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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은 진행형입니다

기자명 가섭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7.10.24 15:33
  • 수정 2017.10.24 15:34
  • 댓글 0

평생 사찰서 활동 한 노거사
주인의식·행원실천이 비결

40여년을 지켜온 사찰의 창립기념법회에 참석한 연세 지긋한 거사는 종무원의 도움을 받아 조심스레 걸음을 옮겨 부처님을 올려다봅니다. 합장한 거사의 얼굴엔 만감이 교차합니다. 도심포교사찰을 일군 핵심신도로 신심과 함께 뿌듯함이 넘칩니다. 노거사의 신심 충만한 합장은 지켜보는 이들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존경의 마음이 모아집니다. 출가수행자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숙연하기까지 합니다. 삼보를 예경하며 살아오신 노거사의 일생이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평생을 한결같이 부처님 가르침을 의지하며 살아온 노거사의 믿음의 힘은 무엇일까요. 법회를 진행하는 동안 그 생각이 온통 마음을 채웁니다. 불교에 입문해서 평생 한 사찰에 적을 두고 변함없이 신행활동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삶의 우여곡절은 차치하더라도 신행단체에서 활동하다 보면 시시비비도 있고, 갈등은 물론 때로는 믿음이 약해지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고 듣는 경우도 종종 있을 것인데 이를 잘 극복하고 신행생활을 이어온 힘이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그 이유를 몇 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는 ‘주인의식’입니다. 신도들의 얼굴에 가득한 우리 절은 우리가 책임진다는 당당함이었습니다. 중고생에서 원로신도들까지 모두가 함께 사찰의 주인이라는 책임감으로 똘똘 뭉쳤음을 사찰의 곳곳에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신도들은 출생에서 임종까지 사찰과 함께 할 수 있는 운영방식에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이를 만들어가는 주인공 또한 신도라는 것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찰운영방향은 신도임원들이 참여해서 결정하고 재정은 투명하게 공개합니다. 이런 시스템이 신도들이 주인의식을 갖게 하고 또 사찰의 성장잠재력으로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둘째로는 ‘행원실천’이었습니다. 창건주스님의 유훈계승이 도량 곳곳에 들어납니다. 모든 구성원들이 스님의 가르침대로 행원을 실천하기 위해 정진합니다. 창건주 스님의 책에 “행원을 행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여래의 걸림 없는 위덕을 행사하며 그의 결단이 창조를 실현하는 원천이 된다.”라는 가르침이 생생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행원을 닦는 사람은 “일체 죄업이 소멸되며, 일체 병고가 없어지며, 일체 마군이 물러가고, 선신이 수호하며, 세상을 지내매 걸림이 없어 마치 달이 구름 밖으로 나온 것과 같다”라고 행원실천의 공덕을 전하고 있습니다. 신도들은 행원실천이 자신을 변화시키고 삶을 행복하게 한다는 분명한 믿음을 갖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을 암송하며 순수불교를 서원하는 신행활동도 신심을 키워나가 바라밀형제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순수불교는 우리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실천하는 근본적인 마음을 돌아보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리심을 드러내는 것으로 지혜와 자비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불교를 믿지만 그 믿음이 자칫 자신의 욕심을 채우거나 노력 없이 좋은 결과를 바라는 어리석은 행위를 할 때가 있습니다. 결국 보리심을 잃고 괴로운 일상을 반복하게 됩니다. 보리심을 드러내는 지혜와 자비는 욕망과 분노를 극복하고 밝고 따뜻한 마음으로 전환해줍니다. 바라밀실천으로 자신의 마음이 밝고 따뜻하게 변화되는 과정을 확인할 때 우리의 삶을 만족과 행복으로 채워집니다. 모두가 신심을 바탕으로 가능한 일입니다.

▲ 가섭 스님
도량 창건 이래 부처님의 도량을 이룩하기 위해 오롯하게 세워온 원력들이 40여년을 흔들림 없이 이어온 노거사 그리고 함께 정진해온 신도 덕분에 오늘의 도량을 장엄하게 이룩했을 것입니다. 신심 깊은 신도들이 있어 부처님의 가르침은 이어지고 한국불교는 더디지만 중흥해 가는 듯 같습니다. 오늘 웃음 가득한 신도들을 보며 신심은 현재진행형임을 확인합니다.

가섭 스님 조계종 포교부장 kasup@hanmail.net
 

 


[1412호 / 2017년 10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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