다(Veda)’를 공부하고 뛰어난 브라만으로 성장했다. 학문이 깊어가면서 점차적으로 세속적인 삶에 대한 집착을 끊게 되었고, 출가수행자로서의 길을 가게 되었다. 이후 수많은 제자들이 그를 따르게 되었다.

하루는 자신의 제자인 아지타(Ajita)와 함께 숲으로 산책을 가게 되었는데 산속의 동굴 앞에서 새끼를 낳고 너무 힘들어서 움직일 수조차 없게 되어버린 암호랑이를 발견하게 된다. 배고픔에 눈이 움푹 들어간 암호랑이는 야위어 있었고, 엄마 품에서 애타게 젖을 찾는 새끼들을 마치 먹을거리를 보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이 모습을 바라보던 브라만 수행자는 마음으로부터 온몸의 휘감는 자비심을 느끼게 되었고, 자신의 속내를 숨긴 채 조용히 아지타에게 말했다.

“아지타여, 삶과 죽음이란 정말 하찮은 것이다. 굶주림에 내몰린 이 호랑이는 자연의 이치를 거역하고 자신이 낳은 새끼를 먹으려고 하는구나. 어서 빨리 가라, 자신의 새끼를 먹어치우기 전에 암호랑이의 배고픔을 달래줄 먹이를 찾아 오거라. 그동안 나는 암호랑이가 악행을 하지 못하도록 막을 것이다.”

아지타를 보낸 후 브라만 수행자는 조용히 생각했다. ‘내 몸이 바로 여기에 이렇게 있는데 왜 다른 곳에서 먹이를 찾는단 말인가. 다른 생류들이 불행한데 나 혼자 행복할 수 있겠는가. 내 스스로의 힘으로 다른 생류를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비록 이것이 나의 목숨을 내놓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나는 스스로를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다. 나의 이 행위를 통해 모든 생류들의 번영과 중단 없는 행복을 기원하노라.’

일단 결심하자 브라만 수행자는 주저하지 않고 동굴 위의 절벽으로 올라가 호랑이가 있는 곳으로 뛰어 내렸다. 자신의 새끼를 먹어치우려던 암호랑이는 자신 앞에 떨어진 먹이를 정신없이 먹어치웠고 원기를 회복했으며 새끼들에게 젖을 줄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암호랑이의 먹이를 찾아 나섰던 아지타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되돌아왔다. 그는 브라만 수행자의 신체를 먹어치우는 암호랑이를 발견하고 한편으로 슬퍼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자신의 스승이 행한 상상을 초월하는 자기희생에 깊이 감탄하게 되었다. 그는 자기 스스로의 생명에 집착하지 않고 암호랑이의 아픔에 함께 슬퍼하며 모든 생류들에 대해서 한없는 자비심을 갖추신 분에 탄복했고 다른 모든 제자들과 함께 스승의 공덕을 찬양했다고 한다.        

황순일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sihwang@dgu.edu
 


[1412호 / 2017년 10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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